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처 폭행’ 공방전 김병만

진흙탕서 벌어지는 생존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를 상습폭행했다며 고소당해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하지만 전처인 A씨가 언론에 폭로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병만도 소속사와 변호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팬과 연예인의 결혼으로 관심을 받던 이들의 말로는 파국이 됐다.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혼 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김병만에게 고소당한 전처인 A씨는 해당 사건이 불기소가 되자 김병만을 상습폭행, 가정폭력으로 맞고소했다. 10년간 별거에 이어 이혼까지 한 이들은 아직도 진실공방 중이다.

10년 별거
다른 기억

김병만은 지난 1996년 연극으로 연예계 입문한 뒤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돼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코미디계와 일반 예능계서 모두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병만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1975년 전라북도 완주서 태어나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학교 졸업 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도 쉽지 않았고,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10년 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KBS2TV <개그콘서트>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달인’ 코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표작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러 나라의 정글을 탐험하며 도전에 맞섰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는 잡기 힘든 대왕조개를 들고나온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들이 미리 사냥감을 풀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방송국이나 PD 등이 주로 비판받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고 김병만을 주축으로 성립된 예능이라는 점에서 김병만에 대한 비판도 들끓었다.

굴곡진 인생을 살던 김병만은 팬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의 열렬한 팬이던 A씨는 김병만과 7개월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왔다. 김병만보다 7세 연상이었던 A씨의 직업은 교사였고 중학생 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및 방송 등을 통해 A씨와 딸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김병만은 재혼이었던 아내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에 “생활을 보호해주고 싶다”며 아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A씨의 딸 성(姓)을 바꿔주기 위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은 방송서 A씨와 행복하다며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SBS <정글의법칙 in 히말라야> 촬영 당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산지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를 나누면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병만은 와이프의 애칭이 ‘뚱뚱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땡깡이’라 부른다면서 “내가 하도 투덜거리니까”라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과 A씨는 지난 2019년 이혼소송을 하며 행복의 막을 내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서 이혼 이유 밝히자…
상습폭행·가정폭력 폭로


김병만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서 2011년 결혼했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동안 별거해 왔다고 털어놓으며 이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게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한테 피가 섞인 친자식이 있었으면, 나는 나의 미니미가 있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혼식 사회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며 “남의 행복을 축복하는 자리에 가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병만은 “사랑은 잠깐이고 뭔가 이어갈 계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게 없다 보니 집에 들어가도 혼자인 것 같았다”며 당시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사람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아이 위해 이사도 갔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이혼을 제안했지만 (전처가)차단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만과 전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약 1년 만인 2012년부터 10년간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별거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무명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갖고 달려온 게 무너질까 봐, 한순간에 상처받아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며 “서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끈은 끊어지지 않고 정리가 안 되니까 계속 체한 몸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19년 이혼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가 안 되니까 법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을 마치고 완전히 결별하게 된 당시 김병만은 “별거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아내와 떨어져 산 기간이 길었기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며 “소송을 하긴 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해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김병만과 A씨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병만은 이혼 2년 뒤인 지난 2022년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9월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굴곡진
인생사

김병만의 고소에 A씨는 김병만을 상습폭행으로 맞고소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병만이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전 아내를 20여회 이상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김병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병만이 전 아내를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나, 아직 기소·불기소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것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A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드러났다. A씨는 “그 사람(김병만)은 연예인이니 묻어두려 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별거에 합의한 적도 없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장이 왔다. 결혼 생활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고, 김병만이 현재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며 폭로했다.

김병만은 소속사를 통해 반박했다. 스카이터틀은 지난 12일 “김병만의 전처 A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혼소송서 A씨가 ‘김병만과 결혼 생활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병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김병만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A씨가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 법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워진 사랑
결국 돈 문제

그러면서 “A씨에게 20대 중반 아이가 있다. 이혼소송이 끝난 만큼, 파양해야 하는데 A씨가 그 조건으로 김병만에게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소송 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김병만을 허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A씨가 김병만의 생명보험을 20여개나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병만의 법률대리인인 임사라 변호사는 “김병만이 A씨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이혼이 성립됐다. 재산분할은 미처 받지 못했는데 어제까지도 상대방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씨가 김병만의 사망보험을 수십개를 들어놨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혼소송의 마무리 단계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될 돈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계약자로 가입한 보험이 24개, 그중 거의 대부분이 다 사망보험이었다. 종신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사망보험이라 판단했다. 연금보험이나 재테크보험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나 상속자에게 보험금이 가는 거기 때문에 사망보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만은 이혼할 때까지 이런 사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이혼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의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법원 금융거래 정보 명령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보험, 예금이 어떻게 가입돼있는지 금융사에서 회신이 온다”며 “그 회신을 보고 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보험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만 명의로 된 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A씨나 A씨의 친딸이자 김병만의 입양딸인 자녀로 돼있었다. 임 변호사는 “A씨가 김병만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가입했다는 주장하던데 수익자가 김병만으로 된 보험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연애뒤통령 이진호’는 김병만과 A씨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반박 영상을 올렸다. 

