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대담> 황우여 위원장 비상대책을 말하다

“지금 비대위는 당무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비상대책위원회는 관리형도, 쇄신형도 아니다.”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서 분석했던 현재 비대위의 두 가지 성격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우리 비대위는 당무형”이라는 입장이다. 지금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지지치 않고 뚜벅뚜벅 당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해 시도 중이다. 

국민의힘은 비상 상황이다. 당 대표 체제로 이끌지 못하고 걸핏하면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문제는 당의 위기에 나서는 이가 딱히 없었다는 점이다. 혼란한 상황 속 구세주 같은 존재로 떠오른 인물이 바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큰 어른이다. 그런 그는 고심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쉴 틈 없이
강행군

77세의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실제로 마주한 그에게선 이팔청춘 느낌이 강했다. 에너지가 넘쳐 흐르며, 당을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팔팔 끓었다. <일요시사>는 황 비대위원장을 만나 당내 상황 등을 물었다.

황 비대위원장의 정치경력은 30년이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에 당선된 뒤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정치를 해왔다. 최근 그는 말 그대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쉴 틈도 없이 하루에도 여러 개의 일정을 소화 중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기간은 두 달여로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 안에 다양한 당내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런 만큼 스스로 느꼈을 부담감도 컸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사실 부담을 잘 느끼진 않는다. 고민은 많았지만, 그냥 덜컥 맡았다. 옛말에 ‘노마식도’라는 말이 있다. 경험이 많으면 그 일에 능숙하다는 뜻인데, 앞이 깜깜할 때 늙은 말을 풀어놓는 전법”이라며 “병사들은 길을 몰라도 늙은 말은 이미 갈 길을 다 알고 있다. 당이 나를 부른 게 그런 취지라고 생각한다. 지혜를 모아 당에 기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명암에 유불리를 따지지 않기 위해 일을 맡았다”고 말했다. 

그는 총선서 참패한 국민의힘을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서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실 각오까지 마쳤다. 총선 결과 국민의힘은 ‘영남당’이 돼버렸다. 수도권서 패배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그중 ‘수도권 민심이 곧 전국 민심’이라는 말처럼 국민의힘이 전국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이 패배의 주요 원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황 비대위원장은 “수도권은 1~2%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결국 수도권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게 크다. 수도권에는 전국 각지서 모여든 호남, 충청권 사람들이 많다. 결국 국민의힘이 충청과 호남 민심을 등에 업지 못해 패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거론했다.

이어 “나는 인천 사람인데 인천 인구는 27만명서 현재 300만명까지 늘었다. 이런 식으로 수도권에 이주한 사람이 많다. (이들이)수도권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전국 민심을 아우르는 선거 정책 개발과 선거전략을 펼쳐어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야당은 선거 구조상 현 정부의 지난 과오를 꺼낼 수밖에 없다. 반면 여당은 전통적인 선거 구도상 미래 담론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번에는 민주당의 정권 심판론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여당은 현 정부가 추진해나갈 수 있는 사안을 디테일하게 제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당이 야당의 전략에 말려든 대목이다. 정책은 실종됐고, 이조(이재명·조국) 심판에 혈안이 됐다. 결국 국민의힘은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지켜내는 데 그쳤다.

“수도권 민심은 전국 민심…못 읽었다”
“전대 룰? 치열한 논의 후 결정할 것”


그렇다고 여당의 선거전략이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윤석열정부의 3년을 위해서는 총선 승리는 절실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민주당과 야당이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서 국민의힘서 이조 심판론으로 맞불 작전을 펼치다 보니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빠졌다”며 “선거를 끝낸 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저출산 대책, 연금개혁 같은 사안을 어떻게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어야 했다. 미래의 꿈을 심어 미래 VS 과거의 구도로 선거전을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총선 패배의 여파는 상당했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총선 책임론을 가지고 다투는 중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선 총선 참패의 원인으로 한 전 비대위원장과 윤 대통령이 거론된다. 양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총선 백서의 작성 작업도 쉽지 않다.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단장을 맡았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으로 적시될 방향성이 제기되자 당내가 시끄럽다.

