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새 대통령에 바란다 -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권 회복 시급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지 1년이 지났다. 간첩 수사권은 모두 경찰로 이관됐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2023년 기소된 ‘민노총·창원·제주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의 마지막 수사였다. 이 사건을 지휘한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은 절박함을 토로했다. “경찰이 감당하지 못하는 3건의 거대 간첩단 수사를 미완의 상태서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반드시 회복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잡지 못한 간첩이 수두룩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곧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필연적 의무다.” 이는 하동환 전 국정원 대공수사단장이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한 말이다. 그는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회복은 국가안보 방어체계를 유지할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한다. 지금도 지하당 간첩들의 은밀한 행위가 활발하지만 경찰은 그들의 윤곽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

경찰은 지난 2월 일선 경찰서의 안보계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단위로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광역화를 통해 안보수사 역량을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시·도청 별로 안보수사과 내 최소 1개에서 최대 6개 광역안보팀이 신설됐다. ▲서울청 6개 팀 ▲부산청 2개 팀 ▲대구청 2개 팀 ▲인천청 2개 팀 ▲대전청 2개 팀 ▲광주청 1개 팀 ▲울산청 1개 팀 ▲세종청 1개 팀 등이다.

기존 경찰서 내 안보계 시설은 그대로 유지하되 해당 서 관할지역 내 안보 문제가 발생하면 시·도청 광역안보팀이 경찰서 내 업무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경찰은 지난해 8월 안보수사 역량 강화를 위해 경찰청 안보수사국 안보범죄분석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기존에 흩어져 있던 안보수사 관련 첩보 수집과 정보 분석 기능을 일원화해 정보의 정확성과 대공수사 전문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현재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안보범죄분석과, 안보기획관리과, 안보수사지휘과, 안보수사1과, 안보수사2과가 있다. 약 150명 규모지만 성과는 제로에 가깝다. 실제 경찰은 국정원으로부터 현재까지 수백여건의 사건을 이첩받았으나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하 전 단장은 아직 경찰이 ‘간첩 수사’ 노하우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수사 인력이 아무리 많아도 간첩들이 쓰는 암호통신문인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고 주장했다. 수많은 북한 지령문과 대북 보고문들은 모두 스테가노그라피로 위장돼있기 때문이다.

스테가노그라피는 그리스어로 ‘감춰진(Stegano)+통신(Graphy)’의 합성어다. 그림·오디오·영상 파일 안에 지령 메시지 등을 코드 형태로 숨기는 과정 또는 그 기법 일컫는다. 북한은 남한의 간첩단 조직원들에게 평범한 사진, 신문 기사로 보이는 ‘커버 파일(Cover File)’에 비밀 메시지를 숨긴 뒤 스테가노그라피가 적용된 ‘스테고 파일(Stego File)’을 생성해 지령을 전달한다.

스테가노그라피는 정보를 숨긴다는 측면서 암호와 비슷하지만 비밀 메시지 존재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국가방어시스템 무력화 상태…재구축 필요”
대공수사권 폐지 1년 “국가 안보 자해행위”

하 전 단장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 북한 스파이들이 쓰는 통신기술로 복호화 방법을 공유하는 관계자끼리만 정보 교환이 가능하다. 지난 63년간 국정원은 암호해독키 없이도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해낸 노하우가 축적돼왔다. 경찰이 아무리 과학수사에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고 해도 스테가노그라피를 해독할 수 있는 노하우는 결코 단기간 내 전수될 수가 없다”고 우려했다.


하 전 단장은 “창원 간첩단(2023년 3월 기소)과 제주간첩단(2023년 4월 기소) 사건 모두 스테가노그라피가 활용됐다. 당연히 피고인들은 해독키를 제공하지 않았고 국정원은 이를 스스로 풀었다. 경찰의 과학수사 역량은 이런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데 특화돼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 전 단장은 경찰의 해외 내·수사 역량 부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국내 간첩단은 매년 2~3회 중국이나 동남아서 북한 상부선 간첩을 접선해 국내 정세를 보고하거나 지령을 받는다. 해외서 이런 은밀한 범행 현장을 채증하는 것은 수년간 현지에 체류하면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국정원 수사관들이 수행해 왔다”는 그는 “국정원의 이 같은 해외 내·수사 시스템은 전 세계 수사기관 사이에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경찰은 시스템이 전혀 준비돼있지 않다. 성공적인 간첩수사를 위한 필수 요소는 해외 내·수사와 과학수사 역량인데 이 점이 뼈아프다”고 짚었다.

