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풍 공작’ 노상원, 탈북민 휴민트 접촉 정황

‘용현파’ 북 원점 타격 조력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12·3 불법 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민간인 신분임에도 정보사 안가서 군 간부들과 회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비상계엄 때 활동할 HID 요원 선발을 계획했다. 회의를 마친 노 전 사령관이 수시로 접촉한 이들이 있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이다. 노 전 사령관이 실제 북풍 공작을 실행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계엄 전부터 회의를 진행한 데 중 한 곳이다. 탈북민 출신 휴민트도 연루돼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주도한 이 모임의 장소는 대방아트센터로 알려진 국군정보사령부(이하 정보사)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이들은 이곳에서 12·3 불법 계엄과 관련된 회의를 진행했다.

계엄 전
적극 회의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군·정보사 관계자들은 노 전 사령관이 회의를 마치면 탈북민 출신 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접촉했다고 강조했다.

21세기의 대북 첩보는 HID뿐만 아니라 북한 사람과 탈북민이 휴민트로 활동하며 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정성욱 대령과 김봉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대령)과 회동한 이후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접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이 만난 휴민트들은 현직 군인이 아니다. 정보사 내부에서는 이들에 대해 ‘민간인 블랙’이라고 하지만 현재 휴민트로 활동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 전 사령관은 이들과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안양과 신길동 인근서 만났고 불법 계엄 직전까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군 정보 소식통은 “노 전 사령관이 국정원 파견 근무 시절부터 알고 지낸 이들이다. 김용현 전 장관에게 대북 첩보를 제공해 이쁨받을 때 이들의 공이 컸다. 노 전 사령관은 탈북민 출신 휴민트들과 회의한 내용을 항상 김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는 휴민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대북 첩보를 알고 있는 이들이다. 북한 현지서 활동하다 내려와 대북 교란 전략과 혼란 유도 전문가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정보사 중앙신문단 위장 ‘대방아트센터’ 회동
노, 탈북 출신 휴민트 미팅 후 김용현에 보고?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국정원이 관리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군 대북 첩보 공작 전문인 820(인간정보)병과에서 관리한다. 노 전 사령관은 150(일반정보) 출신이다 보니 대북 첩보 및 공작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일부 언론서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전문가라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탈북민 출신 휴민트라면 ‘북풍 공작’ 적임자라고 볼 수 있다. 속초서 교육받은 북파공작원들이 공작 행위에 뛰어나다고 하지만 탈북민 출신들을 능가할 순 없다. 군은 수십년간 탈북민 출신들을 휴민트로 적극 활용해 왔다. 이들이 있었기에 북한과의 ‘정보 전쟁’서 우위를 점해 왔다”고 단언했다.

 

노 전 사령관과 신길동 건물서 만난 인물은 총 3명이다. 김 대령과 노 전 사령관, 정승욱 대령 등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모인 장소는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대방아트센터다. 탈북민들은 이곳을 대성공사라는 국가정보원 안가로 알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도 왕래하긴 하지만 정보사 소속의 6073부대 겸 중앙신문단 건물이다. 과거에는 중앙정보부·정보사·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국방정보본부·경찰 등 5개 기관이 이곳에서 탈북민을 합동으로 신문했다.

중앙신문단으로 명칭이 바뀐 건 1994년 4월이다. 2008년에는 관련 업무를 모두 경기도 시흥에 있는 중앙합동신문센터(이하 합신센터)로 넘겼다. 합신센터는 국정원이 관리했다. 2010년 탈북민 급증으로 합신센터가 모든 인원을 수용하지 못하자, 중앙신문단은 2014년까지 4년 동안 다시 탈북민을 받았다.

중앙신문단장인 김 대령은 12·3 불법 계엄 사태 당시 HID 파견을 주도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의 지시로 대방아트센터서 정 대령과 함께 불법 계엄 선포 3주 전부터 HID 요원 선발을 논의했다.

