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500호 특집대담>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민주당 재집권을 말하다

“정권 붕괴 직전…수권정당 준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6 운동권’ 대표 주자다. 199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에게 발탁돼 20대라는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제15·16·21·22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4선 중진에 올랐다. 지난 총선에선 상황실장을 맡아 민주당의 조타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 재집권 플랜’ 밑그림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할 때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하다.” 윤석열정부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의 한 줄 평이다. 의료 대란부터 민생, 안보, 김건희 여사 문제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이나 남았지만 민주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18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주당의 재집권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일요시사>는 김 최고위원과 만나 윤정부에 대한 평가와 민주당 2기 지도부의 목표인 재집권 준비에 관해 질문했다. 다음은 김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1기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데 이어 이제는 수석 최고위원으로 2기 지도부에 합류하게 됐다. 한 달간의 짧은 소회를 밝혀준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현안이 많아 무척이나 바빴지만 다행히 이 대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 지도부에 모두 빠르게 적응했다. 그 결과 당 지지율과 대선후보 지지율이 오차 범위 밖으로 기록되는 등 격차를 벌려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 더욱 빠르게 변하는 정국에 잘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석 최고위원으로서 강한 책임감도 느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하면서 사실상 레임덕 수준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현 상황은 어떤가? 전략을 설명해준다면?


▲지난 전당대회서 말했던 바와 같이 집권 준비에 전속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대선이 3년이나 남았지만 사실상 정권은 붕괴 초입에 들어섰다. 서둘러 안정적인 수권 준비의 모습을 갖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이런 인식을 갖는 게 첫 번째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에 기초해 각종 준비 태세를 하나하나 갖춰 나가고 있다.

현 정권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정권교체 후 국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두 번째는 민생 붕괴를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의료 대란이 워낙 심각하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중도층이 대선 승패를 가른다는 말이 있다. 중도층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안은 무엇인가?

▲대선은 중도층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각 정당의 지지층 등을 포함한 국민적인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 우리 당 지지층은 물론 윤정부에 실망한 이른바 ‘합리적 보수’까지 정권교체의 흐름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큰 방향이 필요하다.

이런 시각서 봤을 때 국민의힘은 정당으로서 정책 주도권을 거의 상실했다. 최근에는 정치적 사안뿐만 아니라 지원금, 지역화폐,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같은 민생 이슈에도 반대 혹은 폐지를 주장했지만 실효성이 있는 대안은 아니다. 이에 두루 대처하는 것이 야당의 일이다.

-한국 정치는 이미 한 차례 탄핵 정국을 겪었다. 2016년 박근혜정부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2016년 당시 상황과 조금 다르다고 느껴지는 건 국민이 탄핵 정국을 경험해 본 만큼 그때와 똑같은 방식으로, 같은 상황을 되풀이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때 이상으로 심각하고 가망도 없다고 본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섰지만 각종 국정지지도는 벌써 20%대 전후를 나타내고 있다.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이 커지고 있다. 국가를 운영하는 능력,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지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고위회의서 돌연 ‘계엄설’을 띄우셨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현 정권은)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동기와 세력, 사고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제대로 갖추지지 않았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당시 특정 연고,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 출신의 인맥)’와 비밀 회합을 하지 않았나.

“윤, 손대는 족족 문제…국정 운영 능력 없어”
“계엄설 띄운 이유? 용산 세력도 동기도 충분”

용산의 불법적인 군기 위반, 대통령 경호처장 비밀 모임 등 계엄 준비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에 대해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인다. 대통령 본인과 김 여사 주변 인물 몇 명이 피의자 상태인 만큼 자리를 보전하고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권력에)집착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본다.

-최근 야권 곳곳서 탄핵을 언급하는 빈도수가 잦아지고 있다. 주말마다 윤정부 퇴진 집회도 이뤄지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나?

▲국민 사이서 탄핵이라는 단어가 광범위하게 나오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정권이 한계가 드러났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셈이다. 오히려 민주당이나 지도부 내에서는 탄핵을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다. 전체 의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의원이 집회에 참여하는 정도일 뿐, 당 전체의 주된 기류가 탄핵을 말하는 상황은 아니다.

