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한동훈이 답해야 할 4가지

뜸들이면 찬밥 된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내놓는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근근이 SNS와 목격담, 당외 세력과의 만남을 통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당내 상황에 관해서는 여전히 침묵 중이다. 조만간 당내 예민한 문제가 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할 듯 싶다. 과연 그는 뭐라고 밝힐까?

차기 당권주자 후보 중 경쟁력이 높은 인물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한 전 비대위원장의 몸 풀기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선 당권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8일 한 전 비대위원장은 22대 총선 당선자 및 낙선자들을 만났다.

당심이냐
민심이냐

이날 만남의 자리서 지구당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돈 없는 정치 신인에게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이른바 지구당 부활론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선 앞다퉈 지구당 부활 법안이 발의됐다. 

그는 자신의 SNS에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었는데,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에게 현장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게 정치개혁”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상황을 대변하는 듯 보인다.

최근 중도 및 청년층은 국민의힘에 등을 돌렸는데 이들의 포섭을 위해 칼을 빼든 셈이다. 보수 민심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한 전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이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중도 민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중도층 민심의 이탈을 어떻게든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단점으로도 거론된 부분이다. 처음에는 민심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총선 말미로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총선 이후 현재 그의 당내 지지율은 압도적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민심에 영향력이 있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 같은 연유로 전당대회 전까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해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일각에선 이미 그가 당 대표 출마를 위해 몸풀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사실상 출마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꾸준히 언론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 팬덤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당원들 사이에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몇몇 당권주자 및 친윤(친 윤석열)계 인사들은 벌써 견제에 들어갔다. 차기 당권주자 한 명으로 거론되는 나경원 의원은 “대표직을 맡게 되면 대권주자로서 (정치적 역량이)소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견제가 아닌 진심”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견제의 취지로 읽힌다. 

대권 도전 위한 4년 중임제
특검법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

또 지난 21대 국회서 그가 꺼내들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22대 국회 초반부터 야당에 대한 공격적인 모습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당내 지지 기반이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친한(친 한동훈) 그룹은 당내 비주류인 만큼 당내 일각에선 비윤 대체제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된다. 

친윤에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지난 전당대회서도 김기현 의원이 친윤이라는 막강한 세력을 등에 업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를 전폭 지원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한 전 비대원장과 윤 대통령 사이는 멀어졌다는 게 정가 분위기다. 얼마 전 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 대책 발표 때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입증해 보였다. 결국 그는 순전히 개인기를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다만 당권에 도전하게 될 경우, 개헌 등 몇 가지 정치적 사안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우선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임기를 줄이자는 4년 중임제가 의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7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5년 단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되,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만 한 번 중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임기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에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별도 입장을 내진 않았지만, 개별 의원들은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4년 중임제에 동의하는 등 범야권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의견이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친윤계의 반발이 거세다. 권성동 의원은 “탄핵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상황이 이쯤 되자 시선은 자연스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인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쏠린다.

아슬아슬
줄타기

그의 개헌 찬성 및 반대 여부를 놓고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찬성 시 당내서 상당한 반발을 살 수 있도 있지만, 압도적인 당원들의 지지를 생각한다면 속 시원하게 입장을 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반대 입장을 드러낸다면 당원에 둘러싸여 확장력에 한계를 맞이할 수 있다. 당장은 침묵을 유지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언젠가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적어도 정치를 시작했으면 이와 관련한 입장 발표는 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윤 대통령과 날을 세우면 당내 입지가 흔들린다는 불리한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수평적 직언을 해야 윤 대통령 및 친윤 간의 대립에서 유리한 구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당권주자들은 확실하게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당 밖에서의 영향력은 아무리 키워봤자 당내 영향력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다음으로 대답해야 할 사안은 전당대회 룰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전당대회서 당원투표 100% 룰로 바꿔버렸다. 현재 지도부 선출은 대표, 최고위원 선거를 각각 따로 치르는 이른바 단일지도체제 방식이다. 


문제는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게 될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다. 게임의 룰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서 게임 일정부터 잡겠다는 발상은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전당대회 룰을 두고 당내에서는 20~50%까지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바꾸면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비상대책위원회는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를 합친 절충형 방식을 아이디어로 냈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대통령실과의 관계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룰을 개정하는 대신 두 체제의 장점만 모으겠다는 셈인데, 관건은 친윤계의 지도부 합류 여부다. 

지지율이 낮아도 순위권에만 들면 지도부 합류가 가능하다. 특히 친윤 체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당원투표 100% 룰이 친윤 세력이 앞장서 바꿔 거부감을 해소시키는 것도 수월해진다. 이를 두고 한 전 비대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 룰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인사다. 

강성 팬덤
눈치 보기?

다른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이미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룰과 방식에 따라 주자마다 유불리가 나뉘는 상황 속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이 역시 확실하게 밝혀야 존재감이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출마 입장이라면 조건을 따질 게 아니라고 해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당원과 민심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할 기회가 생긴다. 

온갖 김여사 명품가방 수수 및 해병대 채 상병 특검 역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본회의에 다시 올라왔던 채 상병 특검법은 결국 부결 처리됐다. 197석을 가진 거야는 22대 시작부터 밀어붙일 태세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대해서도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 특검법을 찬성한다면 당내 세력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며 “법률가로서 명쾌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윤심과 민심 사이서 줄타기하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입장을 밝히지 않고 당권과 대권을 꿈꾸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각종 특검법도 1호 법안으로 재발의하려는 가운데, 조국혁신당은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이제야말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할 차례다. 

법률가인 그는 윤석열정부 2인자 출신이다. 전문가답게 특검법이 정당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거나 찬성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민심을 끌어올 수 있다. 당장은 당원과 민심 사이서 고민 중인 그에겐 답할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서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에 속했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했다가 당내서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때부터 입지가 쪼그라들기 시작했고, 대선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선출됐다.

전당대회 룰·방식 찬반 여부
대통령 지킬지 말지 결정 필요

한 전 비대위원장은 그의 강력한 팬덤 탓에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최근 정치인들은 자신의 팬덤과 반하는 의견을 쉽사리 내놓지 못한다.

민주당 역시 팬덤에 반하는 우원식 의원이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 1만명 이상의 무더기 탈당 러시가 이뤄졌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다른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원과 민심 사이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앞서 그는 이미 여러 갈등 국면을 맞이했던 바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대권으로 당원들에게 둘러싸여 할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선명성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당권주자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고 있지만, 아직 한 전 비대위원장의 참전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차기 당권주자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 슬슬 견제를 받기 시작할 시점이다. 가만히 앉아 침묵만 유지한다면, 계속 공격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등을 완전히 돌린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탈당설이다. 이에 대해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꿈도 꾸지 말라”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 탈당설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으로 퍼졌다.

홍 시장은 “여당으로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과 한 몸이 돼 윤 대통령을 보호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제각각일 때 윤 대통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됐을 경우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서도 한 전 비대위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야 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갈등만으로도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발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로 당권도전에 나서는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추후 여러 경로서 다양한 견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탈당?
6월 복귀설

여권 내부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이 이르면 6월 복귀한다는 의견이 있다. 팬덤을 확인했고, 세력화와 조직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만큼 공개적으로 나서 당 대표 도전을 공식화하기 위함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한 전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맞붙으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책임을 지는 정치보다는 단순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차철우 기자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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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