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대담> ‘돌아온 거물’ 정동영 ‘여야 막론’ 거침없는 쓴소리

“보이지 않는 손? 안보실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거물이 돌아왔다.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통일부 장관을 거쳐 내리 5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이야기다. 22대 국회 문턱도 거뜬히 넘었다. 다시 한번 현역으로 뛰게 된 그는 민주당의 든든한 자산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질문 하나에도 여유로운 태도로 예리한 답변을 도출하는 감각은 여전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정 의원은 여야의 진영을 넘어 날카롭게 정치 현안을 짚어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법원이 방송문회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추후 윤석열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나?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통위 방문진 신임이사 선임에 대한 임명처분 진행 정지 인용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항고를 다루는 곳은 서울고등법원인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 행정법원서 신임이사 임명 처분과 관련해 본안 심리를 다룰 계획이다.

가처분 당시 법리 적용이 탄탄해 본안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 문제라 윤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도 딱히 없다. 6개월 뒤 본안 판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판결도 취소 판결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법원의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 줄 영향은. 기각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방통위는 독립성, 다양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이 지명한 2인과 여당이 추천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되는 5인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런 상황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결정만으로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 선임을 결정한 일은 방통위 설치의 입법 목적에 위배된다.

또 합의제 행정기구 결정서 충분한 토론과 심의는 상당히 중요하다. 83명의 이사 후보 중 방문진 이사 6명과 KBS 이사 7명을 선임한 사실에 비춰 충분한 토론과 심의가 없었다. 

-심각한 위법이 있었다는 뜻인가?

▲행정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입법의 목적에 충실한 이행과 절차에 대한 엄격한 이행이다. 이 위원장은 위법 행위를 실행한 사람이다. 임기의 길고 짧음은 중요하지 않다. 단 하루라도 방통위원장으로서 위법 행위를 했다면 헌법에 비춰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일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내놓은 방송3+1법이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진의 수를 대폭 늘리고, 친민주당적 성향을 임명하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는데…

▲3+1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한데 묶어 부르기 때문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MBC와 EBS는 이사 수를 현행 9명서 21명으로 늘리고, KBS는 11명서 21명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과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와 같이 직능단체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공영 방송의 사장 선임 역시 성별, 연력, 지역을 고려해 일반 시민 100명이 직접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법 개정안도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늘려 2인으로 방통위를 위법적으로 하는 부분을 차단하겠다는 데 있다. 이사 수를 늘려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시키고, 독립성과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해 특정 정파의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해 친민주적 성향의 이사를 임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방송사를 정권의 장악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개혁적 태도다. 

-선거 이야기도 묻고 싶다. 다음 달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해결할 비책을 말해준다면?

▲호남 홀대론에 대해 호남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송구하다. 호남 홀대론 배경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경제 소외론 때문이다. 지역경제는 침체해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결국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예산이 투여돼야 살아난다.

그래야 경제 소외론, 호남 홀대론이 사라질 수 있다. 호남은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당이 잘못 가고 있다면 매섭게 회초리를 든다.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최근 두 번의 전당대회를 치렀을 때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회의원 중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경우가 없다.

이번 지도부 구성서 지명직 최고위원은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일부 강성 지지층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윤정부는 날로 극우적 색채를 강화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을 동원해 ‘이재명 죽이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만 죽이면 된다는 광기에 휩싸여 있다. 반드시 윤석열정권을 극복하고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결국 지금 상황서 초극은 윤극을 위한 초극 체제인 셈이다.

“지금 민주당은 윤 극복 위한 이 초극 체제”
“한 대표는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당 외곽에 있던 정치 팬덤이 당 안으로 들어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현상으로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이 당장 낯설고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고 비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심연을 보면 민주주의 확대 과정이다.

멀리 보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새롭게 균형을 찾아가는 길이다. 


-민주당 계열 초일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다양한 계파가 존재해 왔다. 

▲열린우리당 당시 당 의장을 맡았는데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정당 정치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보다는 여당과 야당 사이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당에는 민주적 운영과 함께 지도부에 일정 정도 집중된 권위와 권한이 필요하다.

이는 선거가 대표적이다. 결국 지도부 집중이 관철되지 않은 채 계파라는 이름 아래 지도부의 권위가 부정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현상적 다원주의에 불과하다. 정당 내 포용은 지도부의 권위가 확립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제대로 끌어안을 수 있다. 

-여러 계파를 끌어안을 통합의 방법이 있다면?

