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인 잡혔는데…’ 투자사기 수사 중지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7 13:56:07
  • 호수 1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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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못 잡는 ‘로맨스 스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작된 인연이 결국 1억4000만원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가해자가 해외로 도주해 현지에서 검거된 이후, 국내 수사가 ‘수사 중지’로 멈췄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가해자는 잡혔다는데 왜 나는 아무 보호도 못 받느냐”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사 사칭’과 ‘투자 미션 사기’가 결합된 이중 범죄 형태다. 두 사건 모두 동일하게 앱을 통해 접근한 뒤 신뢰를 쌓고, 반복적인 금전 요구로 피해자를 몰아넣는 방식이었다. 첫 번째 사건은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남성은 양산부산대병원 근무 이력과 개인 병원 개원 준비를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병원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털리고도

첫 번째 가해자는 “퇴직금을 받지 못해 인테리어 비용이 부족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지속적인 전화와 부탁에 결국 소액을 빌려주게 됐다. 이후 일부 금액이 실제로 상환되면서 신뢰를 확보한 가해자는 점차 요구 금액을 키웠다.

결국 피해자는 대출까지 받아 약 5000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이후 가해자는 “사채까지 썼다”며 변제를 미루기 시작했고, 경찰 신고를 언급하자 오히려 “해보라”며 배짱을 부렸다. 피해자가 실제로 경찰에 신고하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경찰이 가해자를 특정해 접근하자,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했냐”며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이후 조사 출석을 앞두고 잠적했다.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해당 가해자는 중국으로 도주한 뒤 현지에서 검거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국 수사기관은 이를 이유로 사건을 ‘수사 중지’ 처리했다. 피해자는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이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가해자가 특정됐고, 해외에서 신병까지 확보된 상황임에도 국내 수사가 중단된 것이다. 피해자는 “잡힌 사람이 있는데 왜 한국에서는 수사가 멈췄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은 먼저 연락도 없었고, 진행 상황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두 번째 사건은 더욱 치밀했다. 또 다른 남성은 자신을 유통업 종사자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피해자보다 한 살 어리다고 밝히며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형성했고, ‘누나’라고 부르다가 스스로 ‘자기’라는 호칭을 쓰자고 제안하는 등 관계를 빠르게 좁혔다.

며칠 뒤 그는 중국 항저우로 출장을 간다고 했고, 현지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졌다는 이유로 “노트북으로만 연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본인이 하고 있는 ‘부업’을 대신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가 접속한 사이트는 특정 쇼핑몰 형태였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제공받아 로그인하는 구조였다. 가해자는 “해외 PC라 직접 작업이 안 된다”며 대신 미션을 수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초기에는 기존 포인트로 진행되는 간단한 작업이었고, 피해자는 별 의심 없이 이를 수행했다.

“퇴직 의사” 접근…1억4000만원 피해
중국 도주 현지 검거 “국내 수사 종결”

문제는 이후 ‘그룹 미션’이었다. 가해자는 라인(Line) 아이디 ‘wjddus712’를 연결해 주며 별도의 담당자와 접촉하도록 유도했다. 해당 인물은 미션 수행을 지시하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미션이 진행될수록 금액은 커졌고, “실패하면 다른 참여자의 손실까지 전부 배상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졌다.

피해자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자 “지금 하지 않으면 더 큰 손해가 발생한다”며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실제 과정에서는 ‘주문 수량 입력 실수’를 이유로 이전 단계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식으로 반복 입금을 유도했다. 피해자는 결국 대출까지 받아가며 미션을 이어갔고, 총 피해액은 9530만원에 달했다. 모든 미션을 완료한 뒤에도 출금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소득세를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피해자가 의문을 제기하자 “수익이 많기 때문에 세금을 먼저 내야 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이후에도 “계정 활성화를 위해 추가 입금이 필요하다” “지금 더 넣으면 기존 돈을 찾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40일 이후에나 출금이 가능하다”는 식의 요구가 계속됐다. 현재도 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락이 오고 있는 상태다. 가해자들은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와 신분증 사진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주민등록번호는 이름과 일치하지 않는 등 허위 정보였다. 의사 사칭범 역시 실존 인물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로맨스 스캠’과 ‘투자 미션 사기’가 결합된 전형적인 조직형 범죄로 보고 있다. 초기 친밀감 형성, 소액 거래를 통한 신뢰 구축, 반복 입금 유도, 출금 차단 후 추가 입금 요구까지 모든 단계가 정교하게 설계된 구조다.

