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세 번의 생중계, 대통령의 시간은 어디서 흔들렸나

국무회의·기자회견·타운홀 미팅이 드러낸 권력의 시간과 통치 리듬

우리나라 정치는 지금 새로운 장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국무회의, 기자회견, 타운홀 미팅이 연달아 생중계되며, 권력은 더 이상 편집된 이미지가 아니라 작동하는 과정으로 국민 앞에 놓였다. 대통령의 말과 침묵, 질문과 판단, 망설임과 결정까지가 그대로 기록되는 시대다. 이는 단순한 공개가 아니라 통치 방식 자체의 변화다.

그러나 공개가 곧 성숙은 아니다. 보여주는 정치가 설계되지 않으면, 국정은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어떤 구조로 보여주느냐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생중계의 실험은 지금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세 번의 생중계, 하나의 대통령

지난 20일 국무회의, 21일 신년 기자회견, 23일 울산 타운홀미팅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모두 대통령이 직접 주관했고, 장시간 편집 없이 공개됐다. 국민은 국가 권력이 작동하는 시간을 연속으로 목격했다. 이는 이벤트가 아니라 통치의 리듬이었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묻는 사람이었고, 기자회견에서는 답하는 사람이었으며, 타운홀 미팅에서는 대화하는 사람이었다. 형식은 달랐지만 세 장면은 하나의 통치 곡선을 그렸다. 질문과 응답, 결정과 공감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이어졌다.

과거의 대통령들은 대개 결과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과정을 선택했다. 생각하고 판단하고 수정하는 시간이 국민 앞에 놓였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새로운 실험이다. 권력이 스스로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검증받는 구조가 처음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무회의·기자회견·타운홀 미팅의 다른 얼굴

국무회의는 헌법이 규정한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다. 보고와 토론, 판단과 결정이 가장 압축된 시간이다. 이 공간에서 대통령의 질문은 곧 국가의 방향을 의미한다. 장관들의 말보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정책의 궤도를 바꾸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친절보다 정확함이, 감정보다 구조가 우선하는 시간이다.

기자회견은 검증의 무대다. 질문은 권력을 시험하고, 답변은 책임을 요구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여기서 국가의 공식 언어가 된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가 외교와 시장, 여론에 즉시 반영된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즉흥보다 정제가, 솔직함보다 책임이 더 중요하다.

타운홀 미팅은 시민과 만나는 시간이다. 정책보다 체감이 먼저 나오고, 구조보다 감정이 앞선다. 이 형식은 거리와 벽을 허무는 데 목적이 있다. 대통령과 시민이 같은 언어로 말하는 드문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국정의 무게가 흐려질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

이 세 형식은 목적과 리듬이 서로 다르다. 같은 방식으로 운영될 수 없다. 국무회의의 밀도와 타운홀 미팅의 자유는 같은 화면 안에 있어도 같은 규칙을 따를 수 없다. 이 구분을 무시하는 순간, 공개는 소통이 아니라 혼선이 된다. 권력의 투명성이 곧 권력의 분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자 시사펀치가 본 ‘질문하고 답하는 대통령’

22일자 칼럼(일요시사 김삼기의 시사펀치)에서 필자는 이 대통령의 공개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무회의와 신년 기자회견은 ‘질문하고 답하는 통치’라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질문을 공개하는 권력은 닫히지 않는다. 권력이 스스로를 검증대에 올려놓는 순간, 민주주의는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당시 대통령은 보고서가 아니라 현장을 물었고, 형식적 답변보다 실제 작동 여부를 따졌다. 기자회견에서도 완벽한 답보다 조건과 한계를 설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연출된 자신감이 아니라, 작동하는 행정의 자신감이었다. 국정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서 막히는지를 숨기지 않는 태도였다.

그 생중계는 길었지만 무겁고 밀도가 있었다. 질문과 답이 국정의 큰 방향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국가 운영의 맥박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 공개는 피로가 아니라 신뢰를 만들었다. 국민은 설명받는 객체가 아니라 함께 판단하는 주체로 초대됐다.

그 시점까지 생중계는 투명성을 넘어 책임의 공개였다. 대통령은 보이는 권력이 아니라 설명하는 권력으로 자신을 위치시켰다. 이는 한국 정치에서 드문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실험은 의미가 있었다. 권력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대신 검증에 맡긴 드문 장면이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서 흐트러진 시간

울산 타운홀 미팅은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들었다. 현장은 생생했고 시민의 언어는 살아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시간이 지나치게 분산되었다. 중앙정부가 다룰 사안과 현장 민원이 한 테이블에 섞였다. 국정의 우선순위가 화면 속에서 평면화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시민의 목소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질문이 대통령에게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 없는 직접성은 국정의 책임선을 흐린다. 대통령이 모든 문제의 접수창구가 되는 순간, 행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국가의 의사결정 체계가 개인의 즉각성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해결사가 아니라 설계자다. 문제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다. 타운홀 미팅에서 이 구분이 흐려질수록 국정의 중심도 함께 흔들린다. 권력이 구조를 떠나 감정에 머물 때 정책은 방향을 잃는다.

