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대담> ‘돌아온 거물’ 정동영 ‘여야 막론’ 거침없는 쓴소리

“보이지 않는 손? 안보실에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박희영 기자 = 거물이 돌아왔다.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통일부 장관을 거쳐 내리 5선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의 이야기다. 22대 국회 문턱도 거뜬히 넘었다. 다시 한번 현역으로 뛰게 된 그는 민주당의 든든한 자산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질문 하나에도 여유로운 태도로 예리한 답변을 도출하는 감각은 여전했다. <일요시사>와 만난 정 의원은 여야의 진영을 넘어 날카롭게 정치 현안을 짚어냈다. 다음은 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법원이 방송문회진흥회(방문진) 차기 이사진 임명에 제동을 걸었다. 추후 윤석열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나?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통위 방문진 신임이사 선임에 대한 임명처분 진행 정지 인용에 즉시 항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항고를 다루는 곳은 서울고등법원인데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앞으로 행정법원서 신임이사 임명 처분과 관련해 본안 심리를 다룰 계획이다.

가처분 당시 법리 적용이 탄탄해 본안 결과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 문제라 윤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도 딱히 없다. 6개월 뒤 본안 판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판결도 취소 판결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법원의 판단이 현재 진행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심판에 줄 영향은. 기각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데?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방통위는 독립성, 다양성 보장을 위해 대통령이 지명한 2인과 여당이 추천한 1인,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되는 5인 합의제 행정기구다. 이런 상황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2인의 결정만으로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 선임을 결정한 일은 방통위 설치의 입법 목적에 위배된다.

또 합의제 행정기구 결정서 충분한 토론과 심의는 상당히 중요하다. 83명의 이사 후보 중 방문진 이사 6명과 KBS 이사 7명을 선임한 사실에 비춰 충분한 토론과 심의가 없었다. 

-심각한 위법이 있었다는 뜻인가?

▲행정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입법의 목적에 충실한 이행과 절차에 대한 엄격한 이행이다. 이 위원장은 위법 행위를 실행한 사람이다. 임기의 길고 짧음은 중요하지 않다. 단 하루라도 방통위원장으로서 위법 행위를 했다면 헌법에 비춰 탄핵소추의 대상이 되는 일은 당연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내놓은 방송3+1법이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진의 수를 대폭 늘리고, 친민주당적 성향을 임명하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는데…

▲3+1법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방송3법과 방통위 설치법 개정안을 한데 묶어 부르기 때문이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인 MBC와 EBS는 이사 수를 현행 9명서 21명으로 늘리고, KBS는 11명서 21명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이사 추천 권한을 방송과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방송기자연합회와 같이 직능단체 등 외부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 공영 방송의 사장 선임 역시 성별, 연력, 지역을 고려해 일반 시민 100명이 직접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방통위법 개정안도 여당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방통위법 개정안은 의결정족수를 4명으로 늘려 2인으로 방통위를 위법적으로 하는 부분을 차단하겠다는 데 있다. 이사 수를 늘려 정치적 간섭을 최소화시키고, 독립성과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해 특정 정파의 입김을 배제하겠다는 의미가 크다.

이에 대해 친민주적 성향의 이사를 임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방송사를 정권의 장악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개혁적 태도다. 

-선거 이야기도 묻고 싶다. 다음 달에 재보궐선거가 예정돼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호남을 홀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를 해결할 비책을 말해준다면?

▲호남 홀대론에 대해 호남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송구하다. 호남 홀대론 배경에는 경제 문제가 있다. 경제 소외론 때문이다. 지역경제는 침체해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결국 중앙정부의 집중적인 예산이 투여돼야 살아난다.

그래야 경제 소외론, 호남 홀대론이 사라질 수 있다. 호남은 민주당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만 당이 잘못 가고 있다면 매섭게 회초리를 든다. 선거의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은 곳이다. 최근 두 번의 전당대회를 치렀을 때 호남을 기반으로 둔 국회의원 중 선출직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경우가 없다.