하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수사했던 민노총·창원·제주간첩단 사건을 지휘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수집된 11명만 수사에 착수해 검찰에 넘겼다. 2024년부터 국정원의 수사권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내·수사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찰에 사건을 넘길 수가 없어 수사에 착수했다”며 “최소 3~4년의 시간이 더 있었다면 100여명에 달하는 세 간첩단의 북한 연계 용의자들을 모두 확인해 간첩단 조직을 일망타진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미 늦었다?

북한 고위급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국정원을 매우 적대하지만 북의 지령에 따라 남한서 활동하는 간첩들을 색출하는 국정원 대공수사국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입을 모았다. 즉, 국정원 수사국 존재 자체가 국가안보를 지키는 강력한 힘이었던 셈이다.

하 전 단장은 “입사 후 평생 수사관으로 활동하는 국정원과 달리, 경찰은 보안수사 분야뿐 아니라 2~3년 단위로 정보, 경비, 외사 등 직렬로 이동한다. 그런데 보안수사 분야는 승진이나 처우가 타 부서에 비해 매우 열악하기에 모두가 기피한다. 이런 상황서 막연히 간첩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만으로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정원 안팎서도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노하우를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한의 스테가노그라피 기술이 업그레이드되는 속도가 경찰이 국정원의 대공수사 역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월등하다는 게 대공수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 전 단장은 “타이거 우즈의 스윙 폼을 수년간 따라 해도 그와 똑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 국정원이 60년 넘게 축적한 수사기법을 경찰이 단기간 안에 터득할 수 있겠냐”며 “북한 대남공작부서의 IT 역량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경찰은 전 세계에 신경망처럼 깔린 국정원의 해외 내사 시스템을 따라가지도 못하고 간첩통신을 해독하는 과학수사 실전 경험도 부족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 자해행위였다”고 비판했다.

성과 없는 안보수사국 기피
국정원 국내 파트 부활 절실

경찰 내부서도 안보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안보수사국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피 부서로 전락하면서 수사 의지도 꺾인 상태다.

하 전 단장은 “국정원은 각 부서에서 수십년간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보장해준다. 반대로 경찰은 언제 어느 부서로 인사이동을 할지 알 수 없다. 예컨대 베테랑 시위 진압 경찰관이 사상범을 상대로 한 간첩수사를 능숙하게 할 수 있겠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하 전 단장은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사라진 국정원의 국내 파트 부서도 부활시켜야 한다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전 단장은 “차라리 국정원을 개혁하려면 미국의 CIA와 FBI처럼 정보와 수사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 수사의 주체가 경찰도 국정원도 아닌 간첩수사만 전담하는 독립기관인 안보수사청을 별도로 신설해 국정원 조사관들을 이동시키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곳에 경찰, 군, 민간 전문가까지 모두 망라하면 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정원 관계자도 “본래 북한은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 폐지 분위기 조성을 목적으로 남파공작원들에게 수 차례 지령을 내렸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이후 최근 스테가노그라피를 포함해 북한의 지령 중 ‘국보법 폐지 분위기 조성’이라는 문장이 사라졌다. 이게 무얼 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석열정부는 그간 의대 정원 증설 등 개혁정책을 내놨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오히려 의료계 파업 장기화로 인해 많은 국민을 골병들게 했다. 하 전 단장은 정부가 의료계의 정확한 실태 진단과 새로운 정책 실행으로 인해 야기될 제반 후유증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하 전 단장은 “과거 국정원 국내 정보 파트는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에 대한 사전 경고와 더불어 향후 정책적 대안까지 정부에 제공해 왔다. 이제는 국정원의 역할이 아예 없다.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 결코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 “의료 현장의 심층적인 문제점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알 수 있겠나. 아니면 요소수 사태의 징조를 경제부처 공무원들이 어떻게 사전에 감지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국내 파트 역할


이어 “담당 분야를 누비는 국정원 정보관들은 과거 대한민국 전반에 걸쳐 사회현상의 심층적인 문제의 원인까지 모두 찾아내 대책을 강구해 청와대에 보고했고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된 바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현업을 팽개치고 현장에 파고들어야만 도출할 수 있는 알 수 있는 정보들을 국정원은 어떻게든 수집해 왔다. 즉, 국정원 국내 파트가 올바른 국가정책 수립에 소리없이 기여해 왔다는 점이 팩트”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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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단독] 윤석열로 연결되는 SM그룹 수상한 동업 추적

