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개인택시 ‘택테크’ 백태

치킨집 창업보다 비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전국 개인택시 면허 시세가 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1월만 하더라도 9000만원서 1억원 사이에 정착됐던 시세는 4월 양수 기간 조정으로 급격한 상승폭을 보였다. 가파른 상승폭에 택시 면허로 제태크를 하는 사람도 생겼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처는 전무한 상황이다.

개인택시 면허(번호판) 가격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차량 가격과 번호판 가격까지 다하면 약 2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양수 기간마저 줄어들어 젊은 개인택시 기사가 나오지 않게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천정부지

업계에 따르면 전국 개인택시 번호판 시세가 1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주요 도시로 보면 현재 서울은 1억2000만원, 인천 1억2500만원, 부산 1억원, 대전(세종) 1억4000만원, 울산 1억1000만원, 광주 1억4500만원, 제주 1억6000만원 등이다.

해당 가격은 단지 번호판만을 취급하는 것이며 여기에 신차를 택시로 계약하게 되면 2억원이 훌쩍 넘는 액수가 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9000만원서 1억1000만원의 시세를 형성하던 개인택시 번호판이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가량 시세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과 비교해도 번호판 시세의 상승폭이 5~6배에 달하는 셈이다.


개인택시 면허 값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부제 해제를 꼽는다. 지난 2022년 말께 3부제(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제도)가 해제되면서 언제든지 자기가 원할 때 운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택시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이었다.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은퇴한 고령자들이 개인택시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데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지난 2005년에 시행된 ‘택시 총량제’로 인해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서 수요만 늘어나 큰 가격 폭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가보다 5~6배 높은 상승률 왜?
부제 해제·양수 조건 완화 원인

또 정부가 지난 2021년 택시 양수 자격 기준을 낮추는 정책을 펼친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당시 정부는 면허 양수 자격을 ‘법인택시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서 ‘5년 이상 무사고 운전자’로 완화해 법인택시 운전 경력이 없는 사람도 개인택시 운전에 나설 수 있게 했다.

현재 개인택시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교통안전공단의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서 4박5일간 40시간의 교통안전교육(일명 양수교육)을 받고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에 합격한 후 양수 유효기간 안에 택시면허를 구매하면 된다. 

게다가 택시 양수 유효기간은 기존에는 3년이었지만 지난 4월부터 1년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양수 기준이 완화된 후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이 양수 기한 만료를 앞두고 매매에 뛰어들었고 최근 양수 시험을 치렀던 사람들도 짧아진 양수 기한에 매매에 뛰어들어 더 많은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공단은 양수 유효기간을 3년서 1년으로 단축한 취지를 “당장 개인택시 양수 계획이 없는 사람들도 양수교육을 신청하는 바람에 교육 예약 경쟁이 심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서 체감하는 예약 경쟁은 더 심화된 셈이다.


택시기사로 직업을 전환하려는 40~50대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 시한이 촉박해지면서 퇴직금 목돈을 쥔 60대 이상에 밀린다는 불평도 나온다.

대전서 개인택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40대 A씨는 “1년 안에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해야 하니 자금 마련에 필요한 시간이 촉박해졌다”며 “기존에는 3년 동안 시험 효력이 제공되니 자금을 마련하기까지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당장 목돈을 쥐고 있지 않고서는 개인택시를 하기 어렵게 됐다. 1년 지나면 다시 피켓팅(피가 터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을 해서 교육부터 들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1억 훌쩍 넘어 2억 달해
“앞으로 수요 계속 늘 것”

급격하게 상승한 개인택시 면허 시세에 ‘택테크(텍시+제테크)’라 말할 수 있는 방식이 유행하기도 했다.

한 면허 매매 브로커는 “최근 면허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면허를 구입한지 1~2년 만에 다시 면허를 되파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2년 전에 7000만원이던 서울 개인택시 면허가 1억 2000만원에 팔 수 있으니 차량 감가를 고려하더라도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개인택시연합회 관계자도 “부제가 없어지면서 개인택시 자체가 개인이 원할 때 운행을 하게 됐는데 1년에 한두 번 운행을 하는 기사들도 늘어났다”며 “그런 기사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면허를 매매하곤 한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면허 값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부 고령의 택시기사들은 양도 시기를 저울질하는 모습도 보인다. 운행 영업서 은퇴해 실제 운행은 안 하고 있지만 면허를 즉시 팔지 않고 미루는 것이다.

한 70대 택시기사는 “개인택시 기사에겐 넘버 값은 퇴직금 같은 것”이라며 “면허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안 팔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은퇴한 60~70대 사람들은 한평생 일하고 살아온 사람들인데 은퇴 후 적적함을 견디지 못해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며 “그런 사람들이 개인택시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개인택시 면허의 수요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택시 번호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경우 진입장벽이 지나치게 높아질 것을 우려한다. 생계 대책으로 면허를 사려다 높은 가격 장벽에 부딪혀 포기하는 취약·서민계층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개인택시로 넘어가는 고리가 좁아지는 문제도 우려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개인택시 문턱이 높아져 법인택시 운전을 하다 개인택시로 넘어가려던 사람들이 더 진입하기 어렵게 성역이 생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연하게”

한정된 면허로 고정화된 택시영업시장을 더 유연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타다’와 같은 대체 영업수단을 늘려 면허택시의 독점력을 적절히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택시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춰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라며 “다양한 형태 모빌리티(수송) 모델이 나와 시장서 싸우면서 택시영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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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