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리는 급행 GTX

수도권 부동산시장서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노선이 지나가는 단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그 철길을 따라가 봤다.

GTX-A 노선은 연내 운정중앙~서울역이 개통 가능한 상황이다. GTX-B 노선은 3분기 실착공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지난 4월 착공식을 한 GTX-C 노선은 2028년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 도심
외곽 연결

먼저 GTX-A 노선은 지난 3월 수서~동탄 구간을 부분 개통했다. 오는 12월 운정중앙~서울역 개통을 앞두고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운정서 서울역까지는 18분이면 도착하게 된다. 

현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평일 오전 8시 기준 1시간 30분~1시간45분까지 걸린다. 향후 창릉 신도시가 조성되면 창릉에도 GTX-A역이 지나간다. A 노선의 핵심인 삼성역 구간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삼성역 무정차 통과, 2027년 삼성역 부분개통(서울지하철 환승 가능), 2028년 삼성역 개통 후 완전 개통을 계획하고 있다.

GTX-B 노선은 인천대입구부터 부천, 여의도, 상봉 등을 거쳐 마석까지 이어진다. 지난 3월 착공식을 열었고,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용산~상봉 구간(19.95㎞)을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고, 송도~용산, 상봉~마석 구간(39.94㎞)은 민자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기로 했다. 공사 기간은 6년이다. 


GTX-C 노선은 지난 1월 착공식을 진행했으나 착공계 제출은 아직으로,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다. C 노선의 길이는 85.9㎞로 B노선보다 길다. 반면 공사 기간은 5년으로 B 노선(6년)보다 짧다.

부동산시장서 GTX 노선을 품은 지역은 언제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GTX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 외곽을 연결하는 교통 인프라로, 개통 시 교통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수혜 지역들의 부동산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A·B·C 노선 지나는 구간 파급 효과
개통 앞두고 거래 늘고 신고가 경신

GTX-A 노선 개통 구간을 살펴보면 GTX의 파급효과를 알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동탄역 인근 화성시 오산동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개통 전 2429만원서 개통 후 2713만원(2024년 5월)으로 2개월 새 11.69%(284만원) 상승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오산동에 위치한 ‘동탄역 동원로얄듀크 비스타 3차(2020년 2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올해 8월 9억7000만원에 매매돼 1월 거래가(8억7000만원)보다 1억원 올랐다. 또 같은 기간 ‘동탄역 파라곤(2021년 2월 입주)’ 전용면적 79㎡도 올해 초 거래가(9억6700만원) 대비 7800만원 오른 10억4500만원(8월)에 거래됐다.

GTX의 파급효과는 연말 개통을 앞둔 수서~파주운정 구간의 운정중앙역이 위치한 파주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1~8월) 파주시 아파트 매매는 32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건수(2422건)보다 851건 많은 수치다.

개통이 다가올수록 거래가 늘고 있으며, 올해 거래량은 지난해 전체 거래량 3531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파주시 동패동에 있는 ‘초롱꽃마을 13단지디에트르더퍼스트(2021년 10월 입주)’의 전용면적 84㎡는 지난 9월 7억60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약 5개월 만에 직전 최고가보다 4200만원 오른 것이다. 다율동에 위치한 ‘해오름마을 10단지파크푸르지오(2021년 12월 입주)’ ‘해오름마을 14단지푸르지오파르세나(2022년 8월 입주)’의 전용면적 59㎡도 각각 4억7000만원, 4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교통 편의
대폭 개선

분양시장서도 인기가 높다. 지난 7월 청약을 받은 ‘동탄2신도시 동탄역대방엘리움더시그니처’는 186가구 모집에 11만6621명이 접수해 626.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 분양한 ‘제일풍경채 운정’은 209가구 모집에 2만6449건의 청약통장이 접수, 1순위 평균 126.55대 1을 기록하며 마감에 성공했다.

