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74)대상그룹-대상베스트코-아그로닉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11.02 19: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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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묻은' 골목상권 장악도 모자라…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조미료 '미원'과 '종가집' '청정원'브랜드로 유명한 대상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46개(해외법인 제외)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대상베스트코'와 '아그로닉스'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식자재 유통·판매

2010년 설립된 대상베스트코(옛 다물에프에스)는 냉장식품, 냉동식품, 조미식품, 가공식품 등 식자재 유통·판매 업체다. 농수축산물 도매와 단체급식 등도 한다. 때문에 요즘 한창 말 많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상베스트코는 안양, 대전, 인천, 청주, 원주 등 전국 곳곳에 식자재 전문 마트를 잇달아 열면서 지역 영세 상인들로부터 거센 반발과 비난을 받고 있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 2월 식자재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에이에스푸드서비스, 극동물류푸드, 한일마트, 푸드앤푸드시스템, 대한식자재유통, 예름에프에스, 송정유통 등 자회사들을 흡수합병한 바 있다. 최근 국감에선 상생법의 사업조정제도를 피하기 위해 지역의 유통업체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확장하는 대상베스트코의 편법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대상베스트코의 매출 구조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내부거래 비중이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매출의 40% 정도를 내부거래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베스트코는 지난해 매출 82억원 가운데 31억원(38%)을 종속회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종속회사는 중부식자재, 대한식자재유통, 신다물유통, 우덕식품, 청정식품, 싼타종합유통, 한미종합식품, 배추벌레, 만세종합유통, 한려종합식품 등이다.

아그로닉스(농업회사법인 아그로닉스)는 더하다. 2010년 설립된 아그로닉스는 과일·채소 등 농산물 도매업체로,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어려운 형편이다.

아그로닉스는 지난해 매출 853억원에서 내부거래로 채운 금액이 587억원(69%)이었다. 대상에프앤에프(407억원), 대상㈜(181억원) 등과 거래했다. 대상에프앤에프(246억원)와 대상㈜(57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아그로닉스의 매출 425억원 중 303억원(71%)에 달하는 일감을 퍼줬다.

매출 70% 계열사서 올려 "590억 거래"
임창욱 회장과 세령·상민씨 지분 소유

대상베스트코와 아그로닉스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상베스트코는 대상㈜이 70%(112만 주)의 지분을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 30%는 오너일가가 보유 중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과 그의 두 딸 세령·상민씨가 각각 10%(16만 주)씩 갖고 있다. 세령·상민씨는 아그로닉스 지분도 있다. 세령씨는 12.5%(2만 주), 상민씨는 27.5%(4만4000주)를 쥐고 있다.

임 회장은 부인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과 사이에 딸만 둘을 뒀다. 아들이 없는 임 회장은 자매를 중심으로 후계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세령씨는 199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결혼해 1남1녀를 낳고 전업주부로 지내다 2009년 이혼했다. 현재 대상그룹 외식 계열인 대상HS 대표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세령씨의 동생 상민씨는 지난 8일부터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을 맡아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화여대 사학과와 미국 파슨스 스쿨을 졸업하고 존슨앤존슨 마케팅 인턴십과 유티씨인베스트먼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9년 대상㈜ PI(Process Innovation)본부에 입사한 뒤 전략기획팀에서 기획실무를 담당하다 2010년 영국 유학길에 올라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치고 이번에 복귀했다.

상민씨는 그룹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최대주주(38.36%·1389만2630주)다. 이어 세령씨(20.41%·738만9242주), 임 회장(2.88%·104만2687주), 박 부회장(2.87%·103만8482주) 순이다.

경영권 전초기지?

대상홀딩스 역시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05년 설립된 대상홀딩스는 모회사인 대상㈜의 투자사업부문이 분할된 그룹 지주회사다. 계열사들을 상대로 자금 및 업무 지원, 경영 자문·컨설팅, 브랜드·상표권 관리 등이 주된 업무다.

그렇다보니 계열사들에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지난해 계열사 매출 비중이 88%에 달했다. 총매출 151억원에서 대상㈜(94억원)과 엠플러스사모부동산투자신탁1호(34억원), 대상에프엔에프(3억원), 대상정보기술(1억원), PT.SR(1억원) 등과의 거래액이 133억원이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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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