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주식 싹쓸이 계획 공표
가격 올려 성공 가능성 높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성통상이 비상장사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드러내고 있다. 소액주주가 보유한 회사 주식을 오너 일가 측이 온전히 흡수한다는 취지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신성통상의 최대주주 가나안과 2대 주주 에이션패션은 지난 9일 신성통상 주식 2317만8102주(지분 16.13%)를 공개매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현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보유한 신성통상 지분은 총 83.87%다.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11.13%를 매입하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해진다. 기업이 자진 상폐를 하려면 최대주주가 전체 주식의 95% 이상(코스피 기준)을 확보해야 한다.
명확한 속내
신성통상의 자진 상폐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6월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를 추진했지만, 공개매수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해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공개매수 가격은 이번보다 43.9% 낮은 2300원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지분 5.89%를 추가 확보하는 데 그쳤다. 지분율을 기존 77.98%에서 83.88%로 끌어올렸을 뿐, 상폐 요건인 95%에 미달했다.
이번 공개매수는 성공 가능성이 한층 높아 보인다. 매수 가격은 주당 4100원으로, 지난 5일 종가(3020원) 대비 35.7% 높은 수준이다. 매수 기간은 내달 9일까지이며, 공개매수 전체 규모는 약 950억원이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이 목표한 주식 2317만8102주를 모두 사들이면 지분율 100%를 찍게 된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자진 상폐를 위한 공개매수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신성통상 주가는 무섭게 치솟았다. 지난 9일 신성통상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97%(905원) 오른 39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한가는 물론이고, 52주 최고가도 경신했다. 공개매수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을 상태에서 공개매수가 추진되면, 투자자들은 공개매수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 매수를 상법 개정안 시행 전 상폐 절차를 밟아 오너 일가의 가업 승계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신성통상이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주주 감시와 공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오너 일가의 경영권 행사는 한결 자유로워진다.
현재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염태순 회장 일가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 현재 그룹 지배구조는 큰 틀에서 ‘가나안→신성통상→자회사’ 등으로 이어진다. 에이션패션의 경우 ▲염 회장 53.3% ▲가나안 46.5% ▲소액주주 0.2%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나안을 지배하는 건 염 회장의 외아들인 염상원씨다. 염씨는 가나안 지분 82.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즉, 염씨는 가나안을 통한 간접적인 방식으로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위치를 점유한 셈이다. 나머지 가나안 지분은 염 회장(지분율 10.00%)과 에이션패션(지분율 7.57%)이 나눠 갖고 있다.
다만 자진 상폐 작업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논평을 통해 “신성통상의 상장 폐지 시도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가족회사의 자금으로 신성통상 주식을 매수해 완전한 가족회사로 만든 뒤 주주들의 감시 및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 손쉽게 투자금을 회수하고 상장사로서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사천리
한편 오너 일가는 신성통상 주식을 활용해 차익을 남긴 바 있다. 염 회장은 2021년 6월 염혜영·염혜근·염혜민 등 세 딸에게 신성통상 지분을 4%(574만여주)씩 증여했다. 증여 당시 주가는 2645원, 1인당 증여액은 약 152억원 수준이었다.
가나안은 2019년 9월 염혜영·염혜근·염혜민씨로부터 신성통상 주식 100만주씩을 주당 4920원에 장외 매수했다. 석달 전 증여 시기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사들인 것이다. 해당 과정을 거치면서 세 사람은 22억원씩 차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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