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검찰발 통신 조회 후폭풍

“검찰에 당했다, 그대로 돌려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통신 사찰’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며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민간인의 통신정보까지 무더기로 조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일요시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요시사>에 ‘조용래의 머니톡스’를 기고하는 조용래 작가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뒤 통신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고객 돈으로 운영되는 통신사가 어째서 사용자의 정보를 고스란히 검찰에 넘겼는지 알아내야겠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일, 조 작가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발신자는 검찰 콜센터인 1301. 그 밑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이용자의 정보를 받았으니, 법에 따라 이를 통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거미줄

이날 검찰은 유사한 내용의 문자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추미애 의원 등 정치권 전방위에 걸쳐 전송했다.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인과 관련 단체들도 통지 문자를 받았다. 심지어 이들과 통화한 적 있는 일부 민간인까지 검찰의 감시망에 포함됐다.

문자 내용을 살펴보면 통신 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였다. 따라서 이번 통신 조회는 검찰이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의혹’의 배후를 밝히던 중 발생한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해당 의혹은 20대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녹취’를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보도를 허위로 보고 있으며 당시 윤석열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들어 김만배·신학림과 <뉴스타파> 기자를 기소했다.


이후 검찰은 피고인뿐만이 아니라 이들과 연락을 주고받은 참고인의 신원을 조회해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해 왔다.

문자를 받은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은 대부분 1월 초쯤에 통신정보를 조회했는데 7개월이나 지난 최근에서야 해당 사실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검사는 통신이용자 정보를 제공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 통지해야 한다.

고객 통신정보 검 손바닥 안에?
통신 3사 대상 집단소송 예고

문자를 받은 한 야권 인사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증거인멸 등 우려가 있을 경우 6개월까지(통보를) 유예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정확한 혐의도 없는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다”며 “4·10 총선서 정부여당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까 봐 통보를 미룬 게 아니겠느냐. 검찰과 정부가 손을 잡고 정치적인 판단을 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 등 수사 관련자들과 통화한 것으로 확인되는 해당 전화번호가 누구의 번호인지를 확인하는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한 것”이라며 “통화기록을 살펴본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분위기다.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사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일요시사>에 칼럼을 기고하는 조 작가는 통신 3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에 관련된 특정 언론사 소속 기자와 몇 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검찰이 해당 기자의 번호를 조회하던 중 자신과 통화한 사실을 알게 됐으니 마찬가지로 조사 대상에 포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요시사>가 조 작가로부터 받은 통신자료 제공내역에 따르면, 그가 사용 중인 통신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고객명 ▲주민등록번호 ▲이동전화번호 ▲주소 ▲가입일 ▲해지일을 검찰에 제공했다.

제공 요청 사유로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따른 법원/수사기관 등의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이라고 명시됐다.

조 작가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탈세를 하거나 수사, 재판의 대상도 아닌데 ‘국가안전보장 위해 방지’를 이유로 정보를 조회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정보를 제공한 통신3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통신 조회가 검찰의 영장에 의한 것이 아닌 협조 공문만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협조 의무가 없는 통신사가 고객정보를 고스란히 국가기관에게 넘겼고, 이는 신의성실 원칙(민법 제2조)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조 작가에 따르면 통신사는 “현행법상 수사기관에 자료를 제공한 사실을 고객에게 알릴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이 부분 역시 위헌 요소가 상당하므로 법원서 따져봐야 할 부분으로 지목된다.

몇 명을 대상으로 통신 조회를 했는지, 그 숫자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민주당서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양일간 통신자료 조회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현직 국회의원 19명 ▲전직 국회의원 2명 ▲보좌진 68명 ▲당직자 43명 ▲전직 보좌진·당직자 7명 등 민주당 내에서만 139명의 통신 자료를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숫자는 어디까지나 여의도에 국한된 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언론계를 포함시키면 적게는 3000명부터 많게는 10만명까지 조회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우후죽순 쏟아지는 제보
“10만명 거뜬?” 커지는 불안감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기자가 하루에 10명과 통화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이면 300명, 이 중에서 겹치는 이들을 제외하면 석 달에는 450명”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은 “어디까지나 기자 한 명을 놓고 봤을 때 나오는 숫자”라며 “기자 10명을 각각 조회했다고 치면 4500명은 우습게 넘어간다. 검찰은 1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한 것 같은데 취재 목적을 제외하고 통화한 민간인까지 조회 대상이 됐으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정보가 제공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 공익단체 등의 피해자를 모을 생각이다. 집단 고발이나 민사소송 같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며 “지난 몇 개월 동안 검찰이 우리를 탈탈 털었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 등 언론 현업 단체는 이번 사건을 ‘언론과 시민에 대한 무차별 사찰’로 규정했다.

언론노조는 “검찰이 정보를 제공받은 시기는 김만배 녹취 기사를 빌미로 대통령 명예훼손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수사를 진행하던 때”라며 “윤 대통령 한 사람의 심기 경호를 위해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는 국민 수천명의 기본권을 유린한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의도는?

조 작가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검찰은 언론인 개인에 관련된 인적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무분별한 통신 조회를 해왔다. 나와 한 번이라도 통화했던 사람의 정보도 알아낼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이는 인권을 침해하는 아주 무서운 이야기”라며 “그 자료를 열람해준 통신사에도 법적 책임을 따져볼 필요성이 드러났다. 검찰을 상대로 소송하는 건 정치권의 영역이니, 나는 나대로 총대를 메려고 한다. 함께할 이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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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