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얼죽신’ 바람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의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단순한 ‘새집’이라는 상징을 넘어 가격 상승률과 주거 완성도 면에서도 신축과 구축 간의 격차가 커지면서 수요자들의 선택이 다시 신축으로 집중되고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서울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주거 유행 변화 등이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을 심화하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시대 흐름을 반영한 주차 대수나 실사용 면적, 평면 구성 등과 알파룸·팬트리·대형 드레스룸 같은 실용 공간 등이 신축 아파트의 장점으로 꼽힌다.

그래도
‘새집’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23년 4월 대비 2025년 4월 기준 전국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4.08% 상승하며 가장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 반면 20년 이상 된 구축 아파트는 1.14% 하락해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수도권 역시 신축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이 7.64%로 가장 높았으며, 5.10년(6.22%), 10.15년(5.35%) 등으로 준공 연한이 짧을수록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년간 경기도 내 전용면적 84㎡ 아파트 4만6016건의 거래 중 2020년 이후 준공된 신축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7억3150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2020년 이전 구축 아파트는 평균 5억6583만원에 거래돼 양 집단 간 평균 거래가 차이가 1억6567만원에 달했다.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29곳에서 신축과 구축 간 가격 차가 1억원 이상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축 선호가 커진 배경에는 연식뿐 아니라 주거 트렌드 변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공급된 신축 아파트는 주차 대수, 실사용 면적, 평면 구성에서 기존보다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알파룸·팬트리·대형 드레스룸 등 실용 공간이 기본화되고 있다.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독서실, 어린이집, 게스트하우스 등 고급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하게 갖춰 입주민의 만족도는 물론 전세 수요자의 선호도도 높다.

입주민
만족도

공급 측면에서도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경기도 입주 예정 물량은 6만8347가구로 전년(11만4588가구) 대비 약 40.4% 줄며 수도권에서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서울은 오히려 34.5% 증가했고, 인천은 23.9% 감소한 반면, 경기도의 감소 규모는 지방까지 포함해도 가장 컸다. 대구(-48.5%), 경북(-47.6%), 충남(-41%) 등도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축 아파트는 단지의 설계와 커뮤니티시설 등을 통한 생활 편의성이 높고,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수도권은 지속적인 인구 유입에도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이어서 향후 분양가 및 매매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은 분양(예정) 중인 경기, 인천 신축 아파트.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 경기 김포시 풍무동에 선보인 롯데건설 ‘풍무역 롯데캐슬 시그니처’가 잔여세대를 분양 중이다. 지하 4층~지상 28층 9개 동 72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타입별 가구수는 ▲65㎡A 267가구 ▲65㎡B 134가구 ▲75㎡A 59가구 ▲75㎡B 39가구 ▲75㎡C 23가구 ▲84㎡A 98가구 ▲84㎡B 100가구다.

1차 계약금 1000만원이면 계약 가능하며, 15일 내 나머지 계약금 5%만 입금하면 된다. 이후 입주 때(2028년 7월)까지 추가 비용 없이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또 전매제한 기간도 6개월로, 1차 중도금 납입 전 전매도 가능하다. 단지 전용 84㎡ 기준 분양가는 6억6400만원부터(65㎡ 5억3600만원, 75㎡ 6억500만원)다. 계약금 5%를 적용할 경우 3320만원(각각 2680만원, 30 25만원)에 불과해 입주 전까지 들어가는 초기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금리인상과 자금 부담으로 내 집 마련을 주저한 수요자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이번 조치를 시행했다”며 “기존 계약자들도 혜택을 받도록 소급 적용해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설명했다.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 나타나
구축과 격차 커지면서 선택 집중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단지 브랜드 타운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 2·3단지가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1단지를 포함해 총 3724가구 규모의 브랜드 대단지로,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은화삼지구 일대에 들어서는 신도시급 주거 단지다. 이번에 선착순 분양되는 2·3단지는 전용면적 59·84㎡, 총 2043가구 규모다. 입주는 2028년 2월 예정.

분양 조건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계약금은 5%로 책정됐으며, 1차 계약금은 정액 500만원으로 고정된다. 중도금 대출 체결 이전에도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해 투자 수요자의 관심도 기대된다.

