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조짐?’ 김정은 수상한 동향

최후의 발악 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 상황이 심상찮은 듯하다.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미사일까지 쏴대고 있다. 분단국가로 수십년간 지내면서 수시로 겪은 도발이라고 하기엔 그 방법과 수위가 다양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심 결집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여름은 잔인하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탓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쑥대밭이 된다. 배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가 큰 데 고통은 오로지 주민의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잉여 식량이 넘쳐나는 시대에 북한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시
수해났다

2021년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1995년 북한서 일어난 대홍수를 지난 반 세기 사이 전 세계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았다. 1970년부터 2019년 사이 발생한 모든 자연재해 피해 현황을 토대로 WMO가 발표한 <기상, 기후와 극심한 물에 따른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른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대홍수는 251억700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냈다.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3번째로 심각한 자연재해였다. 당시 홍수로 68명이 사망했고 북한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5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곡물 150t이 소실되고 사회기반시설 전반이 파괴되면서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이 시기를 지칭하는 표현이 ‘고난의 행군’이다. 식량난에 경제난까지 맞물려 대기근이 발생했고 북한의 체제 위기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기근으로 사망한 주민이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북한은 당 창건 55주년이던 2000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위기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시기에도 자연재해와 국제 제제 등으로 3중고에 시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북한은 또다시 식량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여기에 올해도 폭우가 내리면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 수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북부국경지대와 중국 측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 수위가 위험계선을 넘었다. 그 결과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서 5000여명의 주민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달 31일에도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무려 4100여세대에 달하는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주민 연설서 이례적으로
“쓰레기들” 연이은 비판

신의주는 상습 수해 지역으로 2010년 8월 많은 비가 내려 8000여가구의 주택이 물에 잠기고 7200여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2016년 7월에도 신의주와 평안북도에 내린 장맛비로 침수와 산사태가 겹치면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신의주가 침수 피해에 취약한 이유로는 지리적 특성이 꼽힌다. 

문제는 이 지리적 특성을 상쇄할 만한 하수시설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응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상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의 수령이 수해 지역을 찾아 살피고 주민을 걱정하는 ‘퍼포먼스’로는 민심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통을 겪는 주민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부 사이의 괴리가 북한 체제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열차 내부서 한국에 출시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 차량이 포착됐다. 해당 차량은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LS 600 4MATIC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추정된다. 가격은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해당 차량이 포착된 상황이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은 때라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 한 칸의 문을 양옆으로 완전히 개방한 채 수재민 앞에서 연설했다. 이때 해당 차량이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 주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애민 지도자’ 역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최고급 외제차가 포착된 것은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서 ‘쓰레기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주민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언론 보도
불쾌감 표현

김 위원장은 “(주민 생각에)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시원히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 등의 표현을 사용해 수재민을 향해 몸을 낮췄다. 하지만 대남 발언은 거침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한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수해 보도를 한 남한 언론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모략 선전” “엄중한 도발” “모독” 등으로 몰아갔다. 또 남한 언론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 쓰레기들”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부었다.

남한을 쓰레기로 표현한 횟수는 4번에 이른다. 앞서 지난 2일에도 김 위원장은 남한의 신의주 수해 피해에 대한 보도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발언은 수해민 구출에 성공한 북한 공군 직승비행(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한 자리서 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한다며 남한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거듭된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대남 비방은 김여정 노동장 부부장이 하거나 담당 기관 명의 담화 형태로 나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려 민심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오물 풍선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대남 도발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
달래기용?

실제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인 지난 11일, 11번째로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오전 10시 북한 측은 24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다”며 “경기북부 지역에 10여개가 낙하됐고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라고 밝혔다.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5월28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600여개의 오물·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렸다. 오물 풍선에는 변·퇴비, 담배꽁초, 종이·비닐·천 조각, 종이조각 등이 담겼다. 지난 2일까지 차량·주택 파손 등 총 41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민간 항공이 이·착륙 중 위험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3일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5분께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의 한 야산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산림당국은 진화 차량 10대, 진화 인력 36명을 투입해 23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약 10㎡가 불탔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중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서 오물 풍선이 추락해 터지면서 불이 났다. 당시에도 관계당국은 타이머가 부착된 기폭장치가 터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원하는 장소에 떨어뜨리기 위해 타이머와 기폭장치를 매달아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월2일에도 경기도 부천서 오물 풍선에 달린 기폭장치가 터지며 주택 지붕과 천장이 파손되고 주차된 화물차에 화재가 발생해 수백만원대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민심 이반 막으려고?
식량난 가능성 높아져

우리 군은 북한의 9차 오물 풍선 살포(지난달 19일)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 가동을 재개했고 같은 달 21일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군 당국은 모든 전선에 걸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고 있다.

북한도 맞대응해 남측 방송을 상쇄하기 위한 대남 소음 확성기를 지난달 20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남한의 언론 보도, 대북확성기 방송은 물론 대북전단(삐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16일 대북전단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과 일부 지역서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 풍선 29개가 또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역서 해당 구역이 봉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민의 불편이 증대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켜봐 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북한의 대남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해로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식량난이 심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홍수와 해충 피해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난·풍선
그다음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은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올해 8~10월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고됐다”면서 “폭우는 침수를 악화하고 홍수로 이어져 심각한 농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간 기온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며 “해충·질병 발생이 늘어 잠재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할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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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