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정치’ 국민의힘 집착 이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1 10:05:12
  • 호수 15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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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이번엔 패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덕수 대망론의 본질은 국민의힘의 용병 정치 집착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용병을 내세워 실세로 군림하면서 실리는 챙기는 그림이 그려진다. 친윤계 정치인들은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해 그 맛을 봤다. 한덕수 대망론은 왕조 국가 말기의 정치 현상을 보는 것 같다.

‘한덕수 대망론’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이하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기각한 이후부터 거론됐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을 만나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으나,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먹구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을 받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권한대행이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미국에도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고, 한 대행은 “여러 요구가 있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통화 내용이 알려지자, 한덕수 대망론은 더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박덕흠·성일종·박수영·김미애 의원은 지난 10일부터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본격적으로 촉구했다.


이후 한 권한대행의 이름은 대선 여론조사에도 올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 권한대행은 8.6%의 지지를 얻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선 27.6%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54.2%를 얻은 이 전 대표에 비해 현격한 차이로 질 수도 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 가장 적은 차이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의 장점으로는 ▲전북 출신 ▲엘리트 경제·통상 관료 경력 ▲55년 경력의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만 75세라는 많은 나이는 물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약점이다.

그런데도 한덕수 대망론이 불거지는 본질은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의 적극적인 의사 타진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친윤계로선 정치 경험 없는 명망가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엔 김 전 장관이 제일 친윤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캠프엔 지난 16일이 돼서야 엄태영·박수영·김선교·인요한 의원이 합류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 중 일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나경원 의원 캠프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내부에 인물이…‘얼굴마담’ 선호
고건·반기문 이어 불거진 대망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15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김 전 장관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원내 지지층은 거의 없다”며 “김 전 장관이 자기 주장이 강해서 친윤 그룹의 이견 조율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하니까 한 권한대행에게 힘을 싣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의원의 분석대로 친윤들이 ‘자기 주장이 강한 후보’를 원치 않는다면, 당내 기반이 부실한 후보를 찾아야 한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한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김 전 장관·홍 전 시장 모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 대선후보로 확정돼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힘 내에선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등 친윤 그룹이 당내 대선후보와 외곽의 한 권한대행을 단일화 무대에 세워 한 권한대행으로 단일화한 후 당권을 계속 쥐려고 한다”고 보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신 새누리당 시절이었던 지난 2016년에도 친박(친 박근혜)계 일각에선 당 외부 출신 후보를 띄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결시킨단 취지의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던 적이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자 전국이 들썩였다.

대통령선거 출마설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족족 보도됐다.

하지만 평생 관료로 살았던 반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후 불과 7일 만에 불출마로 뜻을 바꿨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에선 반 전 총장 부부가 충북 음성 소재 부친 묘소 성묘 후 인근에 뿌려야 할 술을 그대로 마셨다는 등 ‘퇴주잔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이어 ▲에비앙 생수 선택 논란 ▲봉사활동 코스프레 논란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논란 등 수많은 미숙함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 것 같다”는 비웃음이 제기됐다.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 논란이 되는 정치의 생리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 철수로 막막
왕조 말기 현상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총리를 지내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았던 고건 전 총리도 ‘대망론’의 대상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고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공격했고, 고 전 총리의 대망론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체 대선후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주자로 옹립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도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야당과의 극한 대립만 이어가다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정치 신인으로서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이 되는 등 정치 전면에 섰지만, 지난 2024년 총선서 패배하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자멸로 인해 갑자기 치르는 이번 대선서도 가장 당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전 대표의 맞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불거진 한덕수 대망론은 과거 잠깐 불거졌다가 사그라들었던 대망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권한대행은 보수·진보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고, 김앤장·에쓰오일 등 대형 로펌과 대기업서 각각 고문·사외이사로 지내는 등 전형적인 관료의 삶을 살았다. 과거의 대망론 사례들서 깨달은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세들이 적당한 종친을 임금으로 옹립해 세도를 누리던 왕조 국가 말기 현상과 비슷하다. 권신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임금을 모시길 원치 않는다. 고려 무신 집권기 임금들과 원 간섭기의 임금들은 권신들에 의해 수시로 교체됐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의 번영이 아니라 권력의 존속이었다. 충혜왕·충정왕처럼 권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원나라 사신의 말 한마디에 죄인 신분으로 전락해 귀양을 가는 일도 있었다.

대안은?

현대 정치에선 비전과 가능성이 없는 정치 세력이 단일화·빅텐트에 집착한다. 그에 대한 집착은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는 먹구름이다. 70대 중반에 이른 50년 경력의 관료 출신에 대한 대망론을 띄우는 의도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대망’은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쓴 대하소설의 별칭이다. 대하소설 제목으로 유명했던 ‘대망’이란 말이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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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