626대 1
126대 1

두 단지 모두 GTX 역세권이라는 입지가 성공적인 청약 결과를 이끌어낸 주요 원인으로 평가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GTX는 수도권 대표 개발호재로 통하는 만큼 침체된 시장서도 수혜 단지는 가격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며 “착공과 개통 시기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GTX 노선이 예정된 지역의 신규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GTX 호재를 품은 단지.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경기 군포 벌터·마벨지구에 들어서는 ‘금정역 푸르지오 그랑블’ 아파트 전용 59㎡ 타입이 마감되고 전용 76㎡, 84㎡, 95㎡ 타입을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45층, 8개 동, 총 1072가구 규모로 전용면적 59~95㎡로 조성된다. 세대당 주차대수는 1.33대.

계약 조건은 중도금 대출이자 후불제가 적용되며, 계약금 5%만 납부하면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4Bay 남향 위주 단지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다. 피트니스클럽, GX클럽, 골프클럽, 그리너리 카페, 독서실, 시니어클럽, 어린이집 등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 입주 예정은 2028년 5월.

지하철 1·4호선 금정역이 가깝고,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이 2028년 개통 예정이다. 호계역도 예정돼있다. 특히 2028년 GTX-C 노선 개통 시 금정역서 서울 강남까지 10분대로 이동이 가능해져 교통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반경 1㎞ 이내에 홈플러스 안양점과 AK플라자 금정점이 위치하고 있다. 안양시청, 롯데백화점, 이마트, 한림대학병원 등이 있는 평촌중심상업지구 이용도 용이하다. 평촌 학원가도 10분 거리며, 안양천 수변공원이 인접해 주거환경이 쾌적하다.

수도권 GTX 노선 개통
호재 품은 지역 눈길

안양IT단지와 평촌 스마트스퀘어 도시첨단산업단지, 안양국제유통단지 등이 가까운 직주근접 단지로, 금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과 군포 첨단 R&D 클러스터 조성 사업, 약 2.7㎞ 구간의 안양천 정비 사업도 추진 중이어서 수혜가 예상된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경기도 군포시는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 호재와 2028년 개통 예정인 GTX-C 노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고 전했다.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 대우건설은 경기 양주시 남방동 일원에 ‘양주역 푸르지오 센터파크’를 분양 중이다. 양주 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지구단위계획 내 공동5(A1)블록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면적 59·84㎡ 총 1172가구의 대단지로 공급된다. 

지하철 1호선 양주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인근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지날 예정으로, 노선이 개통되면 양주 덕정서 서울 삼성역까지 27분이 소요될 예정이다. 경기북부 단일 최대 규모의 도시첨단산업단지인 양주테크노밸리(2026년 준공 예정)와 가까워 직주근접성이 뛰어나며, 도시개발사업 부지 내에 계획된 상업용지가 가깝다.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 현대엔지니어링은 경기 오산시 양산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오산더클래스’를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3층, 12개동, 총 970가구로 조성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특화 설계가 적용된다. 커뮤니티시설로는 피트니스센터, 실내골프연습장, 개인 PT실 등 운동시설과 어린이집, 다함께돌봄센터, 작은도서관, 티하우스, 경로당 등이 마련된다.

단지 주변에 지하철 1호선 병점역이 인접해 있다. 향후 GTX-C 노선이 병점역까지 연장(예정)되면 삼성역까지 3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진다. 단지 주변에 도보 통학이 가능한 양산초가 위치하며, 인근에 양산1중학교(가칭)가 2027년 3월 신설될 예정이다.

추가적인 
가격 상승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와 수원캠퍼스, 평택캠퍼스 등이 인근에 있다. LG전자가 포함된 진위일반산업단지도 근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수원일반산업단지, 가장일반산업단지, 정남일반산업단지, 동탄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 동탄일반산업단지 등 다수의 산업단지 및 기업체로의 출퇴근 여건까지 확보했다.

분양 관계자는 “GTX-C노선과 동탄트램 등 교통 호재로 인해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은 병점역 일원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아파트로 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 우미건설은 경기 오산시 오산세교2지구 일원에 ‘오산세교 우미린 센트럴시티’를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25층, 11개동, 전용면적 59·72·84㎡, 총 1532가구 규모로 구성된다. GTX-C 노선 연장이 예정된 1호선 오산역, 터미널이 있는 오산역 환승센터와 인접해 있다. 단지 바로 앞에 마루초(가칭·예정)와 고교부지(계획)가 예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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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