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울고 있는 쯔양

맞고 뜯긴 1000만 유튜버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000만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4년간 교제 폭력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이 관련 내용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검찰은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쯔양의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과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방송 경력 5년 중 4년여 동안 협박을 당하며 방송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쯔양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곳에서 올라온 이슈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켰다”고 입을 열었다.

맞으며 방송
피해 고백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김세의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전국진, 카라큘라 등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하며 돈을 갈취했다고 폭로했던 바 있다. 쯔양은 해당 영상서 먹방(먹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 대학교 휴학 중 잠깐 교제한 남자친구 A씨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엄청 잘해줬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쯔양은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옥같았던 일들이 있었다. 저 몰래 찍은 영상이 있었다”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산으로도 맞았고 폭력적인 일들이 많았다” “본인이 일하는 곳으로 데려가 술 상대만 해주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술 따르는 일을 아주 잠깐 했었다”며 “주변에 협박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당시 그 일로 벌었던 돈도 A씨가 전부 가져갔다”고 밝혔다. 


쯔양이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A씨는 또다시 폭행을 가했고 가족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을 시작했다. 쯔양은 이 과정서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A씨가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고 묻자 방송이 전부터 꿈이었던 쯔양은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쯔양은 “방송 이후에도 매일 맞으면서 방송했고, 얼굴은 티 난다며 몸을 때린다거나 잘못 얼굴 맞아서 그대로 방송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쯔양은 방송 초기 벌었던 돈도 A씨가 갈취했다고 폭로했다. 쯔양의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자, A씨는 소속사를 만들어 스스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수익을 3대7 비율로 나누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으며, 쯔양의 유튜브 광고수익 등도 모두 가로챘다. 

쯔양이 뒷광고(유료 광고 미표기)로 논란이 되자 A씨는 방송을 그만하라고 시켰고 쯔양인 척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쯔양의 민심이 다시 좋아지자, A씨는 방송에 복귀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힘들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는 쯔양은 “카톡 증거가 모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수치스러웠고 어디에도 언급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반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4년간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쯔양은 소속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A씨로부터 벗어났다고 밝혔다. 

쯔양은 “처음엔 제 약점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무서웠지만, 직원들이 함께 싸워준 덕에 A씨와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랬더니 A씨가 가족이나 직원에게 협박하거나 주변에 아는 유튜버 등에 제 과거를 과장해서 얘기하고 다녀 결국 A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즐겁게 먹는 줄 알았더니…
전 애인에 4년간 교제 폭력

이후 쯔양의 방송에 등장한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의 피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쯔양이 못 받았던 정산금은 최소 40억원이다”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정산금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쯔양은 정산금 청구, 전속계약 해지, 상표출원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선처를 호소한 A씨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약속을 위반하자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이 예상됐다.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됐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억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면서 “원치 않게 (사건이)공론화됐지만,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마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레커 연합’에 소속된 일부 유튜버가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관련자들은 잇달아 사과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오로지 저한테 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알리고 피해자를 도우며 유튜브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공개된 구제역과의 통화상 제 언행과 말투, 욕설은 저희 채널을 좋아해 주시고 절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타를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아픈 과거가 공개되는 걸 원치 않은 쯔양님이 현재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쯔양에 대한 전후 사정을 알았다면 구제역과 그렇게 장난조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통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란 생각과 가벼운 언행으로 쯔양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레커 연합’
녹취 폭로전

전국진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국진-주작감별사’를 통해 “쯔양이 오랫동안 피해를 많이 받았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지난 2023년 2월27일에 300만원을 구제역으로부터 입금받았다”고 밝혔다. 


