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⑬흉내 내는 미8군 쇼단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6.02.09 02:47:46
  • 호수 1570호
  • 댓글 0개

“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피에로는 마이크를 빼들고 입으로 가져가 백남봉이나 남보원이 하듯 원맨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긴 휘파람 소리는 대포알이나 미사일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묘사하는 성싶었다.

이어 폭발하는 소리가 꽤나 요란했으나 앞니가 빠졌기 때문인지 더러 불발탄 같은 싱거운 소음도 섞였다. 그래도 피에로는 열심히 성대모사를 해 나갔다.

성대모사

“드드드드…타타타타타…피융 피융…으윽, 내가 죽었다고 말하지 말라! 제군들은 삼천리 금수강산과 한민족을 위해 사즉생의 정신으로 싸워 달라…드르륵 드르륵 콰쾅…… 으흑, 나는 피눈물을 머금고 가네…소련 놈한테 속지 말고, 미국 놈들 믿지 말고…참다운 자주 독립과 해방 세상을 이뤄다오….”


마지막 말은 불분명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저 피에로 형은 뜬금없이 왜 저런 소릴 지껄이고 있을까, 하고 청운은 고개를 저었다.

‘무대에서 저런 덜떨어진 헛소릴 왜 하는 거야? 더군다나 대부분의 관객이 미국 군인인 판에 누가 그런 이상스런 소릴 알아먹겠느냐구, 응? 가만 있자, 혹시 미군들이 알아먹지 못하게 일부러 그런 대사를 늘어놓은 건 아닐까? 흠, 하지만 만일 그렇다면 그건 이 홀에선 아무런 메아리도 없고 의미도 전달되지 못하는 독백에 불과하지 않느냔 말야.’

청운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에로는 지팡이를 빙빙 돌리며 한국 말로 계속 지껄였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코리아 채플린 쑈가 시작되겠습니다! 자, 박수로 환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박수 소리는 별로 나지 않았다. 그 대신 검푸른 장막을 젖히며 한 아가씨가 무대로 툭 뛰어나왔다. 장막 위쪽에 매달린 별들이 흔들리며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무명 저고리에 검정 치마 차림인 그녀는 한쪽 팔목에 꽃이 가득 담긴 대바구니를 걸고 있었다. 아담하고 가냘파 보이는 몸매였다.

그녀는 한숨을 폭폭 내쉬며 종종걸음으로 이리저리 거닌다. 무슨 큰 고민거리라도 있는 모양이다. 급기야 무릎을 꿇고 앉아 하늘 향해 빌며 기도를 드린다.


그때 방랑자 채플린이 지팡이를 빙빙 돌리며 지나간다. 꽃팔이 아가씨는 마치 그가 하느님이라도 되는 양 우러러보며 꽃 한 송이만 팔아 달라고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한다.

무언극이라 말은 없지만 무수한 말보다 더 애절해 보인다.

채플린은 콧수염을 움찔거리며 고민스런 표정이다. 그러더니 천천히 아가씨를 일으켜 세워 정겨운 미소를 짓는다.

아가씨가 안도의 숨을 쉬자 그는 그녀의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곤 뭔지 한동안 속삭인다. 아가씨는 좀 놀란 눈으로 머뭇거렸으나 채플린의 재촉에 못 이겨 결국 한 발짝 두 발짝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간다.

그러고는 대바구니에서 조화 같은 장미와 동백꽃을 집어들어 미군들을 향해 공손히 던졌다. 키스를 함께 담아….

반응은 별 신통찮았으나 동전 몇 개가 무대 바닥으로 되돌아오긴 했다.

꽃팔이 아가씨는 몸을 굽혀 그걸 주웠다. 그리고 콧노래를 여리게 흥얼거리며 일어서는 순간 채플린은 갑자기 뒤돌아서며 음흉한 히틀러의 웃음을 흘린다.

어느 새 그의 머리 위엔 낡아 빠진 방랑자의 모자 대신 금빛 별이 달린 대원수의 군모가 얹혀 있다. 히틀러는 독사 같은 눈으로 아가씨를 노려본다.

그녀가 흐느끼며 마지못해 동전을 건네주자 히틀러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레 웃곤 꽃팔이의 야윈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삐딱삐딱 걸어 장막 뒤로 사라진다.

홀의 관객들 속에서는 야유가 흘러 나왔다. 아무래도 히틀러의 사악함을 질타하기보다는 짝퉁 채플린의 연기에 실망한 나머지 내는 소리가 아닌가 싶었다.