이를 두고 인물이 아닌 진짜 총선 참패의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만큼 현재 국민의힘은 많이 갈라져 있다. 황 비대위원장도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전략적인 부분과 똘똘 뭉치지 못한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선거는 미래를 위한 하나의 축제이자 투자다. 여당은 과거를 심판하고 앉아 있으면 안 된다. 프레임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머리에 남는 게 없다. 이런 부분이 제대로 담겨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보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정통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게 필요하다. 다시 뭉쳐야 하고, 동지애도 절실하다”고 짚었다. 

야당에
동지애

이런 명분하에 탄생한 게 황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한 황우여 비대위다. 정치색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는 그는, 지난 23일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나기도 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광폭 행보를 보이며 동지애를 펼치고 있는데, 중도층을 포섭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야당에 대한 적극적인 동지애를 통해 국민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겠다는 의도다. 대외적으로 이런 전략은 일정 부분 인정받는 분위기다. 다만 비대위가 출범하고 시간이 어느 덧 흘렀지만, 도대체 비대위의 콘셉트가 뭐냐는 질문이 계속 쏟아진다.

언론에서는 관리형으로 보고 있지만, 황 비대위원장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당무형이다. 나에게 부여되는 권한을 어떤 특정인이 부여한 게 아니다. 비대위는 당헌·당규에 어떻게 하라는 식으로 규정돼있다. 당은 전당대회(이하 전대)서 할 일이 있으면 준비해야 하고, 쇄신할 것이 있으면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쇄신이냐, 관리냐를 구별하는 것 자체가 자칫 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 나는 당무를 집행할 뿐이다. 비대위 발족 때 목적을 정해줬으며 이후에 포괄적인 비상 대권이 부여되는데, 그걸 고친 게 나”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제 당내 문제도 논의를 착수할 시기다. 대표적인 문제가 전대 룰 수정 문제와 개최 시기다. 국민의힘은 직전 전대서 기존의 룰을 바꾸면서 당심 100% (당원)투표로 선거를 치렀다. 최근에는 여러 곳에서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 세력은 당심 100%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비윤(비 윤석열)계는 민심이 필수라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전대 룰에 따라 후보 간 유불리가 갈리는 상황이다.

황우여 비대위는 이런 환경 속에서 전대 룰을 손봐야 한다. 비대위는 지난 20일, 상임고문단을 만나 전대 룰과 관련한 부분도 청취했다. 아직까지 황 비대위원장의 입장은 여러 의견을 모아보겠다는 정도다. 

이와 관련해 황 비대위원장은 “전대 룰과 관련한 의견은 노코멘트다. 개인적인 생각이 있지만 이것을 이야기하는 순간에 당헌·당규 개정 문제가 발생한다. 관리자 신분인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순간 자격에 문제가 생긴다”며 “일각에선 바꾼다고도 이야기하는데, 결정된 부분은 없다.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지켜봐야 안다”고 말을 아꼈다. 

당우도
신경 써야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우리나라의 헌법 개정 절차가 있듯이 국민의힘에는 개정 절차가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어떤 말에도 휩쓸리지 않고 내부서 치열한 논의를 한 뒤에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탓에 당 내부 일각에선 혁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여러 번의 비대위를 거쳐왔다. 내부에서는 끊임없이 분란이 이어져 왔고, 여전히 내분이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혁신 문제 역시 그동안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번마저 기회를 날려 버린다면 국민의힘은 스스로 설 기회를 영영 잃을 수도 있다.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비판받아도 어쩔 수 없고, (내가)말할 수 있는 권한도 별로 없다. 비대위원장이 여러 말을 할 수 있다는 당헌·당규 해석이 나오면 할 수 있는데, 비대위는 충실하게 집행하는 데 그쳐야 한다. 전대 룰에 관한 부분은 양론이 있다. 당 대표는 당원만 뽑아야 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대신 그는 당우(당원이 아니면서 밖에서 당을 돕는 사람)를 신경써야 할 문제라고 봤다. 즉 교육자, 공무원, 소상공인, 경제인 등 입당을 하지 못하거나 입당을 꺼리는 상당수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을 포용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게 황 비대위원장의 견해인데, 이 문제 역시 당헌·당규의 개정 문제가 걸려 있다. 그는 출마자 5(당원) 대 5(당외) 당의 대표자는 7(당원) 대 3(당외) 방식을 택해야 이색적인 선택이 유입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친윤·비윤 간 분란…당의 건전한 에너지”
“차기 당 대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길”

