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농협, 개혁 아닌 '권력 세탁'만 반복했다

중앙회장 수사 의뢰가 드러낸 농협 권력구조의 민낯

지난 9일 정부가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과 핵심 간부들을 횡령·금품수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는 단순한 내부 비리 차원을 넘어선다. 선거 과정의 금품 제공 의혹, 공금 유용, 특혜성 대출과 수의계약, 분식회계, 채용 비리까지 조직 운영 전반의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공적 조직의 신뢰가 무너질 때 국민이 받는 충격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농협은 지금 존재 이유와 운영 방식 모두를 근본부터 재점검해야 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농협은 단순한 기관이 아니다. 전국 농민과 조합원을 연결하는 최대 협동조합이자 농업·금융·유통·정책 집행을 떠받치는 국가적 기반 조직이다. 이런 기관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이 반복된다는 것은 조직 운영 구조에 근본적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지도부 교체 같은 상징적 조치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 교체’가 아니라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설계하는 제도 개혁이다.

수사 의뢰가 의미하는 진짜 경고


정부의 수사 의뢰는 단순히 사법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공적 조직인 농협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자정 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조치에 가깝다. 감사 결과가 사실로 확정될 경우 이번 사태는 농협 역사상 가장 심각한 지배구조 위기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내부 감시와 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외부 수사로 확대될 사안은 애초에 발생하기 어려웠다.

공금이 선거 지원 세력에게 제공될 선물과 답례품 마련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상징성이 크다. 예산이 공익 목적이 아니라 권력 유지 수단으로 전용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협동조합 자산은 조합원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사용돼야 하지만, 선거 정치와 연결되는 순간 조직의 정체성은 훼손된다. 공적 예산이 사적 정치 행위와 결합하면 공공성과 투명성은 동시에 무너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농협은 과거에도 선거 과열과 금품수수, 내부 권력 갈등 문제로 여러 차례 사회적 비판을 받아왔다. 그때마다 제도 개선과 자정 노력을 약속했지만, 권력의 작동 방식과 이해관계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임계점을 넘으며 터져 나온 결과에 가깝다.

‘협동조합’이 ‘선거조직’으로 변질된 현실

협동조합의 본질은 조합원 중심의 민주적 통제와 공동 이익 실현이다. 그러나 농협 운영은 조합원 중심 구조보다 선거를 축으로 권력이 재편되는 정치 조직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직 운영의 초점이 농업 경쟁력 강화와 조합원 지원이 아니라 선거구도 관리와 세력 균형 유지로 이동하면 협동조합 정신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조합장 선거와 중앙회장 선거가 긴밀히 연결되면서 내부 정치화는 더욱 심화됐다. 선거는 정책 비전 경쟁이 아니라 지역 연합과 세력 규합, 줄 세우기 중심의 정치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누가 더 많은 표를 동원할 수 있는지가 권력 획득의 기준이 되면 조직 역량은 선거 전략에 집중된다. 그 결과 경영 전문성과 정책 역량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우선되는 왜곡이 발생한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되면 조직의 에너지는 외부 경쟁력 강화가 아니라 내부 권력 유지에 소모된다. 농민 소득 향상과 유통 혁신, 금융 지원 확대 같은 본래의 과제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조직의 존재 이유보다 내부 권력 지형이 더 중요한 가치로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농민과 조합원을 위한 조직이 선거 승리를 위한 조직처럼 움직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감독기관을 피감기관이 선출하는 구조적 모순

농협 중앙회는 회원조합을 지도·감독하는 상위 기관으로, 예산 집행의 적정성과 경영 건전성, 인사 운영 전반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권한은 회원조합 조합장들에게 집중돼있다. 감독 대상이 감독기관의 수장을 선출하는 구조는 본질적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을 내포한다. 강력한 내부 통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제도적 한계가 발생하는 이유다.

중앙회장은 조합장들의 정치적 지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감독 기능을 엄격히 행사할 경우 선거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중앙회는 규율자라기보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재자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견제와 균형 대신 타협과 조정이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제도상 감독 권한은 존재하지만 실제 집행력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제한된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조직 내부 비리가 발생해도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감독 권한 행사 자체가 선거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규정을 엄격히 적용할수록 정치적 반발이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감독 기능은 형식화되고 실질적 통제력은 약화된다. 이는 권력 분산이 아니라 권력 유착 구조가 고착되는 과정에 가깝다.

중앙회장 권한 집중이 만든 권력의 그늘

농협 중앙회장은 인사권과 예산권, 계열사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권한 범위가 넓을수록 중앙회장 선거는 단순한 대표 선출을 넘어 조직 권력구조를 결정하는 정치 행위가 된다. 선거 결과가 인사 배치와 사업 배분, 예산 흐름을 좌우하면서 선거의 중요성은 과도하게 확대된다. 권력 집중은 선거 과열과 이해관계 동맹을 낳는 구조적 요인이다.

강력한 권한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성과 투명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나 내부 감시와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으면 권한은 통제되지 않는 힘으로 변질된다. 인사권과 예산권이 특정 세력 관리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도 커진다. 공적 권한이 조직 운영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유지 도구로 전용되는 순간이다. 권력의 사유화는 협동조합 체제의 근간을 흔든다.

권한 집중 구조는 조직 내부 자율성과 혁신 동력도 약화시킨다.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보다 상층부 의중이 의사결정을 좌우하게 된다. 견제 장치가 약할수록 정책 결정은 폐쇄적으로 이뤄지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조직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권력 집중은 효율성이 아니라 경직성과 불투명성을 낳는다.

