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물 만난 김상욱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4:18:33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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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하니
웃음이 절로 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 친한계에서 축출당한 계기를 설명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계와 손잡으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을 두고, 일각에선 “일부러 밝아 보이려는 것 아니냐”거나 “과장된 쇼를 한다”고 평가한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을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7개월 동안 달라진 그의 삶과 세간의 평가에 대한 그의 심경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참여할 당시 “울산에서의 안정적인 미래가 무너지고, 고초를 겪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저는 국민의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에게 욕을 할 정도로 아주 강경한 탄핵론자였다. 선배들이 저를 야단치면, 저는 “비상계엄 해제에 나서지 않은 선배들은 역사의 죄인들이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싸웠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모든 걸 당에 맡기겠다”고 선언했고, 한동훈 당시 대표의 입장은 계속 바뀌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함께 점심을 먹던 중 울면서 “네가 탄핵을 몰라서 그런다. 탄핵은 국가 이익에 반하고, 국민을 더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가를 무너트린다. 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저는 “비상계엄은 총을 시민에게 겨누고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이니, 용납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 의원은 “나도 윤 대통령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한다”면서도 “탄핵이 아니라, 혼란이 적고 빨리 정리될 수 있는 질서 있는 퇴진이 낫지 않느냐. 이번만큼은 선배들을 믿고 따라오라. 윤 대통령도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둘 다 밥은 먹지 않은 채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저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잦았다. 추 전 원내대표는 제게 “조용히 선배들 하는 대로 따라오라. 뭐가 이득인지 멀리 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여러 중진 선배들도 “네 지역구를 보라. 너는 이미 초선이 아니다. 5선 이상도 할 수 있고, 이미 차기 울산시장이다. 너는 배우는 단계니, 네 주장을 세게 하지 말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저는 정치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지자의 성에 갇힐 것이 아니라, 가치의 깃발을 들고 길을 열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대화방에서 “광주에 가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탄핵 반대 시위를 사과하자”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친한계에서 퇴출당했단 것은 사실인가?

▲한 친한계 의원은 제게 “친한계 외엔 너를 지켜줄 세력은 없다. 네가 광주에 가면 우리는 너를 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게 한동훈 대표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친한계 의원 중 조경태 의원만 공개적으로 저를 두둔했고, 비공식적으론 김예지·박정하·한지아 의원이 저와 함께 행동했다.

한 전 대표가 제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정했기 때문에, 그분들도 저와 같이 친한계 행사에 갈 순 없었다. 가더라도 다른 친한계 의원들은 제게 “네가 사진에 찍히면 안 되니 나가라”고 쫓아냈다.

-한 전 대표가 “광주와 보수 정당의 악연을 털고 가자”는 생각은 못했겠는가?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한 전 대표는 정치적인 지향점이 아닌 계산을 토대로 정치를 하려 했던 것 같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친 윤석열)계와 손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해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그들이 저를 매장하려고 했던 이유는 “광주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밖에 없었다. 황당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입당을 제안했다. 개혁신당이 아닌 민주당에 입당한 이유는?

▲ 이 의원의 정치는 늘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한다. 그건 보수 정치가 아니다. 모든 정치 세력에 대한 혐오·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이 의원은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든다. 이건 극우 정치다. 그래서 거절했다.

-최근 김상욱 의원에 대해 “너무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니냐”거나 “왜 과장된 쇼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즐겁게 바라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국민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저는 힘들다. 하지만 저를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좋겠다. 제가 힘들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면, 그건 공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국민 앞에 나설 땐 때로는 밝고 편안한 모습을, 때로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가 일부 나는 것 같다.

▲당연히 개인적으론 너무 힘들다. 국민의힘이나 강성 보수는 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 그들은 제게 “대통령을 잡아먹고, 너 혼자 살면 다냐. 어딜 웃고 다니느냐”고 말한다. 제가 웃으니까 그들은 더 약이 오르는 거다. 민주당도 제가 입당하기 전엔 저를 예뻐했겠지만, 입당한 지금은 또 다를 것이다.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쓴다?
“저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김상욱이 내 자리를 뺏을까” 의심하는 분들도 있고, 시기·질투를 느끼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의 문제다. 국민께 함부로 전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 입당을 일컬어 ‘철새 행각’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이익을 따라 움직인 적은 없다. 민주당에 입당할 때도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입당 후에도 제 이익을 주장하지 않았다. 저는 국익과 양심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개혁신당은 젊은 극우 정당일 뿐, 보수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사회통합과 책임감 있는 정치를 한단 보수의 원칙은 민주당이 지킨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 참여해 춤춘 것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비난 여론이 있었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은 욕할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할 텐데, 그런 건 다 감내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그게 옳은 일이고, 국민을 위한 거라면 갈 수 있어야 한다. 명예욕을 채우거나 칭찬받길 원한다면, 그건 잘못된 포퓰리즘이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대통령을 향한 ‘진짜 보수’ 등 칭찬을 불편해한다.

