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뒷짐’ 요소수 대란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6.04.27 14:08:08
  • 호수 15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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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더 큰 거 온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지난 2월28일(현지시각) 발발한 이후 3주 이상 지속된 가운데, 한국 산업 전반이 ‘공급망 붕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정유·석유화학에서 시작된 충격은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바이오로 확산됐다. 2021년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수 대란까지 재현되며 산업계는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재고 물량이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란이 시작됐다”는 경고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착수했다.

시스템 붕괴
과거 되풀이?

재정경제부는 ‘요소 및 요소수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제정해 지난 3월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제조·수입·판매업자는 전년도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7일 이상 보유할 수 없고, 판매 기피 행위 역시 금지된다.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중동 전쟁이 3차 국면에 접어들며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인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신고센터 설치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관세청 합동 단속까지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이번 사태를 ‘경제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공급망 안정화 대책을 가동했다. 대체 수입선 확보, 전략 비축 활용, 에너지 수급 안정화, 피해 기업 금융 지원 등이 핵심이다.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과 금리 우대 정책도 병행된다.

원유 수급 불안에 대비해 해외 생산 물량 확보와 국제 공동 비축 활용, 원전 가동률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산업부는 ‘중동상황대응본부’를 중심으로 원유·가스·석유화학 공급망을 실시간 점검하고, 필요 시 시장 개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이미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요소 공급망이다. 차량용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 수급은 중국(약 66%)과 카타르(약 10%)에 의존해 왔지만, 전쟁 이후 공급망이 동시에 흔들리며 사실상 수급이 끊겼다.

전쟁 직후 1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중국산 요소 가격은 500달러대로 급등했고, 이후 중국은 사실상 수출을 통제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중동 공급까지 차질을 빚자 아시아 국가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로 몰렸고, 인도네시아는 수출을 금지했다.

베트남은 가격을 본선 인도 조건(FOB) 기준 900달러까지 올렸고 선적은 5월 이후로 밀렸다. 이유는 단순하다. 자국 내 물량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요소수 유통업자 A씨는 “국내 요소수 공장 대부분이 4월 생산분을 확보하지 못한 ‘제로 상태’”라며 “지금은 초기 대응 단계가 아니라 이미 본격적인 공급 붕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제 전시 상황’ 대응 나섰지만…
“이미 늦었다” 4월 생산 ‘제로’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는 뚜렷하다. 10리터 기준 1만원 수준이던 요소수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2만원대 중반으로 급등했다. 일부 판매처는 품절로 판매를 중단했다. 1~2통 구매 제한이 등장했고, 중간 유통상들의 매점매석 정황도 포착됐다. 현장에선 “개인 운송업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뒤늦게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차질의 배경에는 중국 내 ‘비공식 수출 루트 차단’도 있다. 그동안 산둥성을 통해 요소가 염화칼슘 등으로 위장돼 한국에 들어왔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수출업자들을 대거 단속하면서 해당 경로가 완전히 막혔다. 실제로 염화칼슘으로 신고된 물량에서 요소가 들어있는 사례까지 확인되면서 기존 우회 수입 구조가 붕괴됐다.

전쟁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됐다.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66달러를 돌파했고, 국내 정유사들은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틸렌 부족은 조선·자동차 산업으로 번졌고, ABS 등 핵심 소재 공급 차질로 생산 라인 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격은 일주일 만에 50% 급등했다. 바이오 업계는 중동 항구 폐쇄로 계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JP모건은 전쟁 장기화 시 글로벌 성장률이 1.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구축해 놓은 ‘비축 시스템’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다. 정부는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민간 업체를 비축 사업자로 지정해 일정 물량을 상시 확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농협, KG케미칼, 남해화학, 풍농 등이 대표적인 비축 사업자다.

하지만 현재 이들 업체가 요소 물량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으며, 추가 수입 역시 불투명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 급등 속에서도 시장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뒷북
업계 달래기