이씨는 A씨가 김병만에게 파양의 대가로 30억원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 “말에 어폐가 있다”며 “A씨가 김병만에게 30억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억 요구설’이 나온 이유에 대해 “A씨가 김병만씨의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해 재산의 상당 부분이 A씨 명의로 돼있었다”며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파양 대가 30억원·보험 20여개나 들어”
첨예한 갈등 장기전…결국엔 증거 싸움

그는 “A씨가 결혼 과정서 7억원을 이체했는데 이혼하는 시점서 이자가 3억원가량 불어났다. 그래서 재산분할 20억원과 A씨가 이체했던 7억원과 그 이자까지 합쳐서 30억원이 만들어졌고, 김병만씨 측은 이혼소송으로 A씨와 협의하는 과정서 ‘이 권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이 파양의 대가로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병만에게 분할하라고 결정된 재산분할액 20억원 가운데 15억원가량은 이미 가압류 등을 통해서 김병만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김병만 소속사 측이 폭로한 수십개의 생명보험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병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가 들었던 수십개의 생명보험, 결국 사망보험에 대한 입장 역시 양측의 생각이달랐다”며 “김병만 이름으로 20개 가까운 보험이 들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사망보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김병만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보험들을 비롯해서 재테크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친 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굉장히 다수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수십여건이 아닌 10여건인 데다가 사망보험은 그 가운데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병만과 A씨 사이의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싸움은 결국 ‘증거’가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는 이씨도 “전처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서 지금까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증거 싸움이다. 양측이 누가 먼저 핵심적인 증거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경찰서 김병만의 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송치한 것을 보면 검찰서도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요구하는 30억원과 생명보험과 관련된 증거가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인
증거 나올까

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산분할서 김병만에게 20억원가량의 변제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만은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산을 압류해 왔지만 여전히 재산 분할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김병만은 A씨의 재산 은닉 및 변제 거부와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공방을 검토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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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비상계엄 선포’발 윤석열 탄핵 시계

[일요시사 정치팀] 강주모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6당이 4일, ‘비상계엄령 선포’를 선언했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날 탄핵안에 포함된 인사는 윤 대통령 외에도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포함됐으며 내란죄가 적용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김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 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김용현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느냐’는 질의에 “맞다”고 답변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헌법 및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 보고 및 표결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은 본회의 보고 후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의결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긴급 의원총회 직후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윤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을 시 즉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부대표는 “오늘 자정이 지난 시점에 국회 본회의를 개의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의원들에게 공지했다. 박 원내부대표는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의결해야 하니 토요일(7일)까지는 비상 대기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는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으로, 민주당 및 범야권 의석(192석)만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가에선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소수 야당들도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만약 국민의힘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며, 대통령의 직무도 즉시 정지된다. 물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탄핵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때까지 정지되며,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헌재 탄핵은 재판관 9인 중 6인이 찬성할 경우 인용되나 현재 6인 체제인 만큼 즉시 탄핵 심리는 어려울 것이라고 법조계는 보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이 화두가 되면서 인용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헌재의 탄핵 결정이 나오기까지 3개월1일이 소요됐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서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며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전원을 긴급 소집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한 후 본회의 표결에 부쳐 19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면서 선포 6시간 만인 오전 4시30분께 전격 해제됐다. 이날 계엄 작전은 미리 계획돼있었다는 듯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졌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으며 11시께 포고령 1호를 발령했다. 포고령엔 국회, 지방의회 등의 정당‧정치 활동은 물론, 파업, 태업, 집회 행위 등을 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언론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을 것도 명했다.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시민 등에 따르면, 국회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및 시민들의 경내 진입을 막아섰으나 자리를 지키는 정도로 격렬하게 대응하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간혹 큰소리를 내며 국회 안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향해선 ‘지금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니 자제해달라’고 고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다만 공수부대, 특전사로 구성됐던 계엄군은 국회 본관 내 진입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당직자 등에 따르면, 계엄군은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실 등의 유리창을 깬 후 본관 안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이들은 국회 및 민주당 당직자들의 거센 저지를 받았다. 이러는 사이 우 의장 직권으로 비상계엄 해제 결의요구안이 본회의서 가결 처리됐고, 계엄군을 막고 있던 이들은 “당신들은 반란군”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자, 윤 대통령도 4시29분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해제를 선언하면서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6시간은 막을 내렸다. 의아스러운 부분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해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이날 계엄군은 경기도 과천시 소재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투입됐다. 매체는 제보받았다는 영상을 근거로 “어젯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 뿐 아니라 또다른 주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까지 장악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 비상등을 켠 버스서 내린 무장 군인들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로 진입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중앙선관위 청사에 투입된 2~30명의 계엄군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10시20분경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을 농락했다.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런 민주당의 입법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탄핵과 특검, 야당 대표 방탄으로 국정은 마비 상태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됐고, 입법 족대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 기반이 돼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계엄 선포로 인해 자유 대한민국 의 헌법 가치를 믿고 따라주신 선량한 국민들게 다소 불편이 있겠지만, 자유 대한민국의 영속성을 위해 부득이한 것이며 대통령으로서 오로지 국민 여러분만 믿고 신념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워딩 어디서도 의료나 전공의라는 단어는 물론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날 비상계엄 후폭풍의 영향으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은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 내각 총사퇴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서 “내각 총사퇴, 국방부 장관 해임, 대통령 탈당을 요청해야 한다”며 “최고위원들도 이 의견에 공감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위기를 통과하지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angjoomo@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