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울고 있는 쯔양

맞고 뜯긴 1000만 유튜버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1000만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4년간 교제 폭력을 당해 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부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이 관련 내용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쯔양에게 돈을 뜯어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검찰은 쯔양을 협박한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과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기부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쯔양의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먹방 유튜버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불법 촬영과 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고백했다. 방송 경력 5년 중 4년여 동안 협박을 당하며 방송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쯔양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라는 곳에서 올라온 이슈에 대해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급하게 켰다”고 입을 열었다.

맞으며 방송
피해 고백

앞서 지난 10일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채널 김세의는 구제역과 주작감별사 전국진, 카라큘라 등이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협박하며 돈을 갈취했다고 폭로했던 바 있다. 쯔양은 해당 영상서 먹방(먹는 방송)을 시작하기 전 대학교 휴학 중 잠깐 교제한 남자친구 A씨에게 지속적인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다.

“처음에 엄청 잘해줬는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쯔양은 “헤어지자고 얘기를 했는데 지옥같았던 일들이 있었다. 저 몰래 찍은 영상이 있었다”며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산으로도 맞았고 폭력적인 일들이 많았다” “본인이 일하는 곳으로 데려가 술 상대만 해주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술 따르는 일을 아주 잠깐 했었다”며 “주변에 협박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당시 그 일로 벌었던 돈도 A씨가 전부 가져갔다”고 밝혔다. 


쯔양이 그만두겠다고 말하자 A씨는 또다시 폭행을 가했고 가족에게 이야기하겠다고 협박을 시작했다. 쯔양은 이 과정서 매일 하루 두 차례씩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을 이어갔다. A씨가 돈을 어떻게 벌 것이냐고 묻자 방송이 전부터 꿈이었던 쯔양은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쯔양은 “방송 이후에도 매일 맞으면서 방송했고, 얼굴은 티 난다며 몸을 때린다거나 잘못 얼굴 맞아서 그대로 방송한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쯔양은 방송 초기 벌었던 돈도 A씨가 갈취했다고 폭로했다. 쯔양의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자, A씨는 소속사를 만들어 스스로 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어 수익을 3대7 비율로 나누는 불공정 계약을 강요했으며, 쯔양의 유튜브 광고수익 등도 모두 가로챘다. 

쯔양이 뒷광고(유료 광고 미표기)로 논란이 되자 A씨는 방송을 그만하라고 시켰고 쯔양인 척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후 쯔양의 민심이 다시 좋아지자, A씨는 방송에 복귀하라고 시켰다고 한다. 

“힘들어서 복귀하고 싶지 않았다”는 쯔양은 “카톡 증거가 모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수치스러웠고 어디에도 언급되길 바라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반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4년간 이런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쯔양은 소속사 직원들의 도움으로 A씨로부터 벗어났다고 밝혔다. 

쯔양은 “처음엔 제 약점이 주변에 알려질까 봐 무서웠지만, 직원들이 함께 싸워준 덕에 A씨와 관계를 끊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그랬더니 A씨가 가족이나 직원에게 협박하거나 주변에 아는 유튜버 등에 제 과거를 과장해서 얘기하고 다녀 결국 A씨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즐겁게 먹는 줄 알았더니…
전 애인에 4년간 교제 폭력

이후 쯔양의 방송에 등장한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는 쯔양의 피해 사진을 공개하면서 “쯔양이 못 받았던 정산금은 최소 40억원이다” “소송으로 조금이나마 정산금을 반환받았다”고 밝혔다. 

쯔양은 정산금 청구, 전속계약 해지, 상표출원 등을 포함해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의 혐의로 A씨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선처를 호소한 A씨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약속을 위반하자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고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이 예상됐다. 결국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종결됐다. 

변호인 측은 “이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억측은 자제해 주길 바란다”면서 “원치 않게 (사건이)공론화됐지만,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할 마음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레커 연합’에 소속된 일부 유튜버가 쯔양의 과거를 빌미로 돈을 갈취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관련자들은 잇달아 사과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 카라큘라는 자신의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책임은 오로지 저한테 있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알리고 피해자를 도우며 유튜브 활동을 해 왔으나 최근 공개된 구제역과의 통화상 제 언행과 말투, 욕설은 저희 채널을 좋아해 주시고 절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따끔한 질타를 달게 받겠다”고 사과했다. 

이어 “아픈 과거가 공개되는 걸 원치 않은 쯔양님이 현재 너무나 고통스러워하고 계시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쯔양에 대한 전후 사정을 알았다면 구제역과 그렇게 장난조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통화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자란 생각과 가벼운 언행으로 쯔양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레커 연합’
녹취 폭로전

전국진도 같은 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전국진-주작감별사’를 통해 “쯔양이 오랫동안 피해를 많이 받았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지난 2023년 2월27일에 300만원을 구제역으로부터 입금받았다”고 밝혔다. 