이번 지도부 구성서 지명직 최고위원은 호남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잡은 이후 일부 강성 지지층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금 윤정부는 날로 극우적 색채를 강화 중이다. 이와 함께 검찰을 동원해 ‘이재명 죽이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대표만 죽이면 된다는 광기에 휩싸여 있다. 반드시 윤석열정권을 극복하고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결국 지금 상황서 초극은 윤극을 위한 초극 체제인 셈이다.

“지금 민주당은 윤 극복 위한 이 초극 체제”
“한 대표는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큰 이유는 당 외곽에 있던 정치 팬덤이 당 안으로 들어와 자기 목소리를 내는 현상으로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이 당장 낯설고 입김이 과하게 작용한다고 비치는 부분이 있지만 그 심연을 보면 민주주의 확대 과정이다.

멀리 보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새롭게 균형을 찾아가는 길이다. 


-민주당 계열 초일회가 만들어졌다. 민주당은 그동안 다양한 계파가 존재해 왔다. 

▲열린우리당 당시 당 의장을 맡았는데 리더십을 세우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 슈나이더는 “정당 정치서 민주주의의 핵심은 당내 민주주의보다는 여당과 야당 사이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정당에는 민주적 운영과 함께 지도부에 일정 정도 집중된 권위와 권한이 필요하다.

이는 선거가 대표적이다. 결국 지도부 집중이 관철되지 않은 채 계파라는 이름 아래 지도부의 권위가 부정된다면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 현상적 다원주의에 불과하다. 정당 내 포용은 지도부의 권위가 확립되는 가운데 이뤄져야 제대로 끌어안을 수 있다. 

-여러 계파를 끌어안을 통합의 방법이 있다면?

▲원내·외에는 여러 의견과 행동 그룹이 존재하는데, 이들 활동이 당내서 부정당하지 않는다. 요체는 의견과 행동이 당원과 지지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느냐다. 과거에는 계파 간 공개적, 비공개적 교섭과 주고받기로 조율되는 경향이 강했다.

지금처럼 당원 주권주의, 당원 참여주의가 중요한 시기에는 당원과 지지자의 여론이 절대적이다. 당내 포용에 대한 관점이 달라야 한다. 즉 까다롭고 정보력이 많은 정치 관여 성격의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중요하다. 이 바탕 위에서 포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최근 야권에서는 개헌 카드도 꺼냈다. 적절한 시기가 언제라고 보나?

▲가장 좋은 것은 윤 대통령의 임기를 1년 단축하고 개헌을 통해 오는 2026년에 새로운 헌법하에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일이다. 일각에선 국회의원 임기를 1년 단축해 2027년 총선을 치르자는 주장도 있는데, 300명의 국회의원보다 대통령 1명의 임기를 줄이는 일이 더 쉽다.

사실 개헌의 적절했던 시기는 과거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라고 생각한다. 4·19가 개헌으로 제2공화국을 열었고, 6·10이 개헌으로 6공화국을 열었기 때문에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때 개헌됐다면 윤정부가 출범할 일은 없었다.

22대 국회는 촛불 2기 국회가 돼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든, 이원집정제든 현재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켜 여야 대결보다는 협치를 제도화하는 데 어떤 체제가 가장 적합할지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깨고 차별화에 나섰다. 속내를 파악한다면?

▲진영을 떠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다툼과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차별화가 성공할 수 있느냐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서 한 대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본다. 본인이 당 대표에 출마하며 공약했던 제3자 특검법과 의정 갈등 중재를 위한 의대 증원 유예안 모두 의제로 내세우지 못했다.

“윤 대통령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 들어가”
“계엄령 근거? 야권서 충분히 제기할 문제”

합의문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다. 아직까지 부처님 손바닥 안 손오공 신세인 셈이다. 임기가 2년 반이 넘게 남은 윤 대통령이 이른 차별화에 동의할지,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지를 따져봤을 때 모두 고개를 젓는다. 

-제3자 특검법을 국민의힘이 시간을 끌면서 받지 못하는 이유는. 한 대표가 어떤 점을 우려해서 본인이 한 말을 지키지 않다고 보는지?

