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쥐구멍 찾는 구영배 큐텐 대표

수천억 재산 다 어디로?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정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큐텐 구영배 대표가 책임론에 휩싸였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구 대표가 사재를 얼마나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의 정확한 재산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때 수천억원 부자로 소문이 났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사흘 만에 구 대표의 자택과 티몬 본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 압수수색 영장에는 수천억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원 횡령·배임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지급 불능 사태를 촉발한 티몬·위메프의 싱가포르 모기업 큐텐과 핵심 계열사 큐익스프레스의 재무 상태가 열악한 처지라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사태에 큐텐 구영배 대표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모기업의 재무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계열사들의 자금난을 돕기는커녕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과욕 참사
늑장 대응

티몬·위메프 인수와 경영 전반에 구 대표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사태 수습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구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출석을 요청하기 전까지 끝내 소비자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구체적인 보상 시점 역시 확답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 사태에 첫 입장을 내고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들과 모든 파트너사,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는 것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양사가 파악한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한다”며 “우선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큐텐은 양사에 대한 피해 회복용 자금 지원을 위해 긴급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큐텐 보유 해외 자금의 유입과 큐텐 자산 및 지분의 처분이나 담보를 통한 신규 자금 유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파트너사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현재 여러 변수 요인으로 인해 정확한 추산이 어렵지만, 양사가 파트너사들과의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파트너사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과 판매수수료 감면 등의 셀러 보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파트너사 및 금융권 등 관계 기관과의 소통 및 협조 요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개인 재산도 내놓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구 대표는 “큐텐은 현재 그룹 차원서 펀딩과 M&A(인수합병)를 추진하고 있다”며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큐텐과 저는 이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구 대표가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해 또 다른 논란이 됐다. 대표의 사재 출연까지 언급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앞뒤가 안 맞단 비판도 잇따랐다. 

지난달 30일 구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서 열린 전체회의 현안 질의에 출석해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800억원이지만,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몰락한 이커머스 신화 ‘티메프 사태’ 
1조대 사기·횡령 혐의…수사 급물살

그는 또 판매자금은 누적된 손실과 이커머스 경쟁 격화에 따른 프로모션 비용에 써서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8일 위메프서 시작된 정산 지연 사태 발생 이후 무려 22일 만이었다. 

이날 정무위원들은 티몬·위메프 사태의 1차 책임자는 구 대표라며 피해자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구 대표는 이날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과 사재가 얼마인지 묻는 질의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라면서도 “이 부분을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피해자 피해 금액 규모는 정확히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거듭된 질문에 “최대 800억원이라 말씀드렸으나 그 돈도 바로 정산자금으로 쓸 수 없다”는 그는 “지금 회사의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한 것은 구체적으로 답변하기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적자가) 누적돼 왔다”고 주장했다. 

또 판매대금이 어디로 흘러갔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돈은 전용이 아니라 가격경쟁을 하다 보니까 프로모션으로 썼다”고 말했다. 

‘남은 현금이 있느냐’는 다른 위원들의 질문에도 “없다,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답하며 결제 대금 행방에 대해선 “대부분은 누적된 손실이다” “프로모션 비용은…”이라고도 말했다. 

구 대표는 “전자상거래서 가격경쟁이 중요 쟁점이 됐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됐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며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키우려 했다” “한 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이 문제는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계속 이뤄졌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며 “경쟁 환경이 격화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고 주장했다. 정무위원들은 이와 관련해 “1조원을 프로모션 비용으로 다 썼다는 말이냐”라고 질책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 인수 자금에 대해 “기본적으로 위시가 가진 자금과 밸류(가치)를 상계해 실질적으로 지급한 돈은 2500만(달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수 자금을 어디에서 동원했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달러)였는데,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까지 동원했다”면서 “다만 이는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직 사임
꼬리 자르기