하지만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수사 대응이다. 가해자가 해외로 도주한 뒤 현지에서 검거된 정황이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수사 중지’ 처리가 내려졌다. 사실상 피해자만 남겨진 상황이다.

피해자는 “돈을 잃은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는 해외에 있고 수사는 멈춰 있다”며 “이런 식이면 누가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해외를 거점으로 한 조직형 사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수사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연락 없었고
상황도 설명하지 않아”

피해자가 증거를 확보하고 가해자를 특정해도, 국경을 넘는 순간 사건은 멈춰선다. 결국 남는 것은 피해자의 빚과 상처뿐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피해를 넘어, 해외 도주 범죄에 대한 수사 공백과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가 모든 증거를 제출하고 가해자 위치까지 특정했음에도, 결과는 ‘중지’였다. 사기 수법은 진화하고 있지만, 대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해외로 도주한 로맨스 스캠 범죄자를 송환한 사례도 있다. 캄보디아에 본거지를 두고 로맨스 스캠과 투자 사기를 벌여 120억원을 가로챈 기업형 범죄 핵심 가담자인 한국인 부부가 지난 1월 강제 송환돼 검찰에 넘겨졌다.

울산경찰청은 사기와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30대 A씨 부부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1월3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주도한 한국인 총책 김모씨 등 26명에 대해 적색수배를 내리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2024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한국인 피해자 100여명을 상대로 약 12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딥페이크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상의 여성 인물을 만들어 채팅앱과 SNS를 통해 무작위로 접근한 뒤 매일 연락을 이어가며 연인 관계인 것처럼 신뢰를 쌓았다. 이후 재력을 과시하며 투자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전문가를 소개하고 주식·가상화폐 투자 등을 권유해 돈을 가로챈 뒤 연락을 끊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도망가면 그만