전국진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20년 11월경 소셜미디어를 통해 쯔양과 관련한 제보를 받고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직접적 증거가 없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지만, 2~3년 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전국진은 “현재 레커 연합이라고 지칭되는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할 때 장난인지 진담인지 모르겠지만 ‘너 그만 좀 받아먹어라’ 이런 얘기들이 그 사람들 사이서 오갔다”면서 “솔직히 저는 그 발언들이 꽤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쉽게 돈을 버는데 난 뭘 하고 있나’ 이런 생각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런 상황서 지난 2023년 초 구제역과 통화가 이뤄진 것”이라며 “나는 구제역과 연락을 취하며 동시에 쯔양 소속사 측과도 미팅 자리를 잡게 됐는데 며칠 앞두고 있던 와중에 구제역이 본인에게 맡기라고 했고, 동의해서 그 이후로는 쯔양 소속사 측과 어떤 연락이나 만남을 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렇게 받은 300만원이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불순한 의도로 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돈”이라며 “물론 그 한 번도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정말 잘 알고 있다. 나를 욕하시는 걸 모두 감수하고 앞으로 내 인생에 계속 따라다닐 부정적인 꼬리표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에 이렇게 나와 구제역의 녹취록이 유출됨으로 인해 그렇게 숨기고 싶었을 과거가 공개돼 버린 쯔양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쯔양을 협박해 55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버 구제역도 같은 날 검찰에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의 소환 요청이 없었던 터라 실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구제역은 이날 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쯔양 사건에 대한 모든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기 위함도 있지만 이 사건을 배후서 조작하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학부 카르텔의 실체를 밝히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저의 신변을 보호해 주기를 요청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쯔양에게 공갈,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며 “그에 대한 내용은 제가 영상을 통해 공개한 음성 녹취와 오늘 검찰에 제출할 저의 휴대폰에 담겨있으며 이는 검찰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 믿는다”고 협박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검찰조사를 받지 못한 구제역은 검찰 민원실에 쯔양 소속사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 등이 들어 있는 자신의 휴대폰을 민원실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한편 유튜버 쯔양 측은 공갈 등에 대한 혐의로 ‘사이버 레커’ 유튜버 구제역·주작감별사·범죄연구소 운영자 및 익명의 협박자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 쯔양에 대한 공갈 등에 가담한 자들이 추가 발견되면 선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돈줄 막히자 
줄줄이 사과

쯔양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15일 쯔양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입장을 게재했다. 쯔양 측 법률대리인은 “본 입장문을 포함한 모든 의견은 사전에 쯔양 측과의 협의와 확인의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갈 사건이 발생할 당시 쯔양은 이미 많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여러 가지 피해를 입었기에 심신이 매우 피폐해진 상태였다”며 “그로 인해 쯔양은 유튜버들의 금원 갈취 행위에 대응할 여력조차 없었으며 그저 조용히 홀로 피해를 감당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처럼 쯔양은 철저히 ‘을’의 입장에 놓였고,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교묘한 방식으로 협박하는 유튜버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원치 않는 내용의 계약서까지 작성해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후 쯔양의 일부 사건이 공론화됐으며 그 과정서 쯔양을 포함한 관계자 및 제3자들에게 무분별한 2차 피해가 확대되기 시작했고, 쯔양의 피해에 대해 허위 사실을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자들도 늘어났다”며 “이에 이번 사건마저도 그냥 넘어가면 필연적으로 현재나 장래에 ‘제2, 제3의 쯔양’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과 공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깊은 고민 끝에 고소 진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쯔양 측은 현재 쯔양을 피해자로 기재한 고발장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 제3부에 배당된 상황인 점을 고려해 형사 제3부에 공갈 등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일명 ‘레커 연합’ 유튜버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쯔양 측은 “이번 사건 고소를 포함한 현재까지 및 향후 진행 방향은 오로지 쯔양의 권리 구제 및 피해회복을 위한 것일 뿐,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어떠한 개인 혹은 단체 등과의 대립은 일절 의도하지 않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사건을 특정 집단 간 대립 혹은 사회적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향후 쯔양은 계속되는 협박·공갈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 조치를 이행할 것이며, 쯔양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과도한 허위 사실 유포나 모욕 등의 도를 넘은 행위에 대해 선처 없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정산금만 최소 40억”
유명 유튜버들 협박·갈취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 유튜버들에 대한 고발장과 고소장은 당초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었으나 중앙지검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이송했다. 

공갈 주범으로 지목된 구제역이 별개의 명예훼손 혐의 등 8건으로 이미 수원지검과 수원지법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검찰청에 흩어진 사건을 한 곳에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15일 악성 콘텐츠를 유포하는 사이버 레커에 대한 엄정 대응을 전국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다. 수익 창출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동종 전력이 있거나 수사·재판 중임에도 지속적·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콘텐츠 비공개 등을 빌미로 협박·공갈을 비롯한 추가 범행이 확인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토록 했다. 

이번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자 유튜브 측은 일부 사이버 레커들의 채널 수익화 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편 쯔양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폭행, 협박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서도 보육원에 꾸준히 기부해 온 선행이 재조명되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11일 ‘300만원 넘게 보육원에 기부한 쯔양’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에는 지난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김기자의 디스이즈’를 통해 공개된 영상 일부가 공유돼있었다. 

영상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 부청하 원장은 “쯔양으로부터 돕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가 쯔양에게 “한번 돕겠느냐”고 묻자 쯔양은 “계속 돕고 싶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 원장은 “당시 29명 원생에게 들어가는 돈이 한 달에 315만7000원이었다”며 “뭘 믿고 돕겠느냐, 와서 확인도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봉사도 하겠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쯔양은 지난 2019년부터 매달 315만원 이상을 상록보육원에 정기 후원해 왔다. 

후원뿐만 아니라 직접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부 원장은 “쯔양의 뒷광고 논란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던 시기에도 기부를 지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짜 고마워 눈물이 났다”며 “돈이 있어도 남을 못 돕는 사람들도 많은데 스물둘 어린 나이에 배울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미담 재조명
꾸준히 기부

그는 “돈을 많이 버는데도 노동의 대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며 “자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후원해 준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쯔양은 지난 10일에도 1000만 구독자 달성을 기념해 국제구호 개발기구 월드비전에 2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관련 이웃돕기를 위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에 2000만원, 국립암센터에 1000만원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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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