▲원내·외에는 여러 의견과 행동 그룹이 존재하는데, 이들 활동이 당내서 부정당하지 않는다. 요체는 의견과 행동이 당원과 지지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다. 과거에는 계파 간 공개적, 비공개적 교섭과 주고받기로 조율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처럼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주의가 중요한 시기에는 당원과 지지자의 여론이 절대적이다. 당내 포용에 대한 관점이 달라야 한다. 즉 까다롭고 정보력이 많은 정치 관여 성격의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 이 바탕 위에서 포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최근 야권에서는 개헌 카드도 꺼냈다.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보나?

▲가장 좋은 것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오는 2026년에 새로운 헌법하에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임기를 1년 단축해 2027년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있는데,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대통령 1명의 임기를 줄이는 일이 더 쉽다.

사실 개헌의 적절했던 시기는 과거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라고 생각한다. 4·19가 개헌으로 제2공화국을 열었고, 6·10이 개헌으로 6공화국을 열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때 개헌됐다면 윤정부가 출범할 일은 없었다.

22대 국회는 촛불 2기 국회가 돼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든, 이원집정제든 현재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 여야 대결보다는 협치를 제도화하는 데 어떤 체제가 가장 적합할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깨고 차별화에 나섰다. 속내를 파악한다면?

▲진영을 떠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과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차별화가 성공할 수 있느냐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서 한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본다. 본인이 당 대표에 출마하며 공약했던 제3자 특검법과 의정 갈등 중재를 위한 의대 증원 유예안 모두 의제로 내세우지 못했다.

“윤 대통령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 들어가”
“계엄령 근거? 야권서 충분히 제기할 문제”

합의문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다. 아직까지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인 셈이다. 임기가 2년 반이 넘게 남은 윤 대통령이 이른 차별화에 동의할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따져봤을 때 모두 고개를 젓는다. 

-제3자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면서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한 대표가 어떤 점을 우려해서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않다고 보는지?

▲채 상병 제3자 특검법은 엄밀히 말해 ‘윤석열 특검법’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이 특검법의 핵심 사항이다. 시간이 갈수록 수사 외압의 최종적 지시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린이다. 이걸 국민의힘 의원 중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한 대표도 익히 알고 있다. 결국 해법을 내놓을 수가 없고,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현재 대치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최근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음에 민주당이 두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서 통과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거대 범야권이 탄생한 결과는 총선 민심의 결과다. 국회 본회의에 범야권이 통과시킨 법안은 정쟁의 수단이 아니다. 총선 민의에 충실하고자 한 민생 법안이자 개혁 법안이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적으로 거부권을 남발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마음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만들려고 했다면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처럼 얼마든지 합의안은 낼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표결을 요구하면 사실상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대통령 눈치를 봐야 할 여당 의원들로부터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연속해서 행사해 왔다. 

▲윤 대통령 마음에 안 들고, 여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의안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은 다수결을 부정하는 일이다. 사실상 여당의 소수결,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 1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연성 독재의 모습과 다름없는 것으로 민주주의, 협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런 국정기조, 국정 방식서 벗어나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섰으면 한다. 

-인사 문제도 연일 논란이다. 최근 들어 뉴라이트 인물을 임명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김태효 안보실 차장이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라는 말도 잘 모른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런데 골라내는 사람 전부가 그렇다. 김형석 독립기념관 장관,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 이진숙 방통위원장까지 전부 그런 사람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모른다면 실제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사람에 의해 기획되고 그림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작가가 ‘윤 대통령은 참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에 들어간 것 같다. 모르는데 뉴라이트 인사를 국정 전반에 다 깔았다. 결국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궁금해 광복회장에게 직접 물었고 답을 들었다. (광복회장에게)일본 밀정이 누구냐 질문했는데, 안보실에 있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서 계엄령을 언급한 바 있다. 근거가 뭐라고 보나?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헌법정신을 준수하지 않는 듯 보인다. 국회 입법부를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을 넘어 무시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권을 갖고 굉장히 폭압적으로 행사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권을 많이 훼손했는데, 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

정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폭압적 행동으로 계엄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도 내부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한 흔적이 있었다. 야권 입장에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추가로 의심이 가는 부분은?

▲다른 하나는 대북 정책이다. 윤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데 굉장히 도발적이며 공격적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일체의 대화, 소통이 끊겼는데 이런 부분을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윤정부는 대북 정책서 힘에 의한 평화와 압도적 힘을 강조하고 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정부 5년 동안 국방비의 평균 증가율은 6.3%, 윤정부는 2년 동안 4.3%에 그친다. 압도적 힘이라면 숫자로 표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정치는 정치다워져야 한다. 정치는 상대방을 섬멸하는 게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협치가 정치의 본령이다. 거야 상황서 협치의 성공 여부는 정부여당에 달려 있다. 국정기조를 전환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잘못된 국정기조서 발을 빼기를 바란다. 전향적으로 야당과 협치에 나서기 원한다. 그게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ckcjfdo@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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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