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반으로 낮추니 완판

계약조건을 기존 10%서 5%로 내건 아파트의 완판(완전판매)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계약조건을 낮추는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매교역 팰루시드’ 일반분양 물량이 모두 팔렸다. 마지막 가구는 지난 3월31일 계약돼 일반분양 물량 1234가구를 모두 분양했다. 정당 계약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이다.

사실 초반 계약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초기 계약률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에 가까웠는데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에 예비 청약자들이 외면했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계약금 비중을 기존 10%서 5%로 낮추고, 4~6회차 중도금에 대해 무이자를 적용하는 등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판매 속도를 높였다.

분양 관계자는 “입지, 브랜드 선호도, 설계, 합리적 가격까지 여러 방면서 경쟁력이 높은 만큼 수원은 물론 용인, 화성 등 인근 지역까지 많은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가격
경쟁력 강화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 8일 모든 물량을 완판했다. 정당 계약을 실시한 뒤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앞서 주거용 오피스텔 계약이 먼저 완료됐고, 이번엔 아파트까지 완판된 것이다.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서 5% 수준으로 낮춰 계약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었다.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중도금 이자 지원과 계약 축하금 중 한 가지 혜택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역세권 단지’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 용산, 서울역 등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여기에 서해선 파주연장선도 최종 확정됐다. 연내 개통 예정인 GTX-A도 인접해 있다.

차량 이용 시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문산 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주변으로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여의도공원의 3.2배 규모를 자랑하는 운정호수공원과 접해 있다. 단지 바로 앞 소리천과는 산책로로 연결돼있어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도보로 통학 가능한 지산초는 물론 유정유치원, 파주와동초, 지산중, 한가람초, 한가람중, 가람도서관 등 교육시설이 가까이에 있다.

계약금이 5%로 낮아지면서 입주까지 추가 부담이 거의 없어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가령 1년 새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8억원서 10억원으로 2억원 오르면 계약금도 8000만원서 1억원으로 2000만원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금을 5%로 깎으면 1억원이 아닌 5000만원만 내도 계약할 수 있게 된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아파트 분양가 상승 지속도 기존 분양 중인 단지를 염두한 수요자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더불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시멘트와 레미콘 등 원자재 값부터 인건비까지 모두 상승하고 있어 분양가는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비교적 합리적인 분양가에 공급되는 단지에는 수요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약금을 5%로 변경하는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견본주택을 방문하면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서 분양 중인 계약금 5% 낮춘 단지들.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이는 ‘트리우스 광명’은 현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타 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트리우스 광명은 계약금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또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트리우스 광명은 4.1~4.2%대 대출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존 10%서 5%로 계약조건 변경
쌓였던 미분양 물량 모두 팔려

합리적인 분양가도 장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광명시 일원에 위치한 ‘철산역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2022년 3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올해 9월 12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와 비교했을 때 트리우스 광명 동일 면적의 분양가는 10억1840만~11억5380만원(임의공급 가구 기준)으로 최대 약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지하철 1호선 개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역, 고속터미널, 강남구청 등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앞에 10여개의 버스 노선이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도 수월하다.

최근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발표 이후 GTX-D 노선(광명시흥역) 신설 발표로 광명뉴타운은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노선 개통 시 광명뉴타운서 강남까지 2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광명북중, 광명북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연서도서관과 광명사거리역 인근 학원 및 철산동 학원가 이용이 수월하고, 목동 학원가도 차량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분양가는
더 오른다”

광명 전통시장과 롯데시네마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다.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등 행정기관 이용도 쉽다. 중앙시장, 철산로데오거리 등 철산역 생활권과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등 구로구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다.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 대우건설이 평택에 공급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이 고객 친화적 조건 변경을 실시한다. 평택화양지구에 신축되는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총 851가구 규모다. 타입별 분양 가구는 74㎡ 199가구, 84㎡ 644가구, 122㎡A 8가구로 구성돼있다.

화양지구의 가장 앞자리로서 확 트인 조망권을 자랑한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각종 생활 인프라가 도보권에 위치한 ‘슬세권’ 입지를 갖췄다는 평이다. 입주는 2026년 11월 예정.

이번 조건 변경을 통해 1차 계약금을 기존 1000만원서 500만원으로 낮췄다. 전체 계약금도 10%서 5%로 줄였다. 소비자들의 초기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다. 여기에 원래부터 실시해 온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도 그대로 유지되며 6개월 후 무제한 전매도 가능해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1차 계약금 500만원 및 전체 계약금 5%의 조건은 지금까지 화양지구에 분양한 단지 중 최초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부동산 불황에 부담을 느낄 고객 분들을 위해 준비됐다”며 “낮은 계약금과 중도금 무이자 등으로 입주 때까지 약 2500만원이면 푸르지오 브랜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무이자 적용
발코니 확장 무상으로

화양지구는 다양한 개발 호재로 서평택 지역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민간주도 도시개발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향후 개발 완료 시 2만여가구가 거주하는 거대 도시로 거듭나 동부에 집중돼온 평택의 무게 중심을 서부로 이동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올해 개통 예정인 서해선 복선전철 경부고속선과 직결 추진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 안중역이 인근에 올해 개통 예정으로, 이곳과 평택역을 연결하는 평택선도 현재 공사 중이다. 또 올해 초 GOX-C 노선의 평택, 아산 방면 연장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단지는 평택항과 가까워 경기경제자유구역 평택포승(BIT)·현덕지구, 아산국가산업단지 원정·포승지구, 포승2일반산업단지 등의 대규모 산업단지의 직주근접단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클러스터, 수소복합지구 등도 추가로 계획돼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DK아시아가 인천 서구에 조성하는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계약금을 기존 10%서 5% 낮춰 선착순 분양 중이다. 국내 최초로 도시(City)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 하이엔드 리조트도시 콘셉트의 사업을 추진하는 DK아시아는 특화된 기반시설과 도심 속 명품 조경, 조경시설 등을 고루 갖춘 총 2만1313세대 리조트특별시를 신흥부촌으로 조성해 나가고 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인천 서구 왕길동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동, 전용면적 59·74·84·99㎡, 총 1500세대 대단지로 공급된다. 실내 수영장,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인천 최초의 프리미엄 유럽형 프라이빗 상영관까지 설계된다. 

초기 자금
2500만원

여기에 입주민들의 사생활 보호 및 안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경호와 보안서비스가 강화된 로열 가드 시스템도 구축한다. 시범단지 입주 혜택으로 각 실에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최신 LG시스템 에어컨과 냉장과 냉동, 그리고 김치냉장고로 구성된 컬럼 빌트인 냉장고(오토도어, 삼성/LG 택1)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인천 최초 풀옵션 아파트다.

느티나무와 롤 잔디 등으로 꾸며진 유럽식 중앙정원인 로열센트럴파크가 조성된다. 또 140m의 순환길 형태의 웰빙 황토 산책길, 800m 길이의 프라이빗 산책길, 테마 숲길도 만들어진다.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며,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이다.

금융 혜택으로 계약금(5%)을 납부하면,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비용 부담도 크게 낮췄다.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 역세권 입지면서 공항고속도로, 공항철도 등을 통해 인천 전역은 물론 강남권과 서울 강서(마곡), 김포 등 인접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결사업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환승 없이 40분대(급행 기준)면 강남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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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