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삼부토건 회장님 저주의 비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2.06 15:14:37
  • 호수 15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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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터지는 ‘M&A 큰 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삼부토건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방만 운영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삼부토건은 지난해 3월과 6월, 7월에도 임직원 월급을 제날 지급하지 못했다. 6월분 급여는 7월 중순에야 지급을 마쳤다. 지난달까지 총 네 차례의 임금체불 사태다.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은 올해 이사회에 단 6번 참석했다.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 출석률도 고작 5번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일준 회장이 인수한 회사들은 심각한 경영 부진을 겪거나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던 만큼, 삼부토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이 인수한 기업들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기업인수(M&A)에 열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부차입 등 자금조달은 삼부토건의 주가 부진으로 이어졌다. 

난감한
상상인

이 회장의 화장품 업체 디와이디는 전체 자산의 65%를 삼부토건 투자와 관련해 계상한 가운데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삼부토건도 반기보고서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삼부토건은 3년째 이어지고 있는 영업손실과 유동성 악화 등 재정 문제로 존폐 기로에 놓여있다. 이 같은 악재에 최대주주인 디와이디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회복은 어려운 모양새다. 삼부토건 인수 당시부터 FI(재무적 투자자) 역할을 해온 상상인그룹(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금회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디와이디 경영권 변동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지난해 11월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총 170억원 규모의 디와이디 유상증자에 참여해 경영권 변경을 예고했다. 그러자 디와이디 주가가 최대주주 변경 소식과 함께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디와이디 최대주주인 이 회장이 회사의 자기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삼부토건, 대양건설, 녹원씨앤아이, 하이소닉 등 다수 기업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인수 기업의 재무조정 및 CB 발행 등 M&A 기술을 활용해 FI 측과 함께 막대한 차익을 얻는 방식의 경영을 반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디와이디는 최대주주 변경 3년 만에 경영권 변동을 예고한 가운데, M&A 주체를 급조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에 휩싸였다.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예고한 리버스에이징홀딩스의 실체와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 1위 토목회사가 외감 의견 거절
이일준 회장, 이사회 참석 고작 6번

새로운 최대주주 지위를 예고한 리버스에이징홀딩스도 실체가 불분명해 자금납입이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의혹이 일었다. 해당 법인은 지난해 1월 리버스에이징이란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지난해 매출과 비용이 전무하다. 자본금 1억원에 설립된 이후 자본총계와 자산 1억원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소지로 등록된 곳은 성수동 한 지식산업센터 내 공유오피스다. 다만 해당 오피스에선 리버스에이징홀딩스를 찾아볼 수 없었다. 공유 라운지 역시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노화방지 관련 화장품을 개발·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 사업 여부는 확인이 힘들다. 홈페이지 역시 경영권 매각을 앞두고 급히 만들어졌다. 실제 리버스에이징홀딩스의 도메인은 지난달 5일 등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같은 날 역노화 사업 첫 보도자료도 배포됐다.


리버스에이징홀딩스는 올해 초에도 상장사를 인수한다고 나선 바 있다. 지난해 3월 코스닥 상장사 엠에프엠코리아를 인수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의 CB와 180억원 규모의 유증을 약속했지만, 수차례 지연되다 최종 철회됐다. 엠에프엠코리아는 이후 불성실공시법인 벌점이 누적돼 거래가 정지됐다.

호재성 이슈를 노린 탓일까? 지난 달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디와이디는 전일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또 한 번 공시했다. 금융 규제 자동화 전문기업 레그테크가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을 완료하면서 새 최대주주가 됐다.

디와이디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레그테크는 자금출처를 전액 ‘자기자금’이라고 공시했다. 레그테크는 자본금 250만원 규모 법인이라 10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은 500원이다. 레그테크는 1727만1158주의 신주를 인수해 14.58%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최대주주인 이 회장은 지분율 4.22%로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경고 번복
되풀이

최대주주 변경 소식과 함께 디와이디 주가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일 코스닥 시장서 종가 699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일 대비 19.28% 오른 가격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1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이 수혈됨에 따라, 자금난에서 숨 고르기 했다고 볼 수 있다. 디와이디는 작년 3분기 말 보유 현금성 자산이 2억원대에 불과한 유동성 고갈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변동성 확대에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디와이디의 경영환경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고, 발행가 500원에 M&A를 단행한 레그테크의 투자 의도부터 상식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디와이디는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손실 규모가 445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누적 순손실 118억원 대비 4배 가까이 적자폭이 확대된 수준이다. 이로 인해 디와이디의 자본총계는 재작년 3분기 39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157억원까지 급감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392억원)을 크게 하회하며 자본잠식률이 60%에 달하는 상태다. 결손금 규모는 579억원으로 자산총계(439억원)마저 상회했다.