또 실제 존재하는 회사나 투자거래소를 사칭한 가짜 사이트를 만들고, 허위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게 해 계좌까지 개설하도록 했다. 다른 사람의 SNS·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로 합성하거나 화상 채팅과 영상까지 제작해 피해자들이 정상적인 투자로 오인하도록 속였다. 피해자와 장기간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열흘 분량의 대본을 사전에 작성한 정황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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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나무호 폭발’ 시험대 오른 한미 관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난 2월 시작된 중동 전쟁의 여파가 경제는 물론 외교까지 흔들고 있다. 전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미국의 초조함이 우리나라에 불똥으로 튀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에 도움 되는 ‘실용 외교’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우리나라에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한낮에 이란 수도 테헤란에 폭탄을 떨어뜨렸다. 공습의 여파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폭사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이 응전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오가는 물류 허브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응수했다. 끝날 듯 안 끝나는 원유 이동이 제한되면서 유가가 폭등했다. 주가가 출렁였고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이란은 전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고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등 협박에 가까운 말로 압박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주변국에도 폭탄을 투하하는 등 확전 태세를 보였다. 지난 2월28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이어지던 강 대 강 대치는 지난달 초 미국과 이란이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를 맞았다. 하지만 서로의 요구사항이 극명하게 다른 상황이라 휴전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길 원했다. 이번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 만큼 계속 주도권을 갖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자유 항행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 양상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가는 선박의 통행이 제한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선박을 멈춰 세운 이란에 반발해 군사작전을 기획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인 선박의 탈출을 돕는 이른바 ‘프로젝트 프리덤’이다. 프로젝트 프리덤 착수 첫날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무력을 행사하면서 긴장 수위가 높아졌다. 불똥은 우리나라 선박에도 튀었다. 지난 4일 오후 8시40분경 호르무즈 해협의 아랍에미리트 움알쿠와인 인근 해역에 정박 중이던 HMM(옛 현대상선) 소속 선박 나무호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호르무즈 해협서 선박 사고 “이란 공격” VS “관련 없다” 폭발과 화재 당시 우리나라 국적 선원 6명을 포함한 24명이 타고 있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HMM에 따르면 나무호는 예인선을 통해 두바이항으로 옮겨졌다. 두바이 현지의 한국선급 지부 인력, 중앙해양안전심판원 소속 조사권, 소방청 감식 전문가 등이 참여해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외교부는 지난 10일 “조사 결과 5월4일 미상의 비행체가 HMN 선미를 타격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CCTV 영상에 해당 비행체가 포착됐으나 발사 주체, 정확한 기종 및 물리적 크기 등을 확인하기에는 제약이 있는 상황”이라고 정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수거된 비행체 엔진 잔해 등을 추가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나무호 폭발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동맹의 전쟁 참여의 ‘지렛대’로 사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이란이 한국 화물선을 포함해 관련 없는 국가들을 공격했다”며 “이제는 한국이 이 작전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무호 폭발과 관련해 사고 원인이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 때문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반면 이란 측은 나무호 사건에 선을 그었다. 주한이란대사관은 지난 6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피해 사건에 이란군이 연루됐다는 모든 의혹을 강력히 거부하며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책임’을 언급했다. 이란대사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발령된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지정된 항로를 따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 관계 당국과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격이냐 결함이냐 또 “군사 및 안보적 긴장의 영향을 받는 환경에서 선포된 요구사항과 작전상의 실태를 무시할 경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며 “이 같은 고려 사항을 무시한 채 해당 구역에서 통행이나 활동을 진행하는 당사자들에게 그런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묘하게 우리나라 선박 측으로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다. 정부는 지난 6일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이 종료됐기 때문에 (참여) 검토는 꼭 필요하지 않게 됐다”고 밝혔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그동안 ‘해양 자유 구상’에 대해 검토하고 있었고 프로젝트 프리덤에 대해서도 검토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무호 사건은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골적인 요구가 또다시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5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 파견을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국가, 특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들은 해협을 개방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글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개국은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에 큰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직접 호위 작전에 나서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국가들은 군함을 보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 두 달도 못 돼 또 한 번의 ‘트럼프발 호르무즈 청구서’가 날아든 것이다. 신중한 정부 넘겨 왔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말이 지속해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전쟁을 빌미로 우리나라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과는 별개로 동맹 사이에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 각국에 관세 폭탄을 던질 때부터 시작된 균열이 아직까지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혈맹’이라고 불리던 한미 관계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에 거친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관세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등을 대놓고 화두로 올렸다. 관세를 부과하고 분담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여러 차례 압박했다. 미군이 북한으로부터 우리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 돈으로 보상하라고 밀어붙였다. 최근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말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 장관이 지난 3월6일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구성을 언급했다.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공식 확인한 영변과 강선 외의 장소다. 국민의힘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미국은 4월 초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일부 제한했다. 정 장관은 구성이 과거 미국 싱크탱크나 국내 언론 보도 등으로 이미 언급됐던 장소라며 정보 유출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20일 “정 장관의 발언 이전에 구성 핵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각종 논문과 언론 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고 두둔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정쟁으로도 번졌다. 국민의힘은 정 장관의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 안보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그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안보 사안에 대해 숭미주의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맞섰다. 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됐다. 트럼프 노골적 참전 요구 청구서 받아든 이 선택은? 미국 측에서 우리나라 사법 체계를 흔드는 듯한 행보도 잇따라 나왔다. 김범석 쿠팡 의장, 방시혁 하이브 의장 관련 논란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건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조사를, 방 의장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심지어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미국 정계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쿠팡 ‘감싸기’를 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하지 말라는 게 골자다. 수사 대상에 오른 김 의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안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면서 한미 간에 감정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지금까지 쿠팡의 동일인은 법인이었는데 김 의장(개인)으로 바뀌면서 법적 책임이 대폭 늘었다. 실제 쿠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공시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이중으로 규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조치라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미국 국적자인데 그를 한국법상 총수로 지정한 것은 한미FTA를 위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방 의장을 비롯한 하이브 관계자 3명의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요청이 경찰청에 오기도 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하이브 상장 과정에서 방 의장이 2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이유로 반려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이 내정간섭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어떤 이유로든 미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인물에 대해 특정 요구를 한다는 것 자체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택 기로 앞으로는?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또다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재명정부의 외교 방향은 ‘국익’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등 안보 독립을 외치는 중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외교는 오랜 시간 한미동맹의 바탕 위에서 이뤄졌다. 결국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합류일까, 관망일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