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코스피 5000, 지방선거 최대 변수 부상

쥐락펴락하는 AI 사이클
6·3 지선서 2030 표심까지

지난 22일, 한국 증시는 하나의 선을 넘었다. 코스피 5000 돌파는 금융시장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정치의 시간표를 바꾸는 신호이기도 했다. 자산시장의 움직임이 이제 국정 평가와 선거 지형을 동시에 흔드는 단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정치는 오랫동안 이념과 진영, 프레임의 경쟁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대중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온 주식시장은 이 문법을 바꾸고 있다. 계좌 수익률은 뉴스보다 빠르고, 체감은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 선거의 바람이 정치가 아니라 시장에서 만들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 변화의 중심에 인공지능(AI) 사이클이 있다. 반도체와 제조업, 그리고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이 거대한 기술·산업 파동이 이어진다면 이재명정부는 정치적 호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5000피는 성과가 아니라 책임으로 바뀐다.

6·3 지방선거에서 2028 총선, 2030 대선까지 한국 정치의 향방은 이제 AI가 만드는 경제 파동 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5000피, 정치의 ‘체감 계좌’

코스피는 22일 장중 5000선을 넘어섰다. 종가는 5000 아래로 내려왔지만, 시장이 남긴 흔적은 숫자보다 컸다. ‘꿈의 지수’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경제 기사보다 먼저 자기 계좌를 열었다. 그리고 그 체감은 곧 정치의 온도로 번졌다.

정치는 본래 구호로 승부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는 체감으로 끝난다. 민심은 논쟁보다 생활을, 명분보다 손익을, 설명보다 결과를 더 빠르게 받아들인다. 5000피는 바로 그 체감의 속도를 바꿔 놨다. ‘나라가 돌아가는가’가 아니라 ‘내 돈이 돌아오는가’가 매일 갱신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국 선거의 가장 잔혹한 경제 변수는 부동산이었다. 그러나 부동산은 이제 많은 사람에게 정책으로도 쉽게 만지지 못하는 영역이 됐고, 환금성과 진입 장벽 때문에 체감이 느리다. 반면 주식은 다르다. 클릭 한번으로 손익이 뜨고, 하루 만에 감정이 바뀐다. 이 속도는 선거의 리듬을 바꾼다.

여기에 하나의 사실이 더해진다. 주식은 더 이상 ‘일부의 취미’가 아니다. 급여계좌처럼 생활 속에 들어와 있고, 중복을 포함해 수많은 계좌가 시장의 등락을 매일 확인한다. 정치가 여론조사로 읽는 민심보다 시장이 계좌로 만들어내는 체감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다.

그래서 5000피는 단순한 자산시장의 이벤트가 아니다. 경제지표가 정치 지표를 덮어버리는 순간이자, 선거의 언어가 ‘프레임’에서 ‘수익률’로 이동하는 신호다. 정치가 계좌를 이길 수 없는 시기가 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AI 사이클이 있다.

구도와 인물 사이에 낀 코스피

선거의 3대 요소는 구도, 인물, 바람이다. 대개는 정치가 이 세 가지를 설계한다. 여야가 대립 구도를 만들고, 인물을 세우고, 바람을 촉발해 투표장으로 끌어낸다. 그런데 코스피가 무한질주에 가까운 속도로 오르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가 만들던 바람 위에 자산시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바람이 덧씌워지고 있다.

정치가 만든 바람은 쉽게 쪼개진다. “내란 청산”과 “독재 저지” 같은 구호는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키지만, 중도층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 두긴 어렵다. 특히 지방선거는 생활 감각이 강해, 중앙 정치의 거대한 프레임이 현장에서 마찰을 일으키기 쉽다. 그 틈을 파고드는 것이 경제이고, 지금 그 중심에 코스피가 있다.

경제는 구도도, 인물도, 바람도 한번에 바꾼다. 코스피가 오르면 현상 유지가 유리해지고, 꺾이면 심판 정서가 급격히 확장된다. 과거에는 그 역할을 부동산이 맡았지만, 지금은 주식이 그 자리를 상당 부분 대체했다. 부동산은 ‘소유자’만 체감하지만, 코스피는 ‘참여자’ 모두가 동시에 느낀다.

코로나 이후 ‘동학개미’라는 거대한 유권자층이 형성됐다. 지역·이념·세대가 섞여 있어 정치적 분류가 어렵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코스피의 등락에 민감하고, 손익에 즉각 반응하며, 정책 신호를 시장을 통해 해석한다는 점이다. 이제 선거판의 바람은 정치 구호보다 지수와 시세가 더 빠르게 만들어낸다.