1000만원
계약 가능

대단지에 걸맞은 커뮤니티 시설도 눈길을 끈다. 실내 테니스장, 스크린 테니스, 골프클럽, 피트니스센터, 실내 체육관 등 운동시설과 함께 사우나, 키즈카페, 공유오피스, 독서실 등 편의 공간이 조성된다. 모든 주차장은 지하로 배치해 지상은 공원형 단지로 꾸며지고, 조경 면적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단지가 들어서는 은화삼지구는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가까운 위치에 있어 직주근접 수혜지로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중심의 4개 반도체 팹(Fab)을 단계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며, 현재 1기 팹은 착공에 돌입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360조원을 투입해 6개 팹을 짓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덕원자이 SK뷰=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자이 SK뷰’ 아파트가 10년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를 선착순 임대분양 중이다. 민간임대 아파트는 입주 시점에 별도의 기간을 정하여 후분양 형태로 진행되며, 별도의 자격 여부를 따지지 않고 주택을 소유 중이어도 계약이 가능하다. 최장 10년의 임대 기간 동안 전대차도 가능하여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으며, 만기가 도래하였을 때 확정 분양가로 취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25년 6월부터 실거주자들의 입주가 개시되는 인덕원자이 SK뷰는 지하 4층~지상 29층, 총 2633세대 규모로 전용면적 39~112㎡ 대단지로 구성된다. 청약통장 없이도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고, 분양가 납부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민간임대 물량으로 실거주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당 단지에 공급되는 민간임대 세대는 전용면적 39㎡ 단일 평형으로 총 132세대가 공급된다. 1.5룸 구조로 넓은 거실 겸 침실 공간과 주방이 분리돼있어 1~2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알맞은 구조다.

주차, 설계 등 시대 흐름 반영
향후 매매가 상승 가능성 높아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GX룸, 사우나, 작은도서관, 다목적 체육관 등 고급 커뮤니티시설과 센트럴스퀘어, 테마가든, 어린이 놀이터 등 풍부한 녹지 공간이 마련돼있다. 고화질 CCTV, 필로티세대 적외선 감지기, 엘리베이터 방범 핸드레일 등 첨단 보안 시스템도 강화했다.


교통망도 주목할 만하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평촌역을 이용할 수 있으며, GTX-C 노선, 인동선, 월곶판교선 등 광역교통망이 예정돼있어 미래가치가 기대된다. 단지 인근에는 인동선 안양농수산물시장역이 신설 예정으로 인덕원역과 한 정거장 거리라는 점에서 역세권 프리미엄도 기대된다.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롯데마트와 안양농수산물시장, 성심병원, 롯데아울렛 평촌점 등이 인근에 위치한다. 내손초·백운중·백운고는 물론 중·고교 통합형 미래 학교도 조성 예정으로 우수한 학군까지 갖췄다.

단지 주변에는 모락산, 청계산, 백운호수 등 자연환경과 학의천 수변 공원이 인접해 있어 도심 속 자연 친화적 주거 환경도 함께 누릴 수 있다. 더불어 판교테크노밸리, 안양벤처밸리, 광명시흥테크노밸리(2026년 예정) 등 배후 수요도 풍부해 직주근접 수요자에게 적합하다.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 효성중공업은 김포 풍무 양도지구 도시개발사업 1~3블록에 조성되는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를 분양한다. 총 1769가구 규모로, 이 중 1573가구가 일반분양이다.

해링턴 플레이스 풍무는 교통 여건에서 뛰어난 입지를 자랑한다. 김포골드라인 풍무역에서 약 800m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로, 풍무역은 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과의 환승 공사가 계획돼있어 향후 더블 역세권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다.

골드라인을 통해 김포공항역까지 이동하면 서울지하철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김포한강선 등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특히 5호선 연장(한강선)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으로, 본격화될 경우 마곡, 여의도, 광화문, 종로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까지 환승 없이 이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망 이용도 수월해 차량을 통한 서울 전역은 물론, 인천 및 경기 남부권까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 실제 출근 시간 기준 마곡지구는 약 50분, 여의도 및 DMC는 약 60분 소요돼 서울 핵심 업무지구로의 1시간 내 출퇴근도 가능하다.

후분양 형태
민간임대는?

교육 환경 또한 우수하다. 단지 반경 500m 이내에 풍무초를 비롯해 양도초, 유현초, 신풍초 등 총 4개의 초등학교가 밀집돼 있고, 지역 내 명문으로 꼽히는 풍무중학교도 가까워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차량으로 10~15분 거리에 사우역과 인천 검단신도시 학원가가 위치해 사교육 접근성도 양호하다.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단지 주변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김포점, 홈플러스 김포풍무점 등 대형마트를 비롯해, 풍무동 중심 상권과 연결된 풍무역 상업지구, 로데오 거리 상권이 가까워 쇼핑과 외식,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매우 편리하다. 김포시청, 김포시종합운동장, 풍무도서관, 풍무국민체육센터 등 공공시설도 인접해 주거 편의성을 더한다.

자연환경 면에서도 쾌적한 정주 여건을 갖췄다. 단지 인근에 새장터공원, 선수공원, 풀무골공원 등이 위치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고덕 자연앤 하우스디=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평택 고덕지구 A4블록에 ‘고덕 자연앤 하우스디’를 분양한다. 총 517가구 규모로, 1.5대 1의 넉넉한 주차 공간을 확보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대보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금강펜테리움 레이크포레= 금강주택이 군포 대야미지구 B1블록에서 ‘금강펜테리움 레이크포레’를 분양한다. 4호선 대야미역과 인접해 서울 사당까지 환승 없이 이동 가능하다. 총 502가구 규모다.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 용인시에서는 양지지구 최초의 중대형 브랜드 아파트인 ‘클러스터용인 경남아너스빌’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총 997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84~123㎡의 다양한 평형으로 구성된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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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