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 공개의 양날

범인이 부인하면 땡?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딱 맞다.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상황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정보공개청구도 허용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지금도 공범들이 피의자신문조서를 거부하며 재판이 지연되고 있는데, 재판 전에 미리 조서를 파악하고 부인하며 상황은 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수사나 재판에 영향이 없다면 피의자신문조서 등 내부 문건도 검찰이 형사 고소인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로 인해 이미 증거능력을 부인받고 있는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법조계서 나오기도 한다.

증거능력 부인

A씨는 2019년 B사의 허위·과대 광고에 속아 회원비를 내고 불법 주식투자자문 등으로 손실을 봤다며 이 회사의 대표이사와 실질적 운영자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22년 9월 횡령·사기 혐의는 불기소 처분하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했다.

서울남부지검이 일부 혐의만 약식 기소하고 불기소 처분 등을 내리자 A씨는 같은 해 서울고등검찰청(이하 서울고검)에 항고를 제기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주민등록번호나 직업 등 인적 사항을 뺀 B사 직원 등의 피의자신문조서·수사보고·변호인 제출 자료 등을 달라고 서울고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비공개로 결정했다.


이후 서울고검은 항고를 기각하면서 사건 기록을 서울남부지검으로 반환했고, A씨는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 청구를 두 차례 더 했으나 이 역시 비공개 결정을 받자 행정소송에 나섰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A씨가 서울남부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A씨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가 공개될 경우 향후 범죄 예방이나 정보수집 등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곤란하게 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의 심리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A씨는 재판서 “공개를 요구하는 자료는 개인의 내밀한 비밀이 포함된 자료가 아니며, 불법행위 피해자로서 권리 구제를 위해 취득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 정보 중 일부는 진행 중인 형사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고, 수사기관이 피의사실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사항에 중점을 두고 수사하는지가 드러나 있다”며 “혐의자들이 이를 이용해 법정 제재를 회피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수사·재판 영향 없으면 공개해야”
“피고인 재판 대비도 수월해져 난감”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피의자신문조서 부인 시 증거능력이 없는 지금 고소인뿐만 아니라 피고인도 피의자신문조서를 미리 파악하고 부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많은 증거 중 피의자신문조서는 특히나 공범 등의 진술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지만 2022년 시행된 형사소송법 개정과 이번 판결로 증거능력이 완전히 부인된 셈”이라며 “피고인도 공범 등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정보공개 청구하고 재판을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만든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조사에 입회한 변호인가 복기한 조서가 공범 압수수색서 발견된 사례도 있다.

피의자신문조서는 2022년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으로 거의 증거능력을 잃었다.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수사기관서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했을 때에 한해 증거능력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돼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서 피고인의 진술에 의해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했었다. 

진술한 내용이 맞으며 영상 녹화물 등 객관적 방법으로 증명되면 증거로 활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피고인이 조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의자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을 잃으면서 공범이 많은 사건의 재판서 다시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상황도 많아졌으며 재판이 길어지다 보니 구속된 피고인이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나는 사례도 다수 생겼다. 

이화영·신성식 등 다수 사례
“재판 지연·실체 규명 힘들어”

수사기관서 자백한 뒤 법정서 이를 뒤집은 대표적인 사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이 꼽힌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2019년 ‘도지사 방북 및 북한 스마트팜 사업 비용’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이 북한 측에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북한서 방북 의전 비용을 요구하는데 비즈니스로 김성태 쌍방울 회장이 처리할 거라고(도지사에게) 보고했고, 이재명 도지사가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후 재판서 도지사 보고 등 관련 진술은 검찰의 회유와 압박 때문이었다며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또 다른 사례는 ‘KBS 검언유착 오보 사건’과 관련해 발생했다. KBS에 거짓 정보를 제공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는 신성식 검사장 측이 지난 5월 열린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서 피의자신문조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신 검사장이 부인한 내용은 ‘한동훈 장관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한 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던 2020년 6~7월 한 장관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대화 녹취록이라며 두 사람이 유착했다는 내용을 KBS 기자들에게 알렸다. KBS는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가 곧 오보를 인정하고 정정했다.


‘한 장관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은 신 검사장이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는 것으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유리한 증거지만 신 검사장이 부인하면서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최윤희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 검사도 지난 29일,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고찰’ 형사법 포럼 발제자로 나서 “2023년 공판부에 근무하면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발생한 여러 부작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재판 장기화는 물론이고 범죄 실체 규명에도 적잖은 지장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검·경서 한 진술은 증거가치가 매우 높다. 직접 사건을 경험한 이가 생생한 기억을 바탕으로 수사나 재판 영향을 가장 덜 받은 상태서 한 진술이기 때문”이라며 피의자신문조서가 증거로 채택될 필요성을 언급했다.

공판 검증?

반면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웅재 교수(판사 출신)는 “사람의 진술은 언제나 오류 가능성을 수반한다”며 “공판 절차에서의 검증을 거친 경우에 한해 진술은 증거가치를 가질 수 있다”며 “법 개정 이전에는 조서 확인 절차가 증명되면 공판 과정서 진술 검증은 생략되는 ‘조서 재판’이 횡행했던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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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