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나답게’ 움직이는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지금은 양심의 크기 보여줄 시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옳은 것을 옳다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진 이들이 모인 곳이 개혁신당”이라고 운을 뗐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었지만 과감히, 미련없이 배지를 던지고 나온 인물이 바로 허 대표다. 그의 표정은 국민의힘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밝은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말을 더욱 실컷 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은 소수당임에도, 어느 당 못지않게 관심도가 높아지는 중이다.

모토는 ‘나답게’다. 늘 나다운 모습을 보이는 게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의 정치 인생의 좌우명이다.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 출신인 허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전국을 돌며 현장 최고위를 개최 중이다. 전국적인 정당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밑 작업인 셈이다. 

허 대표는 늘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고,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장을 많이 돌아다닌 탓에 살이 좀 빠졌다. 할 일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럼에도 현장서 함께 울고 웃으며 국민을 만나는 게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개혁신당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거대 여야의 대체제로 성공시키겠다고 자신 있게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가 허 대표를 만나 개혁신당의 목표, 정치 현안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개혁신당 2대 당대표가 됐다. 어떤 일들을 진행하고 있나?

▲열심히 일하고 있다. 조강특위와 관련된 부분과 이슈를 통한 지지율을 높이기에 노력 중이다. 양당이 워낙 망가지고 있어 이런 부분도 함께 챙기려 한다. 현장 최고위원회를 대구서 개최했고, 최근에는 대전에 다녀왔다. 전국을 다니며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일도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장 최고위원회서 강조하는 부분은?

▲지역 현안과 이슈에 관해 강조하고 있다. 가령 지역 현안과는 좀 다르지만 12사단 같은 경우는 중앙 이슈다. 또 대전의 경우 성심당은 지역 현안이자, 정무적인 부분도 있어 이런 부분을 지속적으로 살피려고 한다. 전국 조강특위를 하면서 전국에 개혁신당의 조직을 만들어야 해 인사를 다닌다. 

-현장파 행보를 보인다. 현장서 들었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일화는?

▲해병대 박정훈 대령의 공판장에 갔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박 대령을 응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는데 우연히 한 부모님을 만났다. 먼저 말을 걸어주셨고, 박 대령이 억울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셨다. 박 대령의 지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또 다른 유가족이셨다. 

아들이 과거에 군대에 가서 목숨을 잃었는데 (군에서는)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고 말씀하신 게 마음을 때렸다. 그런 말을 담담하게 이야기하시는 게 참 마음이 아팠다. 고인의 부모님께서 “박 대령이 우리에게 상징적인 사람이다. 우리 아들은 이렇게 됐어도 또 다른 아들은 이렇게 되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도와달라고 말씀하실 때 눈물이 났다. 그래서 그날 끝까지 그분 옆을 지켰다. 

-개혁신당의 지지세가 오름세다.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한다. 두 자릿수에 진입하면 그 뒤부터는 조국혁신당처럼 걱정이 없을 것 같긴 하다. 한 자릿수는 여론조사에서 전화를 받는 분들께서 한 명이 전화를 받나 안 받나에 따라서도 갈린다. 우선 두 자릿수 진입이 목표라 꾸준히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다만 지지율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개혁신당만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야당으로서 선명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있어야 하고, 야당의 역할에 충실한 게 기본적이다. 개혁신당이 다른 점은 옳은 길에 서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나는 여당 의원을 지냈고, 야당 대표를 하고 있는데, 보통 야당은 발목 잡기만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맞는 이야기를 무조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 잘못됐다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되고 싶다. 지속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야당이 되겠다고 약속드린다. 대안의 기본 원칙은 미래 세대에 대한 이해와 관련 활동이다. 

“옳은 길에 서겠다고 분명히 말할 것”
“대통령 말한 대로 하면 지지율 올라”

-얼마 전 북한서 오물 풍선을 남한에 날려 보냈다. 개혁신당의 대북관은?

▲북한은 정상적인 집단이 아니다. 도발하지 못하도록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게 옳다고 보는데, 이런 투트랙이 필요하다. 북한은 인권이 완전히 무너진 나라다. 3대 세습과 굶어죽는 주민이 많은데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지 않나?

-1호 법안으로 선거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어떤 내용이 포함돼있나?

▲우선 중대선거구제에 관련된 부분이다. 정치 신인이라든가, 제3정당 같은 경우가 당선이 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기회의 사다리를 중앙 정치서 제공해야 한다. 또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드는데, 정치 신인에게는 장벽이 존재한다. 그래서 정당법이라든가, 선거제법에 관해 더욱 목소리를 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내용을 골자로 이 정치개혁 3법을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실서 준비 중이다. 

-단순히 당원 수를 늘리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여성 당원 확보도 절실하지 않나?

▲최근 조금 늘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개혁신당의 장점 중 하나가 여성 당 대표라는 사실인데, 또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같은 당 이주영 의원과 비례대표에 출마했던 여성 후보와 함께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사실 이 의원이 당선되자마자 봉사활동을 하자고 이야기해 왔다. 전당대회를 진행할 때도 다녀왔었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 번씩 하려고 한다. 

