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왜 수입을 전략으로 안 보나

세계는 이미 ‘공급망 전쟁’ 참전

한국은 오랫동안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였다. 무역 흑자가 국가 성적표였고, 해외로 얼마나 많이 파느냐가 정부와 기업의 능력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한국무역협회(KITA)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각종 수출 진흥 기관이 한국 경제의 심장처럼 작동해 왔다. 수출이 곧 국력이었고, 수출 증가는 곧 성공이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 공식은 무너졌다.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식량, 의약품, 희토류까지 한국 경제의 핵심은 이제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다. 필요한 것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여오느냐가 성장과 안보를 동시에 결정한다. 지금 세계는 수출의 시대가 아니라 공급망의 시대다.

성장과 안보
동시에 결정

그런데 한국의 제도와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수출을 장려하는 조직은 강력하지만 수입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주변부에 놓여 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에 비해 한국수입협회(KOIMA)의 존재감은 턱없이 작다.

산업과 안보가 결합된 이 시대에 수입은 곧 국가의 생존선인데 우리나라가 수입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수출의 나라, 그러나 이젠 공급망의 나라= 한국은 수출로 성장한 나라다. 무역협회와 코트라는 지난 60년 동안 수출 전선의 사령부 역할을 해왔다. 수출 실적은 곧 국력으로 인식됐고, 무역 흑자는 정부의 성과표였다. 우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역국가로 성장했다. 이 구조는 한국의 산업화와 중산층 형성을 동시에 떠받쳤다.


그러나 이제 구조가 바뀌었다. 반도체와 배터리, 에너지와 식량, 의약품과 희토류는 모두 해외에서 원료와 부품이 들어와야만 산업이 돌아간다. 수출은 돈을 벌지만, 수입은 공장을 살린다. 공급망이 무너지면 아무리 수출 능력이 있어도 의미가 없다. 실제로 최근의 경제 위기는 모두 공급망에서 시작됐다.

이제 한국은 ‘수출의 나라’에서 ‘공급망의 나라’로 전환해야 한다.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나 안정적으로 들여오느냐가 국가 경쟁력이 된다. 이 변화에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국가 번영은 취약해진다. 경제 성과와 국가 생존이 더 이상 같은 방향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수입 전쟁’에 들어섰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 전쟁의 본질은 수출이 아니라 수입 통제다. 반도체 장비, 배터리 원료, 희토류, 의약품 같은 전략 물자는 이제 군사적 자산처럼 관리된다. 누가 누구에게서 들여오느냐가 외교의 핵심이 됐다. 공급망은 이제 외교 협상 테이블의 가장 앞줄에 놓여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2020년 들어 공식 무너져

유럽과 일본은 이미 수입을 국가안보 문서에 포함시키고 있다. 특정 국가 의존도를 제한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며, 위기 시 비축 물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에너지와 원자재, 핵심 부품 등에 이르는 조달 체계를 국가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수입은 더 이상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다. 조달 전략이 곧 안보 전략이 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만 여전히 수출 지표에 매달리고 있다. 공장이 멈추는 이유는 주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품과 원료가 끊겼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조선과 자동차 모두 공급망 앞에서 동시에 취약해진다. 공급망이 곧 경제의 생명선이다. 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성장도 안보도 함께 흔들린다.

수입협회, 가장 조용한 전략 기관= 수입협회는 화려하지 않다. 대기업 광고도 없고, 언론의 주목도 적다. 그러나 이 조직은 한국 산업의 혈관을 관리하는 곳이다. 에너지, 원자재, 부품, 식량, 소재가 이 협회의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온다. 보이지 않지만 이 흐름이 멈추면 산업은 즉시 마비된다. 바로 이 점이 수입협회의 존재 이유다.


수입협회는 단순한 중개 조직이 아니다. 해외 공급자 발굴, 국가별 리스크 분석, 조달선 다변화, 긴급 수입 체계 구축까지 모두 담당한다. 이는 무역이 아니라 경제 안보의 영역이다. 민간 조직이지만 사실상 국가 공급망의 한 축이다. 산업통상부와 외교부의 정책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연결하는 역할도 맡는다.

수입협회
큰 역할

한국이 경제위기를 맞을수록 이 조직의 중요성은 커진다. 수입이 끊기는 순간 산업은 멈추고, 산업이 멈추면 국가는 흔들린다. 수입협회는 평소 보이지 않지만, 위기 때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이들이 조용히 버텨주기에 경제는 연속성을 유지한다. 공급망의 마지막 안전망이 바로 이곳이다.

수입협회 부회장이 던진 경고= 필자는 최근 이의시 수입협회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지금 세계는 물건을 파는 경쟁이 아니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의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자재와 핵심 부품은 이미 외교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했다. 국가 간 관계가 곧 조달 능력을 결정하는 시대라는 의미였다.

그는 또 “수입선 하나가 끊기면 공장 하나가 아니라 산업 하나가 멈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반도체를 수출하지만, 그 반도체를 만드는 재료와 장비는 외국에서 들어온다. 이 체인이 끊기면 수출은 무의미해진다. 공급망이 끊긴 수출은 숫자만 남을 뿐이다.

이 부회장의 말은 업계의 하소연이 아니라 국가 전략에 대한 경고였다. 수입을 관리하지 않는 나라는 산업 주권을 가질 수 없다. 이 시대의 경쟁력은 확보 능력이다. 누가 더 많이 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의 경쟁으로 세계는 이미 바뀌었다.