홀로 다 먹으려다 계획 변경 사전작업 끝나자 숟가락 얹기 ‘알박기’ 핑계로 어쩔 수 없었다지만… 뒤편에서 아른거리는 거물급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M그룹과 윤석열 조력자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가 진행한 수상한 동업이 뒤늦게 드러났다. 단독으로 처리해도 될 법한 프로젝트를 손보면서까지 제3자를 끌어들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알박기’ 때문이라는 해명보다 유력 인사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광주 광산구 도산동 989-21번지 일원(대지면적 3만5114.6㎡)’에 591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였다. SM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인 ‘우방건설(현 동아건설산업)’은 2016년 10월7일 사업계획 승인을 받고 시행·시공 전 과정을 도맡는 방식으로 진행을 예고했다. 재주 부리니 이득은 따로 삽을 뜨는 일만 남았던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이 통과된 지 48일 만인 당해 11월24일에 생각지 못한 변곡점을 맞았다. 이 무렵 광주 광산구청은 ‘주택건설사업계획 변경승인 고시’를 통해 사업주체에 ‘도림티앤씨’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우방건설이 단독 진행 계획을 접고, 뒤늦게 제3자를 끌어들인 모양새였다. 사실 SM그룹 입장에서는 공동 시행을 반길 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도림티앤씨를 사업주체에 추가시키면 개발에 따른 차익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작아진다는 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민간개발이라는 특성상 지주작업부터 인·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사업자가 책임지는 구조였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대신 사업 종료 시 차익 극대화를 기대해 봄 직했다. 도림티앤씨가 신뢰할 만한 업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도 우방건설의 결정을 쉽사리 납득할 수 없게 만들었다. 김동호씨가 1999년 설립한 도림티앤씨는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될 당시만 해도 관련 분야에서 별다른 존재감이 없던 곳이다. 이전까지는 정보통신공사업에 주력했고, 2016년 초 부동산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방건설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 관련 지분을 70% 대 30%로 분할하는 데 동의했다. 100%를 얻고자 했던 밑그림을 접고, 30%를 내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방건설은 엄청난 번거로움을 무릅썼다. 도산동 989-21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폐쇄 부동산 등기를 확인한 결과, 우방건설은 사업계획 승인(2016년 10월7일) 이전까지 필지 30곳 이상을 단독으로 확보한 상태였다.그러나 우방건설이 선점한 필지들은 변경승인 고시(2016년 11월24일)를 목전에 둔 시점에 우방건설 ‘7’, 도림티앤씨 ‘3’으로 소유권 비율이 일제히 분할 조정됐다. 한번에 끝날 일을 두 번에 걸쳐 급하게 처리한 양상이었다. 여기저기 이상한 흔적 SM그룹은 지주작업에 써야 할 비용을 대여하는 불필요함마저 감내했다. 도림티앤씨가 개발 사업에 필요한 필지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던 금액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방건설의 2016년 감사보고서 기재된 건설용지 241억원을 지분율 70%로 반영해 도출한 값이다. 정작 도림티앤씨는 무자본에 가까운 상태에서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볼 법한 상황이었다. 도림티앤씨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는 제1금융에서 차입한 77억3900만원과 우방건설에서 빌린 56억원이 ‘토지분양대금’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M그룹 측은 사업 지연을 우려해 자금을 대여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SM그룹 관계자는 “공동 사업자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매입이 지연돼 일부 자금을 단기 대여한 것”이라며 “분양 후 원금과 이자를 모두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을 남긴 것과 별개로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은 별 탈 없이 끝맺음했다. 우방건설이 2017년 6월 동아건설산업과 합병하면서 사업주체가 기존 ‘우방건설·도림티앤씨’에서 ‘동아건설산업·도림티앤씨’로 변경됐지만, 프로젝트는 당초 계획했던 2019년 2월에 맞춰 완료됐다. 물론 동아건설산업 역시 SM그룹의 건설 계열사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개발 사업으로 양측이 거둔 분양매출은 총 1674억원으로 추산된다. 도림티앤씨는 2019년 감사보고서에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의한 누적분양매출을 502억원으로 기재했다. 해당 사업에서 도림티앤씨의 지분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건설산업이 거둔 분양매출이 1171억원임을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도림티앤씨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유입된 분양매출에 힘입어 매출 규모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2016년 140억원이었던 도림티앤씨 매출은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듬해 257억원으로 껑충 뛴 데 이어, 2018년에는 433억원으로 치솟았다. 실질적으로 남긴 금액을 의미하는 분양수익 역시 꽤나 쏠쏠했다. 동아건설산업의 2019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분양매출에서 분양원가(859억원)를 제외한 총 분양이익은 312억원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금액은 동아건설산업의 지분율 70%가 적용된 값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동아건설산업과 도림티앤씨의 합산 분양수익은 446억원, 도림티앤씨 몫으로 남겨진 분양수익은 134억원으로 추산된다. 