막대한 규모의 적자는 물론이고 금번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납입 자본을 고려해도 자본잠식이 해소되지 않은 열악한 재무 상황 등 이중고에 처한 기업을 시가에 인수한 모습이다. 이에 사실상 코스닥 상장사의 CB 발행 기능만을 바탕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M&A의 근거가 됐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회사의 자기CB 수십억원 규모를 FI 측에 헐값에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당시 일부 재매각 CB 물량의 경우 회사의 시가가 902원이던 시기, 500원의 헐값에 매도됐다.

FI 측은 매수 즉시 80% 수준의 평가차익을 얻는 구조인데, 회사의 경영권자가 이 같은 편익을 외부투자자 측에 몰아줌으로써 얻는 대가에 관해서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다만 이 같은 배임성 설계로 인해 지난해 11월 984원에 달했던 디와이디 주가는 같은 달 27일엔 494원까지 급락했으며, 12월24일에는 399원까지 떨어졌다.


땅 팔아
숨 고르기

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레그테크의 인수 역시 사실상 이 회장의 새 판짜기 설계에 해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과 레그테크의 이해관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경영권을 넘기는 것만으로 유상증자라는 호재성 이슈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부토건 등 계열사의 주가 흐름을 보면 전형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서 개인투자자 피해를 바탕으로 특정 세력이 차익을 얻는 구조를 보인 것 같다”며 “그 기제는 유상증자 등 단기 호재성 이슈를 바탕으로 재무개선 시그널을 보내고, CB 발행 등 차익실현 가능한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의 반복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달 22일, 디와이디에 대해 경영권 변경 등에 대한 계약 해제 관련 공시번복을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한다고 밝혔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 결정 시한은 오는 20일이다.

이 회장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삼부토건은 최근 경기 남양주시 덕소1구역 도시개발사업 부지를 1300억원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부토건은 최근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직원 임금과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을 체불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자산 매각으로 유동성 위기를 모면할 지 관심이 쏠린다. 매수자는 부동산개발업체인 HMG와 그 계열사 등 다수로 전해졌다. 거래가 확인된 부지는 총 6만5000㎡ 규모로 삼부토건과 계열사들이 지난 2020~2021년 무렵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사들인 땅이다. 당시 일대 매수금액은 1276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일대 부지 매각 작업은 한 차례 부침을 거쳤다. 삼부토건은 회사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지난해 4월 오하트라헤레 일반사모투자신탁 제1호와 덕소1구역 부지를 13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양측은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했다.

화장품 팔아 최대주주 등극
현금성 자산 고작 2억원대

삼부토건은 이 계약이 무산된 이후 지난 해 12월 계약 체결까지 복수의 매수 의향자와 매각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부토건은 현재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영업실적이 마이너스 78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뒤 영업손실 규모가 2021년 44억원, 2022년 808억원, 2023년 782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된 영업손실은 678억원으로 연간 적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회사에 누적된 결손금은 2881억원,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1712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지난해 8월 상반기 외부 회계감사에서 감사 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삼부토건은 1948년 4월 설립돼 1965년 3월 국내 처음으로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땄다. 이후 경인·경부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1호선 등 굵직한 토목사업과 자체 주택 브랜드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주택·건축 사업을 벌였다. 1970년대만 해도 시공능력이 10위권에 들었지만, 현재는 71위까지 떨어졌다. 

삼부토건 최대주주는 이 회장의 디와이디다. 앞서 삼부토건은 2015년 경영부실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뒤 2017년 휴림로봇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디와이디는 2023년 2월 기존 주주들로부터 지분 8.85%를 700억원에 인수하며 회사 경영권을 가져왔다.

당시 자기 자본이 34억원에 불과해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디와이디 지분은 유상증자로 지난해 4월 11.49%까지 늘었지만 같은 해 8월 잇따른 장내매도로 3.48%까지 낮아졌다.

한편, 디와이디와 함께 삼부토건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두 회사인 대양디엔아이와 씨엔아이는 디와이디의 종속회사나 관계회사가 아니다. 최대주주가 동일인이기에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대양디엔아이는 씨엔아이의 100% 자회사고, 씨엔아이의 주주는 대양건설(66.7%)과 대양산업개발(33.3%) 두 곳이다. 디와이디, 대양건설, 대양산업개발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이다.

이 회장은 대양건설 지분 40%와 대양산업개발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고, 지난 2023년 9월 주식양수도 계약에 따라 디와이디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 회장은 1999년부터 24년째 대양산업개발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도교수, 한국자유총연맹 서울시지부 수석부회장, 세계대한프로태권도연맹 부총재, 격투기 단체인 AFC(엔젤스파이팅챔피언십) 회장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갔다.

어쩌다
이렇게···

1993년 고향 나주서 대양건설을 설립한 뒤 호남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면서 부를 축적해 왔다. 지난 2018년부터 상장사를 사들였고, 씨엔아이와 대양디엔아이를 앞세워 웰바이오텍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2019년 5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와 동시에 코스닥 상장사 녹원씨엔아이 지분을 사 모으더니 최대주주에 오르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자안코스메틱의 경영권 지분 21.39%(170만여주)를 100억원에 전량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지금의 디와이디로 변경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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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