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들이 가볼만한 곳 ②반구천의 암각화·암각화박물관·대곡박물관·자수정 동굴나라·언양알프스시장

시간을 달리는 울주 유네스코 역사 여행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나들이하기 좋은 요즘, 울산 시내보다 한적하고 볼거리도 많은 울주로 떠나보자. 그곳에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반구천의 암각화를 비롯해 역사와 문화를 품은 여행지가 많아,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횡단하는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태화강 상류에 해당하는 대곡천(구 반구천) 일대에는 선사인과 고대인의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일기가 숨어 있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반구천의 암각화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그들의 흔적은 대곡천을 따라 3㎞ 정도 이어지며, 단면이 고르고 편편한 바위 두 곳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반구대 암각화는 1971년 12월25일에 발견되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도 불린다. 높이 4.5m, 너비 8m에 이르는 거대한 암면에 돼지, 호랑이 같은 육지 동물과 거북, 상어, 고래 같은 바다 동물을 새겼는데, 그중에서도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향고래 등 최소 7종의 고래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좌측 상단에는 새끼를 등에 업은 귀신고래의 모습도 보인다.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 탐색부터 사냥, 인양, 해체에 이르는 고래잡이의 전 과정이 새겨진 세계 유일의 유적이다. 이를 통해 당시 동해에 고래 떼가 자주 출몰했고, 선사인들이 조직적으로 고래를 사냥했음을 알 수 있다.


암각화 맞은편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암각화 전체를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암면에 햇빛이 들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가 많이 오면 그림이 물속에 잠기기도 한다. 그래서 울주군은 수위가 비교적 낮은 4월부터 9월 중순 사이 맑은 날,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어두운 암면을 비추는 오후 4시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 전망대에 설치된 망원경을 활용하면 암각화를 보다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답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암각화를 가까이에서 관람하는 것은 물론, 반구천 일대를 누비며 반구서원, 공룡 발자국 화석 등 다양한 유적도 탐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2~6월, 9~11월에 진행되며, 화~금요일에는 오후 3시, 주말에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에 선착순 20명 규모로 진행된다.

참여를 원한다면 전화 예약을 하거나 박물관 안내데스크에 문의하자.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반구대 암각화보다 상류에 있다. 높이 약 2.7m, 너비 약 9.8m의 중심 암면에는 600여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바위 위쪽이 앞으로 기울어진 형태라 비바람으로부터 암각화를 보호한다. 암면의 상단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 하단에는 신라시대 사람들이 그린 그림이 남아있다.

사슴, 상어 등 동물 그림과 기하학적 무늬가 주를 이루는 선사시대 그림에 비해 신라시대 그림은 말을 탄 사람들의 행렬이나 용의 비늘과 발톱까지 섬세하게 묘사해 눈길을 끈다.

한편에선 신라의 귀족과 화랑들이 남긴 방명록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대곡천이 신라시대에도 지금과 같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자연 명소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법흥왕의 동생인 사부지갈문왕이 이곳을 서석곡이라 칭했고, 진흥왕은 즉위 전 어머니와 함께 다녀갔다고 전해진다. 재미있는 점은 방명록이 선사시대 사람들이 그린 그림을 피해 한 귀퉁이에 작성되었다는 것이다.


울주서 떠나는 역사와 문화의 시간 여행

반구대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이 이룬 작품이다. 선사인들은 단단한 돌로 풍요에 대한 바람을 담아 동물 그림을 그렸고, 신라인들은 금속 도구를 이용해 글자와 그림을 남겼다.

현대인들은 이를 연구하고 있으니, 암각화는 단순한 유적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가 아닐까?

반구천의 암각화를 둘러본 후에는 울산암각화박물관에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이곳은 국내 유일의 암각화 전문 박물관으로, 흐릿했던 암각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박물관은 반구천의 암각화를 소개하는 영상 상영 공간, 선사시대의 예술을 소개하는 공간, 암각화 실물 모형과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공간 등으로 꾸며져 있다.

실물 모형 옆에는 암각화의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도 있어 현장에서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절벽이나 바위에 쪼기, 갈기, 긋기 등 다양한 기법으로 새겨진 암각화는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문화적 산물이다. 문자가 없던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낀 것을 바위에 새겼고, 이를 수천 년간 간직해 온 암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는 반구천의 암각화 외에도, 세계 각지의 암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하는 특별 기획전도 진행 중이다. 1970년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발견한 순간부터 보존을 위한 노력들, 그리고 마침내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순간까지의 기록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보유국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특별전은 2026년 2월28일까지 진행된다.

