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이후…4인 파워게임> ‘대권 빨간불’ 한동훈

언제든 부르면 다시 돌아온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차기 대권주자 1순위를 앞에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총선 참패를 두고 일단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지만 추후 국민의힘은 또다시 내분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란 속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남은 정치 인생마저 위태로워진다. 

총선 역사상 보수정당이 3연패라는 진기록을 썼다. 간신히 개헌저지선은 막아냈지만, 앞으로 정국을 주도하기는 어려워졌다. 개표 당일이었던 지난 10일, 개표상황실에 도착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한 비대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책임 지고…
허무한 퇴장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곳곳에서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들 앞에서는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는 짧은 말을 뒤로 하고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개표 결과 범야권은 192석을 차지했다. 야권의 압승으로 결과가 나오자, 여권 내부에선 책임론과 함께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설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기 부족했던 국민의힘을 대표해서 사과한다. 국민의 뜻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나부터 깊이 반성하겠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당 자체를 떠날 생각은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비친 그는 “뭘 하든 나라 걱정을 하겠다. 다만 (앞으로)특별한 계획은 없다”고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처음 등판했던 시기는 지난해 12월 말경으로 누가 봐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 기조를 맞춘 것으로 평가됐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그를 구원자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실제로 여의도 화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스스로도 “여의도 문법 대신 5000만명이 사용하는 화법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윤석열의 황태자’ ‘조선제일 검’ ‘윤석열정부 2인자’는 지금껏 불려왔던 한 비대위원장의 별명들로 처음에는 이를 깨는 게 과제였다. 한 비대위원장은 단숨에 이 같은 프레임을 깨버렸다. 

지지율이 날로 치솟는 등 시작이 좋았다. 등판 초반만 해도 그를 향한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구사하는 언어서부터 다른 차별점을 드러냈다. 컨벤션효과는 생각보다 오랜 기간 이어졌다. 한 비대위원장은 전국을 순회하며 ‘한동훈’이라는 이름을 차기 대권주자로 각인시켰다. 

당초 그의 목적은 총선 승리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의원 출마를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의 대권 무대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모든 패배 스스로에게 돌린 뒤 사퇴
친윤 대거 생환…친한은 움츠러들어

문제는 과연 한 비대위원장이라는 카드가 차별화 전략에 성공했는지 여부다. 선거 초반과 다르게 그의 메시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자극적이 돼갔다.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민주당이)정치를 개같이 했다” 등과 같이 수위 높은 워딩이 주를 이뤘다. 그만큼 마음이 급해졌다는 증거였다. 


그동안 한 비대위원장은 중도층에 읍소하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문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한 게 이번 총선의 결정적인 패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 한 명으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던 셈이다. 급한 마음에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를 한 자리라도 줄이고자, 리스크가 있는 후보 한 명 한 명을 각개격파 하는 식으로 선거전을 펼쳤다. 

그러나 한 비대위원장 혼자서는 무리였다. 이후 큰 메시지는 실종됐고, 야당의 개헌저지선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이 주를 이뤘다.

선거가 끝났지만,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것이었는지, 보수에 쏠린 행보를 보이겠다는 것인지도 애매모호했다. 그렇다고 남탓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지지층의 결집을 선택했어야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개헌저지선만 막아달라는 요구가 전부였다. 다행히 선거 결과 범야권의 200석 확보는 실현되지 않았다. 

문제는 여전히 이곳저곳서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대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지려면 민주당 ‘원팀’에 맞서 ‘원톱’의 경쟁력이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냈어야 했다. 뒤늦게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을 투톱으로 내세웠지만, 역부족이었다. 

그간 메시지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 1일, 국정 실패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서 처음에는 윤석열정부 탓을 했으나 바로 이튿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 카드가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안도 
안 통해

사실 국민의힘은 위기 때마다 한 비대위원장의 등판론을 통해 그를 향한 기대감으로 연명해왔다.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붕괴는 막자는 식의 다급하게 내놓은 카드였다. 이번 선거를 진두지휘해온 만큼 한 비대위원장에게 막대한 책임론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차기 대선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이번 총선서 여당의 목표치였던 130석을 달성했더라면 한 비대위원장은 자신의 몸값을 더욱 불릴 수 있었다. 차기 대권주자는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끊임없이 외쳐온 정권 심판론은 뒤집히지 않았다. 그나마 국민의힘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총선 직전 마지막 수를 뒀던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카드도 먹히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실제로 행동에 나섰어야 했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었다.