6·25전쟁은 미국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하는 계기가 되었다. 휴전 이후 한국에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게 되면서 소위 ‘GI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의 미군 주둔 캠프가 있었고 그곳에는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클럽이 있었는데 그곳 무대가 미8군 쇼 무대이고 여기에서 연주하거나 노래하는 이들을 미8군 연예인이라고 불렀다.


미8군 쇼는 노래, 춤, 코미디, 마술 등이 가미된 버라이어티 쇼의 형태를 취했기에 악단, 가수, 무용수, 코미디언이 모두 포함된 쇼단을 구성하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6·25 이후 미국 대중문화 상륙
전국 각지 주둔 캠프 클럽 무대

이봉조의 헐리우드 쇼, 김희갑의 에이원 쇼, 베니 김(김영순)의 베니 쇼, 송민영의 토미아리오 쇼, 박성원의 블랙 아이스 쇼, 김동석의 웨스턴 주빌리 쇼 등이 당시 활동한 미8군 쇼단들이었다.

미8군 무대는 1960년대 전반기에 전성기를 누리고 베트남전쟁이 발발하면서 쇠퇴했지만, 한국 대중음악에 깊은 영향을 행사했다.

이들은 분기별로 용산의 USIS라는 곳에서 공개오디션을 거쳐 실력을 인정받아야만 무대에 설 수 있었다. 오디션에서 부여받은 레벨은 음악인의 가치이며 거기에 근거해 실력자들은 충분한 보수를 보장받았다.

미8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왕도는 없었다. 최신 레퍼토리를 입수해 끊임없이 연습함으로써 실력과 흥행성을 배가하는 길이 유일했다.


악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에 미군 라디오 방송을 녹음하고 최신 음반을 입수해 일일이 채보하면서 소속 용역회사 창고에서 지지리 연습했다.

미8군 쇼가 긍정적인 영향만 끼친 건 아니었다. 비록 불모지인 연예계에 물줄기를 불어 넣고 끼 있는 연예인을 발굴하는 역할을 일정 정도 했지만 한국 고유의 정서는 철저히 무시당했다.

미8군 무대에 선 가수나 코미디언들은 독창적인 재능보다는 미국 본토의 인기 연예인을 가능한 만큼 똑같이 모방할 때 훨씬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패티 킴은 패티 페이지를, 하숙생 최희준은 냇킹 콜을 모창했고, 위키 리는 바비 달린을 모방해 인기를 얻었다.

누구는 봅 호프를, 또 누구는 프랭크 시내트라를, 누군가는 제임스 딘을, 그리고 재기발랄한 김상국조차도 루이 암스트롱을 흉내내야만 계속 무대에 설 수가 있었다.

그들은 예인으로서의 독창성과 자부심보다는 미국 본토에 있는 오리지널의 이미지를 그럴 듯하게 복사(capy)함으로써 가치를 인정받는 신세였다.

그들이 한국에서 유명짜한 밤무대 가수로 뛸 때 미8군 무대에서의 경험과 인기는 실력의 기준이 되었다.

그 자신 유명한 미국 개그맨을 모방하는 밤무대의 사회자가 출연자를 ‘미8군 출신!’이라고 소개하면 현란스러운 홀은 금세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일단 퇴장했던 피에로는 곧 무대 위에 다시 나타나 능글능글한 목청으로 다음에 등장할 여가수를 뻥튀기로 소개하곤 내빼 버렸다.

이국적인 얼굴에 키가 후리후리한 패리 킴이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티브이에 자주 출연하는 패티 킴과 비슷한 모습에 똑같은 창법이었으나 참된 기운이 부족한 짝퉁의 모창이었다.

그런 대로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인지 환호성이 일었다.

홀 여기저기서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남녀가 서로 껴안은 채 쪽쪽 빨아대는 소리가 났다.

먼 이국땅에서 온 사내들은 작고 분단된 코리아의 여인들에게서 모정을 느끼는 것일까? 혹은….

모방의 밤무대

청운이 술잔을 비우고 탁자에 놓는데 피에로가 분장을 지운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물이 빠진 골덴 바지 위에 검은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쑈는 끝났어. 이젠 호랑나비와 범나비들끼리 짝을 맞춰 하룻밤 사랑 유희 하는 일만 남았는걸.”

“응, 그렇군.”

“가자.”

“어디로?”

“아무튼 여길 나가서….”

“응.”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