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대담>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민주당 재집권을 말하다

“정권 붕괴 직전…수권정당 준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 운동권’ 대표 주자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4선 중진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당의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 재집권 플랜’ 밑그림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하다.” 윤석열정부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의 한 줄 평이다. 의료 대란부터 민생, 안보,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민주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1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일요시사>는 김 최고위원과 만나 윤정부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 2기 지도부의 목표인 재집권 준비에 관해 질문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1기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데 이어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2기 지도부에 합류하게 됐다. 한 달간의 짧은 소회를 밝혀준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현안이 많아 무척이나 바빴지만 다행히 이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 지도부에 모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으로 기록되는 등 격차를 벌려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 더욱 빠르게 변하는 정국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현 상황은 어떤가? 전략을 설명해준다면?

▲지난 전당대회서 말했던 바와 같이 집권 준비에 전속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정권은 붕괴 초입에 들어섰다. 서둘러 안정적인 수권 준비의 모습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런 인식을 갖는 게 첫 번째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각종 준비 태세를 하나하나 갖춰 나가고 있다.

현 정권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정권교체 후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는 민생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료 대란이 워낙 심각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중도층이 대선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다.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대선은 중도층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정당의 지지층 등을 포함한 국민적인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우리 당 지지층은 물론 윤정부에 실망한 이른바 ‘합리적 보수’까지 정권교체의 흐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큰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서 봤을 때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거의 상실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지원금, 지역화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같은 민생 이슈에도 반대 혹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안은 아니다. 이에 두루 대처하는 것이 야당의 일이다.

-한국 정치는 이미 한 차례 탄핵 정국을 겪었다. 2016년 박근혜정부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2016년 당시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국민이 탄핵 정국을 경험해 본 만큼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때 이상으로 심각하고 가망도 없다고 본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섰지만 각종 국정지지도는 벌써 20%대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커지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고위회의서 돌연 ‘계엄설’을 띄우셨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 정권은)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동기와 세력, 사고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당시 특정 연고,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의 인맥)’와 비밀 회합을 하지 않았나.

“윤, 손대는 족족 문제…국정 운영 능력 없어”
“계엄설 띄운 이유? 용산 세력도 동기도 충분”

용산의 불법적인 군기 위반, 대통령 경호처장 비밀 모임 등 계엄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주변 인물 몇 명이 피의자 상태인 만큼 자리를 보전하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에)집착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

-최근 야권 곳곳서 탄핵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윤정부 퇴진 집회도 이뤄지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국민 사이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정권이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을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체 의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의원이 집회에 참여하는 정도일 뿐, 당 전체의 주된 기류가 탄핵을 말하는 상황은 아니다.

-재집권 과정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보시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다. 지난 총선서 (혁신당 조국 대표가)‘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와 ‘쇄빙선’ 역할을 외쳤기 때문에 선도적 역할이 바람직하겠다.

-혁신당이 ‘지민비조’를 내세웠다지만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야권이 갈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권교체에 대한 큰 대의와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 과정서 누군가가 이탈한다면 아마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생각할 때 원칙에 어긋난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정치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사안이 많지만 그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연관된 의료 대란이 가장 심각하다. 가장 절박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윤정부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손을 대는 것마다 문제가 터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각종 특검법과 정부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여의도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법’ 등 3건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다.

“하루하루 힘들다” 약자 눈으로 본 세상
“대통령 탄핵, 민주당 아닌 국민이 외친다”

민주당은 즉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을 버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거부권을 포기하고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거부권’ ‘의료 대란’ ‘여사 리스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열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도 연일 논란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라고 말하는데…

▲정황과 증거가 나온다면은 당연히 국정 농단이다. 지금은 의혹이지만 (공천 개입을)시사하는 정황과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국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검법 통과와 정부의 거부권이 끝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의 해법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가기로 작정한 정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거부권을 쓸 거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서 딱 8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발의했다지만 모든 야당 의원이 특정 법안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상황서 민심에 따른 이탈표는 불가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표는 10에서 9석, 8석, 7석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이날 대담서 김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때가 있었다. 대표를 맡은 국회 연구 단체 ‘약자의 눈’을 설명하는 그는 “약자를 돕는 방식이 시대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인적인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연구 단체 ‘약자의 눈’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데 관련해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라는 모토로 2020년 출범한 단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야 하지만 세상의 변화와 함께하고 미리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가령 우리나라가 AI가 주되는 사회로 변하게 된다면 약자를 돕는 방식 또한 바뀌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결과다.

-약자의 눈을 모토로 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4년 전에 국회에 18년 만에 복귀했을 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국회 연구 단체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제적인 이슈를 주로 다뤘다.

‘누가 특별히 챙기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단체도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단체가 약자의 눈이고, 결과적으로 잘 받아들여져 지난 4년 내내 50개가 넘는 연구단체 중 1위로 선정됐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 방향도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지하철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교통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종교계 지도자와 총리 면담을 실시하고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노력 등을 통해 지하철 시위가 상당 기간 중단되는 성과를 냈다.

물론 모든 요구 사안을 만족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위가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장애인 교통권 확대를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단체에 함께하는 의원들의 관심사인 저출생, 위기 청소년, 정보접근성 등을 위한 노력도 함께하겠다.

대담 마치며 김 최고위원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을 향해 “늘 긴장감을 느끼겠다”며 “하나하나 열심히, 또 세심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hypak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