▲채 상병 제3자 특검법은 엄밀히 말해 ‘윤석열 특검법’이다.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외압이 특검법의 핵심 사항이다. 시간이 갈수록 수사 외압의 최종적 지시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대통령 입장에서는 역린이다. 이걸 국민의힘 의원 중 모르는 사람이 없으며, 한 대표도 익히 알고 있다. 결국 해법을 내놓을 수가 없고, 시간을 끌 수밖에 없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22대 국회 들어 더욱 심해진 양상이다. 현재 대치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최근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처음에 민주당이 두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서 통과했을 때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이다. 거대 범야권이 탄생한 결과는 총선 민심의 결과다. 국회 본회의에 범야권이 통과시킨 법안은 정쟁의 수단이 아니다. 총선 민의에 충실하고자 한 민생 법안이자 개혁 법안이다.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적으로 거부권을 남발할 게 아니라 정부여당이 마음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만들려고 했다면 전세사기특별법과 간호법처럼 얼마든지 합의안은 낼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 재표결을 요구하면 사실상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대통령 눈치를 봐야 할 여당 의원들로부터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연속해서 행사해 왔다. 

▲윤 대통령 마음에 안 들고, 여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합의안을 모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결시키는 것은 다수결을 부정하는 일이다. 사실상 여당의 소수결, 심하게 말하면 대통령 1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연성 독재의 모습과 다름없는 것으로 민주주의, 협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이런 국정기조, 국정 방식서 벗어나 정부여당이 적극적으로 협치에 나섰으면 한다. 

-인사 문제도 연일 논란이다. 최근 들어 뉴라이트 인물을 임명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김태효 안보실 차장이 “윤 대통령은 뉴라이트라는 말도 잘 모른다”고 언급한 적 있다. 그런데 골라내는 사람 전부가 그렇다. 김형석 독립기념관 장관, 김태규 방통위 직무대행, 이진숙 방통위원장까지 전부 그런 사람을 지명했다. 윤 대통령이 모른다면 실제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다른 사람에 의해 기획되고 그림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 작가가 ‘윤 대통령은 참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말을 했다. 실제로 어리석은 지도자 반열에 들어간 것 같다. 모르는데 뉴라이트 인사를 국정 전반에 다 깔았다. 결국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인지 궁금해 광복회장에게 직접 물었고 답을 들었다. (광복회장에게)일본 밀정이 누구냐 질문했는데, 안보실에 있다고 답했다. 

-얼마 전 이 대표가 여야 대표 회담서 계엄령을 언급한 바 있다. 근거가 뭐라고 보나?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헌법정신을 준수하지 않는 듯 보인다. 국회 입법부를 상당히 불편해하는 것을 넘어 무시하고 있다. 그동안 행정권을 갖고 굉장히 폭압적으로 행사해 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국권을 많이 훼손했는데, 통치만 있고 정치는 없다.

정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폭압적 행동으로 계엄령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도 내부적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한 흔적이 있었다. 야권 입장에선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다.

-추가로 의심이 가는 부분은?

▲다른 하나는 대북 정책이다. 윤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한데 굉장히 도발적이며 공격적이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일체의 대화, 소통이 끊겼는데 이런 부분을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윤정부는 대북 정책서 힘에 의한 평화와 압도적 힘을 강조하고 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정부 5년 동안 국방비의 평균 증가율은 6.3%, 윤정부는 2년 동안 4.3%에 그친다. 압도적 힘이라면 숫자로 표현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의 복원이 시급하다. 정치는 정치다워져야 한다. 정치는 상대방을 섬멸하는 게 아닌 상대방을 존중하고 합의점을 찾으려는 협치가 정치의 본령이다. 거야 상황서 협치의 성공 여부는 정부여당에 달려 있다. 국정기조를 전환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 대통령이 하루 빨리 잘못된 국정기조서 발을 빼기를 바란다. 전향적으로 야당과 협치에 나서기 원한다. 그게 정치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다. 

<ckcjfdo@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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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