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물 만난 김상욱 의원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7.21 14:18:33
  • 호수 15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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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함께 하니
웃음이 절로 나요”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국민의힘 친한계에서 축출당한 계기를 설명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계와 손잡으려고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상욱 의원을 두고, 일각에선 “일부러 밝아 보이려는 것 아니냐”거나 “과장된 쇼를 한다”고 평가한다. <일요시사>는 김 의원을 만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7개월 동안 달라진 그의 삶과 세간의 평가에 대한 그의 심경을 들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지난해 12월7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에 참여할 당시 “울산에서의 안정적인 미래가 무너지고, 고초를 겪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저는 국민의힘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에게 욕을 할 정도로 아주 강경한 탄핵론자였다. 선배들이 저를 야단치면, 저는 “비상계엄 해제에 나서지 않은 선배들은 역사의 죄인들이니, 부끄러운 줄 알라”고 싸웠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모든 걸 당에 맡기겠다”고 선언했고, 한동훈 당시 대표의 입장은 계속 바뀌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함께 점심을 먹던 중 울면서 “네가 탄핵을 몰라서 그런다. 탄핵은 국가 이익에 반하고, 국민을 더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국가를 무너트린다. 혼란이 커진다”고 말했다. 저는 “비상계엄은 총을 시민에게 겨누고 민주주의를 부수는 일이니, 용납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지 않으면 전쟁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성 의원은 “나도 윤 대통령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한다”면서도 “탄핵이 아니라, 혼란이 적고 빨리 정리될 수 있는 질서 있는 퇴진이 낫지 않느냐. 이번만큼은 선배들을 믿고 따라오라. 윤 대통령도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둘 다 밥은 먹지 않은 채 부둥켜안고 울었다.


사실 저는 용산 대통령실과의 충돌이 잦았다. 추 전 원내대표는 제게 “조용히 선배들 하는 대로 따라오라. 뭐가 이득인지 멀리 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 여러 중진 선배들도 “네 지역구를 보라. 너는 이미 초선이 아니다. 5선 이상도 할 수 있고, 이미 차기 울산시장이다. 너는 배우는 단계니, 네 주장을 세게 하지 말고 따라오라”고 말했다.

저는 정치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지지자의 성에 갇힐 것이 아니라, 가치의 깃발을 들고 길을 열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지난 2월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대화방에서 “광주에 가서 전한길씨가 주도한 탄핵 반대 시위를 사과하자”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친한계에서 퇴출당했단 것은 사실인가?

▲한 친한계 의원은 제게 “친한계 외엔 너를 지켜줄 세력은 없다. 네가 광주에 가면 우리는 너를 적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이게 한동훈 대표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만 공개적으로 저를 두둔했고, 비공식적으론 김예지·박정하·한지아 의원이 저와 함께 행동했다.

한 전 대표가 제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정했기 때문에, 그분들도 저와 같이 친한계 행사에 갈 순 없었다. 가더라도 다른 친한계 의원들은 제게 “네가 사진에 찍히면 안 되니 나가라”고 쫓아냈다.

-한 전 대표가 “광주와 보수 정당의 악연을 털고 가자”는 생각은 못했겠는가?

▲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한 전 대표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한 전 대표는 정치적인 지향점이 아닌 계산을 토대로 정치를 하려 했던 것 같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 친윤(친 윤석열)계와 손을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와 관련해 갈팡질팡했던 것 같다. 그들이 저를 매장하려고 했던 이유는 “광주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는 것밖에 없었다. 황당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입당을 제안했다. 개혁신당이 아닌 민주당에 입당한 이유는?

▲ 이 의원의 정치는 늘 사회 갈등과 혐오에 기반한다. 그건 보수 정치가 아니다. 모든 정치 세력에 대한 혐오·갈등을 일으키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이 의원은 선동한 후 자기 세력을 만든다. 이건 극우 정치다. 그래서 거절했다.

-최근 김상욱 의원에 대해 “너무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쓰는 것 아니냐”거나 “왜 과장된 쇼를 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두고 즐겁게 바라보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를 바라보는 국민께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물론 저는 힘들다. 하지만 저를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좋겠다. 제가 힘들다고 해서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면, 그건 공인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그래서 국민 앞에 나설 땐 때로는 밝고 편안한 모습을, 때로는 진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역효과가 일부 나는 것 같다.