-국민이 개혁신당에게 바라는 점은 뭐라고 보나? 


▲보완제가 아닌 대체제를 희망하신다.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을 해달라고 명령을 내리신 게 틀림없다. 우리의 타깃은 명확하다. 미래 세대가 참여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싶다. 직접적으로 선거에 출마할 용기라든가, 조건을 마련하려고 한다. 젊은 세대가 관심이 많은 연금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일을 추진해 나가겠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언급한 연금개혁에 대해 찬성한다.

그게 미래 세대를 위한 방안이다. 이런 식의 의제에 개혁신당은 관심이 많은데, 그 지점을 국민도 아시리라고 본다. 10대부터 30대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 우리가 살던 세상으로 바라보면서 청년이 자라나길 바라지 않는다. 선진화된 나라에 살게 하는 역할이 부모 세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런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설득도 중요한 문제 아닌가?

▲우리의 스피커 파워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도 움직이신다. 국민의힘은 60·70·80대만 대상으로 하는 정치를 하고, 민주당은 40·50대를 대상으로 계속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맨날 싸우는 게 일이다. 이 타깃이 제일 숫자가 많다.

표를 생각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게 이들을 위하는 일뿐이다. 20·30대는 사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투표하지 않으니 투표율을 보면 1/3 수준이다. 청년을 위해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외치려고 한다. 사실 좋은 세상이다. 전화선이 없는 전화기가 있고, 길거리서 할 수 있는 게 참 다양하다.

“특검법 정쟁 도구로 사용되면 위험”
“지구당 부활 선거법, 개정 후 해야”


우리 시절에야 하며 월세 방, 사글셋방이라도 결혼해서 살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은 비교 자체가 다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이를 알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개혁신당은 대한민국의 풍요로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설득하겠다. 

-저출산 대책에 관심이 많은 정치인이다.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그 세대의 생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청년의 미래가 불확실해 결혼하지 않는다. 사랑은 어떻게든 한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출산을 안 한다. 아이까지 키울 자신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어느덧 부의 상징이 돼버렸다. 이런 격차 해소할 수 있는 구조의 대개조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도 없애야 한다. 

-이런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이준석 의원이 동탄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고민을 했을 때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주거가 가장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동탄에 젊은 사람이 많고, 아이가 많은 이유로 꼽았다. 동탄에 공공임대주택,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 같은 것들이 있다. 비용을 적게 들여 살 수 있도록 하는 곳들이다. 이걸 통해서 인구가 많이 유입됐다. 결국 결혼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개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이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서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양심의 크기를 보여줘야 할 시기다.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양심을 가진 의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안철수 의원이 ‘간철수’ 이미지를 깼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당연히 하시길 바란다. 특검을 하는 이유는 권력 때문에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고 생각해 진행하는 일이다. 채 상병 특검의 경우는 이미 너무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 명명백백히 밝혀야 하는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남발되면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하는데…

▲특검은 경쟁적 도구로 쓰이면 안 된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으라고 하고, 국민의힘서 김정숙 여사 특검을 받으라고 하는 것은 참 씁쓸하다. 김건희 여사 특검의 경우는 국민이 의혹 제기를 많이 하셨고, 현재 권력이니 충분히 행할 수 있다. 필요한 부분은 분명 특검을 행할 수 있지만 무조건 남발되는 것은 옳지 않다. 한동훈 특검처럼. 

-국민의힘이 갑작스레 김정숙 여사 특검을 꺼내든 이유는?

▲정쟁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당이 야당의 특검을 요구하는 나라가 어딨는지도 묻고 싶다. 죄가 있으면 밝혀지겠지만, 굉장히 생뚱맞다. 국민의 기대를 소멸시키는 전략이기도 하다. 22대 국회마저 최악이 되겠다는 셈인데, 정말 최악이다. 권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째 정체돼있다. 이를 상승시키기 위해 국정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하는 듯 보이는데?

▲대선 때 했던 말대로 실천하면 된다. 윤 대통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소통하고, 협치하고, 줄서기 정치하지 말고, 상식에 맞는 정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야당이 하고 싶은 말이다. 죄가 있으면 영부인이라도 수사를 받으면 쉽게 끝날 일이다.

어느 한 정치 원로가 내게 ‘대통령이 되면 싹 잊는데, 그럼 망하는 길로 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KBS가 윤 대통령이 했던 말을 편집해서 내보내줬으면 좋겠다. 

-지구당 부활 여부를 두고 여야가 합심하는 모양새다. 개혁신당의 당 대표로서 의견을 알려달라.

▲내부서도 의견이 좀 다르다. 당 대표인 내가 정리한 것은 지구당에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실 지구당은 패악 때문에 없앴다. 문제는 패악이 해결되지 않는 상태서 무작정 부활을 하는 것은 안 된다. 왜 부활시키려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 선거법이라든가 정당법, 정치자금법을 개정해 기본적으로 정치개혁을 끝낸 뒤 부활한다면 괜찮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을 만드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정상적인 정당이 살아남고 활개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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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