부동산서 주식으로 이동한 표심

고환율·고물가 시대에 사람들은 안전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탈출구를 찾는다. 월급이 물가를 못 따라가면 자산시장이 곧 생활의 보조 호흡이 된다. 그때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부동산은 높고 멀고 무겁다. 진입 비용이 크고, 거래가 느리고, 실패하면 회복이 오래 걸린다.

반면 주식은 문턱이 낮다.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고, 환금성이 높은 데다 정보도 많으며, 무엇보다 “내가 선택했다”는 감각이 강하다. 사람들은 실패해도 ‘정책 탓’만 하진 않는다. 하지만 폭락처럼 충격이 크면 그때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상승은 내 선택, 하락은 정부 책임이라는 정치적 감정이 작동한다.

동학개미는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다. 이제는 생활형 유권자이자 여론의 속도계다. 시장이 오르면 ‘정권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상승장이 이어질 때는 악재가 터져도 불만이 곧바로 폭발하기보다 한박자 늦게 번지는 장면이 반복된다. 경제가 정치를 덮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구조에는 함정이 있다. 주식은 계좌를 통해 매일 체감되기 때문에 민심의 변곡점도 매우 짧아진다. 정부가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쌓아도 시장이 꺾이면 그 성과는 한동안 가려진다. 특히 지방선거처럼 일상적 체감이 중요한 선거에서는 더욱 그렇다.

AI 사이클, 정권의 상승 엔진

코스피 5000의 배경에는 여러 설명이 붙는다. 외국인 수급, 이익 모멘텀, 밸류에이션 재평가, 지배구조 개선 기대,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같은 주주환원 정책. 그러나 이런 설명의 중심에는 결국 하나가 있다. AI 수요가 반도체와 제조업의 실적을 밀어 올리는 사이클이다.

이 사이클은 ‘정권에게 유리한 바람’을 만든다. AI 사이클이 지속되면 수출과 실적이 견인되고, 대형주가 지수를 끌어올리고, 그 지수가 체감을 자극하며, 체감이 정치의 안정감을 만든다. 즉 주가 상승은 단순한 자산 효과가 아니라 정권의 시간표를 유리하게 만든다.

여기서 중요한 고리가 하나 더 있다. 한국 증시는 구조적으로 반도체와 수출 대기업의 실적에 크게 좌우되고, 코스피의 방향도 결국 이 산업들의 경기 사이클을 따라 움직인다. AI라는 하나의 파동이 산업 실적과 주가, 그리고 국민의 체감을 한 줄로 묶어 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AI 사이클은 양날의 검이다.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상승의 내러티브는 즉시 책임의 내러티브로 전환된다. “정권이 올렸다”는 말은 “정권이 떨어뜨렸다”로 바뀐다. 주식은 하락할 때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손실은 이익보다 기억에 오래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정부가 AI 덕을 볼지, 해를 볼지는 정책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이클의 지속성과 사이클 하강 시 충격 흡수 능력이 함께 작동한다. 한마디로 AI가 뜨는 것은 축복일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AI가 식을 때 정부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6·3 지방선거, 코스피 지수가 변수

오는 6월3일 지방선거는 원래 생활 정치의 무대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생활의 정의가 달라졌다. 도로와 보육, 치안과 복지 같은 전통 의제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위에 “내 계좌가 살아 있는가”라는 새로운 생활 감각이 올라타기 시작했다.

지방선거는 특히 정당보다는 동네의 기분이 먼저 움직인다. 중앙 프레임이 아무리 거칠어도, 지역의 자영업·고용·가계 체감이 괜찮으면 분노는 둔화되고, 반대로 체감이 꺾이면 프레임보다 먼저 표가 식는다. 주식은 그 ‘동네의 기분’을 하루 단위로 증폭시키는 장치가 됐다.

여야는 거대한 정치 프레임으로 싸울 것이다. 내란 청산, 독재 저지, 입법 폭주, 사법정치 같은 단어들이 난무할 것이다. 그러나 중도층은 대개 그런 단어에 오래 머무르거나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결국 체감이다. 이번에는 그 체감이 주식에서 빠르게 나올 것이다.