그에 따르면 여러 분야의 사람을 흡수하기 위해 전대 룰을 바꿀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비대위원장이 “어떻게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한 표밖에 되지 않는 만큼 크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잘못하면 나만 의심받고 공정하게 이걸 수행하는 점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우리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통해 정리해 결론을 내리려고 한다. 절차가 있는 과정서 개정하라고 당이 원하면 하는 것이고, 아니라면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전대 룰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계파간(친윤과 비윤)으로 나뉘어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총선을 통해 내부 상황은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됐지만, 국민의힘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당의 세력 보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만큼,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임에는 자명해 보인다. 특히 비대위 자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황우여 비대위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이 부분(압박)을 오히려 좋은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윤상현 의원이 쇄신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냐는 식으로 나를 엄청 공격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짧은 기간에 쇄신할 부분이 어딨냐는 식으로 비판했다”며 “관리나 잘하라는 식이었는데, 오히려 고마웠다. 이 부분을 즐기려 한다. 당을 자꾸 억압하고 눌러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분란을)당의 건전한 에너지로 본다”고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차기 당 대표가 누가 될 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당 대표에 따라 당의 정체성과 방향성 모두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당권주자로 나경원 당선인,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차기 당 대표는 지방선거는 물론, 대선도 신경써야 한다는 점에서 물밑 싸움이 치열하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저마다 세를 불리기 위해 각자 활동 중이다. 