수출 강국, 그러나 수입 전략은 비어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수출 지원 체계를 갖고 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는 해외시장 개척과 기업 지원에서 막강한 역할을 해왔다. 산업화 시대에는 이것이 한국 성공의 핵심이었다. 수출 드라이브는 한국을 가난한 나라에서 산업국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 제조업의 병목은 판매가 아니라 조달이다. 공장을 더 지을 수 있어도, 원료와 부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정책과 예산은 여전히 수출 쪽에 집중돼있다. 이 구조는 현실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공급망 유지

수입협회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국가 전략의 중심에는 서 있지 못했다. 현장에서 조달 리스크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조직이 제도권에서는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이 불균형이 바로 한국 경제의 가장 위험한 구조적 취약점이다. 수출과 수입의 위상이 뒤바뀐 시대에 제도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

공급망은 경제가 아닌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은 곡물과 에너지의 흐름을 무너뜨렸으며, 중동의 불안은 한국 산업의 연료비를 흔들었고, 대만 해협의 긴장은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했다. 이 세 지역의 불안은 서로 다른 전쟁처럼 보이지만, 모두 한국의 조달선에 직접적인 충격을 줬다. 세계의 균열이 곧바로 한국 경제에 비용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제 공급망은 금융이나 무역을 넘어 군사와 외교의 영역이 됐다. 누가 누구에게서 들여오는지는 그 나라의 전략을 말해준다. 수입 루트는 곧 외교 지도다.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는 정치적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수입 구조는 이제 국가 전략 문서에 올라가야 할 사안이 됐다.


한국이 수출 중심 사고에 머물면, 우리는 언제든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수입을 전략화할 때 비로소 국가는 안정된다. 조달 능력이 흔들리지 않을 때 산업도 외교도 일관성을 가질 수 있다. 공급망을 통제하는 나라만이 위기 속에서도 자율성을 지킬 수 있다.

수입협회는 보이지 않는 국경수비대= 군대가 영토를 지킨다면, 수입협회는 산업의 국경을 지킨다. 철강, 배터리, 반도체, 식품, 의약품 산업이 끊기지 않도록 해외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다. 수입협회는 총알과 미사일이 아니라 계약서와 선적 스케줄로 국가의 생존선을 지킨다. 전쟁이 나지 않아도 경제 봉쇄는 언제든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협회는 전쟁과 제재가 시작되기 전 대체 루트를 만들 수 있다.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조달선을 바꿀 수 있다. 이는 시장 기능이 아니라 국가 기능이어야 한다.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치·외교 리스크를 미리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망은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지원 체계
결국 세계의 흐름 결정

수입협회는 이미 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국가가 이를 공식 전략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안보·외교·산업 정책의 한 축으로 제도화하지 않는 한 수입협회의 역량은 개별 기업의 대응 수준에 머문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인프라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트럼프의 관세는 수출 정책이 아닌 ‘수입 통제’= 도널드 트럼프가 벌였던 관세 전쟁은 흔히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해석되지만, 본질은 수입 통제였다. 그는 미국에 들어오는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부품의 흐름을 정치적으로 재설계했다.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것도 미국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조달선을 중국에서 떼어내기 위한 전략이었다.


트럼프가 문제 삼은 것은 ‘얼마나 팔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서 사느냐’였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관세, 수입 규제, 원산지 규칙을 동원해 미국 기업들의 구매 루트를 바꾸려 했다. 이는 무역 정책이 아니라 공급망 통제 정책이었다.

앞으로도 미국은 이 전략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에 대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국가 전략으로 유지하고 있다. 관세는 수입 가격을 조정하는 도구일 뿐, 그 목적은 조달 질서를 바꾸는 데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가 이미 ‘수입 전쟁’에 들어섰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다.

미국과 일본은 ‘수입 조직’이 국가 권력= 미국에는 눈에 띄는 ‘수입협회’라는 간판은 없지만, 실제로는 훨씬 강력한 국가 조달 체계를 갖고 있다. 미 상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그리고 전략물자 조달을 담당하는 DLA(Defense Logistics Agency)는 전 세계 공급망을 군사 작전처럼 관리한다.

미국이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의약품을 어디서 들여올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다.

일본은 더 노골적이다. 일본의 JOGMEC(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 무역보험기구(NEXI), 종합상사 네트워크는 사실상 국가 수입 사령부다. 일본 기업들은 개별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만들어 둔 조달망 안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일본은 자원이 없는 나라임에도 공급망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이 두 나라는 수입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다. 조달선, 비축량, 대체 루트는 국가 전략 문서에 들어간다. 한국처럼 수입을 민간의 거래 문제로 방치하지 않는다. 수입 조직이 곧 국가 권력인 나라와 수입을 여전히 ‘상거래’로 보는 나라 사이의 격차가 바로 오늘의 글로벌 경쟁력 차이다.

한국 경제의 다음 전략 축은 수입= AI 시대와 기후위기 시대에 한국은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 전기차, 반도체 공장은 모두 이전보다 훨씬 많은 원자재를 소비한다. 수입 없는 첨단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 기술 강국일수록 해외 자원과 부품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더 커진다.

한국 경제
다음 전략

이제 한국 경제의 전략 축은 수출에서 수입으로 이동해야 한다. 무엇을 팔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국가의 질문이 돼야 한다. 공급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는 성장의 속도도, 위기의 깊이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수입협회는 그 질문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조직이다. 이 조직을 중심부로 올려놓는 순간, 한국은 비로소 공급망 국가가 된다. 수출로 컸다면, 이제 수입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자원을 지배하는 국가는 시장을 지배하고, 시장을 지배하는 국가는 결국 세계의 흐름을 결정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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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