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도 푸릇하게 ②국립생태원 & 장항송림산림욕장

계절을 거스르는 초록빛 여행

짙푸른 열대 우림 속을 걷다 어느 순간 메마른 사막에 도달한다. 그러다 어느새 올리브나무와 허브 식물 가득한 지중해에 이르더니 제주 곶자왈을 지나 결국 펭귄이 사는 극지에 도착한다. 반나절 만에 지구상의 여러 기후대를 모두 경험하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곳, 바로 국립생태원이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 서천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연구 및 조사, 교육, 전시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생태계를 생생하게 구현해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대표 시설로 에코리움이 있다.

핵심 전시 5대기후관

에코리움 핵심 전시는 5대기후관으로, 열대관, 사막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으로 이뤄진다. 5대기후관 탐방은 일반적으로 1층 열대관서 시작한다. 약 3000㎡ 규모의 온실에 꾸민 열대관에 들어서자마자 머나먼 이국땅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눈에는 초록빛이, 몸에는 따뜻함이 감돌며 입고 온 두꺼운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

아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별 열대 우림을 재현한 열대관에는 각종 열대 식물과 열대 해수어, 담수어, 양서류, 파충류가 서식한다. 세계 최대 담수어인 피라루크와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커다란 보아뱀부터 모래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사는 자그마한 정원장어와 물구나무선 것처럼 유영하는 레이저피시까지 신기한 생물이 가득하다.

그중 흔히 시서스(Cissus)라고도 불리는 커튼담쟁이가 늘어진 터널 같은 공간이 열대관의 백미로 꼽힌다. 영화 <아바타>를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덕에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열대관을 나와 사막관에 들어서자 풍경과 기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건조한 공기 속에 각양각색의 다육식물과 선인장이 자라나 사막 풍경을 실감 나게 연출한다. 방울뱀, 도마뱀 같은 사막 파충류를 볼 수 있는데 사막관 최고 인기 스타는 누가 뭐래도 귀여운 사막여우와 검은꼬리프레리도그다.

지중해관에는 올리브나무, 라벤더, 유칼립투스 등 친숙한 이름의 식물들이 가득한 가운데,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나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 식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반도 기후 환경과 생태계를 재현한 온대관에서는 제주도를 느껴볼 수 있다. 제주 곶자왈을 테마로 꾸민 공간에 숲속 산책로와 신비로운 연못이 어우러지고 겨울에는 동백꽃이 피어올라 화사함을 더한다. 온대관은 실내외 공간이 연결되며 야외에는 설악산 계곡 지역과 수달사, 맹금류사를 배치했다. 마지막에 자리한 극지관 앞에서는 외투를 다시 여미게 된다.

기후대 체험 과정을 세심하게 기획한 덕에 온대관서 극지관으로 곧바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한반도 북부 개마고원과 시베리아 북부의 타이가, 툰드라를 거쳐 서서히 북극과 남극에 이르도록 전시를 설계했다. 박제 표본과 영상물이 주를 이뤄 다른 전시관보다 생동감은 덜하지만, 마지막 코너에서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펭귄을 만날 수 있다.

5대기후관을 좀 더 알차게 관람하려면 생태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하자. 생태해설사와 함께 각 전시관의 특징 및 대표 생물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기후 위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이 우선이며 남은 자리가 있으면 현장서도 신청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할 상황이 안 된다면 전시관별 생태해설서와 대상별 활동지를 활용하길 추천한다.

에코리움에는 5대기후관 외에도 상설주제전시관, 4D입체영상관, 어린이생태글방, 기념품점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특히 전시와 체험, 휴식 공간을 결합한 ‘에코라운지 숨, 쉼’은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을 갖춰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 인기다. 방문자센터 건물에 있는 생태 미디어 체험관 미디리움도 아이와 방문하기 좋다. 증강현실(AR), 동작 인식 같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가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지구상의 다양한 기후대 경험하는 국립생태원
이곳에서 즐기는 다양한 생태해설 프로그램


국립생태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사시사철 푸르른 장항송림산림욕장이 자리한다. 1950년대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방풍림으로, 현재는 국가산림문화자산에 지정돼있다. 울창한 해송림 내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겨울에도 온몸 가득 피톤치드가 스며들어 웰니스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솔숲 옆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이 펼쳐지고, 숲 위로는 15m 높이의 장항스카이워크가 지난다. 숲속 산책로와 갯벌,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육해공의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다. 장항스카이워크 끝에는 서해와 갯벌을 시원하게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신라와 당나라가 벌인 기벌포해전의 현장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담아 기벌포해전전망대라고 불린다.

QR코드를 찍어 관광지 해설을 듣는 서비스가 제공되니 활용해보자. 국립생태원 동절기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쉰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 5000원이고 미디리움과 4D입체영상관은 관람료 별도다. 장항송림산림욕장은 상시 무료 입장이나 장항스카이워크는 유료(입장료 4000원/2000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 시설이라는 점 참고하자.