대청소
마무리

황 비대위원장은 “새로운 당 대표는 내년 보궐선거를 신경써야 하고, 다음은 지방선거다. 대선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인물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선거서 이겨낼 인물이 적합하다고 본다. 4년 내내 선거가 있어서 당 대표가 스타트를 잘 끊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비대위 관리만 하면 반대서 정신 차리라는 이야기를 하는 만큼 청소의 뒷마무리를 한다든지, 당의 필요한 부분을 빨리 처리해 나가려고 한다. 매듭 지을 수 있는 부분은 빨리 짓고, 쇄신 문제도 가열차게 처리해 임기를 잘 마쳐 후임 대표가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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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단독 인터뷰] ‘의장 오른팔’ 홍경의, 지금 조총련을 말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일본에는 약 수십만명의 재일동포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 약 2만명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나 계열 단체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중 ‘조선적’으로 분류돼 무국적자인 이들도 있다. 일본서 이들은 ‘눈엣가시’다. 어딜 가나 차별과 혐오로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는 일본 현지서 조총련 간부 출신과 복수의 재일동포들을 만나 조총련의 상황을 들어봤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는 일본서 북한 정부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결성된 지 65년이 넘었으나 구성원이 2만5000여명 이하로 줄면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진 데 이어 조총련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하는 대북제재 압박 수위가 날이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퇴색된 위상 결집력 약화 홍경의 Free 2 Move(이하 F2M) 공동대표는 조총련 간부 출신이다. 과거 조총련 실세인 허종만 의장을 법적으로 보좌하며 10년 가까이 ‘브레인’ 역할을 담당했다. 북한을 수십차례 방문해 인권탄압 등을 지켜보기도 했다. 2000년 초, 홍 대표는 조총련 내부서 민주화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제명당해 인권단체인 F2M을 설립했다. 지난 15일 일본 오사카 현지서 <일요시사>와 만난 홍 대표는 조총련의 위상이 과거와는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2018년 12월 기준 무국적자로 분류되는 ‘조선적’은 2만9559명이었으나 현재는 약 2만200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 1965년 한·일 국교 수립 이후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들의 생활 환경은 분열됐다. 먼저, 일본 당국은 국적을 취득하지 않고 있는 이들을 1947년 미군정 당시 편의상 만든 임시 국적인 조선적으로 분류했다. 현재 재일교포 중 대한민국 국적자는 41만여명이다. 조선적에 속한 이들은 해방 이후 분단된 조국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무관심 속에 북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조총련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현재 조총련 산하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는 해방 직후 조선말을 가르쳐야 한다는 1세대 재일동포들의 열망으로 시작됐다. 조선학교는 유엔군 최고사령부(GHQ) 군정과 일본 정부에 의해 한때 폐쇄됐다가 1950년대 중반 이후 재개됐다. 북한은 지난 1957년부터 교육지원에 나섰으나 한국 정부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조선학교는 조선적 인구 감소와 함께 줄어들어 2018년 기준 64개교, 7000여명의 학생이 남았다. 조선학교는 일본 전역에 유치원·초급·중급·고급학교가 있고, 대학은 도쿄에 조선대학교가 있다. 조총련 법적브레인 역할…20번 넘게 북한 출입 대북송금·마약 유통 행위 인권탄압 직접 확인 일본 내에는 3대 세습을 강행하는 김씨 일가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조선적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남북 간 사상 대립이 과거보다 유연해지고 일본 귀화 혹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조선적 규모도 적어지는 추세다. 홍 대표는 “재일동포 새세대들이 과거처럼 국적이나 민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재일동포 사회도 4세나 5세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일본인과 국제결혼 등을 통해 일본으로 귀화를 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총련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수억달러의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 한덕수 전 의장은 국회에 해당되는 최고인민회의 의원의 고위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조총련계 기업들의 몰락, 일본 정부의 대북 제재와 감시, 탄압 강화 등으로 쇠락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예전처럼 조총련을 대우하지 않는 이유다. 실제로 허 의장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면담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총련은 조직 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채무로 인해 법적 권리를 내세울 수 없어 많은 본부 건물이 경매로 매각돼 협소한 장소로 이전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갈등을 겪으면서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서 제외해 학교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조총련 본부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도쿄에 위치한 본부서 근무하는 사람은 수십명이지만,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부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경제적 위기에 봉착했을 때 조총련을 통해 불시에 필요한 자금을 ‘애국운동’으로 해결했다. 외화벌이 마이너스 예시로 대형 여객선 ‘만경봉 92호’와 ‘삼지연호’ 등이 있다. 일본 사행산업의 대표 격인 파친코도 조총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홍 대표는 “1990년대부터 파친코를 통해 재정적 기반을 구축해 왔다. 조총련이 직접 운영한 파친코도 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완전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는 사실상 폐교된 조선학교 부지나 학교 자체를 일본 기업에 매각한다. 