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구멍

“엄벌하겠다” 못 믿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종사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함을 목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력하다. 낮은 형량, 늘어진 수사, 쉬운 면죄부 마련 등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노동 전문가들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검찰과 판사가 노동 감수성을 갖는 것은 물론, 수사 인프라 향상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후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7개월이 지났지만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법 자체가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업현장의 책임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한다는 법 취지와 다르게 대부분 집행유예를 선고받기 때문이다. 

양형 이유?

법조계에서는 회사 최고책임자를 처벌해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중처법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처법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4월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서 확정된 한국제강, 지난 4월 1심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엠텍, 지난달 21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삼강S&C 뿐이다.

현재까지 중처법으로 기소돼 1심 선고를 마친 사건은 20건이다. 단 3건의 실형 선고 외에는 전부 집행유예 처분(85%)을 받았다. 게다가 중처법 관련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은 지난달 28일 발부된 아리셀 공장 대표와 그 아들, 영풍석포제련소 대표 등 단 2건 뿐이다.


앞서 2022년 3월 대검찰청은 중처법 시행 이전에 적용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망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기본 양형이 징역 1년~2년6개월인 걸 감안해 이보다 2배 높인 기준을 중처법에 적용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가중인자로 ▲유사 사고 재발 빈도와 규모 ▲중대성 ▲구호조치 미흡 등을 포함해 사고 재발빈도가 높고 사고 규모가 클수록 구형을 높이기로 했다. 반대로 감경인자로는 ▲사고 발생 경위 ▲합의 및 피해 회복 등을 포함했다.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피해 회복을 얼마나 빨리 했느냐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찰청 관계자는 “이 기준을 과거 사건에 적용하면 검찰이 징역 7년형을 구형하고 법원이 징역 3년을 선고했던 지난 2020년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건(38명 사망)의 경우, 시공사 책임자에 대해 징역 10~12년을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1심이 선고된 중처법 사건 17건의 구형은 모두 징역 1~2년에 머물렀다. 대검찰청이 중처법 사건 구형 기준으로 설정한 2년 6개월~4년의 최저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검의 중처법 구형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2년7개월…제 기능 못해”
사전구속 2건·실형 3건

법조계에서는 중처법의 처벌이 낮은 이유로 ▲검찰의 낮은 구형 ▲법원의 노동 감수성 부족 등을 꼽는다.

중처법 사건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판시 근거에 중처법 도입의 핵심 취지와 연관된 ‘경영 책임자로서의 엄벌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등장하지 않아 중처법 관련 사건을 과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과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 선고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무법인의 중처법 TF 관계자는 “현재까지 검찰과 법원은 중처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구형하고 판결을 내려왔다”며 “그렇지 않고서 중처법 취지에 맞게 경영 책임자의 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면 실형 선고가 이렇게 적은 비율로 내려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실형이 선고된 사건의 경영자가 책임을 회피하듯 진술한 것에 반해 피해자 유족들과 합의를 마치거나 한 사건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법원서 감경인자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을 알게 돼 사건이 발생한 후 재판서 변론에 힘쓰기보다 오히려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노력하는 경우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해도 낮은 처벌, 손쉬운 면죄부 덕에 처벌을 높여 사고 발생을 예방하자는 법 도입 당시 취지는 이미 무너졌다”며 “경영인, 검사, 판사 모두의 노동 감수성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사고 발생 후부터 1심 선고까지 너무 많은 기간이 걸리는 것을 문제삼기도 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법 시행부터 지난 2월까지 기소된 40개 중처법 사건 발생부터 기소까지는 평균 374.7일이 소요됐다. 기소 뒤부터 첫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균 242.8일이 걸렸다.

심지어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기도 했다. 중처법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표 양주채석장 사망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해당 사건은 중처법 시행 사흘 만에 경기 양주 골재채취장 토사가 붕괴돼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건이다.

낮은 구형…피해자 합의로 감경
감독관 133명서 543건 수사해야

검찰은 이 사건이 삼표산업 내 사업장서 발생했지만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아닌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을 기소했다. 삼표산업 대표이사는 정 회장을 보좌한 업무 수행자 중 한 명일 뿐이고 실제 경영책임자는 정 회장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결국 사건 발생 1년 3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기소가 이뤄졌고, 1년 뒤인 지난 4월에야 첫 재판이 열렸다. 사건 발생 900여일이 지났지만 결과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대우건설(9건)에 이은 중처법 최다 위반 업체인 DL이앤씨는 아직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DL이앤씨는 옛 대림산업이 인적분할한 건설부문 기업이다. DL이앤씨에서는 최근까지 모두 8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해 9명이 숨졌다.

하지만 오히려 올해 국토교통부가 전국 7만3000여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에 이어 ‘국내 5대 건설업체’로 올라서 의아함을 자아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사건 지체의 원인으로 부족한 인력을 꼽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중대재해 수사 담당 감독관을 100명서 133명으로 증원했어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위원실에 제출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현황(올해 3월말 기준)’ 자료를 보면 지난 2022년 1월27일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이 적용된 사건은 543건에 이른다. 


단순 계산으로 봐도 수사 감독관 한 명당 4건의 사건을 담당하는 셈이다. 사건은 계속해서 쌓이는 상황에 수사 감독관은 회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인력 부족?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처법 제정 취지에 걸맞은 안전보건 수사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보건 근로감독관’ 출신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교수(안전관리학)는 “산업재해 분야서 수사 인력과 전문성의 부족은 비단 사건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교훈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중처법이 재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며 “실제로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뿐만 아니라 수사 지원 인력을 늘려야 안전보건 수사의 조직적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산업재해를 선제적으로 막는 예방감독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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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