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사건’ 특별수사팀 미룬 내막

“중앙지검 수사해야”
정치적 부담 고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명태균씨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였다.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상당하다. 명씨에게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개월 전에 접수된 사건을 뒤늦게 들여다보기 시작한 데 이어 구속영장 청구도 늦었다는 게 이유다. 검찰 안팎에서는 중앙지검 차원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왜 창원지검서 주도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한 조치다.”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검찰 간부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이 명태균씨에 대한 수사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내부서도 동의하는 검사가 상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의 조치는 차장검사 파견에 그쳤다.

질질 끌다
왜 창원서?

명씨 논란의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다. 대검찰청은 이달 초 창원지검 ‘명태균 의혹’ 수사팀에 이지형(사법연수원 33기) 부산지검 2차장검사와 인훈(37기) 울산지검 형사5부장검사, 평검사 2명 등 검사 4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기존 형사4부 검사 5명에 1차 파견 2명을 더하면 수사팀은 총 11명 규모로 꾸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선거·공안 사건에 밝고 대형 수사에 능통한 검사들이 파견돼 사실상 특별수사팀 진용을 제대로 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장 역할로 검사를 지휘할 이 차장검사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사건을 수사했다. 2019년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 땐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맡았다.


인 부장검사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와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연달아 수사하고 국가정보원 파견까지 거친 공안통이다. 지난달 17일 창원지검에 파견된 평검사 2명은 이예람 특검팀 파견 경험이 있는 대검 공안연구관과 서울중앙지검서 공안 사건을 수사헸다.

검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팀을 보강했지만, ‘늑장’ ‘뒷북’ 수사라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 창원지검은 해당 사건을 지난해 12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서 접수한 뒤 9개월 동안이나 검사가 없는 수사과에 배당했다. 여기에 지난 두 달 사이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와 관련된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두 곳 모두 이미 짐을 옮겨 허탕을 치고, 압수한 명씨 휴대전화도 9시간 만에 돌려준 것이 알려지면서 ‘봐주기 수사’ 의혹도 제기됐었다.

야권을 중심으로 늑장 수사 비판이 거세게 일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라는 지적이다.

지방청 차장검사 이례적 파견 ‘특수팀 전용’
중앙 주도 시 정치적 이목·부담감 배로 상승

서울중앙지검이 명씨 관련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 공공수사2부에 배당한 것도 이번 파견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씨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의 고발까지 이어지는 상황서 의혹의 출발지라고 할 수 있는 창원지검 사건을 우선 처리하려는 검찰 지휘부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늑장 수사 비판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옮겨야 한다는 거센 주장에 수사 신뢰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면 돌파 측면도 강한 분위기다.


명씨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등 주요 인물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의 최대 관심사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정권 핵심으로 번질 수 있을지 여부다. 수사팀은 명씨와 주변인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의원 등 관련자 진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 등을 종합해 명씨를 상대로 제기된 정치자금법 혐의 외에 공천 개입 의혹 등 여러 갈래의 의문점을 추궁했다.

명씨는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대가로 김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재보선서 당선된 후 2022년 8월~2023년 12월 약 9000만원을 명씨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 명씨가 김 전 의원에게 받은 돈이 공천 대가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또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가 지난 대선 과정서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그 비용 3억7000만원 대신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재보선 공천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5월9일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창원지검에 차장검사가 파견된 건 분명 이례적이다. 검찰 지휘부의 강한 수사 의지가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서울중앙지검서 사건을 주도하지 않기로 정한 것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논란 일자
늑장 수사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국민적 관심이 커진 상황서 제대로 수사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굳이 파견이 아닌 중앙지검 차원서 특별수사팀을 꾸려도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내부서도 명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서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중앙지검서 수사를 지휘했다면 김 여사를 봐줬다는 오명까지 벗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부담감을 고려하면서도 수사는 강하게 해야 하는 만큼 창원지검에 차장검사를 파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지검 한 검사도 “공공수사2부서 시민단체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만큼 창원지검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자는 의견이 있었다. 검찰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상황서 창원지검이 수사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하면 ‘회사 망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창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따로 수사를 맡는 것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중앙서 수사하는 것도 못 믿겠다고 하면서 자꾸 사건을 보내라고 하는 건 무슨 이유인가”라며 “창원지검서 인력을 보강해 충분히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우정 검찰총장도 “창원지검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고 있다. 필요하면 수사 인력을 보강하겠다”면서 “창원에 주요 참고인들과 관련 증거들이 있고 창원서 오랫동안 수사해 왔으며 창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력 등을 지원하면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
부글부글