통상적으로 정부는 여당 선거를 물밑에서 지원하는데, 이번 선거에선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 이외엔 그런 기조가 거의 작동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한 비대위원장의 당 접수 시나리오도 위태로워졌으며,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도 몸집을 키우기 어려워졌다. 

앞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한 비대위원장은 총선 뒤 버려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바 있다. 그나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도 했어야 향후 대선서 명분이라도 생길 수 있었다. 당내서도 그가 총선까지만 나서야 한다고 보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원톱의 한계만 드러낸 셈이다. 

이제부터는 친윤(친 윤석열)의 역공이 시작될 조짐이다. 총선 책임론을 두고서 당 안팎서 많은 비판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천 역시 마찬가지다. ‘시스템 공천’을 골자로 내세운 국민의힘 공천은 민주당에 비해 비교적 조용했다.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서 밀린다는 가혹한 평가마저 나왔다. 이제부터는 공천의 방향이 올바르게 작동됐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태세다. 

본격적인 
계파 싸움

앞서 국민의힘 공천 단추는 ▲새 인물은 없었고 ▲전직 인사들의 줄줄이 공천 등으로 처음부터 잘못 꿰매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바 있다. 이때부터 패배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공천은 본래 지지층의 지지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졌는데, 부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텃밭의 성지’로 불리는 영남서 보수의 분열이 일어나는 대혼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장예찬 후보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으로부터 단일화와 관련해 공식·비공식적으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 비대위원장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 장 후보를 설득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산 수영구 지역에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한 비대위원장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국민의힘 장악의 판을 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그도 홀로서기를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당내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에게 막대한 권한을 줬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다.

이 같은 상황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은 주도권 싸움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 비대위원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최근에는 의대 증원 등 3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 비대위원장은 두 가지 의혹에 관해 여전히 확실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중이다. 또 당과 정부의 거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는 숙제가 남았다. 

앞서 그는 김 여사 명품백 논란을 두고 “국민의 눈높이서 바라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때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설이 흘러나오자, 한발 물러났다. 두 번째 갈등서도 한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사와 황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때도 대통령실과 호흡이 어긋났다.

당정 갈등 또 펼쳐질 양상
차기 당권 도전 뒤 부활?

뒤늦게 귀국으로 말을 바꿔 “(리스크가)정리됐다”며 자기 위로를 했지만, 조치 역시 뒤늦었다는 점에서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는 계기가 됐다. 

추후 김 여사와 의대 증원을 두고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한 비대위원장 역시 기조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이 이득을 보려면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을 버려야 산다. 그래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대권주자들은 벌써 한 비대위원장을 때리기 시작했다. 특히 홍준표 대구시장은 “셀카 쇼가 정치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셀카 찍을 시간에 국민에게 담대한 메시지나 던지라”고 공격했다. 선거가 끝난 뒤엔“정리할 사람은 정리가 필요하다”며 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조심판(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이 정권 심판론에 말렸다”며 사실상 한 비대위원장의 선거 전략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놨다. 실제로 여권 내에서는 이조 심판 프레임을 멈추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었다. 

초반에 먹혀든 검사와 피의자 프레임도 유권자들로부터 이렇다 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탓도 컸다. 앞으로 한 비대위원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당을 장악해야만 한다. 또 차기 당 대표 및 원내대표가 친한(친 한동훈) 세력서 탄생하는 게 중요하다. 차기 당 대표가 친윤 세력서 탄생할 경우, 친한 그룹의 위상은 더욱 쪼그라들게 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첫 째는 총선 이후 잠행을 택할 가능성이다. 잠행 시 한 비대위원장은 이미지 소모를 줄일 수 있으며, 총선 패배 책임론으로부터 한발 뺄 수도 있다. 

나머지 하나는 잠행 대신 직접 당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일단 인지도 및 체급은 충분히 불렸다. 비록 총선서 패배하긴 했으나 당에 남아 빠르게 혼란을 수습하는 한편, 책임론을 윤 대통령에게 돌려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방식이다. 다행히 여론은 우호적인 편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선거를 진두지휘했던 덕분에 개헌저지선을 막아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여론의 동정론을 이끌어낸다고 해도 과연 윤 대통령이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밀어주겠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대통령실은 미래를 염두에 둔 권력에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관리형 인물을 주로 선호해 왔다. 

당권 쥐고
정식 복귀?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조기 전당대회가 불가피해졌다. 일단 한 비대위원장으로서는 차기 전당대회서 당 대표라도 거머쥐어야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에게 압도적 승리를 내준 한 비대위원장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도 좁아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차기 전당대회가 중요한데, 당권을 잡아야 다음 행보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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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