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대담>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민주당 재집권을 말하다

“정권 붕괴 직전…수권정당 준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 운동권’ 대표 주자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4선 중진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당의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 재집권 플랜’ 밑그림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하다.” 윤석열정부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의 한 줄 평이다. 의료 대란부터 민생, 안보,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민주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1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일요시사>는 김 최고위원과 만나 윤정부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 2기 지도부의 목표인 재집권 준비에 관해 질문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1기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데 이어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2기 지도부에 합류하게 됐다. 한 달간의 짧은 소회를 밝혀준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현안이 많아 무척이나 바빴지만 다행히 이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 지도부에 모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으로 기록되는 등 격차를 벌려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 더욱 빠르게 변하는 정국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현 상황은 어떤가? 전략을 설명해준다면?


▲지난 전당대회서 말했던 바와 같이 집권 준비에 전속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정권은 붕괴 초입에 들어섰다. 서둘러 안정적인 수권 준비의 모습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런 인식을 갖는 게 첫 번째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각종 준비 태세를 하나하나 갖춰 나가고 있다.

현 정권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정권교체 후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는 민생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료 대란이 워낙 심각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중도층이 대선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다.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대선은 중도층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정당의 지지층 등을 포함한 국민적인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우리 당 지지층은 물론 윤정부에 실망한 이른바 ‘합리적 보수’까지 정권교체의 흐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큰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서 봤을 때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거의 상실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지원금, 지역화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같은 민생 이슈에도 반대 혹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안은 아니다. 이에 두루 대처하는 것이 야당의 일이다.

-한국 정치는 이미 한 차례 탄핵 정국을 겪었다. 2016년 박근혜정부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2016년 당시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국민이 탄핵 정국을 경험해 본 만큼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때 이상으로 심각하고 가망도 없다고 본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섰지만 각종 국정지지도는 벌써 20%대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커지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고위회의서 돌연 ‘계엄설’을 띄우셨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 정권은)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동기와 세력, 사고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당시 특정 연고,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의 인맥)’와 비밀 회합을 하지 않았나.

“윤, 손대는 족족 문제…국정 운영 능력 없어”
“계엄설 띄운 이유? 용산 세력도 동기도 충분”

용산의 불법적인 군기 위반, 대통령 경호처장 비밀 모임 등 계엄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주변 인물 몇 명이 피의자 상태인 만큼 자리를 보전하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에)집착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

-최근 야권 곳곳서 탄핵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윤정부 퇴진 집회도 이뤄지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국민 사이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정권이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을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체 의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의원이 집회에 참여하는 정도일 뿐, 당 전체의 주된 기류가 탄핵을 말하는 상황은 아니다.

-재집권 과정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보시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다. 지난 총선서 (혁신당 조국 대표가)‘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와 ‘쇄빙선’ 역할을 외쳤기 때문에 선도적 역할이 바람직하겠다.

-혁신당이 ‘지민비조’를 내세웠다지만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야권이 갈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권교체에 대한 큰 대의와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 과정서 누군가가 이탈한다면 아마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생각할 때 원칙에 어긋난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정치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사안이 많지만 그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연관된 의료 대란이 가장 심각하다. 가장 절박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윤정부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손을 대는 것마다 문제가 터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각종 특검법과 정부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여의도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법’ 등 3건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다.

“하루하루 힘들다” 약자 눈으로 본 세상
“대통령 탄핵, 민주당 아닌 국민이 외친다”

민주당은 즉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을 버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거부권을 포기하고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거부권’ ‘의료 대란’ ‘여사 리스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열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도 연일 논란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라고 말하는데…

▲정황과 증거가 나온다면은 당연히 국정 농단이다. 지금은 의혹이지만 (공천 개입을)시사하는 정황과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국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검법 통과와 정부의 거부권이 끝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의 해법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가기로 작정한 정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거부권을 쓸 거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서 딱 8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발의했다지만 모든 야당 의원이 특정 법안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상황서 민심에 따른 이탈표는 불가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표는 10에서 9석, 8석, 7석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이날 대담서 김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때가 있었다. 대표를 맡은 국회 연구 단체 ‘약자의 눈’을 설명하는 그는 “약자를 돕는 방식이 시대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인적인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연구 단체 ‘약자의 눈’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데 관련해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라는 모토로 2020년 출범한 단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야 하지만 세상의 변화와 함께하고 미리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가령 우리나라가 AI가 주되는 사회로 변하게 된다면 약자를 돕는 방식 또한 바뀌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결과다.

-약자의 눈을 모토로 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4년 전에 국회에 18년 만에 복귀했을 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국회 연구 단체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제적인 이슈를 주로 다뤘다.

‘누가 특별히 챙기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단체도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단체가 약자의 눈이고, 결과적으로 잘 받아들여져 지난 4년 내내 50개가 넘는 연구단체 중 1위로 선정됐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 방향도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지하철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교통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종교계 지도자와 총리 면담을 실시하고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노력 등을 통해 지하철 시위가 상당 기간 중단되는 성과를 냈다.

물론 모든 요구 사안을 만족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위가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장애인 교통권 확대를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단체에 함께하는 의원들의 관심사인 저출생, 위기 청소년, 정보접근성 등을 위한 노력도 함께하겠다.

대담 마치며 김 최고위원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을 향해 “늘 긴장감을 느끼겠다”며 “하나하나 열심히, 또 세심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