▲당연히 개인적으론 너무 힘들다. 국민의힘이나 강성 보수는 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 그들은 제게 “대통령을 잡아먹고, 너 혼자 살면 다냐. 어딜 웃고 다니느냐”고 말한다. 제가 웃으니까 그들은 더 약이 오르는 거다. 민주당도 제가 입당하기 전엔 저를 예뻐했겠지만, 입당한 지금은 또 다를 것이다.

일부러 밝아 보이려고 애쓴다?
“저 보고 한 번 더 웃으셨으면”

“김상욱이 내 자리를 뺏을까” 의심하는 분들도 있고, 시기·질투를 느끼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의 문제다. 국민께 함부로 전이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민주당 입당을 일컬어 ‘철새 행각’이라고 비판한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이익을 따라 움직인 적은 없다. 민주당에 입당할 때도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입당 후에도 제 이익을 주장하지 않았다. 저는 국익과 양심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개혁신당은 젊은 극우 정당일 뿐, 보수 정당이라고 볼 수 없다. 사회통합과 책임감 있는 정치를 한단 보수의 원칙은 민주당이 지킨다.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에 참여해 춤춘 것에 대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비난 여론이 있었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은 욕할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은 칭찬할 텐데, 그런 건 다 감내해야 한다. 욕을 먹더라도 그게 옳은 일이고, 국민을 위한 거라면 갈 수 있어야 한다. 명예욕을 채우거나 칭찬받길 원한다면, 그건 잘못된 포퓰리즘이다.


-이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 대통령을 향한 ‘진짜 보수’ 등 칭찬을 불편해한다.

▲이 대통령은 부산 방문 당시 “한국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이 가장 보수주의자라고 본다. 안 되는 걸 되는 것처럼 주장하면 안 된다. 보수는 사회의 틀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 대통령도 완벽할 순 없다. 하지만 현재 정치인 중 그 누구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가장 보수의 원칙에 충실하다.

-“이 대통령은 비리 의혹이 많은 사람인데, 왜 보수주의자가 그를 칭찬하느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도 예전엔 “이 대통령은 범죄자 아니냐”는 생각을 했는데 저도 수사기관으로부터 탈탈 털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 변호사 출신이라서 검찰이 어떻게 누명을 씌우는지도 너무 잘 안다. 이 대통령을 털 듯이 털면,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치 성향이 강한 일부 검사는 “국민이 아무리 검찰개혁을 주장해도,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최종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 같으면 검찰이 무서워서 손을 잡는다. 검사들은 손잡으면 다 봐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저항한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여러 의혹을 상세히 알아보면서 “다 뒤집어쓴 것”이란 생각을 했다. 대장동 사건도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이 주도하던 작업이었다. 국민의힘 출신 정치인들로부터 비공식적인 얘기를 들어보면, 난리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변호사 시절이나 지금이나 당을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낸다.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의원들과도 다 친하게 지낸다. 그들 중 박주민·김용민 의원과 호흡이 잘 맞는다. 다만 울산 내 민주당에선 문제가 좀 있다. 저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고, 제 선거운동을 막은 사람도 있다. 거기도 기득권이 있는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일컬어 “운동권 순혈주의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김상욱 의원도 운동권과 거리가 있다.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부분은 별로 생각하지 않았고, 불편함을 느낀 적도 없다. 다만 재밌는 현상은 있다. 1980년대 운동권이었던 분들은 젊은 세대에 대해 “너희가 그때를 아느냐”는 생각을 한다. 저에 대해서도 “너는 인정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언더 찐윤 도움 많이 받았다?
“들어가 보니 서로 사리사욕만”

-국민의힘 내 친윤계 의원들과 관련해 ‘언더 찐윤’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들을 고발하기로 한 이유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계속 혐오 정치·갈등을 유발하고, 진영 정치로 버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실수해서 국민의힘이 다시 집권하면, 더 강력한 극우 독재를 시도할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들을 탄생시킨 문화와 뿌리를 정확히 짚고 고쳐야 한다. 민주당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저는 누구를 일컬어 언더 찐윤이라고 규정하진 않는다. “행태가 잘못됐으니 스스로 돌아보라”는 이야기를 했다. “사리사욕 때문에 국민을 속이면서 똘똘 뭉쳐 기득권을 지키는 정치가 윤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다”는 얘기를 했다.

