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조준?’ 공수처 못 건드는 이유

수사할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서 인력도 보충되지 않는 등 애로 사항이 산적하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제자리걸음 상태가 지속될 경우 조기 대선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감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총 검사 7명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과정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현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한 권한대행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나섰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침묵 7개월

공수처가 현재까지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청한 검사는 총 4명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했던 인원을 합하면 7명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월21일 인사위 의결을 거쳐 신규 검사 4명(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을 대통령실에 임명 제청했다.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지난해 검사 사직 이후 충원되지 않아 처·차장을 제외하면 수사 검사는 12명(휴직자 1명 포함)에 불과하다. 6명의 부장검사 자리 중 4명이 공석이고 수사1·2부는 부장과 평검사까지 없어 사실상 공중분해 직전이다.


이날부터 개정된 공수처법이 시행되면서 공수처 검사 자격은 ‘7년 이상 변호사 경력’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공수처는 애초 8명까지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제청 인원은 4명으로 확정됐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는 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인사위는 검사를 추천만 할 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임명 없이는 검사를 충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인사위가 지난해 8월 송부한 4명의 검사 연임안을 임기 만료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25일에야 재가했다. 한 권한대행도 윤 전 대통령처럼 법률안 거부권과 인사권 등을 선택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인사위원인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공수처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게 골자다.

이 변호사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부장·평검사 7명 임명 제청
윤부터 한까지 보류⋯직무유기죄 가능성

그는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해 9월 검사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고 이어 지난 1월 검사 4명을 추천했는데 7명 모두 아직도 임명되지 않았다”며 “이는 임명권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방기해 국가기관인 공수처 기능을 저해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9월 이래 적게는 7명, 많게는 11명의 검사가 공석이라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렸다”며 “12·3 내란 사태 이후 공수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하고 관련 혐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됐고, 그 기간 대통령 및 그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어떠한 임명 행위를 하지 않아 공수처는 기존의 검사 임명 계획까지 철회하는 등 존립조차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피고소인은 고소인을 비롯한 공수처 인사위 위원들의 공수처 임명 관련 심의·의결 권리를 방해 및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직권남용죄 소지도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한 권한대행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100일 넘도록 미루고,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권한대행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 이용우 법률위원장과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이 임명한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의 위헌적 전횡으로 인해 헌법 유린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한덕수 권한대행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외면하고 이완규는 헌재에 추천
조기 대선 전까지 속도 못 내 수사 올스톱

이들은 특히 12·3 내란 사태 다음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하는 등 내란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명백한 월권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을 파면한 국민과 헌법재판소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헌법 농단·국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 제71조는 대통령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 등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취지는 어디까지나 예비·보충적으로 일부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행사할 것임을 밝힌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도 민주당의 주장에 무게를 싣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16일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의 효력은 일시 정지된 것이다.

정지 기한은 김 변호사가 낸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 확인’ 헌법소원의 선고 시까지다.

헌재는 한 권한대행이 지명에 잇따르는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등 일체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헌재는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이 사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피신청인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게)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피신청인의 임명 행위로 인해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의미한 압력


정치권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가능성은 적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여권의 일부 대선주자들이 공수처 폐지 공약을 내놓은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6·3 대선 이전에 쉽사리 신규 임용 여부를 결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출마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한 권한대행 입장서도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유인은 더욱 적다. 결국 공수처가 한 권한대행에 관한 여러 고발장을 받아 사건을 배당한 이후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조기 대선 이전에는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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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