▲이 대통령은 부산 방문 당시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가장 보수주의자라고 본다. 안 되는 걸 되는 것처럼 주장하면 안 된다. 보수는 사회의 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도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 중 그 누구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가장 보수의 원칙에 충실하다.

-“이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많은 사람인데, 왜 보수주의자가 그를 칭찬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도 예전엔 “이 대통령은 범죄자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저도 수사기관으로부터 탈탈 털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변호사 출신이라서 검찰이 어떻게 누명을 씌우는지도 너무 잘 안다. 이 대통령을 털 듯이 털면,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 성향이 강한 일부 검사는 “국민이 아무리 검찰개혁을 주장해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검찰이 무서워서 손을 잡는다. 검사들은 손잡으면 다 봐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저항한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상세히 알아보면서 “다 뒤집어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대장동 사건도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이 주도하던 작업이었다.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로부터 비공식적인 얘기를 들어보면, 난리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변호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과도 다 친하게 지낸다. 그들 중 박주민·김용민 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다. 다만 울산 내 민주당에선 문제가 좀 있다. 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제 선거운동을 막은 사람도 있다. 거기도 기득권이 있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일컬어 “운동권 순혈주의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김상욱 의원도 운동권과 거리가 있다.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부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 불편함을 느낀 적도 없다. 다만 재밌는 현상은 있다. 1980년대 운동권이었던 분들은 젊은 세대에 대해 “너희가 그때를 아느냐”는 생각을 한다. 저에 대해서도 “너는 인정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언더 찐윤 도움 많이 받았다?
“들어가 보니 서로 사리사욕만”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과 관련해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들을 고발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계속 혐오 정치·갈등을 유발하고, 진영 정치로 버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을 탄생시킨 문화와 뿌리를 정확히 짚고 고쳐야 한다. 민주당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저는 누구를 일컬어 언더 찐윤이라고 규정하진 않는다. “행태가 잘못됐으니 스스로 돌아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리사욕 때문에 국민을 속이면서 똘똘 뭉쳐 기득권을 지키는 정치가 윤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중국에선 세습정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언더 찐윤이 세습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제 지역구(울산 남구갑)도 원래 원로 정치인의 아들에게 세습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계속 해 먹는 것이다. 그들은 어둡고 습한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원칙과 깨끗함을 싫어한다. 이권에 항상 발을 딛고 싶어한다. 그래서 ‘언더’에 있어야 한다.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되고, 다 뒷돈을 받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비싼 쇠고기를 먹는다. 당비로 현찰 계산하고, 영수증을 안 받는다.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오겠는가?

-일각에선 “김상욱 의원이야말로 언더 찐윤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저는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이들은 국민께 총을 겨누고 사리사욕만 채운다. 그래서 같이 못 하겠다. 내란까지 일으킨 당과 같이 가는 것은 나를 뽑아준 울산시민에 대한 불명예”라고 말한다. 국민의힘을 나온 이유는 국민께 충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들과 함께 국민께 같이 총구를 겨눈다면, 그게 배신 아닐까?

-국민의힘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면,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가 나온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께서 독재 세력을 청산하셨다고 생각했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찾아뵙고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김 이사장도 “아버님께서 만들어 놓은 걸 그자들이 다 무위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 확 바뀌었다. 언더 찐윤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옳고 그름에도 관심이 없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는?

▲솔직히 정치를 하겠단 생각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진짜 정치인으로 거듭난 시기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였던 것 같다. 건강한 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해 국민께서 너무 힘드시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정치 때문에 우리의 장래가 어두워졌기에, 보수와 진보의 기능을 되살려 미래를 열어야 한단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런데 정치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분단도 극복하지 못했고, 진영 갈등만 키워왔다. 이를 극복해서 민주주의 원칙이 뿌리내리고, 개방적·진보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으로 철도가 이어지고, 유라시아와 연결돼 우리가 물류 거점이 된다.

