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집 일본이 몰려온다①] ‘엔화’유입 기업 리스트

‘사무라이 칼’ 대한민국 심장부 겨누다

일본 자금이 몰려오고 있다. 정부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일본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국내 기업도 일본 자금을 언제라도 받아들일 태세다. 일본 역시 ‘엔고 현상’을 발판 삼아 현해탄을 건널 채비를 끝낸 모양새다. 한편에선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일본계 자본의 시장 장악 우려도 나온다. 3·1절을 맞아 현재 일본 자금이 유입되거나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국내 기업 현황을 분석해 봤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계 자금들이 강력한 엔화를 무기삼아 국내 기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가운데 MB정부까지 나서 “지금이야 말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시점”이라며 일본 자금 유치를 부추기고 있다. ‘3월 위기설’의 단초를 제공했던 일본계 자금의 한국 철수설이 무색할 정도다.

검찰에 구속된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는 반대로 “엔화의 초강세로 일본의 투기자본이 한국경제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계 자금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내 기업들은 이미 일본 자금의 막대한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돈’하면 가장 먼저 롯데그룹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한국롯데는 유통, 식품, 호텔, 금융, 중화학 부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본롯데는 롯데제과나 롯데리아 등 식품부문에 주력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이 일본롯데를,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한국롯데를 맡는 구도다.
외관상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별도의 법인으로 보이지만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롯데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을 대부분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한국롯데를 책임지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이 아닌 일본롯데 경영자인 신동주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롯데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19.21%), 일본롯데물류(15.75%), 일본롯데데이터센터(10.48%), 일본롯데애드(9.47%), 롯데전자공업(8.66%), 일본광윤사(5.49%) 등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9.29%)을 비롯해 롯데제과(3.21%), 롯데캐피탈(27.33%), 롯데산업(36.82%), 롯데물산(29.62%), 롯데건설(47.5%), 롯데상사(30.5%), 롯데리아(20.2%), 롯데기공(17.38%), 호남석유화학(13.6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 순환출자 정점에 일본계 회사인 호텔롯데가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일본 자금의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기업 인수 등 사업영역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아이오이손해보험은 롯데손해보험에 28억엔(약 430억원·지분율 9.9%)을 투자했다. 최근 OB맥주 인수전에도 아사히맥주가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스보일러 업계의 대명사 린나이코리아도 롯데그룹과 사정이 같다. 린나이재팬과 합작사인 린나이코리아는 강성모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49%를 나머지 51%는 린나이재팬이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린나이코리아가 IMF 외환위기 직후 린나이재팬으로부터 들여온 차입금 55억엔(한화 864억원)을 변제하지 못해 린나이재팬에 지분 97%까지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린나이는 경영권뿐만 아니라 일본 회사와 다름없는 브랜드가 된다.
생활용품 전문기업인 CJ라이온도 일본 자금이 투입된 회사다. CJ그룹은 2004년 8월 일본 라이온사에 1990년부터 꾸려온 생활용품부문을 매각했다. 일본 라이온사가 81%를, CJ개발이 19%를 갖고 있다. 라이온은 매출 3조원대로 일본 점유율 2위를 기록한 세계적인 생활용품 전문기업이다.
한국야쿠르트도 외국인투자사로 분류된다.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일본의 기술과 자본으로 설립됐는데 당시 일본에서 유산균 종균을 공급받는 대가로 지분을 넘기는 합작 계약을 맺었다. 최대주주는 일본법인인 야쿠루토혼샤로 38.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해태음료는 아예 일본 업체다. 해태음료는 2000년 6월 해태그룹에서 분리돼 일본업체 5개사가 참여한 아사히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지분은 아사히맥주 41%, 마루베니 32.5%, 호텔롯데 19%, 미쓰이물산 5%, 덴쯔 2.5% 등 100% 일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기업들의 지분 투자가 두드러진다.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이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 신일본제철은 지난 1월 포스코 베트남 법인의 지분 15%를 사들이기도 했다. 현대하이스코와 동국제강은 JFE스틸이 각각 12.98%, 14.88%를 갖고 있다.
KTF의 2대주주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로 10.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지분 54.25%로 KTF의 최대주주다.
KT는 5월 중 KTF와 합병을 추진하면서 NTT도코모가 보유한 KTF 주식의 60%를 양도하는 방법으로 2억5000만달러(약 37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5년 만기)를 발행키로 했다.
NTT도코모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문제를 우려해서다. KT의 1대주주는 지분 6.59%를 보유한 국민연금. 교환사채를 발행하면 KT-KTF 합병 시 NTT도코모의 지분은 2.1%로 낮아진다.
일본 자금은 국내 은행의 담까지 허물고 있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가 줄을 잇고 있는 것.
KB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일본의 3대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자사주 0.5%를 매각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0월 지분 2%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 매각하기로 한 계약에 따라 오는 6월까지 나머지 1.5%도 차례로 매각할 계획이다.
앞서 2006년 10월 미즈호은행도 신한금융지주에 출자해 1.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재일교포 지분은 20%에 달한다. 참고로 은행권 외국인 지분 현황은 지난해 말 현재 SC제일은행 100%, 외환은행 75.4%, 하나은행 67.8%, 국민은행 58.3%, 신한은행 54.1% 등이다.

