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레커’ 돈세탁 의혹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7.30 10:11:25
  • 호수 1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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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친 돈이 ‘슈퍼챗’으로 둔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먹방 유튜버 쯔양 협박 사건 등을 계기로 유튜버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본명 전국진)가 구속됐다. 일각에선 ‘사이버 레커’가 주가조작 세력의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라이브 방송 슈퍼챗(후원금)을 받은 유튜버가 후원자에게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사이버 레커’는 이슈의 중심에 선 인물을 비난하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를 가리킨다. 레커는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설 구난차에 대한 명칭인데, 이슈 유튜버가 하는 행동이 레커와 비슷해 사이버 레커라고 부른다. 간혹 이해관계에 따라 목적이 다분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비판 기사를 쓰겠다며 기업 등을 협박해 광고비를 요구하는 언론사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수수료 50%

수원지법 손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6일 공갈, 협박, 강요 등의 혐의를 받는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수천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라덕연 등 주가조작 일당이 구제역 등 사이버 레커를 ‘자금 세탁처’로 활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앞서 라덕연 일당은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주가조작 등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수익의 50%를 수수료로 받았다. 이를 정상적인 거래대금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약 640여회(총 104억원 상당)에 걸쳐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지난 4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제8조의2 허위세금계산서교부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실제로 헬스장, 식당 등을 비롯한 의외의 장소가 라덕연 일당의 자금 세탁처로 지목된 바 있다. 헬스 트레이너이자 유튜버인 황철순이 운영한 헬스장이 이들의 자금 세탁처로 이용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황철순은 라스베이거스 월드챔피언십 보디빌딩대회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머슬마니아 피트니스 아메리카 프로 세계 챔피언 등의 경력을 지녔고 예능프로그램에 ‘징맨’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라덕연과 친분이 있던 ‘S’ 마라탕 브랜드 창업주 원모씨가 해당 헬스장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도마에 올랐다. 그는 기존 주가조작 사태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6명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원씨와 황철순은 과거 수산물 전문 쇼핑몰 사업을 함께하면서 연결됐다. 각자의 사업을 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홍보해 주는 등 수년간 친분을 유지해 온 관계로 전해진다.

원씨가 창업한 마라탕 브랜드의 서울 광진구 가맹점은 라덕연 일당의 거래 수수료 ‘카드깡’을 위해 수백만원대 메뉴를 판매한 의혹 등으로 지난해 4월27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2022년 11월 이 식당서 운용 자금 1조원 돌파를 축하하는 ‘조조파티’를 열었고 이 자리에는 가수 임창정이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버와 주가조작단 ‘공생관계’
쯔양이 쏘아 올려···라덕연에 가나

다만 원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주가조작이나 카드깡, 자금 세탁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알지도 못했다”며 “(해당 매장은)가맹점이며 본사 또는 제가 알고 있거나 관여한 바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헬스장 사내이사 등재와 관련해선 “상표권을 갖고 있었을 뿐 헬스장 운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며 “사내이사에 등재돼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에 지점을 둔 황철순의 헬스장은 영업 초기 60억원 이상을 투자해 스크린 골프장, 풋살장 등을 갖춘 1300평대 대규모 시설로 관심을 받았다. 황철순은 주가조작 사태가 불거지기 전, 일신상의 사유로 헬스장 대표직을 사임했다. 


라덕연은 ‘주가를 조작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수수료로 결제받는 과정서 헬스장을 돈세탁 창구로 이용했다’고 시인했다. 또 헬스장을 비롯해 골프 아카데미, 서울의 피부과 병원 등지서 투자자에게 받은 수익금을 세탁할 때 사용했다고 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은 라덕연을 포함해 주가조작 핵심 세력으로 지목된 6명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에 사기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유튜버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레커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라덕연 일당이 이들을 자금 세탁처로 이용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모 건설사 대표 김모씨는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라덕연을 비롯한 주가조작 일당이 내게 투자금 명목으로 빌려간 돈은 10억이 넘는다”며 “친분을 생각해서 투자금을 갚을 때까지 몇 년을 참아왔지만, 더 기다릴 수 없어 폭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황철순에게 슈퍼카 람보르기니를 빌려줄 정도로 깊은 친분을 이어왔다. 문제는 2019년경 황철순이 헬스장 건축을 김씨에게 맡기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서 황철순은 “공사비는 대신(라덕연 일당이) 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24일, 라덕연 등이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김씨는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김씨는 “라덕연 일당은 헬스장, 식당뿐만이 아닌 사이버 레커를 비롯한 유튜버들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건넸고, 이를 받은 유튜버들이 다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유튜브 슈퍼챗은 결제 한도가 없기에 범죄수익의 돈세탁 용도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수익, 식당·헬스장서 카드깡
한도 없는 투척 ‘자금 세탁처’로 

일부 유튜버는 사실상 범죄조직을 스폰서로 두고 활동한 셈이다.

실제로 사이버 레커의 주 수입원은 슈퍼챗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특정인의 비방 영상을 올려 인지도를 높인 뒤 광고 협찬이나 후원계좌를 통한 모금으로 수익을 올리는 수법을 써왔다.

검찰도 일부 사실을 파악한 모양새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날 전국 검찰청에 지시한 사이버 레커 수사 방침을 유튜버 구제역 등 관련 사건에 적용할 계획이다. 사이버 레커들이 특정 콘텐츠를 통해 명예훼손 등을 한 혐의가 확인되면 후원계좌 등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을 적극 신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몰수·추징 보전은 범죄수익으로 형성한 재산을 형 확정 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임시 동결 조치다. 임시 조치라 법원서도 높은 수준의 입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비방 영상을 올린 날짜와 그 시기 후원계좌 모금이나 광고로 얻은 수익 등을 비교 분석해 범행과 수익의 인과관계가 소명되면 계좌에 대한 동결이 허가된다.


검찰은 후원계좌서 나온 돈으로 취득한 건물이나 자동차, 예금·채권 등도 잡아내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이후 재판을 거쳐 비방 영상 등을 통해 얻은 실제 범죄수익이 특정되면, 해당 부분에 대한 몰수·추징이 집행돼 국고로 환수된다.

그간 유튜버의 악의적 비방 영상 등에 대한 몰수·추징 보전 사례는 드물었다. 인천지검이 지난 5월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가 악의적 비방 영상 게시로 취득한 범죄수익 2억여원에 대해 법원에 기소 전 추징 보전을 신청해 인용된 사례가 있다.

검찰은 A씨가 연습생(월 1990원), 아이돌(월 4990원), 슈스(월 1만2000원), 비밀 단톡방(월 3만원) 등 여러 등급으로 구성된 유료회원제를 통해 단기간 고수익을 거두고 부동산 등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해 범죄수익 동결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같은 사례를 다른 수사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결국 돈”

검찰 관계자는 “사이버 레커들의 목적은 결국 돈”이라며 “명예훼손 등의 형량이 높지 않은 상황서 ‘돈은 남아 있으니 몸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행동을 몰수·추징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비방 영상으로 거둔 수익을 추징·몰수까지 하면 억제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국고로 귀속되는 추징도 방법이지만 이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경우 국가가 피해자를 대신해 민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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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