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 대란’ 의약품 유통구조 실태

텅텅 비는 약국들 이유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을 찾은 환자들은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약국 입구에 붙은 ‘항생제·해열제 품절’이라는 안내문 때문이다. 그 흔하던 감기약조차 재고가 끊기면서, 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약사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전국 약국에서 감기약·항생제·혈압약 등 필수 의약품이 품절되는 사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감기약과 항생제 같은 기본적인 치료제부터 ADHD 치료제·정신과 약까지 재고가 끊기면서, 약국과 환자 모두가 겪는 불편이 커지고 있다.

수급 불안정
회복은 아직

올해 들어 품절은 더욱 심화됐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약국에서도 약을 구하지 못해 환자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발생했던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상이 현재까지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약사들은 “몇 군데 업체에 전화를 돌렸지만 전부 ‘없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품절 및 공급 중단 사태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의약품의 공급 중단 및 부족 보고 건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288건이었던 보고 건수는 2022년 315건을 넘어섰으며, 2023년에는 432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37.1% 폭증했다.


최근 보건의료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생산 부족이나 일시적 수요 급증 때문이 아니라 ‘의약품 유통구조 전반의 결함’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계절성 겨울철 감기·호흡기 질환 유행으로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근본 원인이 수요 증가가 아니라 유통구조에 쌓여온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의약품은 제조사가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약국으로 공급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의 제약사가 약을 주문하면 도매업체를 통해 약국으로 공급되는 다단계 유통을 거친다. 약국은 수십에서 수백개 업체가 취급하는 의약품을 한곳에서 받을 수 없어, 필요할 때마다 여러 도매업체와 각각 거래해야 해야 한다.

먼저 제약사는 생산한 의약품을 도매업체에 공급한다. 일부 품목은 제약사가 직접 병·의원이나 일부 약국에 공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도매업체를 통한다. 1차 도매업체는 제약사로부터 대량으로 물량을 확보한 뒤, 이를 다시 지역별 중소 도매업체나 약국으로 공급한다.

일부 품목은 2차·3차 도매를 거치기도 한다. 도매업체는 이 과정에서 물량을 배정하고, 특정 약의 재고를 먼저 확보한 뒤 약국에 나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매업체 간 규모·자본·전산 수준에 따라 재고 확보 능력에 큰 차이가 있어, 같은 약이라도 어느 도매업체와 거래하느냐에 따라 공급 상황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기약·항생제 수개월째 모자라
의약품 공급 중단 사태 매년 급증

약국은 필요한 의약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도매업체와 동시에 거래를 유지한다. 감기약, 항생제, 전문의약품 등 품목군마다 취급 도매처가 다르고, 도매처마다 확보하고 있는 재고도 제각각이라 한곳에서 모든 약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국이 아침마다 여러 업체의 재고를 확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의약품 재고를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발생한다. 현재 국내에는 통합된 의약품 재고 전산망이 존재하지 않는다. 의약품 생산부터 배송, 약국 도착까지 모든 단계가 분리된 채 운영되고 있어, 어느 도매업체가 어떤 약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는 도매업체 간 재고 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 구조기 때문에 특정 도매업체에 약이 없을 경우,  다른 도매업체에 재고가 남아 있어도 현실적으로 약국은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에 반해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이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재고·유통 실태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2013년 ‘의약품 공급망 보안법(DSCSA)’을 제정해 처방 의약품의 생산부터 약국에 도착하기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전자적으로 기록하고 추적하도록 의무화했다.

제약사는 제품 포장마다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도매업체와 약국 등 공급망 참여자는 거래 이력과 거래 정보를 전산 시스템을 통해 주고받는다. 이를 통해 특정 의약품이 어느 제조사에서 출고돼 어떤 도매처를 거쳐 어느 약국으로 이동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위조약 방지 목적이 크지만, 자연스럽게 공급망 전체의 재고 흐름도 함께 관리되는 구조다.

유럽연합 역시 ‘위조 의약품 방지 지침(FMD)’을 시행해, 대부분의 처방약 포장에 2차원 바코드와 고유 식별번호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고 있다. 약국과 도매업체는 의약품을 취급할 때마다 이를 스캔해 중앙 데이터베이스에서 진위 여부와 유통 경로를 확인한다.

파악 불가
품절 심화

일련번호가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지 않거나 중복 등록될 경우 즉시 경고가 뜨는 시스템으로, 유럽 내에서는 의약품의 이동 경로가 거의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위조약 유통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의약품 재고 파악과 공급 안정성 확보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경우 어느 구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고, 특정 지역의 공급이 부족하면 다른 지역 재고를 재배치하는 조치도 가능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의약품 추적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약국은 필요할 때마다 여러 도매업체 사이트를 각각 확인하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재고를 묻는 방식으로 재고를 파악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의 유통구조 특성상 재고 파악 문제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실시간 재고 파악이 어려운 이유는 유통 단계가 여러 겹으로 나뉜 구조 때문이다. 일부 품목은 1차 도매업체에서 2차·3차 도매업체로 넘어가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단계별로 재고 흐름이 따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실제 어느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품절이지만, 다른 지역이나 다른 도매처에는 재고가 남아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확인할 통합 시스템이 없어 약국은 매번 개별적으로 재고를 찾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유통 단계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도매업체가 제공하는 재고 시스템이 모두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도매업체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 의약품 도매업체는 약 4000곳 수준으로, 같은 시기 의약품 제조소가 300여곳 정도인 것에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은 규모다.

