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의대교육 정상화 노리는 김택우

‘의정 갈등’ 해결할까

[일요시사 취재 1팀] 안예리 기자 =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정부와의 강경투쟁에 시동을 걸었다. 김 회장은 정부에 2025학년도 의료교육을 정상화시킬 ‘마스터플랜’을 촉구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의료계는 앞으로 김 회장이 ‘마스터플랜의 키’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제43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 선거 1차 투표서 1위를 차지했던 김택우 후보가 지난달 7일 2차 결선 투표서 최종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임현택 전 회장이 6개월 만에 탄핵된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였다. 김 회장은 공약을 통해 ▲의료정책의 중추가 되는 의사협회 구축 ▲의사의, 의사에 의한, 의사를 위한 의협 ▲전공의 수련과 의대생 교육 정상화 등을 내걸었다. 김 회장은 앞으로 2027년 4월 말까지 의협을 이끌게 된다.

면허정지
사직 조장

김 회장은 대정부 투쟁에 있어 강경파로 분류되며, 의대 증원 중지 및 교육 정상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회장 출마 당시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 농단’이라 지칭하며 정부에 모든 의료정책을 멈춰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로써 김 회장이 이끌 의협은 대정부 강경투쟁을 이어갈 것으로 기정사실화됐다.

김 회장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과 함께 전공의 집단 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의사면허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2월 김 회장은 의대 증원 반대 집회서 “함께 투쟁해야 한다”며 시위에 앞장섰다.

같은 달 25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300여명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70%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서 김 회장은 “40개 의과대학이 있는데 20여개를 더 만들면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내가 아는 윤석열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법에 밝다. 법으로 할 것이 있고 대화로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정책은 한번 망가지면 되돌아올 수 없다”며 “의료 전문가로서 향후에 닥칠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떻게 이기주의가 되느냐”고 호소했다.

집회 여파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김 회장과 박 위원장에게 의사 면허 자격 3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의대 정원 증원 저지 궐기대회’ 당시 이들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회장은 “여러분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아 기필코 정원 저지를 위해 앞장서겠다. 저 혼자 면허 취소하고 던지지 않겠다”며 “13만 대한민국 의사가 동시에 면허가 취소되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우리가 이 전쟁서 승리한다”고 발언했다.

정부와 강경투쟁 시동
‘의대 증원 중단’ 촉구

박 위원장은 “투쟁이 필요하다면 서울시의사회가 앞장서겠다”며 “저 박명하는 의사 회원과 국민을 위한 저지 투쟁서 저 개인의 희생을 영광이라는 각오로 오로지 저지 투쟁의 최선봉에 서겠다”고 말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김 회장은 면허정지 처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중단해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법원서 기각됐다. 그는 “정부의 필수의료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은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촉발하는 독단적이고 과도한 정책”이라며 “14만 의사 회원과 2만 의대생들의 자발적이고 정당한 의사 표현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전방위적으로 법률상 근거도 없는 무리한 겁박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이번 면허정지 처분은 우리의 투쟁 의지를 더욱 견고히 할 뿐임을 명백히 밝힌다”며 “우리의 정당한 투쟁서 발생하는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것이다. 향후 추가적인 행정처분뿐만 아니라 경찰과 검찰의 부당한 압박에도 흔들림 없이 저지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6일 김 회장은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는 새로운 집행부 구성과 의료계 현안 대응 방향에 대해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궐위 상태므로 추진했던 모든 정책은 잠정 중단하는 것이 맞다”며 의대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또 의대 교육과 전공의 수련 정상화에 확고한 입장을 밝히며, 논의 여지가 있는 대안을 정부가 먼저 제시하기 전까지 의정 간 협의는 어렵다고 못 박았다.

김 회장은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관련 논의에 앞서 반드시 2025년도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 상태로는 도저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음을 인정하고 명확한 계획과 방침을 공표해야 의료계도 2026년 의대 정원 문제를 포함한 계획을 논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공개 회동
마스터플랜

김 회장은 2025학년도 증원에도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2026학년도와 더불어 올해 증원 계획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2025학년도 증원은 받아들이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증언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아니라, 교육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정부에 묻고 싶다”며 반문했다.

