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전두환 특혜' 파문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01 09: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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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 29만원 들고 7차례 해외행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각종 특권이 있는 외교관 전용 여권이 수차례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실형을 선고받고 추징금도 내지 않은 전직 대통령에게는 과도한 특혜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악용해 자신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란수괴죄로 이미 실형을 선고 받았고, 1672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은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지난 9월18일 ‘외교관 여권’이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겉보기엔 일반 여권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외교관 전용 여권엔 여러 가지 혜택이 뒤따른다.

반란수괴 범죄자가…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모두 4차례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발급받은 외교관 여권은 5년의 유효기간으로, 전직 대통령에게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여권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발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법상 외교관 여권 소지자는 신분이 확실한 만큼 여러 나라를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데다 출입국과 세관 수속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 받고 외교관 면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등 특혜가 주어진다.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 일반여권으로 입출국할 수 있는 나라는 63개국인 반면, 관용여권으로는 93개국, 외교관여권으로는 96개국을 입출국할 수 있다.


홍 의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란수괴였으며 역사의 단죄를 받아 복역을 했고,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내지 않은 채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국민을 우롱했던 사람이다. 최근에도 1000만원 이상의 육사발전기금을 내는가 하면 호화 골프를 즐기는 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라며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에게만 발급돼야 하는 외교관 여권이 발급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홍 의원은 정부의 무책임 행정에 대해 지적했다. 여권법 시행령 제10조는 외교관 여권 발급을 임의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직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외교관 여권을 발급할 필요가 없다. 또 출입국 관리법 제4조 출국의 금지 조항에 따라 2000만원 이상의 벌금이나 추징금을 내지 않은 사람은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전관예우 외교 여권 발급…부적절 행정 도마
그룹 총수 등 경제 범죄자도 발급 대상 지적

홍 의원은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인다고 해외에서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지나친 모순이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발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 전 대통령은 1997년(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사면을 건의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복권시켰기 때문에 현행법상 전 전 대통령이 외교관 여권을 신청하면 거부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홍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2월 캄보디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4개국, 2001년 12월 중국, 2002년 6월과 12월 일본과 중국, 2006년 5월 일본, 2007년 7월과 10월 미국과 중국 등 7차례에 걸쳐 외교관 여권을 통해 출국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도 도마에 올랐다. 현재 여권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여권 발급 대상은 전직 대통령, 전직총리, 전직 국회의장, 전직 외교통상부 장관에게까지 제한 없이 발급되도록 되어있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횡령·배임·분식회계 등의 경제 범죄로 유죄를 받은 경제사범들도 국제올림픽(IOC)위원이라는 이유로 외교관 여권 발급 대상이 된다.

지난해 10월에는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IOC위원 자격정지 중에도 외교관여권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돼 파문이 일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재미언론인 안치용씨는 이 회장이 삼성비자금사건으로 IOC위원자격이 정지됐던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IOC위원으로 볼 수 없는 시기에도 외교관여권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아울러 IOC위원으로서의 활동 이외에 삼성의 해외지사 출장 등 삼성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 외교관여권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두고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홍 의원은 “외교관 여권 발급대상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여권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네티즌들 역시 외교관 여권 발급이 남발되는 현행 여권법 시행령을 질타했다. 트위터 아이디 ‘jh***’는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0년 1월 11일 LA국제공항에서 미화 1만1000달러와 한화 2억1000만원을 소지한 채 5000달러미만으로 신고하고 입국하다 미국세관에 적발돼 외화밀반출의혹을 받은 바 있다”며 “그런 그가 사용 시기와 용도에 적절하게 외교관 여권을 사용하는지 의심스럽다. 외교관 여권을 민간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회장님도 외교관?

또 다른 트위터 아이디 ‘kw***’은 “나라가 거꾸로 간다”며 “학살자에게 외교관여권을 발급해주고 온갖 특혜를 다 주는 나라 정상인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고 아이디 ‘me***’도 “매년 세금 9억원이 전두환을 지켜주는데 쓰이는 것도 화가 나는데 외교부가 출국금지 대상인 그에게 해외에서 모든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해 줬다”며 “국가에 납부해야 할 추징금 1672억원도 내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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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