대곡천 상류에 자리한 울산대곡박물관은 울산의 첫 공립 박물관이다. 대곡천에 댐을 건설하기 위해 발굴 조사를 하던 중 삼국시대의 고분군, 철, 분청사기, 백자 등의 유물과 절터, 건물터 등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세워졌다. 박물관 천장에는 오리 모양의 조각이 걸려있는데, 토지 발굴 중에 발견된 오리 모양 토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새가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인지 삼한시대와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무덤에서는 새 모양의 그릇, 장식품 등 새와 관련된 유물이 많이 출토된다.

대곡박물관은 청동기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적뿐만 아니라, 대곡댐이 건설되며 고향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 등 현대의 이야기도 담은 서부 울산 지역의 거점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이제껏 몰랐던 울산의 내밀한 면모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자수정동굴나라는 자수정 광산을 활용해 만든 테마파크로, 연중 12~16℃를 유지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내부는 도보로 관람하는 육로와 보트를 타고 다니는 수로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는 도보 탐방 후 보트 체험을 한다.

동굴 안에는 경주 석굴암을 본떠 만든 소원 동굴, 미디어아트 동굴, 공룡 동굴 등 볼거리가 다양하고, 암석에 박힌 자수정 원석도 볼 수 있다. 동굴 밖에 마련된 판매장에서는 자수정을 활용한 다양한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들러도 좋다.


언양의 대표 전통시장인 언양알프스시장은 상설 시장으로 운영되지만, 5일장이 열리는 2일과 7일이면 더욱 활기를 띤다. 언양알프스의 모든 길은 언양장으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골목마다 사람이 북적인다. 시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양알프스시장의 오랜 전통과 정통성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세상이 달라지고 편해졌지만, 대장장이인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찾아왔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없다면 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

대장간에 크게 새겨진 대장장이의 다짐이다. 40여년 경력의 대장장이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킨다. 매일 신선육을 공수해 순살 닭강정을 판매하는 청년 사장은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

언양알프스시장

시장을 구경하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언양의 별미를 맛보자. 언양은 일제강점기에 도축장이 자리해 소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소고기를 잘게 다져 간장과 마늘 등을 넣고 버무린 후 숙성 과정을 거쳐 석쇠에 구워 먹는 음식인 언양불고기가 대표적이다. 소머리를 우려내 깊은 맛을 자랑하는 곰탕은 여행의 피로를 덜어줄 안주로 제격이다.

 

<여행 정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유네스코 세계유산]: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234-1, 문의: 052-254-5724, 홈페이지: https://www.ulsan.go.kr/s/bangucheonpetroglyphs/contents.ulsan?mId=001001002000000000, 운영 시간: 상시 개방, 이용 요금: 무료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유네스코 세계유산]: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산210-2, 문의: 052-254-5723, 홈페이지: https://www.ulsan.go.kr/s/bangucheonpetroglyphs/contents.ulsan?mId=001001003000000000, 운영 시간: 상시 개방, 이용 요금: 무료

-울산암각화박물관: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반구대안길 254, 문의: 052-229-4797, 홈페이지: https://www.ulsan.go.kr/s/bangudae/main.ulsan, 운영 시간: 매일 9:00~18:00(매년 1월 1일,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 요금: 무료

-울산대곡박물관: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 서하천전로 257, 문의: 052-229-4787, 홈페이지: https://www.ulsan.go.kr/s/dgmuseum/main.ulsan, 운영 시간: 매일 09:00~18:00(매년 1월1일, 매주 월요일 휴무), 이용 요금: 무료

-자수정 동굴나라: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자수정로 212, 문의: 052-254-1515, 홈페이지: http://www.jsjland.co.kr/, 운영 시간: 평일 9:15~17:00, 주말 9:15~17:30, 이용 요금: 동굴+보트 패키지 대인 1만4000원, 소인 1만2000원

-언양알프스시장: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장터1길 12-1, 문의: 0507-1385-5728, 운영 시간: 매일 08:00~19:00 (장날 2일,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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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