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미지근’ 쇄신 불안감 커지는 까닭

문제는 덮고 사람만 쓱?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임기 반환점을 지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쇄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총리 교체설’에도 연기가 오르는 등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에 좀처럼 힘을 못 받는 모양새다. 정부가 쇄신 드라이브를 걸기도 전부터 김이 빠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7일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서 내각 인적 쇄신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윤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드리고자 인재풀에 대한 물색과 검증에 들어가 있다”면서도 “다만 국회서 내년도 예산 처리가 마무리되고 나면 신속하게 예산 집행을 해줘야 국민 민생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호탄

당시 정부가 즉각적인 쇄신과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여러 해석이 나왔지만 내년 1월 중 미국 트럼프정부 출범과 국내외 상황 등을 고려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게 용산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지율이 20%대를 벗어나지 못하자 당초 계획보다 그 시기를 앞당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개각 시점은 국회서 예산안이 처리된 이후인 연말 연초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대통령실 참모진을 먼저 교체한 뒤 국무총리 등 내각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각 인사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므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강기훈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자진 사퇴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라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강 행정관은 음주운전으로 징계를 받았지만 최근 복귀해 논란이 된 인물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쇄신 대상으로 언급한 ‘한남동 라인’ 중 한 명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강 행정관을 시작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사가 대부분 물갈이될 것이란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바꾼 것 역시 변화의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건희 여사가 개인 휴대전화로 외부 인물과 사적으로 소통한 것이 논란이 되자 문제를 인식하고 조취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장수 장관부터 논란 인물까지 물갈이 예고
‘4+1 개혁’ ‘양극화 타개’ 함께할 사람?

다만 이 같은 행동이 과연 ‘쇄신’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야권을 비롯해 소장파로 분류되는 여권 인사까지 “당연한 일을 대단한 결정인 것 마냥 발표했다”며 “박수받을 만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용산이 제대로 된 민심을 청취하고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대통령실 총괄 책임자인 정진석 비서실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내각 쇄신의 경우 윤 대통령 임기 초부터 합을 맞춰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장수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기를 앞두고 국제 정세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외교·안보 라인 교체도 주목된다. 10개월 동안 공석인 여성가족부 장관직도 고려 대상이다.

임기 후반에 접어든 윤 대통령은 본격적으로 ‘4+1 개혁(연금·노동·교육·의료개혁과 저출생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국가 발전에 동참하도록 할 것”이라며 민생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인사는 윤 대통령의 핵심 과제에 뜻을 같이하게 된다.


우선 행안부 장관 후보로는 국민의힘 중진인 윤재옥·이철규 의원 등이 물망에 올랐다. 두 사람 모두 경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경찰국 설치 등으로 마찰이 잦은 현 상황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의원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을 한 인물이다. 이 의원 역시 경찰간부후보생 출신으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교육부 장관에는 박근혜정부 당시 초대 교육부 차관을 지낸 나승일 서울대 교수의 이름이 거론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윤정부 초대 사회수석을 지낸 안상훈 의원과 이명박정부서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지낸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하마평에 올랐다.

여권이 이번 인적 쇄신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한덕수 국무총리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가 총리 교체 카드로 위기를 돌파한 만큼 대대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정치권 곳곳서 자칭타칭 새 국무총리 후보로 이름을 올린 이들이 있다. ▲국민의힘 6선이자 국회 부의장인 주호영 의원 ▲5선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3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이 외에도 ▲조태용 국정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도 떠오르는 인물로 거론된다.

사람 많은데 안팎 뒤져봐도…
또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

국무총리의 경우 장관보다 심사 문턱이 높아 만일 교체되더라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본회의서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협조가 필수기 때문이다. 각종 특검법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에 민주당이 납득할 만한 인물을 제시하는지가 관건이다.

‘회전문 인사’ 논란 또한 넘어야 할 산이다. 윤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는 MB정부 출신 인사가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 전에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국가안보실장으로, 김용현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으로 내정되는 등 ‘줄줄이 인물 돌려막기’라는 거친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윤 대통령의 좁은 인재풀마저도 바닥이 드러났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번에 교체 대상에 오른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국정원장으로 내정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들려오면서 벌써부터 논란에 불씨를 댕기는 모양새다.

신인규 변호사(정당바로세우기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거론되는 총리 후보들은 윤 대통령이 여기까지 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인물”이라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고 야당도 동의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유의미한 변화를 꾀하고 싶으면 거국 내각을 통해 야당에게 총리 추천을 내줘야 한다”며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특검에는 침묵하면서 사람만 바꾸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엇갈린 손발

쇄신을 예고한 정부가 깊은 고뇌에 빠졌지만 정작 여당인 국민의힘은 때아닌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민주당이 재표결을 예고한 김건희 특검에 사방으로 불똥이 튀는 ‘명태균 게이트’까지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아무리 사람을 교체해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용산이 바라보는 ‘국민 눈높이’는 과연 어디를 향하는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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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