핵심은 비축 물량이다. 업계에서는 비축 사업자가 유지했어야 할 약 1만6000톤 규모의 요소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고 있다. 이는 비상시 방출해야 할 ‘전략 비축분’이 평시에 시장으로 흡수됐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요소는 장기 보관이 어려워 민간 창고에서 재고를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비축되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비축량이 유지되지 않았다면 제도 자체가 무력화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비축이 돼있다고 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며 “이건 단순한 대란이 아니라 공급 자체가 끊기는 ‘시스템 붕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사태는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더해, 특정 국가 의존 구조와 비축 관리 실패가 맞물린 ‘복합 재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분수령이라고 본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처럼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태에서 수요까지 급감하면 산업 전반이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며 “요소수는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편, ‘제2의 요소수 대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현재 국내 요소수 및 요소 재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차량용 요소수와 요소 재고는 공공 비축분과 민간 물량을 합쳐 약 2.8개월분 이상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여기에 다음 달까지 약 6000톤의 요소가 추가로 국내에 들어올 예정으로 단기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유통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재고 정보가 등록된 전국 주유소 4253곳 중 4233곳(99.5%)에서 요소수를 판매 중이며, 평균 가격은 1리터당 1528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요소수 제조사와 수입업체에 대해 평시 수준의 출고를 유지하고 수입 물량을 조기에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장 불안 심리와 사재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요소수 수급 문제는 과거에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바 있다. 지난 2021년 중국이 환경 규제를 이유로 요소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수입이 급감했고, 이에 따라 요소수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 요소 수입의 약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나며 가격이 급등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요소수를 구하기 위한 긴 줄이 이어지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오리무중
비축 물량

특히 요소수는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 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촉매제다. 부족할 경우 차량 시동이 제한된다. 이로 인해 화물차 운행이 차질을 빚으며 물류와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우려됐고, 정부는 군 수송기 투입과 해외 긴급 수입 등으로 사태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화학 원료 공급망 불안이 확대되면서 요소 생산 비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 가격 변화 등으로 요소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는 현재 재고 수준과 추가 물량 확보 계획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공급 차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태가 공급 부족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 구조에서 비롯된 만큼, 재고 관리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와 자원 안보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요소수는 경유(디젤)차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데 쓰이는 필수 소모품이다. 2016년 이후 제작·수입된 경유차에는 배기가스 저감 장치(SCR)가 의무적으로 장착되는데, 이 장치가 있는 차는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을 걸 수 없다.

온라인 쇼핑몰 가격 변동 추적 앱 ‘폴센트’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10L 제품은 2만9900원에 팔리고 있었다. 한달 전 1만1920원보다 약 2.5배 뛰었다. 같은 기간 다른 회사의 요소수 10L 제품 가격도 1만9690원에서 3만6520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주유소 점주들은 요소수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직영 주유소에서 일하는 박모씨는 “평소 요소수를 한 달에 한 명꼴로 사러 왔는데, 지난주에만 세 명이 찾아와 각각 두세 통씩 사갔다”고 말했다.

비축 실패 “1만6000톤 어디로?”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유명무실

특히 요소수를 많이 쓰는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화물차 기사 박모씨는 “요소수를 사흘에 한 번꼴로 넣는데 비용이 예전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올랐다”며 “2021년 대란 전에도 가장 많이 쓰이는 10리터 제품이 먼저 품절됐다”고 말했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가뜩이나 비싼 기름값에 요소수 가격까지 치솟으니 눈앞이 캄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이 같은 불안의 배경에는 요소 원료 공급 문제가 있다. 요소수의 핵심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물류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요소 수입액은 총 5728만1000달러(약 850억원)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이 1982만7000달러(3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1140만7000달러·19.9%), 카타르(1011만1000달러·17.7%) 순으로, 중동 국가 비중이 3분의 1을 넘는다.