전국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11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쯔양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지만, 2~3년 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전국진은 “현재 레커 연합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할 때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너 그만 좀 받아먹어라’ 이런 얘기들이 그 사람들 사이서 오갔다”면서 “솔직히 저는 그 발언들이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상황서 지난 2023년 초 구제역과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며 “나는 구제역과 연락을 취하며 동시에 쯔양 소속사 측과도 미팅 자리를 잡게 됐는데 며칠 앞두고 있던 와중에 구제역이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고, 동의해서 그 이후로는 쯔양 소속사 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받은 300만원이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돈”이라며 “물론 그 한 번도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나를 욕하시는 걸 모두 감수하고 앞으로 내 인생에 계속 따라다닐 부정적인 꼬리표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렇게 나와 구제역의 녹취록이 유출됨으로 인해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 과거가 공개돼 버린 쯔양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도 같은 날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의 소환 요청이 없었던 터라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제역은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쯔양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 사건을 배후서 조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쯔양에게 공갈,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그에 대한 내용은 제가 영상을 통해 공개한 음성 녹취와 오늘 검찰에 제출할 저의 휴대폰에 담겨있으며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조사를 받지 못한 구제역은 검찰 민원실에 쯔양 소속사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 등이 들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민원실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한편 유튜버 쯔양 측은 공갈 등에 대한 혐의로 ‘사이버 레커’ 유튜버 구제역·주작감별사·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쯔양에 대한 공갈 등에 가담한 자들이 추가 발견되면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돈줄 막히자 
줄줄이 사과

쯔양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쯔양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입장을 게재했다. 쯔양 측 법률대리인은 “본 입장문을 포함한 모든 의견은 사전에 쯔양 측과의 협의와 확인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갈 사건이 발생할 당시 쯔양은 이미 많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기에 심신이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다”며 “그로 인해 쯔양은 유튜버들의 금원 갈취 행위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으며 그저 조용히 홀로 피해를 감당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쯔양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였고,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교묘한 방식으로 협박하는 유튜버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원치 않는 내용의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후 쯔양의 일부 사건이 공론화됐으며 그 과정서 쯔양을 포함한 관계자 및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쯔양의 피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들도 늘어났다”며 “이에 이번 사건마저도 그냥 넘어가면 필연적으로 현재나 장래에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과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깊은 고민 끝에 고소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쯔양 측은 현재 쯔양을 피해자로 기재한 고발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3부에 배당된 상황인 점을 고려해 형사 제3부에 공갈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레커 연합’ 유튜버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쯔양 측은 “이번 사건 고소를 포함한 현재까지 및 향후 진행 방향은 오로지 쯔양의 권리 구제 및 피해회복을 위한 것일 뿐,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어떠한 개인 혹은 단체 등과의 대립은 일절 의도하지 않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특정 집단 간 대립 혹은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향후 쯔양은 계속되는 협박·공갈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이행할 것이며, 쯔양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과도한 허위 사실 유포나 모욕 등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정산금만 최소 40억”
유명 유튜버들 협박·갈취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에 대한 고발장과 고소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었으나 중앙지검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공갈 주범으로 지목된 구제역이 별개의 명예훼손 혐의 등 8건으로 이미 수원지검과 수원지법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검찰청에 흩어진 사건을 한 곳에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이버 레커에 대한 엄정 대응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협박·공갈을 비롯한 추가 범행이 확인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토록 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유튜브 측은 일부 사이버 레커들의 채널 수익화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서도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해 온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1일 ‘300만원 넘게 보육원에 기부한 쯔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김기자의 디스이즈’를 통해 공개된 영상 일부가 공유돼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쯔양으로부터 돕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쯔양에게 “한번 돕겠느냐”고 묻자 쯔양은 “계속 돕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 원장은 “당시 29명 원생에게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315만7000원이었다”며 “뭘 믿고 돕겠느냐, 와서 확인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봉사도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쯔양은 지난 2019년부터 매달 315만원 이상을 상록보육원에 정기 후원해 왔다.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 원장은 “쯔양의 뒷광고 논란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도 기부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고마워 눈물이 났다”며 “돈이 있어도 남을 못 돕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물둘 어린 나이에 배울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미담 재조명
꾸준히 기부

그는 “돈을 많이 버는데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후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지난 10일에도 100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해 국제구호 개발기구 월드비전에 2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관련 이웃돕기를 위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2000만원, 국립암센터에 1000만원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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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