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대권 빨간불’ 한동훈

언제든 부르면 다시 돌아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차기 대권주자 1순위를 앞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총선 참패를 두고 일단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지만 추후 국민의힘은 또다시 내분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란 속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남은 정치 인생마저 위태로워진다. 

총선 역사상 보수정당이 3연패라는 진기록을 썼다. 간신히 개헌저지선은 막아냈지만, 앞으로 정국을 주도하기는 어려워졌다. 개표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개표상황실에 도착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 비대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책임 지고…
허무한 퇴장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곳곳에서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들 앞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짧은 말을 뒤로 하고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개표 결과 범야권은 192석을 차지했다. 야권의 압승으로 결과가 나오자, 여권 내부에선 책임론과 함께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부족했던 국민의힘을 대표해서 사과한다.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나부터 깊이 반성하겠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당 자체를 떠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비친 그는 “뭘 하든 나라 걱정을 하겠다. 다만 (앞으로)특별한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처음 등판했던 시기는 지난해 12월 말경으로 누가 봐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기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됐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를 구원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실제로 여의도 화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여의도 문법 대신 5000만명이 사용하는 화법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윤석열의 황태자’ ‘조선제일 검’ ‘윤석열정부 2인자’는 지금껏 불려왔던 한 비대위원장의 별명들로 처음에는 이를 깨는 게 과제였다. 한 비대위원장은 단숨에 이 같은 프레임을 깨버렸다. 

지지율이 날로 치솟는 등 시작이 좋았다. 등판 초반만 해도 그를 향한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구사하는 언어서부터 다른 차별점을 드러냈다. 컨벤션효과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어졌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국을 순회하며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차기 대권주자로 각인시켰다. 

당초 그의 목적은 총선 승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대권 무대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모든 패배 스스로에게 돌린 뒤 사퇴
친윤 대거 생환…친한은 움츠러들어

문제는 과연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카드가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는지 여부다. 선거 초반과 다르게 그의 메시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자극적이 돼갔다.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민주당이)정치를 개같이 했다” 등과 같이 수위 높은 워딩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마음이 급해졌다는 증거였다. 


그동안 한 비대위원장은 중도층에 읍소하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문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한 게 이번 총선의 결정적인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던 셈이다. 급한 마음에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를 한 자리라도 줄이고자, 리스크가 있는 후보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 하는 식으로 선거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 혼자서는 무리였다. 이후 큰 메시지는 실종됐고, 야당의 개헌저지선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선거가 끝났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것이었는지, 보수에 쏠린 행보를 보이겠다는 것인지도 애매모호했다. 그렇다고 남탓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지지층의 결집을 선택했어야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개헌저지선만 막아달라는 요구가 전부였다. 다행히 선거 결과 범야권의 200석 확보는 실현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전히 이곳저곳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대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려면 민주당 ‘원팀’에 맞서 ‘원톱’의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냈어야 했다. 뒤늦게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간 메시지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1일,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서 처음에는 윤석열정부 탓을 했으나 바로 이튿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 카드가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안도 
안 통해

사실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론을 통해 그를 향한 기대감으로 연명해왔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붕괴는 막자는 식의 다급하게 내놓은 카드였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해온 만큼 한 비대위원장에게 막대한 책임론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차기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총선서 여당의 목표치였던 130석을 달성했더라면 한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몸값을 더욱 불릴 수 있었다. 차기 대권주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외쳐온 정권 심판론은 뒤집히지 않았다. 그나마 국민의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총선 직전 마지막 수를 뒀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섰어야 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여당 선거를 물밑에서 지원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이외엔 그런 기조가 거의 작동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한 비대위원장의 당 접수 시나리오도 위태로워졌으며,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도 몸집을 키우기 어려워졌다.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뒤 버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바 있다. 그나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도 했어야 향후 대선서 명분이라도 생길 수 있었다. 당내서도 그가 총선까지만 나서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원톱의 한계만 드러낸 셈이다. 

이제부터는 친윤(친 윤석열)의 역공이 시작될 조짐이다. 총선 책임론을 두고서 당 안팎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 역시 마찬가지다. ‘시스템 공천’을 골자로 내세운 국민의힘 공천은 민주당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서 밀린다는 가혹한 평가마저 나왔다. 이제부터는 공천의 방향이 올바르게 작동됐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태세다. 

본격적인 
계파 싸움

앞서 국민의힘 공천 단추는 ▲새 인물은 없었고 ▲전직 인사들의 줄줄이 공천 등으로 처음부터 잘못 꿰매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이때부터 패배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천은 본래 지지층의 지지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는데, 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텃밭의 성지’로 불리는 영남서 보수의 분열이 일어나는 대혼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예찬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으로부터 단일화와 관련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비대위원장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 장 후보를 설득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산 수영구 지역에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한 비대위원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민의힘 장악의 판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그도 홀로서기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당내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줬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

이 같은 상황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주도권 싸움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최근에는 의대 증원 등 3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 비대위원장은 두 가지 의혹에 관해 여전히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중이다. 또 당과 정부의 거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숙제가 남았다. 

앞서 그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때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한발 물러났다. 두 번째 갈등서도 한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도 대통령실과 호흡이 어긋났다.

당정 갈등 또 펼쳐질 양상
차기 당권 도전 뒤 부활?

뒤늦게 귀국으로 말을 바꿔 “(리스크가)정리됐다”며 자기 위로를 했지만, 조치 역시 뒤늦었다는 점에서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는 계기가 됐다. 

추후 김 여사와 의대 증원을 두고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기조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이 이득을 보려면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을 버려야 산다. 그래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대권주자들은 벌써 한 비대위원장을 때리기 시작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셀카 쇼가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셀카 찍을 시간에 국민에게 담대한 메시지나 던지라”고 공격했다. 선거가 끝난 뒤엔“정리할 사람은 정리가 필요하다”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조심판(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이 정권 심판론에 말렸다”며 사실상 한 비대위원장의 선거 전략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여권 내에서는 이조 심판 프레임을 멈추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 

초반에 먹혀든 검사와 피의자 프레임도 유권자들로부터 이렇다 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도 컸다. 앞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당을 장악해야만 한다. 또 차기 당 대표 및 원내대표가 친한(친 한동훈) 세력서 탄생하는 게 중요하다. 차기 당 대표가 친윤 세력서 탄생할 경우, 친한 그룹의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 째는 총선 이후 잠행을 택할 가능성이다. 잠행 시 한 비대위원장은 이미지 소모를 줄일 수 있으며,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한발 뺄 수도 있다. 

나머지 하나는 잠행 대신 직접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단 인지도 및 체급은 충분히 불렸다. 비록 총선서 패배하긴 했으나 당에 남아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는 한편, 책임론을 윤 대통령에게 돌려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덕분에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여론의 동정론을 이끌어낸다고 해도 과연 윤 대통령이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밀어주겠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미래를 염두에 둔 권력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관리형 인물을 주로 선호해 왔다. 

당권 쥐고
정식 복귀?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졌다. 일단 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차기 전당대회서 당 대표라도 거머쥐어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에게 압도적 승리를 내준 한 비대위원장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좁아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전당대회가 중요한데, 당권을 잡아야 다음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