시나리오는 단순해 보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6월까지 코스피 지수가 안정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성과의 분위기’ 덕을 보게 된다. 특히 마음을 아직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서서히 여당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진다. ‘기분이 괜찮은 표’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다.

반대로 선거 직전 AI 관련 조정이나 글로벌 충격으로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 지방선거는 단숨에 심판 선거가 된다. 이때 야당은 정책 대안을 내지 않아도 거품과 민생 괴리라는 프레임으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 주식 하락은 곧바로 불신의 언어가 된다.

2028 총선, 상승 지수의 민생 시험대

총선은 중간평가다. 2028년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려면 상승장의 기세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상승장의 기세가 오래 갈수록 위험도 커진다. 이유는 하나다. 지수 상승이 민생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상승을 ‘나와 무관한 호황’으로 규정하기 시작한다.

AI 사이클이 계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수출과 제조업 측면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탄력이 내수, 고용, 자영업, 지역경제로 내려오지 못하면 사회는 K자형 간극을 더 크게 체감한다. “코스피는 5000인데 나는 왜 그대로인가?”라는 문장이 정치적 분노로 변한다.

2028년 총선의 관건은 그래서 ‘지수의 추가 상승’이 아닌, 상승의 과실을 넓히는 정책이다. 주주환원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AI 투자와 생산성의 상승이 임금과 일자리, 지역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총선은 ‘자산 정치’에 대한 반발로 움직일 수 있다.

결국 총선은 “상승 지수를 만들었느냐”보다 “상승 지수가 국민의 삶을 바꿨느냐”를 물을 것이다. 이 질문에 답을 못하면 상승장은 정권의 업적이 아니라 정권의 부담이 된다. 상승장이 길수록 반작용도 커진다. 정권 연장은 지수가 아니라 분배와 체감에서 결정된다.

2030 대선, AI 사이클 끝에서의 대결

대선은 미래 계약이다. 2030 대선에서 유권자는 “다음 5년을 맡길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때 AI 사이클이 여전히 강하면, 여당은 ‘미래산업을 선점한 정부’라는 내러티브를 구축할 수 있다. 반도체와 AI 생태계, 피지컬 AI, 제조업 재평가 같은 언어가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러나 사이클은 영원하지 않다. 대선은 대개 사이클의 끝자락에서 열린다. 중요한 것은 상승이 아니라 하강이다. 사이클이 꺾일 때 정부가 보여주는 것은 정책의 말이 아니라 체력이다. 충격을 흡수하는 재정과 사회안전망, 산업 재편의 속도, 노동·교육 전환 능력, 그리고 갈등을 관리하는 정치력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만약 AI 사이클이 꺾인 이후에도 정부가 연착륙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강력한 성과가 된다. “상승은 시장이 만들고, 위기는 정부가 관리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강 국면에서 실기하면 상승 지수는 ‘거품의 증거’로 바뀌고,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 심판의 종결판’이 된다.

2030은 결국 ‘AI가 세상을 바꾸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바꾸는 세상 속에서 누가 더 안전하게 국민을 옮겨 태우느냐’의 싸움이다. 기술이 아니라 전환의 정치가 승부를 가른다.

바람이 된 코스피 정치

정치는 늘 구도·인물·바람으로 움직였다. 다만 지금 바람의 엔진이 바뀌고 있다. 부동산이 흔들어온 선거의 문법 위에 주식이 더 빠르고 더 대중적인 체감으로 올라섰다. 5000피는 그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정부가 AI 덕을 볼지, 해를 볼지의 답은 간단하다. 사이클이 지속되면 덕을 본다.

그러나 그 덕이 지속 가능한 성과가 되려면 상승을 민생으로 내려오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AI·반도체의 투자 성과가 임금과 고용, 지역 산업 생태계로 확산되는 ‘연결고리’를 정부가 설계하고, 하강 국면에는 가계와 지역을 받쳐 줄 안전망과 전환교육이라는 완충 장치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6·3 지방선거는 그 첫 시험대다. 지수의 방향은 표의 방향을 흔들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 ‘내 삶의 방향’과 연결되느냐다. 지수만 오르고 삶이 멈추면 바람은 곧 역풍이 된다.

정권의 운명은 점점 정책의 정교함보다 체감의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5000피는 축배가 될 수도, 독배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갈림길의 이름은 다름 아닌 AI 사이클이다. 그 사이클이 어디로 꺾이느냐가 6·3을 지나 2028 총선, 2030 대선까지 한국 정치의 바람을 결정할 것이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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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