과거 요소수 사태가 일어났던 2021년에는 중국 의존도가 66.6%(2억7841만7000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은 0.6%에서 19.9%로 30배 이상 늘었고, 카타르 역시 5.2%에서 17.7%로 3배 이상 확대됐다. 그만큼 중동 변수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는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요소수 대란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요소수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주 요소수 업체를 불러 상황 점검을 진행했고 현재 100일 이상 시장에 공급 가능한 재고를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2021년과 2023년에 터진 ‘요소수 대란’ 등을 막기 위한 공급망 정책 컨트롤타워인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2024년 출범했지만, 긴장감만 되풀이되는 형국이다. 당시 요소를 포함한 핵심 품목을 제3국 등에서 수입하거나 국내서 생산·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사업자에게는 올해 안에 공급망기금 5조원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쟁통에
해결 가능?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비축 물자에 경제안보 품목을 추가하고, 비축 물량과 제도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5.8일~180일어치를 비축했던 희소금속은 2027년까지 60~180일분을, 0~30일분에 그쳤던 요소 등은 올해 안에 30~80일분을 비축하도록 하고, 구매 방식도 단건마다 구매하던 방식에 더해 연간 공급계약 방식도 도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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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자란 ‘명픽’ 출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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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후보의 인지도도 승패를 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후보들의 체급은 대통령이 언급하기 전과 후로 나뉘기도 한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는 법.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픽’ 후보들의 수난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하정우 부산 북갑 후보가 혹독한 정치 신고식을 치렀다. ‘손털기’부터 ‘오빠’ 논란까지, 정치 초보를 겨냥한 유권자들의 회초리가 매섭다. 이재명 대통령이 뽑은 인재라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정이 키웠지만… 하정우 후보는 대통령실 신설 직책인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6월 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향후 5년간 100조원 규모로 예고된 국가 AI 투자 및 인프라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등 이재명정부의 AI 산업을 이끌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독 하 후보를 아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은 국무회의서 훈훈한 ‘케미’를 보여주는가 하면 대통령이 묻는 말에 막힘없이 답해 “우리 하GPT(하정우와 챗GPT를 합친 단어)는 다 알고 있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 후보의 차출설이 돌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열리는 부산 북갑에 그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하 후보의 출마를 두고 청와대와 민주당 사이에는 불편한 기류가 맴돌았다. 지난 4월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AI 수석이던 하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우리 하GPT가 할 일이 많은데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고 그러면 안 돼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 청와대는 차출설에 선을 그었지만 당 지도부는 연일 하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며 출마를 설득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나서 “출마 여부는 하 수석이 결정하기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하 수석의 마음이 정해져야지, ‘나가라’ 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라’ 해서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결정해야지, 대통령이나 당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우리 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인 북갑에 하 수석 말고는 이길 후보가 없다”며 거듭 강조하자 결국 하 후보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며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일련의 사건이 하 후보의 체급을 키우기 위한 당정 간의 약속 대련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를 떠나 부산으로 향했지만 첫 선거 유세서부터 발목이 잡혔다. 유세 첫 일정으로 방문한 구포시장에서 상인과 악수를 한 뒤 양손을 비비거나 손을 터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손털기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오만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하 후보는 “처음으로 수백, 수천명과 처음으로 악수를 하다 보니 손이 저려 무의식중에 손을 쳤던 것 같다”며 당사자를 찾아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정우·정원오’ 호명하자 단숨에 관심·인지도 ‘쑥’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3일에는 ‘오빠’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을 찾은 정 대표는 구포시장에서 하 후보 지원 유세를 하던 중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거듭 “오빠(해봐요)”라고 말했고 하 후보도 “오빠”라고 반응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을 SNS에 올리며 “62세 정청래 대표와 50세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뜨겁다. 망설이는 아이에게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재차 ‘오빠라고 해보라’고 재촉하는 모습은 일종의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여성단체에서도 “성인지 관점의 부재”라며 두 사람의 행동을 규탄했다. 하 후보는 캠프를 통해 “오늘 지역 주민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이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민주당 공보국을 통해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해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원오 서울시장도 대표적인 ‘명픽’ 인물이다. 선거 초반 불거진 ‘칸쿤 여행지’ 의혹으로부터 겨우 벗어나나 싶더니 하 후보와 마찬가지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한 여론조사를 공유하며 “정원오 성동구청장님이 잘하기는 잘하나 보다. 저의 성남 시정 만족도가 꽤 높았는데 명함도 못 내밀 듯”이라고 쓴 것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정 구청장은 “‘원조 일잘러’로부터 이런 칭찬을 받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더욱 정진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정원호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이재명정부와 손발이 맞는 서울시장”을 강조하며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그런 정 후보도 실언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CBS 라디오에 출연해 “시장직을 수행하는 사람이 대권을 바라보면 그때부터 불행해진다”며 “제가 경험해 본 박원순 전 시장, 그리고 오세훈 시장이 똑같다. 이상한 일들이 막 생기고 이상한 고집을 피우고 그런 것이 바로 대권을 바라봤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이 화근이었다.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이름을 올린 만큼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대권보다는 시정에 집중하겠다는 취지였지만, 고 박원순 전 시장을 오세훈 시장과 동일시했다는 이유로 당내에서 논란이 됐다. 오만했나? 