-재집권 과정서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될 것으로 보시나?

▲지금까지 그랬듯이 정권교체를 위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다. 지난 총선서 (혁신당 조국 대표가)‘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와 ‘쇄빙선’ 역할을 외쳤기 때문에 선도적 역할이 바람직하겠다.

-혁신당이 ‘지민비조’를 내세웠다지만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금정구청장 단일화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야권이 갈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정권교체에 대한 큰 대의와 숙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 이 과정서 누군가가 이탈한다면 아마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생각할 때 원칙에 어긋난다 싶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정치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지금 일어나는 일 중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 사안이 많지만 그래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연관된 의료 대란이 가장 심각하다. 가장 절박한 일이기도 하다. 사실 윤정부 자체가 문제다. 정부가 손을 대는 것마다 문제가 터지고 있지 않은가. 이처럼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은 어느 때보다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각종 특검법과 정부의 개혁안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여의도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했다. 지난달 30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법’ 등 3건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하면서다.

“하루하루 힘들다” 약자 눈으로 본 세상
“대통령 탄핵, 민주당 아닌 국민이 외친다”

민주당은 즉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을 버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지 않으려면 거부권을 포기하고 특검법을 수용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거부권’ ‘의료 대란’ ‘여사 리스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파열음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도 연일 논란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명백한 국정 농단이라고 말하는데…

▲정황과 증거가 나온다면은 당연히 국정 농단이다. 지금은 의혹이지만 (공천 개입을)시사하는 정황과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


-국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특검법 통과와 정부의 거부권이 끝없이 반복되는 상황에 국민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의 해법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가기로 작정한 정권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거부권을 쓸 거라고 본다. 현재로서는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200석서 딱 8석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발의했다지만 모든 야당 의원이 특정 법안에 100%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10석 정도가 모자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상황서 민심에 따른 이탈표는 불가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표는 10에서 9석, 8석, 7석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이날 대담서 김 최고위원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듯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런 김 최고위원의 목소리가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때가 있었다. 대표를 맡은 국회 연구 단체 ‘약자의 눈’을 설명하는 그는 “약자를 돕는 방식이 시대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인적인 정치 활동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연구 단체 ‘약자의 눈’ 대표의원을 맡고 있는데 관련해 간략히 설명해준다면?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이 정치’라는 모토로 2020년 출범한 단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서야 하지만 세상의 변화와 함께하고 미리 앞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가령 우리나라가 AI가 주되는 사회로 변하게 된다면 약자를 돕는 방식 또한 바뀌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 이 두 가지를 결합한 결과다.

-약자의 눈을 모토로 한 이유가 있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을 글로 풀어낸 것이다. 4년 전에 국회에 18년 만에 복귀했을 때 코로나19가 한창이었다. 그래서인지 국회 연구 단체 대부분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경제적인 이슈를 주로 다뤘다.

‘누가 특별히 챙기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사회적 약자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단체도 하나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만든 단체가 약자의 눈이고, 결과적으로 잘 받아들여져 지난 4년 내내 50개가 넘는 연구단체 중 1위로 선정됐다.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앞으로의 활동 방향도 궁금하다.

▲지난해에는 지하철 시위를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교통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종교계 지도자와 총리 면담을 실시하고 정부 예산을 반영하는 노력 등을 통해 지하철 시위가 상당 기간 중단되는 성과를 냈다.

물론 모든 요구 사안을 만족하기는 어렵다. 최근 시위가 재개된 것으로 알고 있어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장애인 교통권 확대를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이 밖에도 단체에 함께하는 의원들의 관심사인 저출생, 위기 청소년, 정보접근성 등을 위한 노력도 함께하겠다.

대담 마치며 김 최고위원은 “하루하루가 참으로 어려운 때”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주어진 일에 매진하겠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말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 최고위원은 국민을 향해 “늘 긴장감을 느끼겠다”며 “하나하나 열심히, 또 세심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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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