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처 폭행’ 공방전 김병만

진흙탕서 벌어지는 생존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를 상습폭행했다며 고소당해 검찰로 송치됐다. 경찰에선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하지만 전처인 A씨가 언론에 폭로하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병만도 소속사와 변호사를 통해 폭로 내용을 전면으로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을 시작했다. 팬과 연예인의 결혼으로 관심을 받던 이들의 말로는 파국이 됐다.

개그맨 김병만이 전처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혼 후 사문서 위조 등으로 김병만에게 고소당한 전처인 A씨는 해당 사건이 불기소가 되자 김병만을 상습폭행, 가정폭력으로 맞고소했다. 10년간 별거에 이어 이혼까지 한 이들은 아직도 진실공방 중이다.

10년 별거
다른 기억

김병만은 지난 1996년 연극으로 연예계 입문한 뒤 2002년 KBS 제17기 공채 개그맨으로 선발돼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코미디계와 일반 예능계서 모두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김병만의 인생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는 1975년 전라북도 완주서 태어나 힘든 가정환경 속에서 자랐으며, 학교 졸업 후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방송인이 되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생활도 쉽지 않았고,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기까지 약 10년 간의 무명 시절을 거쳐야 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부터 KBS2TV <개그콘서트>서 활약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달인’ 코너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대표작 SBS <정글의 법칙>을 통해 여러 나라의 정글을 탐험하며 도전에 맞섰고, 이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던 중 <정글의 법칙>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이열음이 프리다이빙으로는 잡기 힘든 대왕조개를 들고나온 사건으로 인해 제작진들이 미리 사냥감을 풀어 놓은 것이 아니냐는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은 방송국이나 PD 등이 주로 비판받지만, 문제는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고 김병만을 주축으로 성립된 예능이라는 점에서 김병만에 대한 비판도 들끓었다.

굴곡진 인생을 살던 김병만은 팬과 결혼하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의 열렬한 팬이던 A씨는 김병만과 7개월간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왔다. 김병만보다 7세 연상이었던 A씨의 직업은 교사였고 중학생 딸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목을 끌었다. 

김병만은 그동안 각종 인터뷰 및 방송 등을 통해 A씨와 딸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해 왔다. 김병만은 재혼이었던 아내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 속에 “생활을 보호해주고 싶다”며 아끼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혼인신고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A씨의 딸 성(姓)을 바꿔주기 위함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김병만은 방송서 A씨와 행복하다며 결혼 생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3년 SBS <정글의법칙 in 히말라야> 촬영 당시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고산지대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통화를 나누면서 티격태격 장난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김병만은 와이프의 애칭이 ‘뚱뚱이’라고 자랑하는가 하면 아내가 자신을 ‘땡깡이’라 부른다면서 “내가 하도 투덜거리니까”라 밝혀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김병만과 A씨는 지난 2019년 이혼소송을 하며 행복의 막을 내렸다. 그의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에 많은 누리꾼들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서 이혼 이유 밝히자…
상습폭행·가정폭력 폭로

김병만은 지난달 방송된 채널A <4인용 식탁>서 2011년 결혼했지만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동안 별거해 왔다고 털어놓으며 이혼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끈을 이어주는 게 아이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나한테 피가 섞인 친자식이 있었으면, 나는 나의 미니미가 있길 바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혼식 사회 부탁을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정말 힘들었다”며 “남의 행복을 축복하는 자리에 가는데 정작 나는 행복하지 않고 별거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병만은 “사랑은 잠깐이고 뭔가 이어갈 계기가 있어야 했다. 나는 아이를 간절히 원했다. 그게 없다 보니 집에 들어가도 혼자인 것 같았다”며 당시 감정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물론 그 사람의 아이가 있었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데 충분히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아이 위해 이사도 갔다.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내 갈 길을 가기 위해 여러 차례 이혼을 제안했지만 (전처가)차단해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김병만과 전처는 부부의 연을 맺은 지 약 1년 만인 2012년부터 10년간 별거 생활에 들어갔다. 별거를 외부에 알리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그는 “무명부터 시작해 열심히 꿈을 갖고 달려온 게 무너질까 봐, 한순간에 상처받아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며 “서로 갈 길을 가야 하는데 끈은 끊어지지 않고 정리가 안 되니까 계속 체한 몸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2019년 이혼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합의가 안 되니까 법의 힘을 빌렸다”고 말했다.

이혼소송을 마치고 완전히 결별하게 된 당시 김병만은 “별거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아내와 떨어져 산 기간이 길었기에 자연스럽게 정리가 됐다”며 “소송을 하긴 했지만 끝에는 잘 마무리해 서로 응원하는 사이로 남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혼한 후에도 김병만과 A씨의 갈등은 계속됐다. 김병만은 이혼 2년 뒤인 지난 2022년에 A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절도, 사문서 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사건이 지난 9월에 불기소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굴곡진
인생사

김병만의 고소에 A씨는 김병만을 상습폭행으로 맞고소했다.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지난 7월 김병만을 폭행, 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월 김병만이 2010년 3월부터 2019년 6월 사이에 전 아내를 20여회 이상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했다”며 “다만 실제 폭행이나 상해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김병만에게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병만이 전 아내를 폭행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지만,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제7조에 따라 가정폭력 범죄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현재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으나, 아직 기소·불기소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이 불거진 것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자 A씨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드러났다. A씨는 “그 사람(김병만)은 연예인이니 묻어두려 했지만 우리 가족이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 잡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별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별거에 합의한 적도 없다. 집에 오지 않는 날들이 길어지면 그냥 바쁜가 보다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혼 소장이 왔다. 결혼 생활 동안 상습적으로 폭행을 저질렀고, 김병만이 현재 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며 폭로했다.

