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울고 있는 쯔양

맞고 뜯긴 1000만 유튜버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000만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4년간 교제 폭력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이 관련 내용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검찰은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쯔양의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과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방송 경력 5년 중 4년여 동안 협박을 당하며 방송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쯔양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곳에서 올라온 이슈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켰다”고 입을 열었다.

맞으며 방송
피해 고백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김세의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전국진, 카라큘라 등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하며 돈을 갈취했다고 폭로했던 바 있다. 쯔양은 해당 영상서 먹방(먹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 대학교 휴학 중 잠깐 교제한 남자친구 A씨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엄청 잘해줬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쯔양은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옥같았던 일들이 있었다. 저 몰래 찍은 영상이 있었다”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산으로도 맞았고 폭력적인 일들이 많았다” “본인이 일하는 곳으로 데려가 술 상대만 해주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술 따르는 일을 아주 잠깐 했었다”며 “주변에 협박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당시 그 일로 벌었던 돈도 A씨가 전부 가져갔다”고 밝혔다. 


쯔양이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A씨는 또다시 폭행을 가했고 가족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을 시작했다. 쯔양은 이 과정서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A씨가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고 묻자 방송이 전부터 꿈이었던 쯔양은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쯔양은 “방송 이후에도 매일 맞으면서 방송했고, 얼굴은 티 난다며 몸을 때린다거나 잘못 얼굴 맞아서 그대로 방송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쯔양은 방송 초기 벌었던 돈도 A씨가 갈취했다고 폭로했다. 쯔양의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자, A씨는 소속사를 만들어 스스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수익을 3대7 비율로 나누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으며, 쯔양의 유튜브 광고수익 등도 모두 가로챘다. 

쯔양이 뒷광고(유료 광고 미표기)로 논란이 되자 A씨는 방송을 그만하라고 시켰고 쯔양인 척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쯔양의 민심이 다시 좋아지자, A씨는 방송에 복귀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힘들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는 쯔양은 “카톡 증거가 모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수치스러웠고 어디에도 언급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반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4년간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쯔양은 소속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A씨로부터 벗어났다고 밝혔다. 

쯔양은 “처음엔 제 약점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무서웠지만, 직원들이 함께 싸워준 덕에 A씨와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랬더니 A씨가 가족이나 직원에게 협박하거나 주변에 아는 유튜버 등에 제 과거를 과장해서 얘기하고 다녀 결국 A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즐겁게 먹는 줄 알았더니…
전 애인에 4년간 교제 폭력

이후 쯔양의 방송에 등장한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의 피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쯔양이 못 받았던 정산금은 최소 40억원이다”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정산금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쯔양은 정산금 청구, 전속계약 해지, 상표출원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선처를 호소한 A씨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약속을 위반하자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이 예상됐다.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됐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억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면서 “원치 않게 (사건이)공론화됐지만,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마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레커 연합’에 소속된 일부 유튜버가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관련자들은 잇달아 사과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오로지 저한테 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알리고 피해자를 도우며 유튜브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공개된 구제역과의 통화상 제 언행과 말투, 욕설은 저희 채널을 좋아해 주시고 절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타를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아픈 과거가 공개되는 걸 원치 않은 쯔양님이 현재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쯔양에 대한 전후 사정을 알았다면 구제역과 그렇게 장난조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통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란 생각과 가벼운 언행으로 쯔양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레커 연합’
녹취 폭로전

전국진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국진-주작감별사’를 통해 “쯔양이 오랫동안 피해를 많이 받았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지난 2023년 2월27일에 300만원을 구제역으로부터 입금받았다”고 밝혔다. 


