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공동주택단지 교통사고 딜레마

사고 내도 괜찮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로 단지 내 교통사고가 주목받고 있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행자 보호 의무가 모든 도로에 적용됐지만 제재할 수단은 없다. 매년 늘어나는 단지 내 교통사고를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JTBC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에서는 개학 시즌을 맞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교통사고들을 소개했다.

특례법 허점

이날 한문철 변호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후진하던 차량이 갑작스레 좌회전으로 돌진해 지나가던 초등학생을 덮친 사고 장면이 담겼다.

이 사고로 피해 학생은 성장판 손상까지 염려되는 전치 10주 진단을 받았지만 사망 등의 중상해가 아닌 아파트 단지 내 사고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했다.

구 도로교통법상 도로에는 도로법에 의한 도로, 유로도로법에 의한 도로, 그 밖의 일반 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이 포함된다. 여기서 일반 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은 현실적으로 불특정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곳을 의미한다. 


다만 특정인들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자들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일반 교통에 사용되는 모든 곳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주민들이 자주적으로 관리하는 아파트 구내, 대학교 구내, 주차구획선 내의 주차 구역, 대형건물 부설 주차장 등이 도로에 포함되지 않아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것이다.

도로교통법이 지난 2010년 도로 외의 곳에서도 예외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도록 개정됐다. 구체적으로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 ▲약물운전 ▲사고 후 미조치 ▲주정차 차량 손괴 후 인적사항 미제공이다.

2022년에도 보행자 보호 의무와 관련해 도로를 불문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이 되진 않았다. 단지 보행자가 다치는 경우 과실 유무 판단의 기준이 되도록 개정됐다. 여전히 사고 예방을 위한 경찰 활동이나 단속, 범칙금이나 벌금 부과를 할 수 없는 셈이다, 

공동주택단지 내 교통사고는 매년 증가세를 보여왔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과 2021년 공동주택단지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각각 2728건, 2861건이었으며 사상자는 7101명에 달했다. 하지만 단지 내에서 운전을 하다 12대 중과실사고를 내도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20년 2728건·21년 2861건
도로교통법상 도로서 제외

12대 중과실 사고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에 규정돼있는 것으로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 속도보다 20km 초과해 과속 ▲앞지르기 방법, 금지 시기, 금지 장소 또는 끼어들기 금지 위반 ▲철길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횡단보도서의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보도 침범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의무 위반 ▲자동차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운전 등이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12대 중과실 사고 위반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악덕 운전자들은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예로 아파트 정문 쪽에서 직진 중인 차량과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는 차량과 충돌이 일어났지만 경찰은 단지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범칙금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2021년 서울 노원구 노원구 소재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서 음주운전에 단속돼 면허 취소처분을 받은 입주민 A씨는 “음주운전 장소는 단지 내 주차장으로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허취소처분은 위법하다”며 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끝에 A씨의 운전면허취소처분은 취소됐다. 현행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은 곳이라도 음주운전은 처벌 대상이지만 이에 대한 행정처분은 불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에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곳에서는 무면허 운전을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운전 연습을 하던 입주민 B씨가 보행자에게 중상을 입히고 차량 3대를 파손시킨 사건도 있었다.

법조계에서는 단지 내 도로서 사고는 중과실 적용 대상서 제외돼있는데 이로 인해 처벌이 약해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아파트 단지 도로는 일반도로보다도 보호 필요성이 더 큰 곳이지만 도로가 아닌 곳으로 분류되다 보니 단속이나 과실에 의한 사고가 났을 때 제재 조항이 미비한 상태”라면서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경찰이 단속이나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아파트 단지 내 사고도 12대 중과실에 포함해 운전자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12대 중과실 사고도 아냐
보행자 보호 의무만 있어

공동주택 내 도로에서의 안전을 위한 법적 보완도 이뤄져 왔다. 지난 2022년 11월 개정된 교통안전법령에 따르면, 단지 내 도로 설치·관리자에게는 자동차의 안전 운전과 보행자 안전을 위해 자동차 통행 방법을 정하고 안전시설물을 설치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됐다.

이에 많은 아파트들이 ▲10㎞/h 속도 준수 ▲보행자 안전거리 유지 ▲보행자 우선통행 등이 적힌 표지나 현수막을 단지 내에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단지 내에서 그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거나 보행자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는 상황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를 제재할 수단은 미비한 상황이다.

국회에서는 단지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법 개정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월29일 지방자치단체장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단지 내 도로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에게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통안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단지 내에서 중상 이상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단지 내 도로 설치·관리자는 이 같은 사실을 지자체장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단지 내 도로 설치·관리자가 통보한 내용만으로 정확한 사고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해당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관할경찰서장에게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또 개정안에는 단지 내 도로 설치‧관리자가 지자체장에게 단지내 도로 관련 실태점검 실시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조항도 마련됐다. 현재는 지자체장이 실태 조사 범위에 포함되거나 중상 이상의 사고가 단지 내 도로서 발생할 경우에 해당 공무원에게 실태점검을 실시하도록 하는 권한이 있다.


대표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현행법으로는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처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번 개정안이 공동주택 단지 내 도로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무법지대?

또 국회에서는 단지 내 교통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중과실을 범한 경우에 공소를 제기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부여하게 하려는 법 개정도 시도 중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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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