김병만은 소속사를 통해 반박했다. 스카이터틀은 지난 12일 “김병만의 전처 A씨가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혼소송서 A씨가 ‘김병만과 결혼 생활 중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김병만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기에 김병만은 해외에 체류 중이었다. A씨가 소송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거짓 주장을 했다. 법원서도 인정하지 않았고 검찰도 불기소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지워진 사랑
결국 돈 문제

그러면서 “A씨에게 20대 중반 아이가 있다. 이혼소송이 끝난 만큼, 파양해야 하는데 A씨가 그 조건으로 김병만에게 3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혼소송 후 재산분할을 해주지 않기 위해 김병만을 허위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만은 A씨가 김병만의 생명보험을 20여개나 들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병만의 법률대리인인 임사라 변호사는 “김병만이 A씨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이혼이 성립됐다. 재산분할은 미처 받지 못했는데 어제까지도 상대방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A씨가 김병만의 사망보험을 수십개를 들어놨다는 걸 알았다”라며 이혼소송의 마무리 단계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될 돈이 4억5000만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계약자로 가입한 보험이 24개, 그중 거의 대부분이 다 사망보험이었다. 종신보험이 대부분이어서 사망보험이라 판단했다. 연금보험이나 재테크보험도 이름만 다를 뿐이지 피보험자가 사망하게 되면 수익자나 상속자에게 보험금이 가는 거기 때문에 사망보험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김병만은 이혼할 때까지 이런 사망보험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이혼을 진행하는 가운데 서로의 재산이 어떻게 되는지 법원 금융거래 정보 명령 신청을 하게 되면 본인 명의의 보험, 예금이 어떻게 가입돼있는지 금융사에서 회신이 온다”며 “그 회신을 보고 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다”고 보험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김병만 명의로 된 보험의 수익자는 대부분 A씨나 A씨의 친딸이자 김병만의 입양딸인 자녀로 돼있었다. 임 변호사는 “A씨가 김병만이 위험한 일을 하다 보니 가입했다는 주장하던데 수익자가 김병만으로 된 보험은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연애뒤통령 이진호’는 김병만과 A씨의 입장이 극명하게 다르다며 반박 영상을 올렸다. 

이씨는 A씨가 김병만에게 파양의 대가로 30억원을 요구한 사안에 대해서 “말에 어폐가 있다”며 “A씨가 김병만에게 30억을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30억 요구설’이 나온 이유에 대해 “A씨가 김병만씨의 수입을 전적으로 관리해 재산의 상당 부분이 A씨 명의로 돼있었다”며 “김병만이 재산분할로 받아야 하는 금액은 무려 2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파양 대가 30억원·보험 20여개나 들어”
첨예한 갈등 장기전…결국엔 증거 싸움

그는 “A씨가 결혼 과정서 7억원을 이체했는데 이혼하는 시점서 이자가 3억원가량 불어났다. 그래서 재산분할 20억원과 A씨가 이체했던 7억원과 그 이자까지 합쳐서 30억원이 만들어졌고, 김병만씨 측은 이혼소송으로 A씨와 협의하는 과정서 ‘이 권리를 포기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부분이 파양의 대가로 나온 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병만에게 분할하라고 결정된 재산분할액 20억원 가운데 15억원가량은 이미 가압류 등을 통해서 김병만 측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김병만 소속사 측이 폭로한 수십개의 생명보험도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병만 자신도 모르게 아내가 들었던 수십개의 생명보험, 결국 사망보험에 대한 입장 역시 양측의 생각이달랐다”며 “김병만 이름으로 20개 가까운 보험이 들어져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모두 사망보험으로 보기는 어려웠다”며 “김병만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보험들을 비롯해서 재테크보험, 연금보험, 생명보험 등을 모두 합친 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일반적인 상황보다 굉장히 다수의 보험을 든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수십여건이 아닌 10여건인 데다가 사망보험은 그 가운데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병만과 A씨 사이의 첨예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싸움은 결국 ‘증거’가 키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이들의 진실공방을 다루고 있는 이씨도 “전처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논란서 지금까지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증거 싸움이다. 양측이 누가 먼저 핵심적인 증거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언급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미 경찰서 김병만의 폭행 사건에 대해 증거가 없어 불기소 처분으로 송치한 것을 보면 검찰서도 불기소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A씨가 요구하는 30억원과 생명보험과 관련된 증거가 진흙탕 싸움을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정적인
증거 나올까

임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재산분할서 김병만에게 20억원가량의 변제 의무가 있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김병만은 A씨에게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일부 재산을 압류해 왔지만 여전히 재산 분할금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김병만은 A씨의 재산 은닉 및 변제 거부와 더불어 이번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해 추가적인 법적 공방을 검토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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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