전국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11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쯔양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지만, 2~3년 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전국진은 “현재 레커 연합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할 때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너 그만 좀 받아먹어라’ 이런 얘기들이 그 사람들 사이서 오갔다”면서 “솔직히 저는 그 발언들이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상황서 지난 2023년 초 구제역과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며 “나는 구제역과 연락을 취하며 동시에 쯔양 소속사 측과도 미팅 자리를 잡게 됐는데 며칠 앞두고 있던 와중에 구제역이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고, 동의해서 그 이후로는 쯔양 소속사 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받은 300만원이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돈”이라며 “물론 그 한 번도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나를 욕하시는 걸 모두 감수하고 앞으로 내 인생에 계속 따라다닐 부정적인 꼬리표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렇게 나와 구제역의 녹취록이 유출됨으로 인해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 과거가 공개돼 버린 쯔양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도 같은 날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의 소환 요청이 없었던 터라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제역은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쯔양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 사건을 배후서 조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쯔양에게 공갈,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그에 대한 내용은 제가 영상을 통해 공개한 음성 녹취와 오늘 검찰에 제출할 저의 휴대폰에 담겨있으며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조사를 받지 못한 구제역은 검찰 민원실에 쯔양 소속사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 등이 들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민원실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한편 유튜버 쯔양 측은 공갈 등에 대한 혐의로 ‘사이버 레커’ 유튜버 구제역·주작감별사·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쯔양에 대한 공갈 등에 가담한 자들이 추가 발견되면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돈줄 막히자 
줄줄이 사과

쯔양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쯔양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입장을 게재했다. 쯔양 측 법률대리인은 “본 입장문을 포함한 모든 의견은 사전에 쯔양 측과의 협의와 확인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갈 사건이 발생할 당시 쯔양은 이미 많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기에 심신이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다”며 “그로 인해 쯔양은 유튜버들의 금원 갈취 행위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으며 그저 조용히 홀로 피해를 감당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쯔양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였고,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교묘한 방식으로 협박하는 유튜버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원치 않는 내용의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후 쯔양의 일부 사건이 공론화됐으며 그 과정서 쯔양을 포함한 관계자 및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쯔양의 피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들도 늘어났다”며 “이에 이번 사건마저도 그냥 넘어가면 필연적으로 현재나 장래에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과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깊은 고민 끝에 고소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쯔양 측은 현재 쯔양을 피해자로 기재한 고발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3부에 배당된 상황인 점을 고려해 형사 제3부에 공갈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레커 연합’ 유튜버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쯔양 측은 “이번 사건 고소를 포함한 현재까지 및 향후 진행 방향은 오로지 쯔양의 권리 구제 및 피해회복을 위한 것일 뿐,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어떠한 개인 혹은 단체 등과의 대립은 일절 의도하지 않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특정 집단 간 대립 혹은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향후 쯔양은 계속되는 협박·공갈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이행할 것이며, 쯔양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과도한 허위 사실 유포나 모욕 등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정산금만 최소 40억”
유명 유튜버들 협박·갈취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에 대한 고발장과 고소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었으나 중앙지검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공갈 주범으로 지목된 구제역이 별개의 명예훼손 혐의 등 8건으로 이미 수원지검과 수원지법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검찰청에 흩어진 사건을 한 곳에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이버 레커에 대한 엄정 대응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협박·공갈을 비롯한 추가 범행이 확인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토록 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유튜브 측은 일부 사이버 레커들의 채널 수익화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서도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해 온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1일 ‘300만원 넘게 보육원에 기부한 쯔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김기자의 디스이즈’를 통해 공개된 영상 일부가 공유돼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쯔양으로부터 돕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쯔양에게 “한번 돕겠느냐”고 묻자 쯔양은 “계속 돕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 원장은 “당시 29명 원생에게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315만7000원이었다”며 “뭘 믿고 돕겠느냐, 와서 확인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봉사도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쯔양은 지난 2019년부터 매달 315만원 이상을 상록보육원에 정기 후원해 왔다.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 원장은 “쯔양의 뒷광고 논란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도 기부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고마워 눈물이 났다”며 “돈이 있어도 남을 못 돕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물둘 어린 나이에 배울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미담 재조명
꾸준히 기부

그는 “돈을 많이 버는데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후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지난 10일에도 100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해 국제구호 개발기구 월드비전에 2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관련 이웃돕기를 위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2000만원, 국립암센터에 1000만원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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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