그때부터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가 된다. 대륙의 많은 자원을 당겨 쓸 수 있다. 제조업의 본질은 AI와 로보틱스 혁신 이후 물류와 관세가 됐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제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도 있다.

평화가 만들어지면, 문화·제조업·물류·교육의 중심이 되고, 세계의 평화가 다 이루어진다. 우리의 후세도 크게 번영할 수 있다. 번영하지 못한 채 갈등·대립을 이으면, 우리는 미·중 갈등에 영향을 받아 30년 안에 대리전이 발생하는 위험한 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갈림길에 있단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이후엔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단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김상욱 의원을 응원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선 민주주의가 탄탄해야 한다. 남북의 분단과 대립도 권력자가 권력 수호를 위해 악용해 온 측면이 크다. 또 대한민국은 진영 정치 때문에 너무 멍들었다. 경제력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말려 나면, 미·중 대리전이 발생하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많이 커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우리나라를 싸울 이유가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기틀은 민주주의 확립이다. 우리 안의 갈등이 해결돼 화해가 이뤄져야 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정말 민주적이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번영하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서 감히 대리전을 치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평화를 만들어내는 중심이 된다. 그래야 우리의 후세가 번영한다. 국민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인의 선동에 절대 휩쓸리지 마시고, 누가 바르게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국민의 참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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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김건희 특검’ 꼬이는 수사,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 속도가 빨라졌다. 전방위적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피의자에 대한 잇단 소환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수사해야 하는 의혹만 16개라는 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다.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수사하는 김건희씨의 의혹은 총 16개다. 사전 자료 제출 요구나 실무진 조사 없이 참고인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집사 게이트’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늘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의 시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발걸음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은 5개월 부족한 시간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 게이트’와 관련,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 그룹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에게 지난 17일 오전 10시까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조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을 이유로 7월21일 오전 10시로 출석 일정을 조율했다. 특검팀은 이들 1차 참고인 조사 이후 IMS에 투자한 나머지 기업 관계자들을 포함해 2차 소환을 예고했다. IMS 투자에 참여한 기업·기관은 모두 12곳으로, 신한은행·제이비우리캐피탈·한컴밸류인베스트먼트·경남스틸 등도 포함돼있다. ‘집사 게이트’는 김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예성씨가 2023년 자신이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 ‘IMS모빌리티’가 부실기업이었음에도 김씨와의 친분을 토대로 여러 기업 등으로부터 180억여원을 석연치 않게 투자받은 사건이다.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4억원)가 많은 상태에서 거액의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 김씨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다. 특검팀은 당시 참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각종 경영상 리스크를 안고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IMS 투자가 단순 재무적 투자라기보다는 정권 실세와의 친분을 활용한 보험성, 또는 대가성 성격이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 후 잠적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았다. 특검팀은 김씨의 최종 목적지가 태국이 아닌 싱가포르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출입국 기록을 확인한 결과 김씨와 자녀들이 올해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다녀온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난 1월, 김씨와 아내, 자녀 2명 모두 싱가포르를 다녀왔다. 특검법이 통과된 직후에도 김씨의 자녀들은 다시 싱가포르에 다녀왔다. 이후 아내 정모씨는 한국에 머문 채 김씨와 자녀들은 차례로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특검팀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등과 공조해 김씨 소재를 파악하고 신병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 등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여러 경영상 현안을 안고 있어 일종의 보험성이나 대가성 자금을 제공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집사 게이트 핵심 인물 제3국으로 도피 위치 파악 안 돼…검거 가능성은 미지수 통상 수사기관은 사건에 연루된 기업 총수를 부르기 전 압수수색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증거를 토대로 실무자들을 조사하면서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기본적인 수사의 순서다. 문홍주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 기법은 다양하다”며 “톱 다운 방식도 있고 바텀업 방식도 있는데, 수사팀에서 편리한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의 최대 걸림돌은 시간이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총 110일에, 30일씩 두 번 연장할 수 있다. 지난 2일 현판식을 갖고 수사를 개시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는 12월까지는 모든 게 정리돼야 한다. 사실상 6개월도 되지 않는 시간이 부여된 셈인데, 특검팀이 수사해야 할 의혹만 인지 사건 포함 16개에 달한다. 최근 관련 의혹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것도 특검팀을 다소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상황만 보면 ‘집사 게이트’부터 정리하려는 것 같다. 금품을 준 기업과 관련자들에게서 최대한 협조적인 진술을 얻어내고 김건희씨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검팀은 집사 게이트를 수사하기 이전에 명태균씨,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으나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었다. 