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대교육 정상화 노리는 김택우

‘의정 갈등’ 해결할까

[일요시사 취재 1팀] 안예리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정부와의 강경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정부에 2025학년도 의료교육을 정상화시킬 ‘마스터플랜’을 촉구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의료계는 앞으로 김 회장이 ‘마스터플랜의 키’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서 1위를 차지했던 김택우 후보가 지난달 7일 2차 결선 투표서 최종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6개월 만에 탄핵된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였다. 김 회장은 공약을 통해 ▲의료정책의 중추가 되는 의사협회 구축 ▲의사의,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의협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정상화 등을 내걸었다. 김 회장은 앞으로 2027년 4월 말까지 의협을 이끌게 된다.

면허정지
사직 조장

김 회장은 대정부 투쟁에 있어 강경파로 분류되며, 의대 증원 중지 및 교육 정상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회장 출마 당시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 농단’이라 지칭하며 정부에 모든 의료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로써 김 회장이 이끌 의협은 대정부 강경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기정사실화됐다.

김 회장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과 함께 전공의 집단 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의사면허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2월 김 회장은 의대 증원 반대 집회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며 시위에 앞장섰다.

같은 달 2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300여명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70%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서 김 회장은 “40개 의과대학이 있는데 20여개를 더 만들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내가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법에 밝다. 법으로 할 것이 있고 대화로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정책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아올 수 없다”며 “의료 전문가로서 향후에 닥칠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떻게 이기주의가 되느냐”고 호소했다.

집회 여파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김 회장과 박 위원장에게 의사 면허 자격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의대 정원 증원 저지 궐기대회’ 당시 이들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회장은 “여러분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기필코 정원 저지를 위해 앞장서겠다. 저 혼자 면허 취소하고 던지지 않겠다”며 “13만 대한민국 의사가 동시에 면허가 취소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가 이 전쟁서 승리한다”고 발언했다.

정부와 강경투쟁 시동
‘의대 증원 중단’ 촉구

박 위원장은 “투쟁이 필요하다면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겠다”며 “저 박명하는 의사 회원과 국민을 위한 저지 투쟁서 저 개인의 희생을 영광이라는 각오로 오로지 저지 투쟁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말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서 기각됐다. 그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은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촉발하는 독단적이고 과도한 정책”이라며 “14만 의사 회원과 2만 의대생들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사 표현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법률상 근거도 없는 무리한 겁박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면허정지 처분은 우리의 투쟁 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임을 명백히 밝힌다”며 “우리의 정당한 투쟁서 발생하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다. 향후 추가적인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김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집행부 구성과 의료계 현안 대응 방향에 대해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궐위 상태므로 추진했던 모든 정책은 잠정 중단하는 것이 맞다”며 의대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또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 정상화에 확고한 입장을 밝히며, 논의 여지가 있는 대안을 정부가 먼저 제시하기 전까지 의정 간 협의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에 앞서 반드시 2025년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상태로는 도저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을 인정하고 명확한 계획과 방침을 공표해야 의료계도 2026년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계획을 논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회동
마스터플랜

김 회장은 2025학년도 증원에도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2026학년도와 더불어 올해 증원 계획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2025학년도 증원은 받아들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증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아니라, 교육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정부에 묻고 싶다”며 반문했다.

그는 “의협이 그간 협의체서 탈퇴하는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는데 이 부분은 한계가 있어 앞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아젠다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신설을 진행하고 있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공정성과 구성 등이 불합리하다고 본다”며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로 하는 위원회에서는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경영자나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올바른 법안이 만들어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대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협 내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의협의 새 집행부 명단도 공개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로운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박 부회장은 “이전 의협 집행부와 소모적인 갈등이 진행된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 집행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겠다”며 “같은 목적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현재 의료 사태의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 회장은 주말에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날 만남을 통해 2026년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와 ‘의정 갈등’ 현안에 대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이 부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 부총리가 김 회장과 상견례를 통해 비공개로 만났고 올해 증원에 따른 교육 방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대 증원이든 감원이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서 서로 욕먹을 각오로 담판 짓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
시급하다

교육계에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축’에 대한 얘기도 나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와 의협회장이 처음 만난 자리였고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대학 총장들과 만난 자리서 이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겪은 힘겨움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지만 실상은 교육부 장관에게 결정권이 없고 대통령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실과 복지부는 의대 정원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정 갈등 주무 부처인 복지부서도 반대 의견이 강하다. 의정 갈등 실무를 지난 1년 동안 총괄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대 증원을 되돌릴 거면 지난 1년간 왜 그렇게 환자들을 힘들게 했냐”며 “핵심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질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는 합격자가 발표된 지금까지도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취소를 요구해 왔다”며 “저자세 대응으로는 전공의도, 의대생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이다. 사직 전공의 복귀율이 2.2%로 미미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각 의과대학에서는 정부 방침인 2000명 증원을 반영해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지했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변동이 생긴다면 각 대학들은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의대 정원은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전체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할지, 각 대학별로 어떻게 배분할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욕먹을 각오로 담판 짓자”
“과거같이 끌려가지 않겠다”

의협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0명으로 하거나 2025학년도에 증원된 만큼 덜 뽑아야 의대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 1년간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여야 의대생들에게 명분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유인책으로 수련 및 입영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지만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수련 특례 조치를 통해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직한 의무사관 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런 정부의 유화 조치에도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후속조치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조치와 함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검토 입장을 밝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 사과도 했지만 완고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김 회장은 “과거같이 정부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결자해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했다. 이들이 새 학기에 모두 복학할 경우 2025학번 신입생을 포함해 최대 7500명가량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듣게 된다.

최근 정부 회의서 이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서울대 의대생들 대다수도 이번 학기에 복귀할 것 같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서 복귀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는 교원 증원과 시설·기자재 확충, 의대교육 혁신 지원 등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총 6062억원 예산을 투자하겠다”며 의대생들 복귀 시 수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어
강경파

일각에선 2026학년도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거나 줄여서 뽑은 후 2024·2025학번을 올해와 내년에 분산해 수업을 듣게 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대다수의 대학교가 3월에 개강을 앞두고 있는 만큼 2026년 의대 정원은 내달까지 확정해야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서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의협과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박단 신임 부회장 MZ 의사 대표로 등장

지난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를 앞장서 주도했던 박단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부회장 선임이 눈에 띈다.

대한의협 김택우 회장은 “새로운 의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적의 인선을 완료했다”며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했고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제43대 의협 집행부서 13명의 부회장 중 80,90년대생은 박 위원장이 유일하다.

그는 올해 나이 만 34세로 가장 젊은 나이로 부회장이 됐다.

지난달 19일에 마감한 사직 전공의 모집 결과, 전체 사직 전공의 9220명 중 2.2%인 199명이 지원했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은 “정부에 이렇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언제까지 발악할 것이냐”며 “지난 6월 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만나 진작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더니 그럴 리 없다고 했다”며 “플랜 B가 없겠냐? 정부를 무시하지 말라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일침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잘못을 했으면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사태 수습도 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면 누가 해결해 주겠느냐”며 “당신들 때문에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무리해서 강행하셨으니 수습할 대책을 가져오라”고 조치를 촉구했다. <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