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정치’ 국민의힘 집착 이유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4.21 10:05:12
  • 호수 1528호
  • 댓글 0개

어차피…이번엔 패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덕수 대망론의 본질은 국민의힘의 용병 정치 집착이다. 정치를 잘 모르는 용병을 내세워 실세로 군림하면서 실리는 챙기는 그림이 그려진다. 친윤계 정치인들은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해 그 맛을 봤다. 한덕수 대망론은 왕조 국가 말기의 정치 현상을 보는 것 같다.

‘한덕수 대망론’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4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이하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기각한 이후부터 거론됐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지난 8일, 한 권한대행을 만나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으나,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먹구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관련 질문을 받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한 권한대행이 후보로서 적절하지 않으냐는 의견을 가진 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미국에도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분 동안 전화 통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 여부를 물었고, 한 대행은 “여러 요구가 있지만,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통화 내용이 알려지자, 한덕수 대망론은 더 공공연하게 거론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박덕흠·성일종·박수영·김미애 의원은 지난 10일부터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본격적으로 촉구했다.


이후 한 권한대행의 이름은 대선 여론조사에도 올랐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 권한대행은 8.6%의 지지를 얻으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은 3위를 기록했다.

이 전 대표와의 양자 대결을 가정한 조사에선 27.6%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54.2%를 얻은 이 전 대표에 비해 현격한 차이로 질 수도 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국민의힘 대선주자들보다 더 많은 표를 얻어 가장 적은 차이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의 장점으로는 ▲전북 출신 ▲엘리트 경제·통상 관료 경력 ▲55년 경력의 풍부한 행정 경험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만 75세라는 많은 나이는 물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약점이다.

그런데도 한덕수 대망론이 불거지는 본질은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의 적극적인 의사 타진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친윤계로선 정치 경험 없는 명망가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중엔 김 전 장관이 제일 친윤 색채가 강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캠프엔 지난 16일이 돼서야 엄태영·박수영·김선교·인요한 의원이 합류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 중 일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나경원 의원 캠프에 각각 참여하고 있다.

내부에 인물이…‘얼굴마담’ 선호
고건·반기문 이어 불거진 대망론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지난 15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김 전 장관은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원내 지지층은 거의 없다”며 “김 전 장관이 자기 주장이 강해서 친윤 그룹의 이견 조율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하니까 한 권한대행에게 힘을 싣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김 의원의 분석대로 친윤들이 ‘자기 주장이 강한 후보’를 원치 않는다면, 당내 기반이 부실한 후보를 찾아야 한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한 권한대행뿐만 아니라, 김 전 장관·홍 전 시장 모두 당내 기반이 부실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 대선후보로 확정돼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국민의힘 내에선 얼굴마담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 원내대표 등 친윤 그룹이 당내 대선후보와 외곽의 한 권한대행을 단일화 무대에 세워 한 권한대행으로 단일화한 후 당권을 계속 쥐려고 한다”고 보는 일각의 시선도 있다.

국민의힘은 전신 새누리당 시절이었던 지난 2016년에도 친박(친 박근혜)계 일각에선 당 외부 출신 후보를 띄워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결시킨단 취지의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던 적이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하자 전국이 들썩였다.

대통령선거 출마설까지 불거졌기 때문에, 반 전 총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족족 보도됐다.

하지만 평생 관료로 살았던 반 전 총장은 대선 출마 선언 후 불과 7일 만에 불출마로 뜻을 바꿨다. 당시 정치권과 언론에선 반 전 총장 부부가 충북 음성 소재 부친 묘소 성묘 후 인근에 뿌려야 할 술을 그대로 마셨다는 등 ‘퇴주잔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이어 ▲에비앙 생수 선택 논란 ▲봉사활동 코스프레 논란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 논란 등 수많은 미숙함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이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인 것 같다”는 비웃음이 제기됐다.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하나 논란이 되는 정치의 생리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 철수로 막막
왕조 말기 현상

또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총리를 지내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았던 고건 전 총리도 ‘대망론’의 대상이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2월 “고 전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공격했고, 고 전 총리의 대망론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체 대선후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던 국민의힘은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주자로 옹립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도 정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야당과의 극한 대립만 이어가다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정치 신인으로서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이 되는 등 정치 전면에 섰지만, 지난 2024년 총선서 패배하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자멸로 인해 갑자기 치르는 이번 대선서도 가장 당선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 전 대표의 맞상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서 불거진 한덕수 대망론은 과거 잠깐 불거졌다가 사그라들었던 대망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권한대행은 보수·진보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고, 김앤장·에쓰오일 등 대형 로펌과 대기업서 각각 고문·사외이사로 지내는 등 전형적인 관료의 삶을 살았다. 과거의 대망론 사례들서 깨달은 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실세들이 적당한 종친을 임금으로 옹립해 세도를 누리던 왕조 국가 말기 현상과 비슷하다. 권신들은 자기 주장이 강한 임금을 모시길 원치 않는다. 고려 무신 집권기 임금들과 원 간섭기의 임금들은 권신들에 의해 수시로 교체됐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나라의 번영이 아니라 권력의 존속이었다. 충혜왕·충정왕처럼 권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원나라 사신의 말 한마디에 죄인 신분으로 전락해 귀양을 가는 일도 있었다.

대안은?

현대 정치에선 비전과 가능성이 없는 정치 세력이 단일화·빅텐트에 집착한다. 그에 대한 집착은 패배를 사실상 인정하는 먹구름이다. 70대 중반에 이른 50년 경력의 관료 출신에 대한 대망론을 띄우는 의도는 과연 올바른 것일까? ‘대망’은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쓴 대하소설의 별칭이다. 대하소설 제목으로 유명했던 ‘대망’이란 말이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다.

<ctzxp@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