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조짐?’ 김정은 수상한 동향

최후의 발악 멀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 상황이 심상찮은 듯하다. 오물 풍선을 살포하고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미사일까지 쏴대고 있다. 분단국가로 수십년간 지내면서 수시로 겪은 도발이라고 하기엔 그 방법과 수위가 다양해졌다. 일각에서는 민심 결집을 위한 행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북한의 여름은 잔인하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탓이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쑥대밭이 된다. 배수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피해가 큰 데 고통은 오로지 주민의 몫이다. 전 세계적으로 잉여 식량이 넘쳐나는 시대에 북한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또다시
수해났다

2021년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1995년 북한서 일어난 대홍수를 지난 반 세기 사이 전 세계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꼽았다. 1970년부터 2019년 사이 발생한 모든 자연재해 피해 현황을 토대로 WMO가 발표한 <기상, 기후와 극심한 물에 따른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른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대홍수는 251억7000만달러 상당의 피해를 냈다.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하면 3번째로 심각한 자연재해였다. 당시 홍수로 68명이 사망했고 북한 인구의 4분의 1에 이르는 52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뿐만 아니라 곡물 150t이 소실되고 사회기반시설 전반이 파괴되면서 모든 기능이 마비됐다. 

이 시기를 지칭하는 표현이 ‘고난의 행군’이다. 식량난에 경제난까지 맞물려 대기근이 발생했고 북한의 체제 위기 상황으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기근으로 사망한 주민이 수십만명에 이른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북한은 당 창건 55주년이던 2000년 10월에 이르러서야 위기가 끝났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시기에도 자연재해와 국제 제제 등으로 3중고에 시달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식량가격이 폭등하면서 북한은 또다시 식량난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여기에 올해도 폭우가 내리면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 수해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북한 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북부국경지대와 중국 측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압록강 수위가 위험계선을 넘었다. 그 결과 신의주시와 의주군의 여러 섬 지역서 5000여명의 주민이 침수위험구역에 고립됐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달 31일에도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는 무려 4100여세대에 달하는 살림집과 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해 수많은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주민 연설서 이례적으로
“쓰레기들” 연이은 비판

신의주는 상습 수해 지역으로 2010년 8월 많은 비가 내려 8000여가구의 주택이 물에 잠기고 7200여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됐다. 2016년 7월에도 신의주와 평안북도에 내린 장맛비로 침수와 산사태가 겹치면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 신의주가 침수 피해에 취약한 이유로는 지리적 특성이 꼽힌다. 

문제는 이 지리적 특성을 상쇄할 만한 하수시설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자연재해에 대응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상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의 수령이 수해 지역을 찾아 살피고 주민을 걱정하는 ‘퍼포먼스’로는 민심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통을 겪는 주민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상부 사이의 괴리가 북한 체제의 급격한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용 열차 내부서 한국에 출시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상위 브랜드인 마이바흐 차량이 포착됐다. 해당 차량은 올해 4월 판매를 시작한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GLS 600 4MATIC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추정된다. 가격은 3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여겨볼 만한 지점은 해당 차량이 포착된 상황이 김 위원장이 수해 현장을 찾은 때라는 사실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의주군 수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전용 열차 한 칸의 문을 양옆으로 완전히 개방한 채 수재민 앞에서 연설했다. 이때 해당 차량이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북한 주민을 아끼고 사랑하는 ‘애민 지도자’ 역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서 최고급 외제차가 포착된 것은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서 ‘쓰레기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등 과격한 대남 발언을 쏟아냈다. 북한 주민의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언론 보도
불쾌감 표현

김 위원장은 “(주민 생각에)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시원히 도와드리지 못해 송구” 등의 표현을 사용해 수재민을 향해 몸을 낮췄다. 하지만 대남 발언은 거침없었다. 김 위원장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남한을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수해 보도를 한 남한 언론에 대해 “너절한 쓰레기 나라의 언론 보도”라며 “모략 선전” “엄중한 도발” “모독” 등으로 몰아갔다. 또 남한 언론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한국 쓰레기들” “적을 왜 적이라고 하며 왜 쓰레기라고 하는가” 등 수위 높은 발언을 퍼부었다.

남한을 쓰레기로 표현한 횟수는 4번에 이른다. 앞서 지난 2일에도 김 위원장은 남한의 신의주 수해 피해에 대한 보도에 불쾌감을 표한 바 있다. 이날 발언은 수해민 구출에 성공한 북한 공군 직승비행(헬기) 부대를 축하 방문한 자리서 나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지금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은 우리 피해지역의 인명피해가 1000명 또는 1500명을 넘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한다며 남한이 날조된 여론을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김 위원장의 거듭된 발언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대남 비방은 김여정 노동장 부부장이 하거나 담당 기관 명의 담화 형태로 나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북한 내부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발언 배경에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북한이 대규모 수해 피해로 전 사회적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비상 상황서 비난의 대상을 외부로 돌려 민심이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오물 풍선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대남 도발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대남 압박
달래기용?

실제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인 지난 11일, 11번째로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1일 오전 10시 북한 측은 240여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됐다”며 “경기북부 지역에 10여개가 낙하됐고 확인된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플라스틱병 등 쓰레기”라고 밝혔다.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5월28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3600여개의 오물·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날렸다. 오물 풍선에는 변·퇴비, 담배꽁초, 종이·비닐·천 조각, 종이조각 등이 담겼다. 지난 2일까지 차량·주택 파손 등 총 41건의 피해가 접수됐고 민간 항공이 이·착륙 중 위험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13일 산림청 중앙산림재난상황실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45분께 파주시 탄현면 금산리의 한 야산서 연기가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산림당국은 진화 차량 10대, 진화 인력 36명을 투입해 23분 만에 진화를 완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 약 10㎡가 불탔다.


소방당국은 화재 진압 중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상서 오물 풍선이 추락해 터지면서 불이 났다. 당시에도 관계당국은 타이머가 부착된 기폭장치가 터지면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을 원하는 장소에 떨어뜨리기 위해 타이머와 기폭장치를 매달아 풍선을 날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월2일에도 경기도 부천서 오물 풍선에 달린 기폭장치가 터지며 주택 지붕과 천장이 파손되고 주차된 화물차에 화재가 발생해 수백만원대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민심 이반 막으려고?
식량난 가능성 높아져

우리 군은 북한의 9차 오물 풍선 살포(지난달 19일)에 대응해 대북확성기 방송 가동을 재개했고 같은 달 21일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군 당국은 모든 전선에 걸쳐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6시간 동안 대북 확성기 방송을 틀고 있다.

북한도 맞대응해 남측 방송을 상쇄하기 위한 대남 소음 확성기를 지난달 20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남한의 언론 보도, 대북확성기 방송은 물론 대북전단(삐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달 16일 대북전단이 추가로 발견됐다며 “다시금 엄중히 경고한다. 처참하고 기막힌 대가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과 일부 지역서 대한민국 쓰레기들이 날린 대형 풍선 29개가 또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역서 해당 구역이 봉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민의 불편이 증대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켜봐 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민심 이탈을 막기 위한 북한의 대남 도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수해로 농작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면서 식량난이 심해질 가능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이 홍수와 해충 피해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난·풍선
그다음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은 지난 13일 홈페이지에 게시한 북한 관련 보고서를 통해 “올해 8~10월 평균 이상의 강수량이 예고됐다”면서 “폭우는 침수를 악화하고 홍수로 이어져 심각한 농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기간 기온도 평균 이상일 것”이라며 “해충·질병 발생이 늘어 잠재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할 위험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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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