중앙지검 관계자는 “현재 중앙지검보다 창원지검의 수사가 빠르다. 자료를 받아와 중앙지검서 수사하면 그만큼 수사가 더 늦어진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엄밀히 말하면 중앙지검에 접수된 사건은 시민단체고 창원지검은 선관위 사안으로 같은 사건이라고 보기 힘들다.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할지 말지 등을 검토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등 윗선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게 예고편이었다는 관측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현직 검사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차라리 특검으로 논란을 해소하는 게 더 빠르다’는 분위기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서 모든 부담감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특히 윗선 수사를 기대하지 않는 평검사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우선 창원지검 수사팀은 명씨 측에 지방선거 공천을 위해 1억2000만원을 건넸다는 영남지역 선거 출마 희망자 이모씨 진술을 확보했다. 명씨는 지난 9일 검찰 조사 직후 취재진에게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내가 힘이 있으면 군수든 시의원이든 다 앉혔지, 못 앉혔지 않냐”며 관련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11일 명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한 혐의는 제외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 공천 등을 언급하며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조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원지검 수사팀은 명씨의 구속영장에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에 공천을 도와주고 25차례에 걸쳐 9760여만원을 수수하고 ▲2021년 지방선거 예비후보 2명으로부터 공천 약속 등을 암시하며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비용 2억4000만원을 조달한 혐의 등을 적시했다.

수사팀은 윤 대통령이 연루된 대선 여론조사 제공 의혹과, 창원 산단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고 범죄 성립 여부 등도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에 500만원 전달? 대가성 인정되면 뇌물
내부선 “어차피 수사 불가…차라리 특검”

수사팀은 특히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씨에게 5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복수의 진술과 관련 사진을 확보했다. 봉투에는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 관련 업체 ‘코바나컨텐츠’ 회사명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명씨도 김 여사로부터 돈을 받은 점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도 검찰 조사에서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현금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고 진술한 만큼, 구체적인 수령 시점과 대가성 여부 등을 추가로 확인할 전망이다. 지난 대선 과정서 명씨가 81차례 실시한 여론조사와 연관성이 있는지, 김 여사를 통해 명씨에게 돈이 전달된 것을 윤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의원 등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쳤고 명씨의 텔레그램, 문자메시지 등을 복원해 분석하며 범죄 사실을 정리 중”이라며 “강씨가 제출한 수천개의 녹음파일에 대해선 녹취 내용 분석을 진행 중이다. 불법 여론조사 및 국민의힘 경선 개입과 관련한 사건은 중앙지검서 다루고 있어 이송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김 여사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 수사 대상을 줄이고 제3자에게 특검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아 수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김 여사 특검 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 등 대국민 여론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원내외 압박을 통해 국민의힘 이탈표를 노리겠다는 포석이다. 반면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단일대오를 유지 중인 국민의힘은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수사 대상을 당초 13개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명태균씨 등 총선·공천 개입 의혹 등만으로 대폭 축소하는 수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특검 추천 방식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주장하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추천 방식을 확정하진 않았지만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 방식을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추천하면 야당이 특검 후보를 고르되, 적정한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야당이 거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특검 관철을 위해 나름의 협상안을 제시한 셈이다.

수뇌부는
신중 모드

국민의힘 한 대표는 민주당 수정안에 대해 “특별히 제가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즉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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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