명씨 사건 같은 경우 검찰에서 수개월간 수사해 법리 적용만 검토하면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전씨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다. 먼저 특검팀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명씨 사건을 폭로한 강혜경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강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명씨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 공천을 받았으며, 해당 공천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끌려가는 기업 수사 명씨는 윤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이용해 다수의 불법 여론조사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은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관련해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국토교통부 서기관 A씨 소환 조사도 병행했다. A씨는 당초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 등 5명과 전날 소환 통보를 받았으나 불출석했다. 지난 14일 국토부와 A씨 주거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를 맡았던 용역사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용역사 임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양평고속도로 의혹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듬해인 2023년 5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종점이 기존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씨 일가가 보유한 땅 28필지(2만 2663㎡)가 있는 강상면으로 돌연 변경됐다는 내용이다. 특검팀은 전씨 법당과 서초구 양재동 주거지, 전씨가 속한 종파의 거점으로 알려진 충북 충주 일광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청탁 대상으로 알려진 박창욱 경북도의원과 박현국 봉화군수, 박 군수 공천을 청탁한 사업가 B씨,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선거대책본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았던 오을섭씨, 전씨 변호인 김모씨의 서초구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박 군수의 휴대전화, 변호인 사무실에 보관 중이던 전씨 명의 휴대전화 2대, ‘찰리’로 알려진 전씨 처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부터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지난 15일부터 연이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전씨의 법당을 압수수색해 법당 내 CCTV 등을 확보했는데 CCTV가 최신 기종이 아니라 복제(이미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한다. 법당 내 CCTV는 앞서 서울남부지검에서 한 차례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물에는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CCTV 저장 보관 기간이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관련 증거가 얼마나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검팀은 남부지검에서 압수수색했던 곳 중 법당 내 지하창고도 다시 살펴 관련 증거를 압수했다고 한다. 사라진 피의자들 수사를 마친 뒤 관련자를 재판에 넘겨 공소 유지까지 맡는 특검은 핵심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는 측면과 더불어 수사 단계에서도 관련자들에 대한 진술을 끌어내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 14일 법원에 낸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조성옥 전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이 369억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팀이 산출한 조 전 회장 측 부당이득은 200억원, 이 회장 측은 170억원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등은 2023년 5∼6월쯤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처럼 속여 주가를 띄운 뒤 보유 주식을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들이 2023년 5월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을 계기로 현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업무협약을 맺는 등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된 삼부토건은 그해 1000원대였던 주가가 2개월 뒤 장중 5500원까지 급등했다. 이 시기 회장이 교체됐는데, 특검팀은 조 전 회장이 주가가 급등한 주식을 팔아 거액의 수익을 내자 이 회장도 우크라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있던 시기에 주식 매매로 차익을 봤다는 혐의도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가 우크라이나 관련 사업을 총괄한 인사로 꼽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전·현직 회장의 지분 승계 실무를 맡고, 포럼 참석 과정을 주도한 ‘그림자 실세’로 지목된다. 이들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7일 서울중앙지법 이정재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는 지난 3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사례다. 건진법사 그라프 목걸이도 행방불명 삼부토건 ‘그림자 실세’ 잇단 도주 그러나 그림자 실세인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특검팀 수사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가 영장실질심사 절차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알리며 “현재 도주한 걸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에 출석한 이씨의 변호인 또한 이씨의 소재를 모른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해 도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이전에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여러 정황들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다. 특검팀이 확보한 삼부토건의 ‘해외사업 수주 내역’을 보면, 2017년 파키스탄 도로공사 사업 수주를 마지막으로 해외사업을 수주하지 못했다. 이는 삼부토건의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부토건은 신용도가 낮아 해외공사 입찰 시 국내 은행으로부터 입찰 보증서를 발급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사 수주 금액의 10% 수준인 이행 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할 능력이나, 해외사업을 위해 사용할 자금을 확보할 여력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해외사업에 사실상 실패한 삼부토건은 2022년 초부터 정기보고서에 해외사업 부문을 철수하겠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또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부토건 내부자의 진술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추진 당시 삼부토건 재건 관련 해외 사업 담당자는 고작 1명에 불과했는데, “삼부토건은 현실적으로 해외사업 진출이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해당 직원이 진술한 것이다. 핵심 물증 중요 과제 이 직원은 또 조사에서 “해외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여러 곳과 MOU 체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수주할 수 있는 거래 상대방과 MOU를 체결하고 더 많은 연락과 출장을 다녀오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려는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