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밑지는 '스마트폰 보험' 해부

  • 김민석 ideaed@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3:5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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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이통사도, 보험사도 손해

[일요시사=김민석 기자]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도 1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 노트2 출고가가 115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로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 3명 중 1명은 분실을 대비해 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것. 그런데 스마트폰 보험을 들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와 보험사도 서로 죽겠다고 난리다. 말 많은 스마트폰 보험, 무엇이 문제인지 해부해봤다.

아이폰4를 사용한 지 만 2년이 다되어가는 마산에 사는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휴대전화를 분실했다. 그리고 이씨는 2년 전 스마트폰 구입 당시 분실, 도난, 파손 등의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보험'을 가입한 것을 기억해 냈다. 요금 명세서를 확인해보니 그는 매달 4000원씩 꼬박꼬박 통신요금과 함께 보험료를 내오고 있었다. 이씨는 기대를 안고 통신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통신사 직원의 답변은 뜻밖이었다.

보험문의를 하려는 이씨에게 통신사 직원은 대뜸 새로운 기계를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며 다른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기기변경을 권유했다. 하지만 이씨는 차후 신형 아이폰을 구입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존기기를 보상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이씨가 사용 중이던 스마트폰을 분실로 보험 처리하는 경우 보상내역에 관하여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막상 설명을 듣고 나니 이씨는 보상을 받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없는 게 낫다?

통신회사 직원에 따르면 2년 약정기간을 열흘 정도 남겨 둔 이씨의 경우 분실을 사유로 보험처리를 하면 32만6000원(유심칩 5500원 제외)을 부담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아이폰4를 구입할 경우 2년 동안 가격이 많이 떨어져 36만3000원이면 구입이 가능했다는 것. 스마트폰 보험 가입으로 24개월간 4000원씩 납부를 했는데도 기기 출고 가격 94만6000원에서 보험 보상한도 70만원을 뺀 나머지 24만6000원에 자기부담금 8만원을 포함하여 32만6000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는 새 아이폰4를 구입할 때와 비교해 차액이라고 해봐야 겨우 3만7000원에 불과했다. 결론적으로 2년을 꼬박 내온 보험료 9만6000원까지 포함하면 오히려 5만9000원을 손해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매년 신제품이 나오면 구형 제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결국 스마트폰 보험을 장기간 이용하면 손해를 보는 구조인 것.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통신3사에 등록된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수가 1000만명에 육박한다. 그런데 가입자수가 늘어날수록 소비자의 불만은 높아져가고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이 휴대폰 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자 보험료와 자기부담금을 계속해서 인상해왔기 때문이다. 사례에서처럼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기준도 현실과 맞지 않다. SKT와 KT는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소비자들이 내는 자기부담금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버렸다.

KT는 2009년 11월 아이폰3GS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2010년 3월 현대해상, 동부화재, 삼성화재 등 3사와 함께 스마트폰 분실 보험 서비스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스마트폰을 분실했다고 허위 신고한 뒤 자신이 원하는 기기를 바꾸는 사례가 적발되자 한 달 뒤 통신사는 '분실시 동급 기종 변경'에서 '동일 기종, 동일 색상의 스마트폰 변경'으로 약관을 바꿨다. 허위 신고자들의 부담을 높인다는 이유로 자기부담금 비율도 높였다. 또 2번째 분실 신고를 할 경우엔 자기부담금을 두 배로 올렸다. KT는 이런식으로 수차례 보험금과 자기부담금을 올리다가 지난해 9월부터 '폰케어스마트(보상 한도 70만원)' 상품을 '폰케어안심플랜(보상 한도 80만원)'으로 바꿨다. 보상 한도가 오른 만큼 월보험료도 4000원에서 4700원으로 올랐고, 자기부담금은 8만원 정액에서 손해액의 30%로 변경됐다. 

슬그머니 약관 바꾸고 고객부담금 올려
허위 신고 '폰테크족'기승…무용론 고개

SK텔레콤도 지난 7월9일부터 기존 휴대폰 분실 보험인 '폰세이프'의 가입을 중단하고 '스마트세이프'로 바꿨다. 월 보험료는 기존 상품과 같지만, 자기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면서 큰 폭으로 올랐다.예를 들어 출고가 70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세이프50(보상 한도 85만원)'의 경우 기존 상품과 월 보험료는 5000원으로 같다. 하지만 자기부담금은 1차 보상 15만원, 2차 보상 30만원에서, 1차 보상 손해액의 30%, 2차 40%로 바뀌었다. 70만원의 30%는 21만원이다.

보험료와 자기부담금 인상도 문제지만 보상방식이 더 문제다. 출고가 인하와 보조금 인상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은 보험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형 단말기를 제값을 다 주고 받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사와 보험사들은 스마트폰 보험의 허점을 노린 일명 '폰테크족'들 때문에 보상을 충분히 해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통사들에 따르면 분실사고가 급증하는 이유는 휴대폰 사용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한몫 하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스마트폰 보험 가입자들이 분실보상을 통해 싼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교체하기 위해 허위신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브로커, 판매책 등이 개입해 신규 가입자로 하여금 허위로 분실신고토록 유도하고, 이렇게 신고된 휴대폰을 음성적으로 유통시키는 조직형 보험사기단까지 기승을 부린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의 손해율은 지난 2009년 35.5%였던 것이 2010년 두 배가 훌쩍 넘는 88%로 뛰더니, 지난해에는 131%를 기록했다. 지급되는 보험금도 늘어 2009년 12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009억원으로 늘었다.이를 두고 이통사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고객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보험료가 비싸고 고객부담금이 늘게 되면서 보험 혜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통사와 연계된 보험사 관계자는 "미리 정해진 금액만큼 보장해주는 정액제에서 30% 상당의 일정 부분을 가입자가 부담한 뒤 나머지를 보험사가 보장해주는 정률제로 변경되면서 손해율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휴대폰 분실 건의 상당수가 고의분실 등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보험사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입 당시 출고가를 기준으로 자기부담금을 산출하는 게 소비자 관점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고, 보험사들도 고객들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 스마트폰 보험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면서 '휴대폰보험무용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보험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 재검토 필요

지난 7월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스마트폰 보험가입자가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보험사와 직접 보험계약을 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험이 통신보다는 보험서비스에 더 가깝고 보험사로부터 계약 내용을 정확히 전달받는 것이 각종 민원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보험사들은 이통사가 판매채널 역할을 담당하지 않게 되면 판매비용이 더 소요돼 보험료가 대폭 높아질 것이고, 이에 스마트폰 보험시장 자체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서 앞으로도 스마트폰 보험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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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