장항송림산림욕장서 5분 정도 걸어가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나타난다. 국내 유일의 해양생물자원 전문 연구·전시·교육기관으로 일반 관람객을 위해 씨큐리움이라는 전시관을 운영한다. 전시관은 누구나 해양생물이라는 주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전시와 체험으로 구성했다.

가장 상징적인 전시물은 25m 높이 생명의 탑으로, 우리나라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여주는 4600여개의 표본 병을 수직 구조로 배치했다. 총 4개 층에 걸쳐 전시실, 바다극장, 어린이체험전시실, 해양영상실 등의 시설이 있고 4층에서 시작해 내려오는 순서로 관람하면 된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인 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도 들러보자. 장항은 장항선, 장항항, 장항제련소와 함께 번성했던 지역으로 과거 산업화 시대의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장항 별미인 박대구이부터 꽃게무침, 아귀찜, 서대탕, 홍어탕 등 다채로운 음식을 즐기는 동시에 서천군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활용 중인 구 장항미곡창고(국가등록문화유산), 아담한 전시관인 예소아카이브 같은 공간도 둘러볼 수 있다.

레트로 감성 여행지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금강하구둑’은 국내 대표 철새 도래지로, 겨울철에 수많은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한다. 하굿둑 일대에는 서천군조류생태전시관, 산책로, 관광지가 조성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강하구둑관광지’는 놀이공원, 풍차공원, 놀이터 및 각종 음식점이 밀집해 주말 나들이 명소로 인기이며 야간에는 경관 조명이 불을 밝혀 또 다른 운치를 자아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국립생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장항송림산림욕장→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장항6080음식골목 맛나로→금강하구둑
-둘째 날 국립생태원→서천특화시장→한산모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서천군 문화관광 www.seocheon.go.kr/tour.do
-국립생태원 https://www.nie.re.kr/nie/main/main.do?section=0& InSection=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www.mabik.re.kr

운영 정보
-국립생태원 *운영시간: 동절기(11~2월) 9:30~17:00, 하절기(3 ~10월) 9:30~18:00 관람 종료시간 1시간 전 매표마감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첫 번째 평일 휴관) *요금: 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장항 스카이워크 *운영시간: 09:30~18:00(10~3월에는 17:00까지 단축 운영, 마감시간 30분 전까지만 입장 가능) *휴무: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그 다음날), 1월1일, 설날, 추석 *요금: 4000원 (2000원 서천사랑상품권 교부) 경로우대, 영유아 등 무료

문의 전화
-국립생태원 041)950-5300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씨큐리움 041)950-0695
-장항송림산림욕장(장항스카이워크) 041)956-5505
-서천종합관광안내소 041)952-9525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익산역 또는 천안아산역(환승)-장항역, KTX 및 새마을호·무궁화호 환승 하루 19회(06:03~20:58) 운행, 총 1시간50분~2시간40분 소요

-기차 용산역-장항역, 새마을호·무궁화호 하루 14~15회(05:32~20:43) 운행, 약 3시간~3시간20분 소요. 장항역서 국립생태원 서문 매표소까지 도보 3분

*문의: 레츠코레일 www.letskorail.com, 1544-7788

-버스 서울-장항, 서울남부터미널서 1일 2회(10:50, 16:4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창선1리 정류장서 600번 버스 탑승, 송림리 정류장 하차, 장항송림산림욕장까지 도보 7분


*문의: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서울남부터미널 02)520-6871, 서천군대중교통정보 www.seocheonbus.com

자가운전
동서천IC→동서천IC교차로서 군산·금강하구둑·장항 방면 우회전→장산로→하구둑사거리서 부여·서천 방면 우회전→금강로→국립생태원교차로서 국립생태원 방면 우회전→국립생태원

서천IC→서천IC삼거리서 군산·서천 방면 좌회전→대백제로→군사교차로서 장항국가산업단지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북로→송림리 방면 우회전→장항산단로→댕뫼사거리서 장항산단로34번길 방면 좌회전→신화송로130번길 방면 좌회전→장항송림산림욕장

숙박 정보
-문헌전통호텔: 기산면 서원로172번길, 041)953-5896, https://munheonhotel.co.kr/
-카몬호텔: 장항읍 장산로317번길, 0507-1456-8922
-서천유스호스텔: 장항읍 장항산단로34번길, 041)956-0003, www.scyh.or.kr

식당 정보
-유정식당(꽃게살무침):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6-5494
-서해안식당(박대정식): 장항읍 장서로47번길, 041)956-7500
-우리식당(아귀찜): 장항읍 장서로29번길, 041)957-0465

주변 볼거리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해수욕장, 한산모시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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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