[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AI 기술 발전으로 딥페이크 등 온라인 범죄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사전 예방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정인의 신상정보와 성착취물 등을 올려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텔레그램 비공개 채널, 이른바 ‘박제방’을 운영한 10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27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성폭력처벌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10대 남성 A군 등 3명을 검거하고,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A군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7개월 동안 텔레그램 비공개 채널 4개를 운영하며 피해자의 사진과 이름, 거주지 등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성적 허위 사실을 포함한 게시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4개 채널 전체 참여자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동네 친구 사이로, 채널 참여자들로부터 의뢰받은 게시글을 퍼뜨렸다. 특히 의뢰인들이 제작한 딥페이크(불법 합성물) 영상이나 실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범죄 영상물까지 여과 없이 채널에 게재했다.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와 대포 유심 판매 채널 운영자 등으로부터 광고·홍보비 명목의 금전을 수수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범죄수익금인 현금 780만원과 1100만원 상당의 골드바를 압수한 뒤 기소 전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범행에 사용된 4개 채널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요청을 거쳐 모두 폐쇄됐다.
경찰은 채널 참여자와 홍보 의뢰자들을 추적하는 한편, 현재 운영 중인 다른 박제방에 대한 수사도 지속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VPN(가상사설망)이나 해외 IP, 보안 메신저를 사용하더라도 다양한 수사 기법을 활용해 범인을 추적·검거하고 있다”며 “최근 퍼지고 있는 ‘박제방’의 심각성을 알려 이 같은 채널을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수법이 단순한 온라인 괴롭힘을 넘어 수익형 범죄 구조를 띤 것으로 드러난 만큼, 유사 범죄가 반복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신상 정보나 성 착취물 영상 등은 한번 유포되면 원본이 삭제되더라도 캡처·재유포 등을 통해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번 사안처럼 해외 기반 플랫폼이 범행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채널 폐쇄나 수사 협조 절차가 지연될 수 있고, 서버나 운영자가 해외에 있거나 VPN 등을 이용하면 추적에 한계가 생길 소지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해자 처벌 강화와 함께 플랫폼 차원에서의 사전 대응을 강화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디지털플랫폼 범죄 대응과 피해 방지를 위한 형사정책 연구’에 따르면, 인격침해형 범죄 피해자 329명 중 35.9%(118명)는 범죄 예방을 위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기술적 대응책 마련이 17.0%,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및 역할 강화 14.6% 순이었다.
해당 보고서는 디지털플랫폼 구조 자체가 범죄나 유해 행위의 매개로 활용될 수 있어, 사업자 협력 없이는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플랫폼이 피해자 요청이나 모니터링 등으로 불법 콘텐츠를 인식했고, 삭제·차단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실효적 조치 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와 맞물려 국회에서도 딥페이크 피해에 대한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인은 지난 2월 ‘딥페이크 피해 방지 및 삭제 의무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피해자 요청을 받은 경우 비동의 성적 이미지 표현물의 신속한 삭제와 복제물 확산 방지 조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불이행 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피해 구제 절차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국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국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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