그는 다만 “싱가포르 기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이번 사태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판매자와 파트너,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면서 “제가 가진 모든 것을 회사에 투입했다. 회사 지분 가치가 잘나갔을 때는 5000억원까지 밸류를 받았지만, 이 사태 일어나고는 지분 담보를….”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큐텐 지분 38%를 갖고 있고, 100%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며 “모든 비판과 책임추궁, 처벌을 당연히 받겠다. 뒤로 도망가고 숨을 수 없는 거를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재 비즈니스가 중단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며 “약간만 도와주면 다시 정상화해 해결하고, 반드시 피해복구를 완전히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가 큐텐의 다른 자회사인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이 “AK몰 내부 직원의 전언에 따르면 AK몰도 정산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구 대표가 티몬·위메프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를 내놓겠다고 약속함에 따라 보유 자산 규모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재산 규모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오픈마켓 선구자인 구 대표는 수천억원대 부자로 소문났었다. 하지만 이날 구 대표는 현재 남은 재산이 큐텐 비상장 주식과 아내와 공동 보유한 시가 70억원 상당 서울 반포자이 아파트, 통장에 든 10∼20억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두 차례 엑시트(투자금 회수)로 큰 이익을 거뒀다. 지난 2009년 이베이는 당시 G마켓 지분 34.21%를 4억1300만달러(당시 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베이가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할 때 구 대표도 보유 지분을 팔아 700억원대 현금을 벌었다. 

지난 2018년 큐텐 재팬도 이베이에 매각했다. 다만 이때 받은 매각 대금은 이베이가 갖고 있던 큐텐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큐텐은 구 대표와 이베이가 51대 49로 합작해 설립됐다가 이후 이베이 지분은 정리됐다. 구 대표는 이날 정무위서 “G마켓을 매각하고 700억원을 받았는데 큐텐에 다 투입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큐텐의 최대주주고, 나스닥 상장을 추진해 온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도 29.4%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큐텐그룹 전체가 경영난을 겪고 있어 구 대표 보유지분 가치는 담보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현재로선 티몬·위메프에 처분할 자산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판매자와 고객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서 영업을 재개해 돈을 벌어 빚을 갚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평가된다. 

구 대표는 지난 2009년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한국서 10년간 겸업 금지를 약속했다.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 큐텐을 설립하고 동남아와 중국, 인도 등에 이커머스 플랫폼을 구축했던 배경이다.

구 대표는 겸업 금지 기간 10년이 지난 뒤 한국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려 이커머스 기업들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지난해 3월 인터파크 쇼핑 부분, 4월 위메프, 올해 3월 AK몰을 차례로 인수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에는 북미와 유럽 기반의 글로벌 쇼핑 플랫폼인 위시까지 5개 기업을 사들였다. 

문제는 구 대표가 인수한 이커머스 업체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적자 상황이었다. 티몬은 유동자산 1309억원에 유동부채가 무려 7193억원에 달했고, 위메프도 유동자산 617억원에 유동부채 3098억원으로 티몬과 비슷한 처지였다. 티몬과 위메프를 인수하는 시점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태였다. 

구 대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해 큰돈을 벌었던 성공 경험으로 큐익스프레스만 상장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이었다. 그가 큐텐의 몸집을 빠르게 키우는 데 집중한 이유다. 

법원에 기습적 기업회생 신청
“800억원 있지만 당장은 못써”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시기는 6월이 목표였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이 지연되며 큐텐·티몬·위메프 등이 급속히 자금난에 빠져들었다. 나스닥 상장을 통해 큐텐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난을 해결하려던 구상이 물거품이 되면서 지금과 같은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검찰은 지난 1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구 대표의 자택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400억원대 횡령 배임, 수천억원대 사기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전담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구 대표의 자택과 강남구 티몬 본사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달 29일 티몬·위메프 판매 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소속 검사 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해당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구 대표와 목주영 큐텐코리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이사 등 4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구 대표 등은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입주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면서 물품을 판매한 사기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금감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벌이며 두 기업의 자구책 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티몬·위메프가 지난달 29일 법원에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정부가 추산한 티몬·위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은 2100억원 규모다.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무부는 구 대표 등 경영진에 대한 검찰의 출국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의 출국을 금지했다. 

한때 수천억
부자로 소문

한편, 지난달 27일 싱가포르 기반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는 구 대표가 최고경영자(CEO)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큐익스프레스는 전날 이사회서 구 대표가 회사 CEO직서 물러났다고 내부적으로 발표했다. 큐익스프레스는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의 물류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구 대표가 큐익스프레스 CEO직을 내려놓는 데 대해 티몬·위메프 사태가 큐텐 그룹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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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