실수 또 실수 당시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경선을 치렀던 전현희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시장님을 오세훈 시장과 ‘똑같다’고 평가한 정원오 후보의 발언은 고인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으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으며 박주민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이 공도 있고, 과도 있겠습니다마는 오세훈 시장처럼 ‘대선에 눈이 팔려서 시정을 망쳤다’는 평가를 저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잘못된 말씀”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SNS를 통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박원순 전 시장님 곁에서 누구보다 가까이 지냈고, 시장님의 고뇌를 지켜보면서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며 “제가 말씀드리고자 했던 취지는, 서울시장은 오직 시민의 삶과 서울의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자리이며, 저 또한 그 책임에만 전념하겠다는 다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컨설팅’ 논란에 휩싸였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상인에게 “장사가 왜 안 돼요, 관광객이 이렇게 많은데”라며 “계속 이러지 마시고 컨설팅을 한번 꼭 받아보세요”라고 말한 것이 뒤늦게 회자한 것이다. 오세훈 후보가 “시민을 가르치느냐”며 공세를 퍼붓자 정 후보 캠프 측은 “오세훈 후보 측의 굴절된 마음이 굴절된 시각으로 민심 청취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워낙 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작은 일도 꼬투리를 잡아 크게 벌리는 것을 생존 수단으로 정한 것 같다”면서도 “네거티브 공격이 들어올 만한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지만 선거철에 민심이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칭 타칭 ‘이재명픽’이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중에서도 ‘이재명의 선택’을 캠프 슬로건으로 내건 김용남 평택을 후보는 같은 곳에 출마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와 설전을 벌이며 강도 높은 네거티브 공세를 주고받고 있다. 조 대표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을 거쳐 민주당에 입당한 김용남 후보를 저격하며 “이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다고 본다” “과거 김 후보가 대장동 사건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의 무기징역을 주장했었다” 등 견제구를 던졌다. 살아남은 최후 1인 김 후보가 과거 보수 정당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국 사태뿐 아니라 검찰개혁,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내놨던 과거 발언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과거 보수 정당에서 원내대변인 직책을 맡다 보니까 정파적 입장을 대변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나 민주·진보 진영 분들에게 거북한 말씀을 드렸던 적이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스럽다”고 먼저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조 대표의 사모펀드 등을 겨냥한 듯 “적어도 조 후보님과 관련해서 사실과 다른 말씀을 드렸던 기억은 전혀 없다. 지금 아무리 곰곰이 되돌려 봐도 사실관계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말했고 이를 시작으로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친 이재명) 간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 보였다. 잡음이 커지자 민주당은 입단속에 나섰다.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달 29일 정 대표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오만한 언행에는 지위를 막론하고 단호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당 대표인 저부터 불광불급·종횡무진·전광석화·지성감천의 낮고 겸손한 자세로 국민 속으로, 현장 속으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민주당이 책을 잡히자 일부 후보들이 ‘이재명 후광’을 믿고 안일하게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이 직접 띄워주고 밀어준 만큼 여권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개인 역량으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뜻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철저하게 개인주의 성향”이라며 “이 대통령은 특정 인물에 대해 몇 마디 언급한 게 전부다. 그걸 가지고 ‘대통령이 뽑은 나’에 취해 선거를 그르치면 안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를 호명하고 몸값을 띄워주는 것까지가 이 대통령의 역할”이라며 “이후 어떻게 살아남는지는 철저하게 본인의 역량이고, 이 대통령은 여기서 끝까지 남는 이들만 자신의 그룹에 넣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명’ ‘찐명(진짜 친명)’만 강조한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다 탈락했다”고 부연했다. 역량 부족? “자기 일은 스스로” ‘친명’ 훈장만 믿었다간 낭패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재명의 남자’로 알려졌지만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됐다. 김 전 부원장은 “안산·하남 어디든 국민께 심판받겠다”며 지도부에 신호를 보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출마가 보수 결집의 명분이 되는 등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경기 지역 전략공천 결과 발표 후 김 전 부원장의 공천 배제에 대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먼저 정리한 것”이라며 “특정 후보의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현장 후보들의 우려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당내 친명계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을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규정했고, 공천을 통한 정치적 명예 회복을 요구했으나 당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재명 2기 지도부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친명 한준호 의원도 경기도지사 예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대통령의 ‘1호 감사패’를 받은 만큼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에도 이 대통령의 의중을 등에 업고 나섰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2차 예선서 추미애 후보에게 밀려 패배했고, 정치권에서는 “큰 단위의 선거에서는 특정 인물과의 관계보다는 개인 역량이 중요한데 그 점을 간과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지금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됐다. 그런데 ‘한준호픽(한 후보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며 “반면 지금 추미애 후보 같은 경우는 강성 지지층의 지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구도 가장 많고 당원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서 추미애 후보가 한번에 후보를 확정했다”며 “이변이 일어났다. 권력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현역을 모두 물갈이하는 과감한 쇄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이거나 이 대통령과 가깝게 일한 이들도 대거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인천시장 후보로 단수 공천된 박찬대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원내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핵심 인사다. 이정부 첫 정무수석인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강원도지사 후보로 1호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직접 ‘입당하면 좋겠다’고 언급한 김상욱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후 그는 탈당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가 됐다. 원팀이거나 업보거나 코스피 상승과 맞물려 이재명정부의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통령의 후광효과’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친분을 앞세워 여권 프리미엄을 강조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지만 오로지 후광효과만 보려고 하는 현상도 늘어났다”며 “다만 우려가 되는 건 만약 이들이 모두 당선됐을 때, 시간이 지나고 다음 선거가 ‘심판론’으로 치러진다면 부정적 평가는 이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