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는 ‘일풍’(日風)이 거세다. 원래 일본은 미야자토 아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2010년 홀로 5승을 휩쓴 적도 있었지만, 그 후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년에 15승을 휩쓸던 한국과 늘 비교되며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그랬던 일본 골프가 지난해부터 살아날 조짐을 보이더니 올 들어서는 5승을 올리며 완벽히 부활했다. 야마시타 미유, 다케다 리오, 이와이 아키에·치사토 자매 등이 한꺼번에 LPGA 투어에 데뷔하면서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 열풍’의 기수는 야마시타 미유다. 2001년생인 그는 2022년과 2023년 각각 5승씩을 거두며 2년 연속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대상과 상금왕에 오른 최정상급 선수다.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8월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을 제패하는 등 꾸준한 성적을 내며 신인상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랭킹 3위, 올해의 선수 3위, 베어 트로피(최저 타수상) 5위 등에 오르며 신인 같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장에서 만난 야마시타는 “LPGA 투어는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다”며 “특히 골프장에 대한 정보가 없어 매 대회 연습 라운드를 신경 써서 돌고 훈련도 빠짐없이 한다.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족의 헌신적인 서포트 덕에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도 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 미사오미씨는 야마시타의 스윙 코치다. 야마시타가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현재까지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봤기 때문에 야마시타의 스윙이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알아차리고 신속하게 수정한다.
150㎝ 단신에 비거리 최하위…퍼트 뛰어나
‘일풍’ 이끄는 주역 “안정적 플레이 장점”
야마시타는 이번 BWM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잃고 흔들리자 아버지와 영상 통화로 스윙을 수정했고 마지막 날 5언더파를 쳤다. 그의 어머니 유키씨는 식사, 빨래 등을 담당하며 야마시타가 골프에만 집중하도록 돕는다.
150㎝ 작은 키의 야마시타는 드라이브 샷 비거리 부문에서는 전체 선수 158명 중 143위(225.51m)에 그친다. 장타자가 즐비한 LPGA 투어에서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하지만 아이언 샷과 퍼트 등 장점을 극대화하며 단점을 만회하고 있다. 야마시타의 그린 적중률은 20위(73.19%), 퍼트로 얻은 이득 타수는 1위(1.30)로 최상위권이다.
야마시타는 “LPGA 투어는 최정상급 선수들은 모두 비거리를 많이 내고, 장타자에게 어드밴티지가 확실하다. 저도 장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비거리고 ‘레벨 업’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단순하게 보면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버디를 많이 잡는 것”이라며 “비거리뿐만 아니라 쇼트게임, 퍼트 등 다른 기술을 더 연마하고 제 실력을 향상시켜서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하는 게 제가 추구하는 골프”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장점에 대해선 “누구보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고, 목표한 건 바로 행동에 옮기는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친한파’인 야마시타는 매년 서울을 여행하고 한국 요리를 즐겨 먹는다. 한국 선수 중에 고진영과 김효주를 존경하는 선수로 꼽았다. 그는 “두 선수 모두 기술적으로나 인성적으로 훌륭하고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국가대항전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고진영, 김효주와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야마시타는 “함께 플레이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에 이번에 경쟁 상대로 만나면 좋겠다”면서 “같이 경기를 하게 되면 그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팀 경기라 우승을 확신할 수 없지만, 좋은 성적에 공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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