자칫 타운홀 미팅 생중계가 공감의 장이 아니라 즉흥의 장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친근함이 권위와 구조를 대체할 수는 없다. 국가 운영의 밀도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에서 나온다. 민주주의는 공감이 아니라 제도로 유지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시간은 국가의 시간

2026년 대한민국 예산은 약 728조원이다. 하루로 나누면 약 2조원, 시간으로 나누면 약 55억원대 움직인다. 대통령의 한 시간은 개인의 시간이 아니라 국가의 자원이다. 그 시간이 어디에 쓰이느냐가 곧 국정의 방향이다. 대통령의 일정표는 국가의 재정 운용만큼이나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대통령의 일정은 철저히 구조화돼야 한다. 어떤 질문을 직접 받고, 어떤 사안을 위임할지가 미리 정리되지 않으면 국정은 즉흥으로 흘러간다. 즉흥은 소통에서는 미덕일 수 있어도, 통치에서는 위험이다. 국정은 반응이 아니라 설계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국무회의의 질문과 기자회견의 답변은 국가의 큰 축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타운홀 미팅에서는 그 축이 흐트러졌다. 국가 운영의 시간과 시민 소통의 시간이 섞여 버린 것이다. 그 결과 국정의 초점이 전략에서 현장 감정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시간 관리가 곧 권력 관리다. 대통령의 일정표는 국정의 설계도다. 그것이 흐트러질 때, 국정도 함께 흐트러진다. 어떤 사안이 대통령의 시간을 차지하느냐는 곧 국가가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느냐를 보여준다. 그래서 일정의 배치는 정책보다 더 직접적으로 권력의 방향을 드러낸다.

생중계 정치가 넘어야 할 선

생중계는 민주주의를 투명하게 만든다. 그러나 투명함이 곧 효율은 아니다. 보여주는 정치가 설계되지 않으면 국정은 이미지 정치에 갇힌다. 공개가 오히려 국정을 가볍게 만들 수 있다. 권력이 화면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책은 깊이를 잃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도어스태핑을 중단한 것도 이 위험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외교와 안보, 시장을 흔드는 자리기 때문이다. 즉흥적 공개는 때로 국가 비용이 된다. 대통령의 언어는 개인의 발언이 아니라 국가의 신호다.

이 대통령은 공개를 택했다. 그러나 공개는 더 높은 정제를 요구한다. 준비되지 않은 말은 솔직함이 아니라 위험이다. 질문이 자유로울수록 답변은 더 정확해야 한다. 개방된 권력일수록 언어는 더 엄격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

생중계 정치는 훈련된 권력만이 감당할 수 있다. 구조 없는 개방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혼란이 된다. 이 균형이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공개와 통제, 소통과 설계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면 국정은 방향을 잃는다. 지금 이 실험은 투명성의 성패가 아니라 통치 능력의 성숙도를 가르는 순간이다.

대통령은 연출자가 아니라 지휘자

국무회의는 국가의 오케스트라다. 기자회견은 그 음악을 국민에게 해설하는 시간이고, 타운홀 미팅은 청중과 연주자가 만나는 무대다. 이 세 무대는 모두 필요하지만, 같은 리듬으로 연주될 수는 없다. 각 무대가 제 역할을 할 때 국가의 소리는 비로소 조화를 이룬다.

대통령은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의 흐름을 조율하는 지휘자다. 언제 누구에게 연주하게 할지를 정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 판단이 곧 국정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한다. 그래서 지휘자의 침묵과 개입 모두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타운홀 미팅에서 대통령이 모든 질문을 직접 떠안는 순간, 지휘자는 연주자가 되어 버린다. 국정의 리듬은 그때부터 흐트러진다. 조율자가 사라진 오케스트라는 소음이 된다. 많은 소리가 동시에 나와도 음악이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의 품격은 친근함이 아니라 역할의 정확성에서 나온다. 대통령이 자신의 자리를 지킬 때, 국정도 제자리를 지킨다. 자리의 무게를 지키는 것이 곧 권력의 품위다. 권한을 넘지 않고 책임을 놓치지 않는 태도에서 통치의 격이 만들어진다.

공개는 유지하되, 구조는 세워야

이 대통령의 공개 통치는 옳은 방향이다. 질문을 숨기지 않고, 답을 회피하지 않는 권력은 민주주의를 강하게 만든다. 이는 한국 정치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미덕이기도 하다. 밀실이 아니라 화면 위에서 작동하는 권력은 스스로를 더 엄격하게 만든다.

그러나 공개는 구조 위에 놓여야 한다. 국무회의는 전략의 시간, 기자회견은 설명의 시간, 타운홀 미팅은 공감의 시간으로 분리돼야 한다. 이 구분이 있을 때 공개는 힘을 갖는다. 구조 없는 공개는 투명함이 아니라 과잉 노출이 된다. 국정의 중심이 화면의 소음에 묻히지 않기 위해서다.

대통령의 품격은 말투가 아니라 시간 관리에서 드러난다. 어디에 얼마의 시간을 쓰느냐가 곧 국가의 방향이다. 무엇을 대통령이 직접 다루고, 무엇을 위임하느냐가 통치의 수준을 보여준다. 권력은 결국 시간의 배분으로 측정된다.

생중계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그것은 국정의 품격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보여주는 정치가 아니라 설계된 공개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의 시간은 흩어지지 않고, 국민의 신뢰로 축적된다. 그것이 이 공개 통치가 추구해야 할 다음 단계다. 

<skkim5961@naver.com>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