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노인은 짐이 아니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급발진 교통참사 이후 국립중앙의료원(지난 3일), 서울역 인근(지난 6일), 용산구 이촌동(지난 7일)서 발생한 교통사고 모두 가해 차량 운전자가 70~80대로 알려지면서 최근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자동차 리콜센터가 지난 10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급발진 사고 총 456건 중 60대 이상 급발진은 43.2%로 50대 이하 56.8%보다 오히려 적게 나타났다. 70대 이상은 12.4%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정부와 모든 언론이 최근 교통사고를 고령운전자 면허 문제 차원서 다루고 있는 걸까? 

이날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되는 날이었다. 정부가 우리나라를 이만큼 부강한 나라로 만든 1000만명 주역을 위해 대대적인 축하 행사를 열거나 감사의 편지를 보내진 못할망정, 교통사고를 노인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했는데 안타깝다.

고령 운전자 급발진 사고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급발진 사고는 다양한 연령층서 자주 발생한다”며 “시청역 사고로 고령 운전자가 주로 일으키는 사고로 잘못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중앙회 모 국장도 노인 1000만 시대를 눈앞에 둔 시점서 급발진 사고를 고령 운전자 관리 문제로 돌리고 있는 정부와 언론을 맹비난했다.

필자도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뉴스를 보면서 혹시 정부가 노인 1000만 시대를 앞두고 평소와 같은 비율(노인:비노인)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로 부각시키기 위해 언론플레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갑자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많이 쏟아지는 시점이 미묘하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시가 각종 노인복지 혜택을 주는 노인연령을 만 65세서 70세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65세 이상 노인이 건강이 좋아지고 기대 수명이 늘어가면서 과거와 달리 사회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는 늘어나는 노인복지 재정 때문이다. 노인 입장에선 기분 나쁜 명분이 아닐 수 없다.

노인에게 주어지는 각종 노인복지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노인연령 기준을 올려서는 안 된다.

노인연령을 70세로 높이면 자칫 60세 정년 이후 10년간 기초연금이나 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차라리 일본처럼 60세 정년 이후에도 기업이 노인 고용을 책임지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 같은 정책을 먼저 언급해야 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노년이 시작되는 나이를 70세로 봤다는 정부 조사 결과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65~70세인 400만명 국민은 ‘노인 아닌 노인’이고 실제 노인은 600만명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해서 현재 우리나라는 노인 600만 시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노인 복지에 치우쳤던 그간의 노인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인 베이비부머 세대(65∼74세)와 전통적인 노인(75세 이상)에 대한 접근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실제 전통적인 노인은 35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아무튼 노인 기준 연령이 65세건, 70세건 75세건 정부의 노인 정책이 재정 절감 차원서 접근되면 안 된다.

정부가 노인 1000만 시대 진입을 사회적 비용 문제로만 보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노인은 복지 대상 이전에 공경의 대상이어야 한다.

미국 텍사스주 조지타운은 지난해 기준 도시성장률 10.6%로 미국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도시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지역 경제성장을 끌어올린 주역이 젊은 청년 세대가 아닌 미국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5년) 노인들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역이 된 데는 텍사스주의 ‘선시티 텍사스(Sun City Texas)’라는 계획도시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시티정책은 ‘은퇴자 공동체를 만들어 함께 사는 공간을 구축하는 정책’으로 선시티 입주자격은 가족 중 적어도 한 사람이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다른 도시가 고령인구 유입을 싫어할 때 조지타운이 반대로 고령인구 유입정책을 쓴 것은 노인을 재정 부담으로 여기지 않고 공경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구 5만명 이상의 미국 도시 중 텍사스주 조지타운의 인구 증가율이 2021년 11%, 2022년 14%, 2023년 11%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구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지자체도 미국의 대부분 도시처럼 인구 유입 정책으로 교육과 산업 인프라 구축,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젊은층 유입 정책만 있지, 노인을 위한 정책이나 노인을 공경하는 전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지자체는 아예 고령인구 유입을 거부하기도 한다.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 지자체도 고령인구 유입 정책을 펴서 인구절벽을 막아야 한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은퇴자 베이비부머 세대(65∼74세)를 영입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지자체 경제도 살리고 노인이 행복한 지자체가 돼야 한다.      


필자는 노인 1000만 시대를 맞이해 1000만명 노인들의 위상과 함께 전국적인 조직을 갖춘 대한노인회중앙회 위상도 동반 상승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대한노인회중앙회가 노인 1000만 시대에 걸맞게 노인을 위한 각종 정책을 더 많이 내고,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더 앞장서는 역동적인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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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