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감정시계’ 수출, K-문학의 새 지평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를 읽으면서 필자는 한국 출판계가 문학 중심의 한국 도서 해외 수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정서와 심리적 고민을 담은 비문학 도서도 세계로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6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한국 문학의 세계화는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소설과 시가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잇달아 번역·출간되면서 K-문학은 국제 문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K-문학의 확장은 소설과 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아우르는 교양서, 곧 비문학 도서의 수출이 K-문학의 저변을 확장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 떠오르는 책이 지난달 출간된 서울대 정신의학과 강도형 교수의 <감정시계>라고 생각한다.

<감정시계>는 감정을 뇌의 전기적 신호나 화학물질의 결과 대신 몸 전체에 분포된 감각의 언어로 설명한 획기적인 책이다. 특히 정신 분석과 심리학적 성찰을 결합해 감정의 구조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인간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려는 독창적 시도를 했다. 아침의 분주함, 오후의 무기력, 저녁의 불안과 같은 일상의 감정 패턴을 과학적으로 추적하면서도, 한국적 정서와 동양적 사유를 바탕으로 재해석했다.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감정이라는 보편성과 시간에 대한 한국적 해석이 결합해, 해외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금 치유와 회복을 원한다. 팬데믹 이후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서적 안정에 대한 욕구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인드풀니스와 웰빙 산업이 거대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과 중국 역시 감정 관리 서적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고 있다.

특히 서양 심리학과 신경과학은 오랫동안 감정을 뇌의 화학물질, 전기적 신호, 특정 회로(편도체, 전전두엽 등)로 국한해 해석해 왔으나, 최근 서구 학계에서도 ‘체화된 감정(embodied emotion)’이나 ‘체현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는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

유럽 철학자들도 이미 신체를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고 말해왔고, 미국의 심리치료 현장에서도 마음 챙김과 명상 기법을 통해 몸-마음의 통합적 접근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서양 독자들에게 <감정시계>는 단순한 학술서가 아니라, 감정을 다시 정의하도록 요구하는 획기적인 책이 된다. 뇌의 화학 반응에서 벗어나 몸의 언어로 귀 기울이는 순간, 감정은 더 풍부해지고, 인간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게 <감정시계>의 핵심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감정시계>의 해외 수출은 K-문학의 새로운 결을 만드는 시도가 된다. 문학이 한국의 감성을 알린다면, 정신의학·심리학 서적은 한국적 정서를 이해시키고 내면의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즉 K-문학이 우리 사회를 알린다면, K-비문학은 우리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한국 도서 수출은 주로 소설과 시에 치중돼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영역을 넓혀야 한다. <감정시계>와 같은 정신의학·심리학 도서는 K-문학이 세계 독자들에게 단순히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차원을 넘어, 치유와 성찰의 메시지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K-비문학 도서 중 정신의학·심리학 에세이가 해외에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정혜신의 <당신이 옳다>였다. 이 책은 관계적 치유 심리학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번역 출간돼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


필자는 심리학·정신의학적 색채가 짙은 <감정시계> 또한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국제적 파급력이 예상된다.

강 건너 불 보듯 비문학 도서 수출을 외면했던 출판계가 이제 심리학·정신의학·과학·인문학 등 다양한 비문학 도서도 함께 수출해야 한다. 그래야 K-문학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세계인의 마음과 정신 속에 뿌리내릴 수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 세계 각국의 출판계는 곧바로 가을 문학 시즌에 들어간다. 그 속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 출판계가 문학 도서와 함께 비문학 도서 수출에도 총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윤리와 사상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감정시계>가 한국과 유사한 정서적 시간관을 공유하는 일본·중국과 세계 최대의 심리학·정신의학 서적 시장이며 ‘멘탈 헬스’ 담론이 활발한 미국과 정신분석학의 전통을 지닌 독일, 그리고 철학, 문학, 정신분석을 아우르는 전통을 가진 프랑스에서 많은 주목을 받으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일본·중국을 비롯 전 세계에서 <감정시계>가 한국의 비문학을 알리는 교두보가 될 때, K-문학은 비문학 도서의 세계화를 통해 더 많은 확장을 하게 될 것이다. 강도형 교수의 감정의 고민이 한국에서 시작됐지만, 그 울림은 곧 세계와 함께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BTS(방탄소년단)가 국내에서 데뷔했지만, 일본 활동으로 해외 기반을 넓혔고, 이후 K-팝을 빛내며 전 세계적인 그룹이 됐듯이, <감정시계>도 해외 진출을 통해 K-문학을 빛내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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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