권력구조 바꾸지 않으면 제도 개선은 반복된다

중앙회장 권한 집중 문제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권력이 형성되는 출발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권력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둘러싼 이해관계 정치도 사라지기 어렵다. 선출 제도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권력구조를 설계하는 출발점이다. 권력이 형성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이후의 통제 장치 역시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선출 방식의 ‘이름’이 아니다. 권력이 얼마나 분산되고, 선거 이해관계가 감독 기능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설계되느냐가 개혁의 핵심 기준이다. 이 기준 위에서 각 제도의 장단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합원 직선제가 갖는 상징성과 현실적 한계


조합원 직선제는 협동조합 민주주의의 이상에 가장 가까운 제도로 평가된다. 수백만 조합원이 직접 중앙회장을 선출하는 구조는 대표성 측면에서 강한 정당성을 지닌다. 권력기반이 넓어질수록 특정 집단의 권력 독점 가능성은 낮아진다. 조합원 참여 확대는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갖는다.

그러나 현실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대규모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막대한 행정 비용과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품 제공과 조직 동원 문제를 통제하기도 쉽지 않다. 규모가 커질수록 부정 행위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사라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형식적 민주성 확대가 곧 실질적 투명성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거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 분산

호선제는 이사회 구성원들이 회장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선거 과정의 과열 경쟁과 금권선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선거 비용과 조직 내부 갈등을 완화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권한이 이사회 중심으로 분산되면서 특정 인물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호선제는 현장 조합원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소수 인원에 의해 지도부가 결정될 경우 폐쇄적 운영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도 있다.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효율성 중심 제도가 참여 민주주의 가치를 약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절충안으로 선거인단 제도가 주목받는다. 조합장 1인에게 집중된 선출 권한을 분산해 다양한 대표가 참여하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 조합원 직선제와 호선제의 중간 형태로 대표성과 선거 관리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선거 규모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도 조합원 의사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농협 개혁의 현실적 1단계는 조합장 1인에게 집중된 선출 권한을 완화하는 확대형 선거인단 제도 도입에서 출발해야 한다. 제도 개편의 본질은 선거 방식이 아니라 권력 형성 구조의 재설계에 있다.

독립 감사기구와 내부 통제 시스템의 재설계

독립적 감사기구는 권력 집중을 견제하는 핵심 장치다. 감사 조직이 집행부 영향권에 놓이면 실질적 통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감사 인사권과 예산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만 권력남용을 감시할 수 있다. 조직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이해충돌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감사 독립성 확보는 투명성 강화의 출발점이다.

내부 통제 시스템 역시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예산 집행과 사업 추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수의계약과 특혜성 대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절차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의 기록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보 공개 확대는 조직 신뢰 회복의 핵심 수단이다.

권한 집중 구조를 유지한 채 통제 장치만 강화하는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이다. 권력 분산과 통제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실질적 개혁 효과가 나타난다. 구조 개편 없이 부분적 장치만 도입하면 새로운 권력 카르텔이 형성될 위험도 있다. 제도와 구조가 동시에 변화해야 투명성이 확보된다.

농협 개혁이 농업 생존 전략과 직결되는 이유

농협은 농민 경제활동의 핵심 기반이다. 금융 지원과 농산물 유통, 정책 사업 집행이 농협을 통해 이뤄진다. 조직 신뢰가 흔들리면 농민의 경제 활동 역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협 운영의 건전성은 곧 농업 생태계의 안정성과 연결된다.

고령화와 농촌 인구 감소, 이상기후로 인한 생산 불안정 속에서 농민들의 제도 의존도는 더욱 높아졌다. 농협은 농민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기관이 불신을 받으면 농촌 경제 전반이 급속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농협 정상화는 농정 정책 실행력 회복과도 직결된다.

따라서 농협 개혁은 조직 쇄신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협동조합 민주주의 회복은 농민 생존권 보장과 직결된다. 제도 신뢰가 회복돼야 농민들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농협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는 농업 경쟁력 회복의 전제 조건이다.

‘사람 교체’ 아닌 ‘권력구조 해체’로 가야

지도부 몇 명을 교체하는 방식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유사한 권력구조가 유지되는 한 비슷한 문제는 반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은 바뀌어도 권력이 형성되고 작동하는 방식이 같다면 결과도 달라지지 않는다. 구조개혁이 본질적 해법인 이유다.

선거 권력과 인사·예산 권한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권력 분산과 투명성 강화, 책임성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중앙회장 선출 구조 개편은 출발점일 뿐이며 권력 형성 메커니즘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제도 설계 단계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농협 개혁의 본질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가 아니다. ‘회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권력이 어떻게 통제되느냐’의 문제다.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개혁은 반복되는 이벤트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신뢰 회복은 구조적 투명성 확보에서 출발한다.

정부도 개혁 나섰지만, 구조 못 건드리면 한계는 분명

정부 역시 농협 구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 개혁 추진단’을 통해 감사 독립성 강화와 금품선거 근절 방안을 제도화하고, 관련 법안을 3월 중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자금·인사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진전된 조치다. 반복돼 온 ‘자정 약속’과 달리 정부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제도 손질이 곧 구조 개편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감사 기능을 강화하더라도 권력 형성의 출발점이 그대로면 통제 장치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금품선거 방지 규정을 강화해도 중앙회장 권한 집중 구조가 지속되면 이해관계 정치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될 수 있다. 규정은 강화됐지만 권력구조가 그대로라면 개혁은 ‘관리’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결국 이번 개혁 논의의 성패는 법률 조항의 숫자가 아니라 권력 형성 구조를 어디까지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출 구조 개편과 권한 분산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감사 독립성 강화 역시 제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농협 개혁은 행정적 개선 과제가 아니라 권력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정치·제도적 과제에 가깝다.

농협이 지금 바꿔야 할 것은 사람이 아니라, 권력이 사적으로 순환하지 못하게 만드는 구조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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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