3주 전부터
HID 선발 논의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소환조사에서 “중복되는 인원은 최종 조율했고, 김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이 ‘인원들 중에서 전라도 출신은 제외하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 조사를 받은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대방아트센터서 선발한 HID 요원들이 서울로 오면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회의한 내용을 노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HID 요원들이 체포한 정치인, 언론인, 법조인 등을 수용할 방법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관할 지휘통제 벙커인 B1 벙커 외에도 추가적인 구금시설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방아트센터는 이미 장기간 수용과 심문에 필요한 시설을 갖췄다. 공수처는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노 전 사령관이 주도하는 수사2단이 이 건물을 본부로 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에 강하게 집착했다. 관련 증거 확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직원들을 고문할 물품까지 준비했다. 지난해 11월17일 경기 안산에 위치한 롯데리아서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다 나올 것”이라며 “야구방망이, 니퍼, 케이블 타이 등 물건을 준비해 놓으라”고 지시했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에 대해서는 ‘직접 심문’ 의사를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달 1일 안산 롯데리아서 정 대령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노태악은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갖다 놓아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는 등 심문 과정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남겼다.

정 대령은 이때 노 전 사령관에게서 A4용지 10여장 분량의 문서를 전달받았다. 선관위 직원 체포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와 자료였다.

“북서 활동한 공작·대북 혼란 야기 전문가”
공조본, 노 진술 거부 사실관계 확인 못해


그중 ‘부정선거와 관련된 선관위 직원’이라고 적힌 명단엔 선관위 전산 직원 5명, 정보보호 직책 직원 2명, 선관위 산하기관인 여론조사심의위원회 직원 23명 등 모두 30명의 이름이 담겼다. 정 대령은 최근 공수처 조사에서도 “선관위 직원 30명 이름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해 알려줬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이 외부에 공개되지도 않은 선관위 개별 직원들의 직책과 이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과장급 이상 간부 외 실무 직원들의 이름은 공개돼있지 않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수사2단은 모두 현역 군인으로 구성됐는데 선관위 직원 명단 확보는 군 외부 인사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은 함께 자리한 김 대령에게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 직원을 확보하고 ‘부정선거 자수 글’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앞서 정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은 김경호 변호사는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 및 자료 공개문’을 배포하고 ‘햄버거 회동’을 통해 “선관위 직원들을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수단(필요하면 케이블 타이 논의)까지 검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정보사 ‘체포조’의 구체적인 도구 사진까지 공개했다. 송곳, 망치, 야구방망이, 케이블 타이, 안대 등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보사 간부는 30여명의 체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고 포승줄과 복면 등을 준비, 요원들에게 “포승줄로 묶고 얼굴에 복면을 씌운 후 수방사 벙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검찰이 공개한 사진 속 도구들은 정보사 물품이 아니다. 비상계엄이 지속됐다면 수사2단서 쓸 물품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보사 내부는 현재 그야말로 아사리판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계엄에 개입되면서 존폐 위기까지 언급되고 있다. 특히 대북 첩보·공작 비전문가들이 두루 요직을 차지하면서 문 사령관을 향한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에 신임 100여단장으로 취임한 정모 준장은 문 사령관의 최측근이자 공작 비전문가”라며 “100여단장으로 150출신을 내세우는 건 간첩이 판치라는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보망
초토화

공작요원들과 HID로 이뤄진 100여단은 지금까지 820특기 출신이 여단장을 맡아왔고, 820 내부서 준장으로 임기제(2년) 승진을 해왔다. 820특기 내부서 준장 승진자가 없는 경우에는 100여단 내에 있는 최선임 대령이 여단장 직무 대리를 맡아 왔다. 공작요원, HID 등 인간정보를 주특기로 하는 이들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100여단장이 공작 업무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 된 셈이다.

다른 군 고위 관계자도 “이미 정보사 간첩 사건으로 휴민트망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인데 비전문가가 여단장을 맡은 건 정보사 문 닫으라는 소리”라며 “내부서도 분노가 상당하다. 간부들이 내란범 최측근의 말을 듣겠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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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