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처 폭행’ 공방전 김병만

진흙탕서 벌어지는 생존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를 상습폭행했다며 고소당해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하지만 전처인 A씨가 언론에 폭로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병만도 소속사와 변호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팬과 연예인의 결혼으로 관심을 받던 이들의 말로는 파국이 됐다.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혼 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김병만에게 고소당한 전처인 A씨는 해당 사건이 불기소가 되자 김병만을 상습폭행, 가정폭력으로 맞고소했다. 10년간 별거에 이어 이혼까지 한 이들은 아직도 진실공방 중이다.

10년 별거
다른 기억

김병만은 지난 1996년 연극으로 연예계 입문한 뒤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돼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코미디계와 일반 예능계서 모두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병만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1975년 전라북도 완주서 태어나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학교 졸업 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도 쉽지 않았고,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10년 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KBS2TV <개그콘서트>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달인’ 코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표작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러 나라의 정글을 탐험하며 도전에 맞섰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는 잡기 힘든 대왕조개를 들고나온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들이 미리 사냥감을 풀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방송국이나 PD 등이 주로 비판받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고 김병만을 주축으로 성립된 예능이라는 점에서 김병만에 대한 비판도 들끓었다.

굴곡진 인생을 살던 김병만은 팬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의 열렬한 팬이던 A씨는 김병만과 7개월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왔다. 김병만보다 7세 연상이었던 A씨의 직업은 교사였고 중학생 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및 방송 등을 통해 A씨와 딸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김병만은 재혼이었던 아내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에 “생활을 보호해주고 싶다”며 아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A씨의 딸 성(姓)을 바꿔주기 위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은 방송서 A씨와 행복하다며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SBS <정글의법칙 in 히말라야> 촬영 당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산지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를 나누면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병만은 와이프의 애칭이 ‘뚱뚱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땡깡이’라 부른다면서 “내가 하도 투덜거리니까”라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과 A씨는 지난 2019년 이혼소송을 하며 행복의 막을 내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서 이혼 이유 밝히자…
상습폭행·가정폭력 폭로


김병만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서 2011년 결혼했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동안 별거해 왔다고 털어놓으며 이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게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한테 피가 섞인 친자식이 있었으면, 나는 나의 미니미가 있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혼식 사회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며 “남의 행복을 축복하는 자리에 가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병만은 “사랑은 잠깐이고 뭔가 이어갈 계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게 없다 보니 집에 들어가도 혼자인 것 같았다”며 당시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사람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아이 위해 이사도 갔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이혼을 제안했지만 (전처가)차단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만과 전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약 1년 만인 2012년부터 10년간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별거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무명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갖고 달려온 게 무너질까 봐, 한순간에 상처받아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며 “서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끈은 끊어지지 않고 정리가 안 되니까 계속 체한 몸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19년 이혼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가 안 되니까 법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을 마치고 완전히 결별하게 된 당시 김병만은 “별거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아내와 떨어져 산 기간이 길었기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며 “소송을 하긴 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해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김병만과 A씨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병만은 이혼 2년 뒤인 지난 2022년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9월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굴곡진
인생사

김병만의 고소에 A씨는 김병만을 상습폭행으로 맞고소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병만이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전 아내를 20여회 이상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김병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병만이 전 아내를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나, 아직 기소·불기소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것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A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드러났다. A씨는 “그 사람(김병만)은 연예인이니 묻어두려 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별거에 합의한 적도 없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장이 왔다. 결혼 생활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고, 김병만이 현재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며 폭로했다.

김병만은 소속사를 통해 반박했다. 스카이터틀은 지난 12일 “김병만의 전처 A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혼소송서 A씨가 ‘김병만과 결혼 생활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병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김병만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A씨가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 법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워진 사랑
결국 돈 문제

그러면서 “A씨에게 20대 중반 아이가 있다. 이혼소송이 끝난 만큼, 파양해야 하는데 A씨가 그 조건으로 김병만에게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소송 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김병만을 허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A씨가 김병만의 생명보험을 20여개나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병만의 법률대리인인 임사라 변호사는 “김병만이 A씨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이혼이 성립됐다. 재산분할은 미처 받지 못했는데 어제까지도 상대방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씨가 김병만의 사망보험을 수십개를 들어놨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혼소송의 마무리 단계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될 돈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계약자로 가입한 보험이 24개, 그중 거의 대부분이 다 사망보험이었다. 종신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사망보험이라 판단했다. 연금보험이나 재테크보험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나 상속자에게 보험금이 가는 거기 때문에 사망보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만은 이혼할 때까지 이런 사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이혼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의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법원 금융거래 정보 명령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보험, 예금이 어떻게 가입돼있는지 금융사에서 회신이 온다”며 “그 회신을 보고 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보험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만 명의로 된 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A씨나 A씨의 친딸이자 김병만의 입양딸인 자녀로 돼있었다. 임 변호사는 “A씨가 김병만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가입했다는 주장하던데 수익자가 김병만으로 된 보험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연애뒤통령 이진호’는 김병만과 A씨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반박 영상을 올렸다. 

이씨는 A씨가 김병만에게 파양의 대가로 30억원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 “말에 어폐가 있다”며 “A씨가 김병만에게 30억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억 요구설’이 나온 이유에 대해 “A씨가 김병만씨의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해 재산의 상당 부분이 A씨 명의로 돼있었다”며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파양 대가 30억원·보험 20여개나 들어”
첨예한 갈등 장기전…결국엔 증거 싸움

그는 “A씨가 결혼 과정서 7억원을 이체했는데 이혼하는 시점서 이자가 3억원가량 불어났다. 그래서 재산분할 20억원과 A씨가 이체했던 7억원과 그 이자까지 합쳐서 30억원이 만들어졌고, 김병만씨 측은 이혼소송으로 A씨와 협의하는 과정서 ‘이 권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이 파양의 대가로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병만에게 분할하라고 결정된 재산분할액 20억원 가운데 15억원가량은 이미 가압류 등을 통해서 김병만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김병만 소속사 측이 폭로한 수십개의 생명보험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병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가 들었던 수십개의 생명보험, 결국 사망보험에 대한 입장 역시 양측의 생각이달랐다”며 “김병만 이름으로 20개 가까운 보험이 들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사망보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김병만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보험들을 비롯해서 재테크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친 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굉장히 다수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수십여건이 아닌 10여건인 데다가 사망보험은 그 가운데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병만과 A씨 사이의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싸움은 결국 ‘증거’가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는 이씨도 “전처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서 지금까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증거 싸움이다. 양측이 누가 먼저 핵심적인 증거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경찰서 김병만의 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송치한 것을 보면 검찰서도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요구하는 30억원과 생명보험과 관련된 증거가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인
증거 나올까

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산분할서 김병만에게 20억원가량의 변제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만은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산을 압류해 왔지만 여전히 재산 분할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김병만은 A씨의 재산 은닉 및 변제 거부와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공방을 검토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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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