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쥐구멍 찾는 구영배 큐텐 대표

수천억 재산 다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큐텐 구영배 대표가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구 대표가 사재를 얼마나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때 수천억원 부자로 소문이 났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사흘 만에 구 대표의 자택과 티몬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수천억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원 횡령·배임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를 촉발한 티몬·위메프의 싱가포르 모기업 큐텐과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 상태가 열악한 처지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에 큐텐 구영배 대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모기업의 재무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계열사들의 자금난을 돕기는커녕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과욕 참사
늑장 대응

티몬·위메프 인수와 경영 전반에 구 대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출석을 요청하기 전까지 끝내 소비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구체적인 보상 시점 역시 확답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 사태에 첫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과 모든 파트너사,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는 것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양사가 파악한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며 “우선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큐텐은 양사에 대한 피해 회복용 자금 지원을 위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큐텐 보유 해외 자금의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파트너사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변수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양사가 파트너사들과의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파트너사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과 판매수수료 감면 등의 셀러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파트너사 및 금융권 등 관계 기관과의 소통 및 협조 요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개인 재산도 내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서 펀딩과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큐텐과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해 또 다른 논란이 됐다. 대표의 사재 출연까지 언급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앞뒤가 안 맞단 비판도 잇따랐다. 

지난달 30일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서 열린 전체회의 현안 질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지만,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몰락한 이커머스 신화 ‘티메프 사태’ 
1조대 사기·횡령 혐의…수사 급물살

그는 또 판매자금은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에 써서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8일 위메프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무려 22일 만이었다. 

이날 정무위원들은 티몬·위메프 사태의 1차 책임자는 구 대표라며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구 대표는 이날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지 묻는 질의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면서도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피해자 피해 금액 규모는 정확히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듭된 질문에 “최대 800억원이라 말씀드렸으나 그 돈도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는 그는 “지금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것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적자가) 누적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 판매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프로모션으로 썼다”고 말했다. 

‘남은 현금이 있느냐’는 다른 위원들의 질문에도 “없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결제 대금 행방에 대해선 “대부분은 누적된 손실이다” “프로모션 비용은…”이라고도 말했다. 

구 대표는 “전자상거래서 가격경쟁이 중요 쟁점이 됐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며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키우려 했다” “한 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 이뤄졌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며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고 주장했다. 정무위원들은 이와 관련해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다는 말이냐”라고 질책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자금에 대해 “기본적으로 위시가 가진 자금과 밸류(가치)를 상계해 실질적으로 지급한 돈은 25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 자금을 어디에서 동원했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였는데,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면서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직 사임
꼬리 자르기

그는 다만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 회사 지분 가치가 잘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를 받았지만, 이 사태 일어나고는 지분 담보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고, 100%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며 “모든 비판과 책임추궁, 처벌을 당연히 받겠다. 뒤로 도망가고 숨을 수 없는 거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면 다시 정상화해 해결하고, 반드시 피해복구를 완전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큐텐의 다른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AK몰 내부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AK몰도 정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보유 자산 규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재산 규모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오픈마켓 선구자인 구 대표는 수천억원대 부자로 소문났었다. 하지만 이날 구 대표는 현재 남은 재산이 큐텐 비상장 주식과 아내와 공동 보유한 시가 70억원 상당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 통장에 든 10∼20억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차례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큰 이익을 거뒀다. 지난 2009년 이베이는 당시 G마켓 지분 34.21%를 4억1300만달러(당시 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베이가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할 때 구 대표도 보유 지분을 팔아 700억원대 현금을 벌었다. 

지난 2018년 큐텐 재팬도 이베이에 매각했다. 다만 이때 받은 매각 대금은 이베이가 갖고 있던 큐텐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큐텐은 구 대표와 이베이가 51대 49로 합작해 설립됐다가 이후 이베이 지분은 정리됐다. 구 대표는 이날 정무위서 “G마켓을 매각하고 700억원을 받았는데 큐텐에 다 투입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큐텐의 최대주주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온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도 29.4%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큐텐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구 대표 보유지분 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현재로선 티몬·위메프에 처분할 자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판매자와 고객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서 영업을 재개해 돈을 벌어 빚을 갚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평가된다. 

구 대표는 지난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한국서 10년간 겸업 금지를 약속했다.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하고 동남아와 중국, 인도 등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던 배경이다.

구 대표는 겸업 금지 기간 10년이 지난 뒤 한국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려 이커머스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인터파크 쇼핑 부분, 4월 위메프, 올해 3월 AK몰을 차례로 인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에는 북미와 유럽 기반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위시까지 5개 기업을 사들였다. 

문제는 구 대표가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적자 상황이었다. 티몬은 유동자산 1309억원에 유동부채가 무려 7193억원에 달했고, 위메프도 유동자산 617억원에 유동부채 3098억원으로 티몬과 비슷한 처지였다.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는 시점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구 대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해 큰돈을 벌었던 성공 경험으로 큐익스프레스만 상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큐텐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는 데 집중한 이유다. 

법원에 기습적 기업회생 신청
“800억원 있지만 당장은 못써”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시기는 6월이 목표였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이 지연되며 큐텐·티몬·위메프 등이 급속히 자금난에 빠져들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큐텐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난을 해결하려던 구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지금과 같은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 대표의 자택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400억원대 횡령 배임, 수천억원대 사기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 대표의 자택과 강남구 티몬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 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해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구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구 대표 등은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입주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면서 물품을 판매한 사기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금감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벌이며 두 기업의 자구책 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정부가 추산한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2100억원 규모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구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의 출국을 금지했다. 

한때 수천억
부자로 소문

한편,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기반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큐익스프레스는 전날 이사회서 구 대표가 회사 CEO직서 물러났다고 내부적으로 발표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물류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CEO직을 내려놓는 데 대해 티몬·위메프 사태가 큐텐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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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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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