-일본·중국에선 세습정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언더 찐윤이 세습 정치를 시도할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제 지역구(울산 남구갑)도 원래 원로 정치인의 아들에게 세습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계속 해 먹는 것이다. 그들은 어둡고 습한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 원칙과 깨끗함을 싫어한다. 이권에 항상 발을 딛고 싶어한다. 그래서 ‘언더’에 있어야 한다. 지역만 확실히 잡으면 되고, 다 뒷돈을 받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 비싼 쇠고기를 먹는다. 당비로 현찰 계산하고, 영수증을 안 받는다.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오겠는가?

-일각에선 “김상욱 의원이야말로 언더 찐윤의 도움을 많이 받지 않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하는데…

▲저는 “국민의힘이 보수 정당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 보니 이들은 국민께 총을 겨누고 사리사욕만 채운다. 그래서 같이 못 하겠다. 내란까지 일으킨 당과 같이 가는 것은 나를 뽑아준 울산시민에 대한 불명예”라고 말한다. 국민의힘을 나온 이유는 국민께 충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들과 함께 국민께 같이 총구를 겨눈다면, 그게 배신 아닐까?

-국민의힘의 모태를 거슬러 올라가면, 5·16 쿠데타와 12·12 쿠데타가 나온다.

▲그래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김 전 대통령께서 독재 세력을 청산하셨다고 생각했다.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찾아뵙고 같은 생각을 공유했다. 김 이사장도 “아버님께서 만들어 놓은 걸 그자들이 다 무위로 돌려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어느 순간 확 바뀌었다. 언더 찐윤 때문이다. 이들은 돈을 벌기 위해 정치를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옳고 그름에도 관심이 없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고, 앞으로 하고 싶은 정치는?

▲솔직히 정치를 하겠단 생각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진짜 정치인으로 거듭난 시기는 지난해 12월3일 이후였던 것 같다. 건강한 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해 국민께서 너무 힘드시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정치 때문에 우리의 장래가 어두워졌기에, 보수와 진보의 기능을 되살려 미래를 열어야 한단 생각을 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정말 좋은 곳이다. 그런데 정치인의 사리사욕 때문에 분단도 극복하지 못했고, 진영 갈등만 키워왔다. 이를 극복해서 민주주의 원칙이 뿌리내리고, 개방적·진보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북한으로 철도가 이어지고, 유라시아와 연결돼 우리가 물류 거점이 된다.

그때부터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가 된다. 대륙의 많은 자원을 당겨 쓸 수 있다. 제조업의 본질은 AI와 로보틱스 혁신 이후 물류와 관세가 됐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제조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도 있다.

평화가 만들어지면, 문화·제조업·물류·교육의 중심이 되고, 세계의 평화가 다 이루어진다. 우리의 후세도 크게 번영할 수 있다. 번영하지 못한 채 갈등·대립을 이으면, 우리는 미·중 갈등에 영향을 받아 30년 안에 대리전이 발생하는 위험한 땅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 갈림길에 있단 사명감을 느끼게 됐다. 이어 지난해 12월3일 이후엔 정치를 제대로 해야 한단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김상욱 의원을 응원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모두 국민이다. 국회의원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기 위해선 민주주의가 탄탄해야 한다. 남북의 분단과 대립도 권력자가 권력 수호를 위해 악용해 온 측면이 크다. 또 대한민국은 진영 정치 때문에 너무 멍들었다. 경제력은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 순위가 20위권 밖으로 말려 나면, 미·중 대리전이 발생하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아주 많이 커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우리나라를 싸울 이유가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첫 기틀은 민주주의 확립이다. 우리 안의 갈등이 해결돼 화해가 이뤄져야 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하려는 사람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리고 정말 민주적이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북한과 대화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가 번영하면, 미국이든 중국이든 우리나라서 감히 대리전을 치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가 평화를 만들어내는 중심이 된다. 그래야 우리의 후세가 번영한다. 국민께 꼭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정치인의 선동에 절대 휩쓸리지 마시고, 누가 바르게 일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 참여를 부탁드리고 싶다. 국민의 참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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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