이 때문에 각 업체가 사용하는 전산 방식·재고관리 방식도 제각각이다. 일부 대형 도매업체는 자체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하지만, 중소 도매업체는 수기 관리·부분 전산화 등 수준이 크게 달라 재고 데이터를 표준화하기 어렵다.

시스템도
제각각

이처럼 도매업체가 급증한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그중 의약품 도매업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의약품 도매업은 일정한 시설 기준·전문 인력 요건 등 법적 조건을 충족하면 비교적 쉽게 영업이 가능하다.

제조업과 달리 설비투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중소 규모의 업체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 도매업체 수가 꾸준히 늘어났다.


지역 단위의 공급 구조가 강하게 형성된 점도 도매 난립을 부추겼다. 약국은 대부분 인근 지역 도매업체와 거래를 유지해 왔고, 각 지역별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도매업체가 세분화돼 설립됐다. 그 결과 전국에 소규모 도매업체가 촘촘하게 분포하는 형태가 만들어졌다.

병·의원·약국의 의약품 구매 구조가 도매 중심으로 고착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제약사로부터 직접 공급받기보다 도매업체를 통해 주문·결제·배송을 처리하는 방식이 오랫동안 유지되면서, 도매업체가 자연스럽게 시장의 핵심 공급망 역할을 맡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신규 도매업체가 계속 시장에 진입했다.

유통 마진 구조가 도매업체 생존을 가능하게 한 점도 난립을 만든 배경으로 꼽힌다. 약국이 여러 도매업체와 동시 거래하는 관행 속에서, 도매업체들은 경쟁적으로 할인·물량 제공 등을 내세워 거래처를 확보해 왔고, 이 과정에서 규모가 작더라도 일정 수준의 거래만 유지하면 영업 지속이 가능했다.

이 같은 요인들이 누적되면서 국내 의약품 도매업은 제조업 대비 매우 많은 사업자가 존재하는 구조로 고착됐다.

이처럼 제약사에서 생산된 의약품이 약국에 도착하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고, 각 단계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 통합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 현재 의약품 유통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바로 이 구조적 특성이, 품절 사태가 반복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도매업체 4000곳 재고 파악 어려워
유통구조 불투명해 편법행위 반복

의약품 품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인기 품목을 둘러싸고 도매업체와 약국 간 ‘선점 경쟁’이 반복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정 감기약·해열제·항생제처럼 수요가 몰리는 품목은 도매 단계에서 물량이 확보되자마자 바로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약국에서는 정상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도매업체가 먼저 확보한 물량부터 우선 배정하면서, 일부 대형 거래처로 공급이 집중되고 중소 약국은 주문 자체가 어려워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이른바 ‘쟁여두기’, 즉 재고를 비축해두는 관행이다. 특정 약이 품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 도매업체뿐 아니라 일부 약국까지 앞다퉈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주문해 보유하려는 경우가 생긴다. 수요보다 심리적 불안이 앞서면서 재고 편중이 더 심해지는 구조다.

의약품 품목별 공급 불안정이 길어지면서 이른바 ‘끼워팔기’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끼워팔기는 특정 인기 약을 주문할 때 다른 약까지 함께 구매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으로, 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되돼온 관행이다.

공급이 불규칙해지자 일부 도매업체가 흔한 품목이나 판매가 빠르지 않은 품목을 같이 구매해야만 인기 약을 공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지난 5월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삭센다 공급이 부족해지자, 한 유통업체가 상대적으로 재고가 충분한 위고비와 묶어 판매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약사회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행위가 공급망 왜곡을 심화시키고, 정상적으로 약을 확보할 권리가 있는 약국에까지 불이익이 돌아가게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최근에는 소문을 만들어 품절을 시키는 이른바 ‘가짜 품절’ 문제도 생기고 있다.

실제로 한 도매업체 영업사원이 “추석 이후 특정 진해거담제 시럽이 품절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약국 여러 곳에 발송했다. 해당 문자가 발송된 뒤 약국 주문이 폭증했고, 이후 해당 제품은 실제로 품절됐다. 유통업체는 개인 일탈이라고 해명했지만, 약사회는 “소문이 품절을 만든 전형적인 가짜 품절 사례”라고 규정했다.

판치는
편법행위

이 같은 편법행위들이 발생하는 근본은 재고·유통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는 데에 기인한다. 어느 도매처에 재고가 남아 있는지, 실제 공급이 중단된 것인지 약국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소문이나 문자 한 통이 시장 전체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결국 품절 상황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실제 품절인지, 일시적 부족인지조차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환경이 불필요한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유통구조 문제만 해결된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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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