‘엔고’ 일본계 자본 현해탄 건너 국내 투자 본격화
MB정부 베팅 독려…미네르바 ‘노란토끼’공격 경고
 
     
일본계 자금은 대기업은 물론 코스닥업체와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사냥’에 나서고 있다. 국내 일부 업체들은 일본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일부러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까지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무역업체인 마루베니는 지난해 9월부터 자동차조립라인 제조업체인 우신시스템의 지분을 꾸준히 확대해 지난달 6.8%로 지분을 늘렸다. 업계에선 마루베니가 10%대까지 지분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 랜드그룹의 계열사인 K&K쇼난매니지먼트 대표는 지난해 12월 코스닥 IT업체인 펜타마이크로의 지분 10.53%를 사들였다. 경영 참여가 지분 취득 목적이다.
삼영전자공업은 케미콘사와 스팍스인터내셔널이 각각 1, 2대주주로 일본계 지분만 무려 50%에 육박한다. 이외에도 애리아파이낸스, JAFCO인베스트먼트 등 일본계 펀드가 몇몇 코스닥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게임,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일본업체들의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자본들은 일본도 불경기이지만 엔화 강세 등 지금과 같은 한국 투자 시기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경기가 호전된 이후 요사이 취득한 지분만 팔아도 수익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본 자본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매머드급 매물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지난 1월 한화그룹의 포기로 결국 수포로 돌아간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최대 관심사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최대 20%까지 외국인에게 파는 방안을 추진하는 탓이다. 일본 업체들의 시원한 베팅이 예상되지만 노조 반발 등 비판 여론이 불 보듯 뻔하다.
하루하루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는 C&그룹도 일부 계열사의 해외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C&중공업은 최근 그룹 계열사 지급보증 문제로 법원에 파산 신청이 들어가 회생의 불씨에 찬물을 끼얹은 상황이다.
쌍용건설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M&A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처지다. 쌍용건설의 재매각은 경기침체로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역시 해외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진로의 경우 한때 일본 자금설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진로 측은 ‘진로에 일본 자금이 유입됐다’는 소문이 확대되자 즉각 진화작업에 나섰고 급기야 신문 지면에 ‘일본 자본이 없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기업’이란 문구와 함께 주주 현황과 보유지분을 공개하는 해명성 광고까지 실어야 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일본’에 민감하다는 반증이다.M&A 한 관계자는 “지난해 외국인들의 M&A형 투자는 44억2600만 달러(약 6조7000억원)로 전년보다 78.2%나 늘었는데 상당수가 일본 자금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도 경기가 풀릴 때까지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이 모조리 일본의 재물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사채시장 일본계 장악 실태
실적 ‘짱’서비스 ‘꽝’


‘말 많고 탈 많은’ 국내 사채시장은 이미 일본계 자본이 장악한 지 오래다. 대부업계에 따르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계가 소규모 영세업체 위주인 토종계를 압도, 사채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에 따르면 최근 2년(2006∼2007년)간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대부업체들 중 외감대상(자산 70억원 이상)인 14개 업체들이 2년간 평균 636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총 4036억원의 이익을 챙겼다.
일본계 대부업체는 2006년 591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7113억원을 대출, 15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2007년에도 681억원의 자본금으로 1조4127억원을 대출, 252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챙겼다. 이 같은 이익은 평균 자본금의 6.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은행들의 자본금 대비 이익 배율이 0.9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이중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2개 업체가 대표적인 일본계 업체다. 러시앤캐시는 2006년 111억원의 자본금으로 3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154억원의 자본금으로 1300억원의 당기순익을 챙겼다. 2년 동안 총 133억원의 자본금만으로 12.2배에 달하는 1623억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산와머니도 지난 2년 동안 평균 200억원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17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8.9배의 이익률을 세웠다. 반면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대부업 불편·피해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된 대부업체는 산와머니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어 웰컴, KJI, 러시앤캐시 등의 순이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6월말 현재 각 시·도에 등록하고 있는 등록 대부업체수는 1만8384개다. 무등록 대부업체 등을 합쳐 총 대부시장 규모는 16조5000억원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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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