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권 회복 시급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간첩 수사권은 모두 경찰로 이관됐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2023년 기소된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의 마지막 수사였다. 이 사건을 지휘한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절박함을 토로했다. “경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3건의 거대 간첩단 수사를 미완의 상태서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잡지 못한 간첩이 수두룩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곧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필연적 의무다.” 이는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국가안보 방어체계를 유지할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지금도 지하당 간첩들의 은밀한 행위가 활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의 윤곽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

경찰은 지난 2월 일선 경찰서의 안보계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단위로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광역화를 통해 안보수사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도청 별로 안보수사과 내 최소 1개에서 최대 6개 광역안보팀이 신설됐다. ▲서울청 6개 팀 ▲부산청 2개 팀 ▲대구청 2개 팀 ▲인천청 2개 팀 ▲대전청 2개 팀 ▲광주청 1개 팀 ▲울산청 1개 팀 ▲세종청 1개 팀 등이다.

기존 경찰서 내 안보계 시설은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서 관할지역 내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시·도청 광역안보팀이 경찰서 내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안보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경찰청 안보수사국 안보범죄분석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존에 흩어져 있던 안보수사 관련 첩보 수집과 정보 분석 기능을 일원화해 정보의 정확성과 대공수사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현재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안보범죄분석과, 안보기획관리과, 안보수사지휘과, 안보수사1과, 안보수사2과가 있다. 약 150명 규모지만 성과는 제로에 가깝다. 실제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 현재까지 수백여건의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하 전 단장은 아직 경찰이 ‘간첩 수사’ 노하우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수사 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간첩들이 쓰는 암호통신문인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들은 모두 스테가노그라피로 위장돼있기 때문이다.

스테가노그라피는 그리스어로 ‘감춰진(Stegano)+통신(Graphy)’의 합성어다. 그림·오디오·영상 파일 안에 지령 메시지 등을 코드 형태로 숨기는 과정 또는 그 기법 일컫는다. 북한은 남한의 간첩단 조직원들에게 평범한 사진, 신문 기사로 보이는 ‘커버 파일(Cover File)’에 비밀 메시지를 숨긴 뒤 스테가노그라피가 적용된 ‘스테고 파일(Stego File)’을 생성해 지령을 전달한다.

스테가노그라피는 정보를 숨긴다는 측면서 암호와 비슷하지만 비밀 메시지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방어시스템 무력화 상태…재구축 필요”
대공수사권 폐지 1년 “국가 안보 자해행위”

하 전 단장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스파이들이 쓰는 통신기술로 복호화 방법을 공유하는 관계자끼리만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지난 63년간 국정원은 암호해독키 없이도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해낸 노하우가 축적돼왔다. 경찰이 아무리 과학수사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고 해도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할 수 있는 노하우는 결코 단기간 내 전수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하 전 단장은 “창원 간첩단(2023년 3월 기소)과 제주간첩단(2023년 4월 기소) 사건 모두 스테가노그라피가 활용됐다. 당연히 피고인들은 해독키를 제공하지 않았고 국정원은 이를 스스로 풀었다.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은 이런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데 특화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 전 단장은 경찰의 해외 내·수사 역량 부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국내 간첩단은 매년 2~3회 중국이나 동남아서 북한 상부선 간첩을 접선해 국내 정세를 보고하거나 지령을 받는다. 해외서 이런 은밀한 범행 현장을 채증하는 것은 수년간 현지에 체류하면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수행해 왔다”는 그는 “국정원의 이 같은 해외 내·수사 시스템은 전 세계 수사기관 사이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경찰은 시스템이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 성공적인 간첩수사를 위한 필수 요소는 해외 내·수사와 과학수사 역량인데 이 점이 뼈아프다”고 짚었다.

하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수사했던 민노총·창원·제주간첩단 사건을 지휘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수집된 11명만 수사에 착수해 검찰에 넘겼다. 2024년부터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내·수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찰에 사건을 넘길 수가 없어 수사에 착수했다”며 “최소 3~4년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100여명에 달하는 세 간첩단의 북한 연계 용의자들을 모두 확인해 간첩단 조직을 일망타진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늦었다?

북한 고위급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국정원을 매우 적대하지만 북의 지령에 따라 남한서 활동하는 간첩들을 색출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국정원 수사국 존재 자체가 국가안보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었던 셈이다.

하 전 단장은 “입사 후 평생 수사관으로 활동하는 국정원과 달리, 경찰은 보안수사 분야뿐 아니라 2~3년 단위로 정보, 경비, 외사 등 직렬로 이동한다. 그런데 보안수사 분야는 승진이나 처우가 타 부서에 비해 매우 열악하기에 모두가 기피한다. 이런 상황서 막연히 간첩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안팎서도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를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가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월등하다는 게 대공수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 전 단장은 “타이거 우즈의 스윙 폼을 수년간 따라 해도 그와 똑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원이 60년 넘게 축적한 수사기법을 경찰이 단기간 안에 터득할 수 있겠냐”며 “북한 대남공작부서의 IT 역량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경찰은 전 세계에 신경망처럼 깔린 국정원의 해외 내사 시스템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과학수사 실전 경험도 부족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 자해행위였다”고 비판했다.

성과 없는 안보수사국 기피
국정원 국내 파트 부활 절실

경찰 내부서도 안보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안보수사국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피 부서로 전락하면서 수사 의지도 꺾인 상태다.

하 전 단장은 “국정원은 각 부서에서 수십년간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보장해준다. 반대로 경찰은 언제 어느 부서로 인사이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예컨대 베테랑 시위 진압 경찰관이 사상범을 상대로 한 간첩수사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 전 단장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사라진 국정원의 국내 파트 부서도 부활시켜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전 단장은 “차라리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미국의 CIA와 FBI처럼 정보와 수사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 수사의 주체가 경찰도 국정원도 아닌 간첩수사만 전담하는 독립기관인 안보수사청을 별도로 신설해 국정원 조사관들을 이동시키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곳에 경찰, 군, 민간 전문가까지 모두 망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정원 관계자도 “본래 북한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폐지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남파공작원들에게 수 차례 지령을 내렸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최근 스테가노그라피를 포함해 북한의 지령 중 ‘국보법 폐지 분위기 조성’이라는 문장이 사라졌다. 이게 무얼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정부는 그간 의대 정원 증설 등 개혁정책을 내놨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오히려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인해 많은 국민을 골병들게 했다. 하 전 단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정확한 실태 진단과 새로운 정책 실행으로 인해 야기될 제반 후유증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하 전 단장은 “과거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사전 경고와 더불어 향후 정책적 대안까지 정부에 제공해 왔다. 이제는 국정원의 역할이 아예 없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 결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의료 현장의 심층적인 문제점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알 수 있겠나. 아니면 요소수 사태의 징조를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어떻게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국내 파트 역할


이어 “담당 분야를 누비는 국정원 정보관들은 과거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사회현상의 심층적인 문제의 원인까지 모두 찾아내 대책을 강구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현업을 팽개치고 현장에 파고들어야만 도출할 수 있는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국정원은 어떻게든 수집해 왔다. 즉, 국정원 국내 파트가 올바른 국가정책 수립에 소리없이 기여해 왔다는 점이 팩트”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