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양곡관리법’에 이어 ‘배추관리법’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은 쌀밥과 김치다. 그래서 정부는 그 원료인 쌀과 배추를 적정량 확보·관리해야 한다. 과잉생산이나 과소생산을 미리 예측하고 치밀한 수급 정책을 펴야 한다. 그리고 쌀과 배추 농사를 짓는 농가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리도 잘해야 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했던 “국내 쌀 수요 대비 과잉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8% 하락할 경우, 정부가 과잉생산량을 모두 사들인다”는 내용이 골자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가 피해를 줄이고, 쌀을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다.

당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 재의결서 부결됨으로써 법안은 폐지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올해 초 다시 ‘제2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발의했고, 현재는 안건조정위 통과 후 농해수위 직회부 표결서 19명 중 12명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다.

직회부는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법사위서 60일 동안 계류하면 소관 상임위원장은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이를 직접 상정하는 제도다.

정부여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인당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쌀이 남아돌고 있는데 “잉여 쌀을 국가서 매입하면 대부분 농가가 쌀농사만 짓게 돼 정부 지출이 늘어난다”는 논리다.

그런데 농민단체는 쌀값 하락의 주원인이 ‘과잉생산’이 아니라 매년 40만8700톤에 달하는 수입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가입 이후, 2014년까지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유예하는 대신 미국 등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도 농민단체는 “수입쌀을 막지 못하면 쌀값 폭락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항의하고 있다.

국민 주식 중 하나인 김치의 경우 최근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배추 생산량이 급감해 배추값이 포기당 1만원 이상 치솟았다. 배추는 저온성 작물로 적정 생육온도가 18~20도지만, 올해 강원도 고랭지 지역의 기온이 장기간 30도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작황에 큰 타격을 입었다.

최근 배추값이 급등하자 주요 김치 제조업체들도 배추 수급 불안정으로 포장김치 생산을 중단하거나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정부는 배추값 급등과 함께 포장김치 품절 사태까지 발생하자 배추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먼저 배추 16톤을 수입했다. 향후 중국 상황과 국내 배추 작황을 감안해 수입 물량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농민단체는 “급등하는 배추값을 잡기 위해 수입을 확대했다가 오히려 현재 자라는 배추가 11월 초순부터 출하될 때쯤 배추값 하락하면 농민들의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며 “배추 수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배추 농가는 가격이 하락하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고, 반대로 지속으로 수입이 이뤄지면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배추 농가와 소비자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정부는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수도권, 충청권, 광주·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5개 권역에 총 14개의 농산물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에 배추 수확량 예측 실패로 1만5526톤의 배추를 사들여 비축했다가 이 중 59%인 9233톤을 폐기했고, 올해도 역시 예측이 빗나가 1만3000여톤의 배추만 사들여 배추값 조정에 실패하고 말았다.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후변화에 따른 배추 수매정책에 실패한 셈이다.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 동안 배추와 무, 양파도 2만톤이나 폐기됐다.

정부의 농산물 수매사업은 수매, 저장, 폐기 모두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 그래서 농정당국이 비축된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폐기되는 양도 줄여나가고 기후변화를 예측해 비축량을 잘 산출해 적극적인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보관 기간이 90일 정도밖에 되지 않은 배추와 무 같은 농산물은 비축 방식도 특화해야 한다.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선 농식품부, 농수산물유통공사, 농민단체, 기상청 외 통계청까지 합동으로 기후변화와 작황에 따라 변동 폭이 큰 농산물 수급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통계청의 주요 업무에는 사회통계, 경제통계 외에 농어업통계도 있다.

농산물 중 특히 배추는 농식품부나 통계청서 직접 전수조사하면 어떨까? 그런데 현재는 모 농산물 유통회사가 2월 초 대상 지역을 선정해 1주일간 저장창고를 방문해 전수조사하는 게 고작인 것 같아 안타깝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서도 농업인과 유통인, 관련 종사자 등의 합리적인 영농 의사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드론으로 얻은 주요 품목의 관측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활용하는 농가나 단체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앞으로도 국민 주식의 원료인 배추는 기후변화와 짧은 저장 기간으로 인해 수급 문제가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회는 배추 수입으로 더 큰 대란이 오기 전에 배추 재배 농가 보호를 위한 ‘배추관리법’도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지만…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