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코너 몰린 윤석열

“할 수 있는 게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진짜 큰일났다. 22대 총선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5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식물’이 될 처지가 됐다. 문제는 아직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은 점이라는 것이다. 위기를 돌파할 돌파구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단 책임론을 피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앞으로 추락하는 일만 남은 게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시작과 끝을 여소야대 정국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민의힘이 22대 총선서 참패한 탓이다. 여소야대 정국이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제대로 일할 수 없었다. 지방선거에서는 윤 대통령을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 승리했지만, 이번 총선은 달랐다. 

그의 얼굴은 총선서 사라졌고, 대통령실의 물밑 지원도 유야무야했다. 윤석열정부 중간 평가격인 총선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등판시켰으나, 역부족이었다. 총선 참패로 인해 윤정부의 국정운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설마하다…
무서운 민심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은 무서웠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범야권은 192석을 확보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총선 때보다 늘었지만 한강 벨트 등 수도권을 지키지 못해 사실상 완패다. 서울은 의석수가 늘었으나 경기도 60개 지역구 중 7곳에만 깃발을 꼽았다. 인천도 14곳 중 단 2곳만 얻었다. 

지난 20대 대선서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충청 민심도 철저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충북·충남 19곳 중 6곳, 대전·세종 9곳 중 1곳만 가져오며 체면치레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총선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외신들 역시 윤 대통령이 낙제점을 받아 레임덕에 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와 이번 승리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문재인정부 당시 야당은 국민의힘이었던 반면,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은 여당인 상황서 패배했다는 점이다. 패배 원인으로는 ▲대통령실의 과도한 정무 개입 ▲황상무 전 민정수석 막말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수사외압 논란 등이 지목됐다. 

보스형 리더십으로 대표되는 윤 대통령에게는 어느덧 오만과 불통, 그리고 독선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졌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을 주무르려는 정황도 다수 포착돼 왔다. 이런 부분들로 하여금 중도층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약속은 모두 허상이었다. 소통하겠다고 옮긴 대통령실서 시행됐던 도어스테핑은 폐지를 선언한 뒤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며, 기자회견은 항상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질문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식이다.

거세지는 용산 책임론
대통령실·내각 개편

앞서 이미 민심은 윤정부를 향해 한 차례 경고를 날렸던 바 있다. 지난해 10월11일,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선거 당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등판시켰다. 김 전 구청장 후보는 막대한 지원 속에서도 17%p가 넘는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되자,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은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국민의힘 위기론이 불붙었다. 이런 탓에 총선 패배의 원인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 게 아니냐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결과가 참패로 발표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총선 참패의 여파는 대통령실도 비켜갈 수 없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1일, 대통령실 소속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겠다며 줄줄이 물러났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의 대거 사의 표명은 윤정부 들어선 이후 최로로, 용산 역시 상당한 위기를 감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후 내각 개편 및 새 참모진을 꾸려 사태를 하루 발리 수습하는 게 관건이다. 

내각 구성은 엄선해야 한다.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인사동의안 처리가 가능하다. 어떤 인사를 데려오든 인사청문회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인사청문회 부담이 낮은 ‘차관 정치’를 실행해 온 이유다. 

윤 대통령도 “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국정기조 변경을 시사했다. 

스피커들
대기 중

총선 기간 정권 심판론이 먹혀 들어간 탓에 윤 대통령은 제대로 된 총선 지원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전국 ‘민생 토론회’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은 탓에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탄생 이후 2년 동안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난 21대 국회보다 의석수를 늘린 민주당은 추후 윤정부를 한층 더 압박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국민의힘에서 당 대표를 지냈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대립각을 세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생환에 성공했다.

민주당 당선인들은 즉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발의하겠다고 포석을 깔기 시작했다. 김 여사 특검법을 통해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사건 등의 리스크를 더욱 키워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을 압박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과정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정 동력이 더욱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레임덕을 지나 데드덕까지 빠져들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해 채 상병 특검법까지 발의된다면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대표는 껄끄러운 상대로 여겨졌던 한 비대위원장과의 대결서 승리하면서 거칠 게 없어졌다. 당은 비명횡사라는 말을 들어가면서까지 특정 인사들을 공천해 잡음이 일었지만, 결국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불편한 관계 대거 생존
남은 3년 국정운영 험로


이 대표가 정국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영수회담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제껏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단 한 번도 갖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윤 대통령이다. 만약 만나지 않는다면 야당과의 불통 이미지가 커질 수도 있다. 

부활한 조 대표도 윤 대통령 압박 대열에 합류했다. 창당 두 달 만에 비례대표 12명 당선이라는 쾌거와 함께 원내 제3당이 된 조국혁신당은 추후 패스트트랙 지정 국면서 캐스팅보트 역할도 가능해졌다. 

