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보돈사람’ ‘돈태우’ 노소영이 바꾼 아버지 별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살아생전 별명은 ‘보통사람’과 ‘물태우’였다.

보통사람은 13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서 노태우 대선후보가 “나, 이 사람 보통사람입니다. 믿어주세요”라는 발언을 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당시 노태우 대선후보 선거캠프는 노 후보의 ‘12.12 쿠데타’ ‘5·17 내란’ 등 권력 범죄에 관여한 이미지를 없애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선거 전략으로 보통사람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물태우는 노 전 대통령이 집권 초반부터 여소야대 국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임기 중반에 레임덕에 빠지면서 대통령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자 생긴 별명이다.

이 별명은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부드러운 성품의 노 전 대통령을 대변했고, 현실에 순응하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 용도로도 사용됐다.

노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과 물태우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두 별명 때문에 노태우정권이 엄연히 군부독재 정권이며 권위주의가 강했지만, 국민으로부터 기존 군사 독재 정권에 비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년이 지난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별명 보통사람과 물태우가 ‘보돈사람’과 ‘돈태우’로 바뀌었다.

보돈사람은 돈이 돼지(豚)를 연상케 하고 돼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탐욕이기 때문에 ‘탐욕스런 돼지같은 사람’을 일컫는다. 노 전 대통령 살아생전 좋아했던 보통사람을 패러디한 별명이다.

돈태우는 말 그대로 ‘돈 욕심이 많은 노태우’를 의미한다. 이 별명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살아생전 좋아했던 물태우를 패러디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살아생전 긍정적인 별명이 왜 부정적인 별명으로 바뀌었을까? 이는 아쉽게도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이 본의 아닌 셀프 패드립(자신의 부모에 대한 모욕)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노 관장은 이혼소송을 했다. 이때 승소에만 급급했던 노 관장이 느닷없이 아무도 모르고 당사자들만 아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카드를 꺼냈다. 노 관장이 꺼낸 비자금은 300억원이었고, 그 근거는 달랑 그 모친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였다.

노 관장이 이혼소송 2심서 공개했던 김 여사 메모에 등장하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도 904억원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이후 정치권 등에서 추가로 밝혀낸 비자금을 포함해 총 1400여억원 비자금이 ‘당사자들만 아는 비밀’로 지켜지며 불법 은닉돼왔음이 밝혀졌다.

즉,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대법원 판결로부터 28년, 추징금 완납 11년 만에 은닉 비자금이란 또 다른 모습으로 재등장한 것이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살아서도 돈의 탐욕을 드러내더니, 죽어서도 돈의 탐욕을 버리지 못한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의 별명이 보돈사람과 돈태우로 바뀐 이유다.


대통령 재임 기간 5000억원대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한 죄로 처벌받은 후, 마치 속죄하고 다 반납한 것처럼 코스프레해 놓고 뒤로는 수천억원 비자금을 불법 은닉한 노 전 대통령이 ‘천하에 돼지같이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이란 의미로 보돈사람과 돈태우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는 건 안타까운 우리나라 대통령의 흑역사다.

돈은 ‘자금’과 ‘돼지’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어 보통사람을 빗대어 만든 보돈사람과 물태우를 빗대어 만든 돈태우는 같은 맥락의 별명이다.

살아생전 ‘보통’과 ‘물’이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의미 때문에 긍정적이었던 별명을 사후에 돈(자금, 돼지)의 의미가 들어간 부정적인 별명으로 바꾼 장본인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아버지의 비자금을 폭로한 노 관장이었다는 사실 역시 우리 사회의 흑역사가 아닐 수 없다.

노태우정부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모 원로 인사는 노 관장이 보통사람과 물태우라는 긍정적인 별명을 가진 대통령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었던 아버지를 부관참시해 돈 욕심이 많은 돼지같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점에 대해 “구천서 떠돌고 있을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3일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가 최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노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 등이 돈세탁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하고 세금을 포탈한 정황이 있다”며 고발장을 냈다.

환수위는 “검찰이 조속히 노태우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특히 노 원장은 해외와 국내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세탁해 온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체 조사를 통해 “노소영 등 노태우 일가의 자금 운용이 여러 면에서 석연치 않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범죄 행위자의 사망 등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을 땐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거나 추징하는 게 불가능해, 노 원장의 2심 판결은 은닉 비자금을 사실상 노 관장과 노 원장 재산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서 비자금 실체가 밝혀지면 노 전 대통령이 납부한 추징금과는 다른 돈이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진다.

노 관장과 노 원장은 노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을 관리해 온 사실상 비자금 상속자고, 범죄수익을 관리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으로 증식해 온 공범이다.

이제 노 관장과 노 원장은 아버지 비자금에 대해 법적·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노 전 대통령이 원래부터 보돈사람이었고, 돈태우였다는 점을 인정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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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