결국 SM그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450억원 가까이 남길 수 있었던 사업에 도림티앤씨를 참여시킴으로써 130억원가량을 날린 모습이다. 달리 말하면 도림티앤씨는 돈을 빌려주고, 지주작업을 주도적으로 처리해 준 SM그룹 덕분에 2년여 만에 130억원대 이익을 남겼다는 뜻이다. 어렴풋하게 드러난 배경 공교롭게도 SM그룹이 도림티앤씨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속내는 최근에서야 어렴풋하게 드러난 상황이다. 도림티앤씨 설립자와 핏줄로 이어진 유력 인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림티앤씨는 김동호씨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가족회사의 형상을 띠고 있다. 주주 구성을 보면 배찬호 도림티앤씨 대표가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 배영이씨는 지분 20%로 2대 주주다. 배찬호 대표와 배영이씨는 각각 도림티앤씨 설립자인 김동호씨의 처남, 부인이다. 김동호씨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과거 SM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이다. 법인 등기 확인 결과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인 한통엔지니어링 이사진 명단에 등재됐던 기록이 존재한다. 1969년 설립된 한통엔지니어링은 전기통신공사업을 영위해 온 법인으로, 2007년 6월 SM그룹 계열에 편입됐다. 김동호씨는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100% 개인회사였던 한통엔지니어링에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나마 SM그룹 오너의 측근이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아니다. 또 다른 SM그룹 계열사인 우방산업에서도 비슷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우방산업은 ㈜삼라에서 지분 99.4%를 보유했던 건설 계열사로, 김동호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SM그룹 측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 개발 사업에 도림티앤씨가 참여하기에 앞서 김동호씨와 도림티앤씨의 연관성을 파악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도림티앤씨의 ‘알박기’를 사업에 참여시킨 이유라고 해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사업부지 내 도림티앤씨 소유의 필지가 섞여 있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지 매입을 시도했지만 도림티앤씨가 끝내 거절했다”며 “부득이하게 사업 진행을 위해 공동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김동호씨가 단순히 SM그룹과의 접점만 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취재 결과 김동호씨는 한국전력 역대 수장 중 최초의 정치인 출신인 김동철 현 한국전력 사장의 친동생으로 확인됐다. 김동철 사장은 2023년 9월 한국전력 부임 전까지만 해도 거물급 정치인으로 호명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그는 20대까지 내리 4선에 성공했으며, 20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22년 3월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당선인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가 자리 잡은 광주 도산동은 김동철 사장이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지역구였던 ‘광주 광산구 갑’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김동철 사장은 개발 사업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 구청 및 지방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상을 지녔던 셈이다. 게다가 김동철 사장은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또한 2016년 국토교통부가 광주 광산구 송정역 일대를 ‘지역경제 거점형 투자선도 지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는 평가는 받는 등 지역 사회에서 개발 정책 및 투자 유치 활동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만약 SM그룹이 김동철 사장의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취지로 도림티앤씨를 끌어들였다면 심각성은 배가 될 수 있다. 해당 행위가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에 저촉될 여지를 따져 볼 필요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SM그룹은 김동철 사장과 김동호씨의 관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김동호씨와 김동철 사장이 형제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동호씨는 SM그룹 계열사 대표를 퇴사한 이후 개인 사업을 운영했고, 그의 개인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가려진 딴 생각 SM그룹이 송정KTX우방아이유쉘아파트에서 700m 남짓 떨어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소재 ‘도산우방아이유쉘아파트’와 관련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수사부의 표적이 된 전례도 찜찜한 구석이다. SM우방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는 2016년 12월 준공해 2022년 말 분양 전환했는데, 검찰은 분양 전환 과정에서 돈의 흐름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지난해 10월 SM그룹 본사, SM우방 대구 본사, 광주 광산구청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 수사를 진행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