조 대표와 윤 대통령은 상당한 악연 관계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 대표가 법무부 장관을 맡았을 당시 조국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두 인물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자녀 입시 비리 수사건으로 얽혀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 김 여사 특검법과 각종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복수 의지를 대놓고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이 손을 잡는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달리 막아낼 방법이 없다. 사실상 거야 주도의 특검 정국이 시작되는 셈이다. 

‘추나땡(추미애 나오면 땡큐)’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가졌던 추 당선인도 22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6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추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관계 역시 상당히 불편하다.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추 당선인은 헌정사상 최초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직무배제를 처분했던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추 장관 처분에 맞서면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후 검찰총장직서 물러나 대선 출마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여론은 추 당선인이 윤 대통령의 대선행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해 국회의장 몫을 차지하게 된 상황서 그의 국회의장행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꿈틀대는
비윤계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당적을 갖지 않도록 돼있다. 실제로 현행 국회법 제20조의2엔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의장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서 벗어나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 ‘국민의 국회’로 만들라는 책무 때문이다.

하지만, 추 당선인은 “국회의장이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중립은 아니다”라며 “중립은 가만히 있는 것으로 절충점을 찾으라는 이유로 개혁 입법이 좌초되거나 알맹이가 빠지는 일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신당 이 대표도 상대해야 한다. 이 대표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에 맞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며 천신만고 끝에 당선됐다. 

국민의힘 대표 시절 친윤(친 윤석열)계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징계를 받고 대표직서 물러났던 그는 개혁신당을 꾸렸다. 비교적 오랜 기간 잠행을 이어가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의 젊은 층 이탈을 노렸던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금배지를 달게 됐다. 

“(윤 대통령이)내가 왜 당을 옮겨 출마할 수밖에 없었는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던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야당인 이 대표가 선거 기간 동안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더 많았다. 

윤, 당무 개입도 사실상 어려워져
인청·특검 정국서 권력 누수 불가피

보수당으로 분류되는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이 각종 내분으로 흔들릴 경우, 개혁신당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윤 대통령을 엄호할 ‘빅 스피커’가 보이지 않는다. 한 전 비대위원장도 상당히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평가다. 

황태자로 불린 그가 윤 대통령을 버리는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윤 대통령은 적잖은 위기를 맞게 된다. 실제로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한 이상 국민의힘서 8표가량의 이탈표가 나오게 될 경우, 탄핵 국면도 마주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탄핵 저지선을 막아달라고 읍소해 겨우 급한 불은 껐다. 다행스러운 지점은 권성동, 이철규 등 현역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이 상당수 생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핵심 친윤 그룹으로 윤 대통령을 엄호해 왔다. 이들의 역할에 따라 윤 대통령의 명운도 갈릴 전망이다. 

게다가 대구·경북(TK) 및 부산·경남(PK)은 선거 막판에 결집하면서 ‘전통적인 보수 텃밭’임을 증명해냈다.

국민의힘 곳곳에선 이미 친윤, 친한(친 한동훈)의 대결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차기 당권 싸움서 승리하는 그룹만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만 현재는 비윤(비 윤석열)계에게 유리한 구도다. 그간 국민의힘서 당내 실세였던 친윤 그룹은 이번 총선 참패로 인해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비윤 세력은 개인기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냈다. 윤정부와 차별화 전략을 꾀하려는 인물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전당대회서 비윤 세력서 당 대표, 원내대표가 탄생할 경우, 당정 관계서 불리한 쪽은 윤 대통령이다.

반면, ‘당무 개입’도 어려워졌다. 이미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당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다시 야당에
공격의 빌미

여기에 더해 윤정부의 나라 살림 적자 규모는 87조원(관리재정수지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예산보다 무려 29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세수 펑크로 인해 지출 규모도 줄였지만, 재정 수지는 목표보다 악화됐다. 국가채무비율도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윤정부는 나라살림 규모 발표를 국가재정법상 발표 시한 날짜를 하루 넘겨 발표하면서 야당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내각 구성에 따른 인사청문회 및 특검 정국 돌입 시 본격적인 권력 누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스트 한동훈’ 누구? 버려진 사람들 급부상?

이번 4·10 총선서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살아 돌아온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국민의힘 나경원 당선인이다.

총선 기간 동안 대통령실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았던 두 인물은 출구조사 개표 결과에서 밀리는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당선됐다.

안 의원과 나 당선인은 과거 전당대회에 출마했던 만큼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도 분류된다.

실제로 친윤·비윤계 인사가 대거 탈락한 상황인 만큼 이들은 당권 전쟁서 유력한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