부동산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조선학교가 인적이 드문 곳이 아닌 도심에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를 쓰고 매수하려고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조총련이 지난해 도쿄 중심지에 있는 조선학교를 이용해 700억원대 부동산 사업을 벌였다. 일본 당국이 행정적 지도권을 갖고 있어 조총련이 수백억원대 이익을 볼 수는 없지만 조총련 산하 부동산 회사 소속 관계자들이 수수료를 떼먹고 산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일본 버블경제 당시 허 의장이 조총련 산하 금융기관인 조선은행을 통해 융자 받고 대북송금을 진행했다. 이때의 채권이 한국 원화로 따지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일본의 경제 몰락 이후 조선은행도 빚을 졌다. 조총련 본부 건물 대부분은 융자의 저당으로 잡혀 있어 경매 등으로 소유권을 잃었다”며 “조총련 상근 직원들의 명의를 악용해 조선은행서 융자를 받아낸 경우도 존재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간 내부서 생산한 금을 비롯한 희금속과 마약을 공개·비공개 경로를 통해 일본으로 반출한 후 외화로 전환해 반입했다. 희금속은, 함경남도 허천군에 위치한 상농광산이 대표적이다. 해마다 조총련에 보내는 교육원조비 명목 자금을 대기 위해 이 광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서 아주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은 조총련으로 먼저 유입돼 일부가 교육비로 활용되고, 대부분은 김 위원장 비자금 조성을 위해 다시 현금으로 반환된다. 보위부서 마약 지령 북한은 조총련 계열 동포들을 통해 일본에 대량의 마약을 유통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북한의 만경봉호, 삼지연호, 청천강호 등 중앙당 6부(이하 작전부)가 운영하는 선박이 맡아 수행했지만, 대북 제재 이후에는 일부 민간 상선과 물고기 가공 및 운반선(1000t급 정도)을 통해 반입시켰다. 실제 지난 2000년대 중반 정찰국 소속 30대 남성이 마약 운반 지령을 받고 일본 조총련 계열 동포들에 전달한 후 약 3일간 체류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북한 운반선의 기관실 엔진 아래 철통에 마약을 가착(용접)하고 도쿄 항구에 입항해 해양경찰 조사를 피했다. 이후 보트를 타고 접근한 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마약을 전달하고 사례금 3000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자면 90년 중반에 재일교포 5명 정도가 마약 유통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다. 당시 일본 수사당국이 발견한 마약은 수십kg이었다. 체포됐던 한 관계자는 북한 보위부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며 “1990년대 무역사업을 하던 조총련 관계자들이 야쿠자를 끼고 마약을 팔아왔으나, 예나 지금이나 북한 정부 차원서 조총련에 조직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라고 직접 지시하지는 않는다. 북한의 활동 거점을 잃을 수 있는 그런 무모한 범죄행위는 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런 북한과 조총련의 긴밀한 관계 때문에 내각정보조사실을 포함해 여러 일본 정보기관이 조총련 관계자들을 매수하고 포섭하려 안간힘을 쓴다”며 “일본 정보기관에 포섭된 것으로 의심받는 이들은 북한 보위부의 성격을 지닌 조총련 감사위원회 소속 직원들에게 미행과 감시를 당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과거처럼 대우하진 않지만, 관계를 포기하진 못한다고 단언했다. 일본과 북한 간 수교를 맺지 않은 상황서 관계까지 끊어버리면 외교·안보적 측면서 큰 손해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일본 정부는 조총련을 통해 북한과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허 의장이 창구 역을 담당한다. 최근 조선대학교 학생 140명이 북한을 방문한 것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파친코 망하면서 자금난 “가족 못 본다” 북송 동포들 인질로 협박 그는 “재정위원장도 방문했다. 조총련 간부 활동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대북송금 등 경제 지원책에 대해 지시 받을 가능성이 있고 조총련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확보했는지 윗선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북 학생들이 1인당 500만엔이라는 큰돈을 들고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 정도로 부유하지 않다. 학생 전부가 가족들을 만났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평가했다.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선대 학생 일부만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허용됐고 친척의 자택을 방문하는 건 금지됐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 호텔이나 여관서의 생활도 금지됐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조선대 관계자를 제외한 이들은 동행할 수 없다. 섣불리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경계를 철저히 해 외부와의 소통을 원천 차단한 셈이다. 홍 대표는 조선대 학생들이 방북했다고 해서 김 위원장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각오했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보고 있다. 홍 대표는 “조선학교와 조선대 학생의 절반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자다. 무국적자인 이들도 일본 영주권을 갖고 있다. 단지 말과 역사를 배우기 위해서 조선학교를 다닌다. 물론 학내서 주체사상과 김정은 일가 찬양으로 가득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민주주의가 몸에 익는다. 현재 재일교포 10대와 20대는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세대”라고 말했다. 한편, 조총련 내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이후 일부 재일동포의 방북을 허용한 것을 두고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총련 출신의 한 탈북민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북한 정부는 애초 재일동포를 지원할 생각이 없다. 그들이 가진 자원과 돈에만 관심이 있다”며 “아이들을 조선대학에 보내지 않겠다고 밝히는 부모들도 상당히 많다”고 했다. 포기는 못해 정체성 혼란 해당 관계자는 “북한 정부가 조총련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황서 지원이라도 제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그저 자금줄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기 때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일본이나 한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