그는 “의협이 그간 협의체서 탈퇴하는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했는데 이 부분은 한계가 있어 앞으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아젠다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가 신설을 진행하고 있는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공정성과 구성 등이 불합리하다고 본다”며 “공정성과 합리성을 담보로 하는 위원회에서는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경영자나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이어 “올바른 법안이 만들어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의대생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협 내 구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의협의 새 집행부 명단도 공개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로운 부회장단에 합류했다. 박 부회장은 “이전 의협 집행부와 소모적인 갈등이 진행된 측면이 있었지만, 앞으로 집행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겠다”며 “같은 목적을 갖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현재 의료 사태의 해결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 회장은 주말에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날 만남을 통해 2026년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 문제와 ‘의정 갈등’ 현안에 대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이 부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 부총리가 김 회장과 상견례를 통해 비공개로 만났고 올해 증원에 따른 교육 방안에 대해 의논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대 증원이든 감원이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서 서로 욕먹을 각오로 담판 짓자”는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
시급하다

교육계에선 ‘2026학년도 의대 정원 감축’에 대한 얘기도 나눴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 부총리와 의협회장이 처음 만난 자리였고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고 반박했다.

최근 대학 총장들과 만난 자리서 이 부총리는 지난 1년간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겪은 힘겨움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나와 있지만 실상은 교육부 장관에게 결정권이 없고 대통령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의견이 분분하다. 대통령실과 복지부는 의대 정원 축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정 갈등 주무 부처인 복지부서도 반대 의견이 강하다. 의정 갈등 실무를 지난 1년 동안 총괄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의대 증원을 되돌릴 거면 지난 1년간 왜 그렇게 환자들을 힘들게 했냐”며 “핵심 정책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질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는 합격자가 발표된 지금까지도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취소를 요구해 왔다”며 “저자세 대응으로는 전공의도, 의대생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도 같은 입장이다. 사직 전공의 복귀율이 2.2%로 미미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각 의과대학에서는 정부 방침인 2000명 증원을 반영해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지했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에 변동이 생긴다면 각 대학들은 4월 말까지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에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의대 정원은 정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전체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할지, 각 대학별로 어떻게 배분할지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욕먹을 각오로 담판 짓자”
“과거같이 끌려가지 않겠다”

의협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0명으로 하거나 2025학년도에 증원된 만큼 덜 뽑아야 의대 교육이 정상화된다”고 주장했다. 이 부총리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 1년간 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의대생들은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여야 의대생들에게 명분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 유인책으로 수련 및 입영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한하고 있지만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수련 특례 조치를 통해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사직한 의무사관 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로 입영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의협은 이런 정부의 유화 조치에도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부터 내놔야 한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 대해 “후속조치에 불과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전공의 복귀 조치와 함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검토 입장을 밝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개 사과도 했지만 완고한 태도를 유지한 것이다.

김 회장은 “과거같이 정부 정책에 끌려가지 않겠다”며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결자해지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의대생들이 대거 휴학했다. 이들이 새 학기에 모두 복학할 경우 2025학번 신입생을 포함해 최대 7500명가량이 한꺼번에 1학년 수업을 듣게 된다.

최근 정부 회의서 이 부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 “서울대 의대생들 대다수도 이번 학기에 복귀할 것 같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의대 정원을 제로베이스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서 복귀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5년에는 교원 증원과 시설·기자재 확충, 의대교육 혁신 지원 등 의학교육 여건 개선에 총 6062억원 예산을 투자하겠다”며 의대생들 복귀 시 수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이어
강경파

일각에선 2026학년도 신입생을 아예 뽑지 않거나 줄여서 뽑은 후 2024·2025학번을 올해와 내년에 분산해 수업을 듣게 하는 방법도 제기됐다. 대다수의 대학교가 3월에 개강을 앞두고 있는 만큼 2026년 의대 정원은 내달까지 확정해야 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서 ”3월 신입생이 돌아오기 전에 의협과 빨리 협의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박단 신임 부회장 MZ 의사 대표로 등장

지난해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사태를 앞장서 주도했던 박단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부회장 선임이 눈에 띈다.

대한의협 김택우 회장은 “새로운 의협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적의 인선을 완료했다”며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임명했고 젊은 의사들의 참여를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제43대 의협 집행부서 13명의 부회장 중 80,90년대생은 박 위원장이 유일하다.

그는 올해 나이 만 34세로 가장 젊은 나이로 부회장이 됐다.

지난달 19일에 마감한 사직 전공의 모집 결과, 전체 사직 전공의 9220명 중 2.2%인 199명이 지원했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은 “정부에 이렇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며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는 언제까지 발악할 것이냐”며 “지난 6월 교육부 이주호 장관을 만나 진작에 이렇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더니 그럴 리 없다고 했다”며 “플랜 B가 없겠냐? 정부를 무시하지 말라더니 어떻게 된 것이냐”고 일침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잘못을 했으면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사태 수습도 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면 누가 해결해 주겠느냐”며 “당신들 때문에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무리해서 강행하셨으니 수습할 대책을 가져오라”고 조치를 촉구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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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