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조준?’ 공수처 못 건드는 이유

수사할 사람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공수처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2·3 내란 사태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서 인력도 보충되지 않는 등 애로 사항이 산적하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제자리걸음 상태가 지속될 경우 조기 대선 이후에야 수사에 속도감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 총 검사 7명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과 파면 과정서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현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한 권한대행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나섰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침묵 7개월

공수처가 현재까지 한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청한 검사는 총 4명이다. 윤 전 대통령이 임명을 보류했던 인원을 합하면 7명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월21일 인사위 의결을 거쳐 신규 검사 4명(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을 대통령실에 임명 제청했다.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지난해 검사 사직 이후 충원되지 않아 처·차장을 제외하면 수사 검사는 12명(휴직자 1명 포함)에 불과하다. 6명의 부장검사 자리 중 4명이 공석이고 수사1·2부는 부장과 평검사까지 없어 사실상 공중분해 직전이다.


이날부터 개정된 공수처법이 시행되면서 공수처 검사 자격은 ‘7년 이상 변호사 경력’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됐다. 공수처는 애초 8명까지 선발할 계획이었으나 추가 제청 인원은 4명으로 확정됐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는 5년 이상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에서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인사위는 검사를 추천만 할 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임명 없이는 검사를 충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인사위가 지난해 8월 송부한 4명의 검사 연임안을 임기 만료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25일에야 재가했다. 한 권한대행도 윤 전 대통령처럼 법률안 거부권과 인사권 등을 선택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수처 인사위원인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죄로 고소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공수처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는 게 골자다.

이 변호사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로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부장·평검사 7명 임명 제청
윤부터 한까지 보류⋯직무유기죄 가능성

그는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해 9월 검사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고 이어 지난 1월 검사 4명을 추천했는데 7명 모두 아직도 임명되지 않았다”며 “이는 임명권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방기해 국가기관인 공수처 기능을 저해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고소장에서 “지난해 9월 이래 적게는 7명, 많게는 11명의 검사가 공석이라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렸다”며 “12·3 내란 사태 이후 공수처 주도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체포하고 관련 혐의자들을 수사하는 과정서 인력난은 더욱 가중됐고, 그 기간 대통령 및 그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어떠한 임명 행위를 하지 않아 공수처는 기존의 검사 임명 계획까지 철회하는 등 존립조차 흔들리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 변호사는 “피고소인은 고소인을 비롯한 공수처 인사위 위원들의 공수처 임명 관련 심의·의결 권리를 방해 및 침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직권남용죄 소지도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한 권한대행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100일 넘도록 미루고,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등 권한대행이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했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 이용우 법률위원장과 한준호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이 임명한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의 위헌적 전횡으로 인해 헌법 유린은 여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저버린 한덕수 권한대행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외면하고 이완규는 헌재에 추천
조기 대선 전까지 속도 못 내 수사 올스톱

이들은 특히 12·3 내란 사태 다음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하는 등 내란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 처장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을 두고 “명백한 월권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을 파면한 국민과 헌법재판소의 뜻에 정면으로 반하는 헌법 농단·국정 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 제71조는 대통령 궐위나 사고 시 국무총리 등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취지는 어디까지나 예비·보충적으로 일부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이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행사할 것임을 밝힌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도 민주당의 주장에 무게를 싣는 판단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16일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한 권한대행이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행위의 효력은 일시 정지된 것이다.

정지 기한은 김 변호사가 낸 ‘재판관 임명권 행사 위헌 확인’ 헌법소원의 선고 시까지다.

헌재는 한 권한대행이 지명에 잇따르는 인사청문 요청안 제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요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 등 일체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헌재는 “가처분을 기각할 경우 이 사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가 그대로 진행돼 피신청인이 이 사건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게 될 것”이라며 “(한 권한대행에게)임명할 권한이 없다면 피신청인의 임명 행위로 인해 신청인만이 아니라 계속 중인 헌법재판 사건의 모든 당사자의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의미한 압력


정치권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지만 한 권한대행이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가능성은 적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여권의 일부 대선주자들이 공수처 폐지 공약을 내놓은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6·3 대선 이전에 쉽사리 신규 임용 여부를 결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출마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한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가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직권남용 등 혐의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한 권한대행 입장서도 공수처 검사를 임명할 유인은 더욱 적다. 결국 공수처가 한 권한대행에 관한 여러 고발장을 받아 사건을 배당한 이후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조기 대선 이전에는 속도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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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